344. 열일곱에서 스물다섯
‘우리 어떻게 친해졌지?’
‘그러게? 또렷하게 기억은 잘 안나..’
‘나도…’
누구나 한 번쯤 친한 친구와 이러한 대화를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지금은 나의 소울메이트이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친한 친구 ‘김세린’과도 몇 년 전에 이런 대화를 했었던 것 같다. 세린이와의 첫 만남은 대략적으로 기억나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던 고등학생 시절, 같은 반도 아니었던 우리는 어떻게 짧은 기간 내에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을까..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세린이 졸업 기념 오랜만에 학교에 갔었던 날..
근데 같이 이대에서 찍은 사진은 이게 처음인 것 같다..?!
피플팀으로서 나의 두 번째 글로는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누구를 인터뷰할지 생각하다 가장 먼저 세린이가 떠올랐다. 우리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세린이는 2017년도에, 나는 재수를 해서 2018년도에 이화여자대학교에 입학했다. 고3 시절 쉬는 시간의 우리는 대학가서도 서로 잊으면 안된다며, 자주 만나야 한다고 쫑알댔었는데 놀랍게도 같은 대학에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인터뷰는 직접 만나서 진행하고 싶었으나, 세린이가 매일 야근을 하며 바쁜 기자생활을 보내고 있기에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17학번 졸업생 김세린입니다. 저는 현재 조선일보 부동산 섹션 땅집고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요즘 근황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요즘에는 바쁘게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언론사에 몸담으며 이것저것 배울 것이 많아서 매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저는 현재 거의 두 달 정도 되어가는 햇병아리 신입 기자인데, 선배들한테 많이 혼도 나고 배워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Q. 디자인학부를 졸업했음에도 기자라는 직업을 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나 과정이 있나요?
막연하게 5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방송국 견학을 가게 되며 아나운서를 꿈꿨습니다. 아나운서의 경우 전공이 상관없기 때문에 제가 관심있고 잘하는 미술 영역을 살려서 과를 진학하게 되었는데요.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디자인학부를 다니며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배우고 기획하다 보니 자연스레 누군가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보다는 기자라는 직업이 자연스럽게 이끌렸던 거 같습니다.
Q. 기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점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일단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언시생들이 모여있는 ‘다음 카페 아랑’이라는 카페를 가입해서 이것저것 스터디도 구하고 상식도 공부하고 지원 공고들을 보면서 이것저것 지원해 봤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조선일보 인턴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인턴기자를 시작해 현재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일단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관련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경험해 보는 것이 좋은 거 같아요. 하다 보면 안 맞을 수도 있고 하니까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해 나만의 것을 쌓아가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기자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기삿거리를 발제하는 일과 그에 맞는 핵심 주제를 잘 잡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이야기를 풀고 싶지만 제 영상이나 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특정 사건의 현황이나 문제점에 대해 쉽게 파악하고, 글과 영상을 읽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언론사에서 유튜브도 출연 중인데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말을 하는 과정도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열심히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열일하고 있는 김세린 기자 (출처: 땅집고 유튜브)
Q. 그럼에도 앞으로 기자를 계속 하고 싶으신가요?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지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기자 생활을 좀 더 하고 싶어요. 저는 현재 부동산 영역을 취재 중인데 앞으로 이 사회의 전반에 대해 취재하며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가 대신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단 취재원을 만나서 제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보람차고 뿌듯합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Q. 그렇다면 힘든 기자생활을 버틸만한 원동력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따로 있나요?
특정한 취미가 있는 건 아닌데 저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거를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친한 친구들과 만나거나 가족들과 드라이브 또는 애인을 만나서 데이트를 하기도 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제가 보낸 월부터 금까지의 하루들을 공유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
Q. 신촌에서의 대학 생활이 그립지는 않으신가요?
직장인이 되고 나니까 신촌에서의 대학 생활이 정말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라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수업 끝나고 동기들과 자주 가던 술집이 있는데 ‘포석정’이라고.. 다들 아실 겁니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데 가고 싶어지네요.(웃음) 그리고 ‘연대포’에 꿀 막걸리랑 김치 치즈전.. 와 너무 맛있었습니다. 저는 평일에 수업 끝나고 맛있는 안주가 있는 술집 가서 동기들과 술 마신 게 너무 그립습니다. 그런 소소한 행복들이요!
Q. 대학에 다니면서 기억나는 좋은 추억이 있다면?
학교 축제 때 맛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먹었던 거요! (위에도 그러고 저 먹는 거에 진심이네요 흐흐) 그리고 저는 과 특성상 전시회 등을 하면서 야간작업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밤 산책하며 캔 맥주 하나 마시면서 동기들과 함께 열심히 전시 준비를 했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 재학 시절, 행사 진행요원이나 스텝 같은 것들을 많이 했었는데, 그러면서 여러 인간관계를 맺고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사회생활을 배워간 거 같습니다. 알바를 많이 했을 그 당시에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도전해본 것이었는데, 그 역시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흑역사도 생각나는 게 있을까요? (웃음)
저는 흑역사를 최대한 안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하하 저도 모르는 사이에 흑역사가 있을 수는 있겠죠?! 근데 지금 하나 생각나는 것은 있네요.. 대학교 1학년 때 과에서 일일호프를 했었는데 그 때 머리띠 차고 밖에서 피켓 들고 홍보했던 사진이.. 지금 보면 굉장히 촌스러워 보이는… 하지만 1학년이었기에 있었던 풋풋함(풋풋함이 맞겠죠?)이 느껴져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Q.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꼭 해 볼 거다, 이거 다시 해보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복수 전공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원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복수 전공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3학년쯤 생겨서,.. 디자인 전공 수업도 많이 남았고 또 빡세기 때문에 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복수 전공을 원하면 웬만하면 1학년 말까지는 미리 생각해두었다가 준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관심이 가는 전공들을 경험하는 것은 또 대학 때만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 같아요!
Q. 올해의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올해는 일단 지금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이 일에 완벽히 적응하고, 지금 제가 출연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이 하나만이라도 50만 회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헤헤) 저는 조선일보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 출연 중인데 다양한 부동산 뉴스와 정보가 많이 들어있는 채널이에요! 채널에 가서 영상을 보시다보면 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https://www.youtube.com/c/%EB%95%85%EC%A7%91%EA%B3%A0 -> 다들 시간되실 때 한 번 들어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현재 신촌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 꼭 잃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가짐 중 하나는 ‘그래도 괜찮아. 어차피 잘 될 거니까.’ 인 거 같아요. 원하는 대로 뜻대로 되지 않아도 결국엔 잘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나하나 헤쳐나가다 보면 분명 꽃피우는 날이 올 거라고 장담합니다. 모두 행복하고 알찬 신촌 생활을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 여러분의 앞으로를 응원하겠습니다!
에필로그
세린이를 처음 만나게 된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운명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영어학원에 간 첫 날,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약 4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4년 만에 본 반가움에 학원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동창이 아까 같이 수업 들었던 옆자리 애랑 조금 친해졌는데 나와 같은 학교라며 옆자리 애를 소개해준다고 나를 무작정 끌고갔다.
그것이 나와 세린이의 첫 만남이었다.
그 곳에서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었다. 지금은 새로운 사람과의 낯가림이 많이 없는 편이지만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나는 누군가와의 첫 만남에서는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나는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멀뚱 서있었는데 세린이가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주었던 기억이 난다.
‘넌 고등학교 몇 반이야?’ ‘여기서는 누구 쌤 들어?’ ‘우리 학교에서도 보자~’
눈 깜빡할 사이에 아마 서로 번호 교환까지 마쳤던 것 같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기억이 조금 있는데, 그 다음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의문이다. 1학년 때 나는 1반이었고 세린이는 거의 복도 끝이었던 10반이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실상 접점이 크게 없었음에도 한 두 달 내에 같은 반 친구보다 더 찐친 그 자체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도대체 무슨 내기를 했었던걸까..?
그 와중에 영어시험 잘 보겠다는 우리의 의지..

대학교 시험 때는 이런 쪽지 주는 사람 왜 없어…
드문드문 나는 기억은 세린이가 시험을 볼 때마다 마치 마니또처럼 우리반에 와서 내 책상에 간식이랑 작은 메모를 남겨두고 갔던 것이다. (내 자리 위치까지 알았던 걸 보아, 꽤나 우리반에 세린이가 자주 왔었나보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까지도 우리 둘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인데, 우리 둘 다 영어학원 선생님(지금은 대성마이맥에서 강사로 슈스가 되어버리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스승의 날 때 강남역에서 꽃이랑 선물을 사서 편지와 함께 수줍게 건넸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선생님과 인스타 맞팔중이고 인스타 DM으로 가끔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사이가 되었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시절인 3학년. 그제서야 우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반이 되었고 반 배정 후 교실 앞 복도에서 둘이 얼싸안고 대박이라며 난리를 쳤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세린이와는 벌써 9년 째 친한 사이이다. 17살,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했던 시기에 만나서 벌써 같이 20대 중반이 되었다는게 사실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늘 우리는 항상 정신연령은 아직 23살에 멈춰있다고 말하긴 한다..) 예전에는 만나서 철없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면, (지금도 물론 하지만) 지금은 같이 미래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직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게 가끔 ‘아 우리 이제 어른인가보다!’ 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고등학생 때는 그저 빨리 졸업해서 성인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이제는 가끔 고등학생이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지금 고민에 비하면 그 때 나의 고민들(‘오늘은 교복 안 입었는데 등교할 때 안 잡힐 수 있겠지?’, ‘오늘은 수업 안하고 자습시간 줬으면 좋겠다’, ‘오늘 석식은 뭐가 나오려나?’)이 너무나 작고 소중하고 깜찍해서 말이다.
기자가 된 이후, 요즘은 세린이와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예전엔 아무 때나 전화해서 길게 통화하기도 하고, 각자 하고 싶은 말 짧게 전하고 끊기도 하고, 둘 다 즉흥을 좋아하는 P유형이라 만나기 몇 시간 전에 약속을 잡아 같이 카페에서 공부도 했었는데 이젠 이 모든 것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기가 싫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일부였던 사소한 모든 것들이 사회에 나가서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된 사람에게는 일상이 아니기에 말이다.
세린이와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간을 맞춰서 보고 있다. 비록 전처럼은 아니지만 우린 언제나 만날 때마다 너무 즐겁고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서로 ‘영혼공유, 뉴런공유’라는 말을 쓸만큼 비슷한 점도 많고 행동도 비슷하다. 지하철에서 술 취한 사람이 에어팟을 떨어뜨려서 저 의자 구석에 에어팟이 떨어졌어도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주는, 내 얘기라면 항상 들어주고 같이 공감해주는,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은 친구. 그리고 서로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 친구인 세린이는 일상에서 지칠 때, 만나서 놀고 오면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이 힐링이 된다.

세린이 퇴근 후 즉흥적으로 사진 찍었던 날
우리의 MBTI는 비록 ENFP와 ESFP로 파국조합이 뜨지만.. 세린아 우리 평생가자~ 언제나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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