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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05 · 19

156. 소오밥집 이인영 사장님

Editor 미나미

156. 소오밥집 이인영 사장님(54)

 

신촌의 분위기는 신촌 기차역을 기점으로 조금 달라진다. 신촌 기차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그 반대편과는 다르게 유난히 작고 아담한 가게들이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렇게 신촌에서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이화여대길.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 잔치. 이대 앞 가게의 사장님들을 한 분씩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가게는 작지만 이대생에게 큰 사랑을 받는 ‘소오밥집’ 사장님이다.

 

잠깐 짬이 나는 시간, 흔쾌히 촬영에 응해주신  사장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이인영이고요, 64년생이에요. 쉰 넷.

 

처음에 소오밥집은 어떻게 운영하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소오밥집이 아니라, 2010년에 이화여대 정문 앞 골목길에 ‘소오라멘’이라는 가게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 가게는 아들한테 맡기고, 저는 학생들에게 집밥을 먹이고 싶어서 작년 8월부터 소오밥집을 연 거예요.

 

딱 다섯가지 메뉴로 승부를 본다.

메뉴가 매우 단순한데 집밥 메뉴를 다섯 가지로만 구성하신 이유가 있나요?

여기 있는 메뉴는 집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해줬던 것들이에요. 집밥이라서 밥에 가장 신경을 쓰고, 불고기, 제육, 찹스테이크 소스까지 제가 만들어요. 전기밥통에는 밥을 보관만 하고, 조그마한 압력솥에 계속해서 밥을 해요. 손님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먹이고 싶어서요. 내 아이가 먹어도 내가 부끄럽지 않은 음식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죠.

 

이 골목은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그 전에 이 곳에 자리를 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테이크아웃으로만 혼자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 주었죠.  특히 자취하는 친구들이 많이 왔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앉을 자리를 좀 만들었어요. 학생들에게 싸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주려면 가게세가 저렴한 곳이 필요했어요. 그런 곳을 찾다 보니 뒤쪽에 자리를 잡게됐는데, 이 주변이 조용해서  아는 손님들만이라도 와줘도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이제 잘 되는 거 보니까 ‘이쪽도 장사가 잘 되는구나.’ 싶었어요. (웃음)

 

최근 활발히 활성화 되고 있는 이대 앞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에 위치한 빨간집.  

이 거리가 활성화 된 데에는 이곳이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사업으로 지원을 받은 것도 큰 역할을 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는 그렇게 좋지 않아요. 이 골목이 건물주, 부동산, 이화여대가 모여서 같이 이대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해주는 곳이잖아요. 의미는 좋은데 그 안에 빈 부분이 많죠. 우리가 낸 많은 세금을 들여 지원을 해주는데 20여 개 정도의 선정된 점포들은 그 자리가 차지 않아도 건물주가 계속 월세를 받고 있어요. 말이 안되죠. 가게가 없는데도 계속 세금으로 건물주에게 월세를 주고 있으니 결국 건물주만 배부르는 거죠. 또 몇 년 동안 가게세를 안올리기로 했었는데 이제 이 거리가 잘 되니까 다 세를 올리고 있어요. 벌써 그것 때문에 힘들어져 나간 가게들도 있어요. 정말 속상한 부분이 많아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는 이화여대가 캠퍼스 옆 골목길의 빈 점포를 빌려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런 이면들도 있었군요. 그래도 소오밥집은 이 골목에서 인기가 참 많아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네, 학생들 덕분에 실감해요:) 라멘집도 학생들이 좋아해줘서 번창한 거라, 주인은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학생들한테 항상 고마워요. 저는 이렇게 학생을 상대로 장사해서 좋아요. 자리가 좀 불편해도, 기다려야 해도 이해해주고 맛있게 먹어주거든요. 학생들이 참 착해요.

 

인기의 비결이 있다면 뭘까요?

학생들한테 최소한의 가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서 엄마 밥처럼 해주는 게 내 목표인데, 학생들이 내 마음을 알아준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오픈주방 형식인데 위생이 다 보이니까 이게 좀 힘들어요. 그래서 엄마가 주방에서 해주는 것처럼 하려고 노력을 하죠. 내가 까탈스럽게 구니까 직원들은 좀 힘들 수도 있겠네요.(웃음)

 

오픈주방 형식으로 모든 요리 과정이 한눈에 보이는 소오.

혹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학생들이 잘 먹었다고 음료수를 가져다 주기도 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 있는 약대를 간 친구는 남친이랑 생각나서 다시 찾아오기도 했어요.  2학년 때 처음 봤는데 석사 졸업해서 인턴한다는 학생, 변호사 합격했다고 다시 찾아오는 학생도 있었고요. 나는 (소오 라멘집부터 시작해서) 7년 정도 여기 있었는데 그렇게 학생들이 다시 찾아와주면 ‘내가 정말 오래하긴 했구나.’ 하고 느껴요. 학생들하고 같이 커가는 것 같아요. 조금 슬픈 건, 정들었는데 졸업한다 하면 되게 서운하더라고요. 하지만 또 대학교 1학년이 된 새로운 학생들이 오니까 괜찮아요.

 

마지막으로 소오밥집이 신촌에서 어떤 공간으로 남길 바라시나요?

그냥 “엄마밥 먹고 싶다.” 하면 밥 한끼 따뜻하게 먹고 가는 집이요. 정말 반찬도 몇 가지 없지만, 갓 지은 밥에 좋은 재료로 건강하게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식당을 시작했거든요. 저는 그거면 돼요, 집밥 생각나면 가는 집.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넓은 곳으로 가고 싶어요. 가게가 너무 좁은 것 같아서 학생들한테 미안하거든요.

 

진지한 궁서체와 빨간 지붕의 조화, 그리고 귀여운 ‘밥’.

 

이대 안 커뮤니티에서 ‘엄마 밥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소오밥집. 에디터도 즐겨찾는 집으로 정말 따뜻한 한 끼가 먹고 싶을 때 찾는다. 엄마밥이 그리울 신촌 학생들을 위해 시작한 작은 밥집. 이화여대길 52 뒷골목 빨간 지붕 밑에선 오늘도 갓 지은 고소한 밥 냄새가 난다.

미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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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신촌 바닥 굴러다니기를 즐기는 어노잉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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