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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 · 05 · 25

177. 알디프(Altdif)

Editor 파인

Welcome!


외쳐보세요, We Blend Life!
차를 마신다는 건 사소한 행위이지만 삶을 바꾸는 건 언제나 사소한 순간들이지요.
일상의 즐거움과 나의 취향 한 스푼을 블렌딩해 가장 감각적이고 소중한 순간의 경험을 선사하는 알디프로 함께 떠나볼까요? 

지금 저한테 미술관 티켓 두 장이 있어요. 무더운 여름, 걷기도 힘든데 우리 미술관에서 잠시 쉬어갈래요? 차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싫어해도 어쩔 수 없어요. 이미 미술관 코 앞까지 와버렸거든요. 경의선 책거리를 산책하듯 쭉 걷다보면 찾을 수 있어요. 대신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해요.

 


아기자기한 친구가 우릴 맞이해준답니다.


앗, 조심해요. 입구가 반쯤 파묻혀 있거든요. 입구 안으로 조심히 발을 들여봐요.

 

여러 찻잎의 향들이 우리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해주네요.

자리에 앉으면 전시가 시작될 거예요. 이곳의 전시는 특별해요. 시즌마다 달라지는 테마에 맞춰 블렌딩된 차가 제공되거든요. 티 마스터님의 차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음악 큐레이션들이 우리의 전시를 더 다채롭게 꾸며준답니다.

눈치챘겠지만, 이번 테마는 [미술관]이에요. 다양한 명화와 함께 즐기는 블렌딩 차로의 여행.
지금부터 시작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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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 1. 살바도르 달리

“- 기억의 지속 (1931)”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은 달리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품인데요. 시계가 있지만, 녹아내려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는 중의성을 가진 그림입니다. 시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호해지는 작품이죠. 이 작품처럼 오늘 전시를 통해 잠시 여러분들의 시간의 의미를 빼앗아 두 시간을 빠르고 알차게 사용하겠습니다.

 

 

*올드 블랙 매직 : 달콤하고 오래된, 마법의 주문 Margaret Whiting – That Old Black Magic


매번 바뀌는 코스의 웰컴 티이자 이야기의 시작. 

오늘의 차는 “올드 블랙 매직”이라는 이름의 보이차에요. 빈티지한 보이차에 흑당 밀크티를 연상케 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을 더한 차랍니다. 마치 오래된 재즈 넘버의 마법 같은 매력을 담아낸 보이 블렌딩 차죠. 그런데, 전혀 일반 보이차 같지 않다구요? 이게 바로 블렌딩 티의 매력이랍니다.


Editior’s Note  *  *  *  *  *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내 입 안을 가득 채울 때쯤 달콤한 흑당의 향이 코 끝을 스치는, 더 할 나위 없이 맛있는 스트레이트 티. 웰컴 티를 마시니 정말 내 주위를 둘러싸던 시간이라는 장벽이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바쁜 현대 사회 속 빠르게 지나가는 내 주위의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빈 공간에 나와 차만 남은듯한 느낌. 내 안에 남아있던 속세의 것들은 이미 “올드 블랙 매직”과 함께 떠내려간 지 오래였다. 시작이 좋다. 

 

Piece 2. 신윤복

“- 여름의 휴식 / 풍속도병 (1813)”


다음 작품은 조선시대의 대표 풍속화가인 신윤복의 [풍속도병]입니다. 보존상태는 좋지 않지만 그림을 보다 보면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아래 계곡에서 옥수수를 먹었던 어느 한 여름날의 추억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런 옥수수의 추억을 담아 내린 차입니다.

 

*밀키 애프터이미지 : 달콤한 꿈 뒤에 남은 부드러운 잔상 정민아 – 잔상
**벨벳 골드 라운드 : 벨벳처럼 묵직하고 부드러우며 달콤한 금빛 Velvet Underground – I’ll be your mirror


… 이게 정말 차라구요? 믿을 수가 없어요!

아직 놀라기엔 이르답니다. 두 번째로 나온 크림 밀크티에요. 두 가지 블렌딩 티를 함께 우리고 옥수수 크림을 더한 옥수수 크림 차랍니다. 옥수수와 연유로 만든 옥수수 크림 아래에는 “밀키 애프터이미지”라는 이름의 우롱차와 아쌈 홍차를 블렌딩한 “벨벳 골드 라운드”로 만들어진 차에요. “밀키 애프터이미지”,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 마셔보면 동그랗게 말린 우롱차가 마침내 제 몸을 다 펼치는 동안 꾸는 달콤하지만 무겁지 않은 어떤 꿈과, 그 꿈이 만들어내는 맑고 깊으며 부드러운 잔상을 느낄 수 있답니다! “벨벳 골드 라운드”는 묵직한 바디감의 아쌈 홍차에 달콤 쌉싸름한 카카오를 더한, 금빛 벨벳같은 블렌딩 티에요. 물 양의 가감에 따라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게 이 차가 가진 매력 포인트 중 하나죠. 밀크티로 만들면 설탕 없이도 달콤하게 마실 수 있답니다.


Editior’s Note  *  *  *  *  *

잔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눈으로 먹어보는 것. 따뜻한 색감의 크림과 밀크티가 빛 바랜 풍속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섞지 않고 크림과 밀크티를 조심스레 입에 밀어넣었다. 한 여름에 갓 쪄낸 옥수수를 먹는 듯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밀크티 위에 살포시 덮인 부드럽고 진한 옥수수 크림이 내가 갖고 있던 차에 대한 편견을 와장창 깨부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도 이렇게 멋있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늘 같은 향, 같은 맛만 있는 건 아니라고. 무엇을 넣고 어떤 걸 선택하는지에 따라 무수히 많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Piece 3. 빈센트 반 고흐


“티 에이드 –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1889) or 티 칵테일 – 압생트가 있는 정물 (1887)”


고흐가 귀를 자른 뒤 잘 지내고 있음을 보이기 위해 그린 자화상입니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고흐의 눈동자가 평소 고흐의 애주였던 압생트의 녹색으로 그려져 있답니다. 고흐가 좋아하던 색인 크림 옐로우가 있었던 그림을 착안해서 제조한 티 에이드입니다. 애주가시라면, 같은 차에 고흐가 사랑했던 압생트를 넣어 만든 티 칵테일을 추천드릴게요.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에이드? 칵테일?

아쉽지만 전 운전을 해야 해서, 티 에이드로 마실게요.

 

 

*더하기 차 : 상큼하고 건강하게 수분 습관 더하기 차


시트러스 풍미의 상큼한 블렌딩 티 “더하기 차”로 만든 티 에이드. 반 고흐의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매력을 살린 절묘한 밸런스의 여름 메뉴랍니다. “더하기 차”는 알디프만의 차로써, 사람들의 부족한 수분 섭취를 보충하고, 충분한 수분 습관을 “더하는” 차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명명됐다고 해요. 상큼한 티 에이드, 그 안에 의외의 액체가 들어가니, 그게 무엇일지 잘 음미해보세요!


Editior’s Note  *  *  *  *  *

어떤 게 숨어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잔을 가까이 했다. 마시면 톡 쏘는 탄산이 입 안을 감쌌다. 아, 탄산인가? 싶었지만 토닉워터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차와 토닉워터의 조합이라니.. 예상치 못했는데, 정말 알면 알수록 반 고흐와 닮아 있는 음료라는 생각이 든다. 쨍한 색감처럼 청귤, 오렌지, 모과의 향도 쨍하게 상큼했다. 새콤달콤한 과일이 그대로 차가 된 것만 같은 맛과 향은 시원하지만 우리가 지금 있는 이 계절이 여름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듯했다. 

 

Piece 4. 명화관

“ 오귀스트 르누아르 – 피아노 치는 소녀들(1892)

or 장 프랑수와 밀레 – 추수 중에 휴식(1853)

or 신사임당 – 참외와 메뚜기.초충도(15??)”


앗, 눈 앞에 세 개의 갈림길이 생겼네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구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마음이 이끌리는 곳으로 가면 돼요.
저는…

 

 

“ 오귀스트 르누아르 – 피아노 치는 소녀들 (1892)”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만큼 빛나는 색채 전개로 수많은 걸작들을 남긴 화가입니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 역시 밝은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그림으로, 중산층 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그린 그림인데요, 이 그림처럼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우면서도 예쁜 색의 밀크티를 내어 드릴게요.

 

 

*스페이스 오디티 : 우주는 무슨 맛일까 David Boroie – Space Oddity


우주의 맛을 표현한 보랏빛 블렌딩 티 “스페이스 오디티”에 라벤더를 더해 허브의 매력을 한껏 살린 따뜻한 밀크티에요. “스페이스 오디티”는 아로마 차인데요, 캐모마일과 라즈베리, 그리고 파인애플의 향이 특징인 차에요. 은하수 중심에 있는 포름산에틸이 파인애플의 향을 이루는 물질이라는 이야기에서 착안하여, 우주의 맛과 향과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낸 상큼 달콤한 우주차랍니다. 여기서 잠깐! “스페이스 오디티”는 처음 우리면 영롱한 보랏빛을 띠어요. 하지만 여기에 레몬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보랏빛 우주가 핑크빛으로 물든답니다! 색채의 마술사 르누아르와도 잘 어울리는 차인 것 같죠?

 

Editior’s Note  *  *  *  *  *

평소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였던 터라,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형상화한 차는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왜인지 묵직해보이는 보랏빛의 밀크티. 음, 라벤더의 향이 배어 있는 고소한 맛이 났다. 고소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고소함 속 향긋함이 이 어딘가에 표류하고 있는 것만 같은 맛과 향. 위에 올라간 바닐라 빈은 티의 풍미를 한층, 아니 두 층 더 살리는 듯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나머지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게 차가 아니라 스프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들었다. 티푸드로 나오는 물양갱. “밀키 애프터이미지”를 우려 만든 우롱차 양갱으로, 달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함께 올라간 크럼블은 양갱의 식감을 살려주었다.

 

 

Piece 5. 프리데릭 레이턴

“- 타오르는 6월(1893)”


벌써 마지막 작품이네요. 방금 전에 들어온 것 같은데, 언제 또 이렇게 시간이 간 걸까요? 휴식이 필요한 당신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지금 보시는 [타오르는 6월]이라는 이 작품은 신화 속 숲의 요정인 님프를 그린 작품이라고 해요. 보기만 해도 참 아름다운 휴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도 그림 속 여인처럼 이곳에서의 마지막 휴식을 떠나볼까요? 눈을 감고, 석양이 비치는 적도의 해안가로 함께 떠나보아요.

 

 

*비포 선셋 : 영원히 걷고 싶은 어느 오후, 거리에 비치는 햇살의 맛 Julie Delpy – A Waltz for a Night


타오르는 노을빛을 닮은 무카페인 블렌딩 티, ‘비포 선셋’을 얼려 만들어 청량하고 상큼 달콤한, 여름에 어울리는 아이스 티 셔벗이에요. 꿀에 재운 자몽과 크림을 담뿍 올린 타르트처럼 상큼 달콤한 블렌딩 차랍니다. 여름의 햇살을 닮은 아름다운 노을빛에 떫거나 쓰지 않고 카페인이 없어 언제든, 누구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죠.

 

Editior’s Note  *  *  *  *  *

차로 만든 셔벗은 처음이었다. 차로 셔벗을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다니, 이분들은 정말 배운 사람들임이 분명했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자몽의 씁쓸한 향과  크리미한 식감이 주는 달콤한 맛이 한 데 어우러져 석양이 지는 적도의 해안가에 앉아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단단한 코코넛 과육은 셔벗의 매력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가니쉬로 올라온 애플민트로 입가심까지 하면 텁텁한 입 안을 깔끔히 정돈할 수 있다. 그동안 맛보았던 수많은 명작과 차들을 애플민트로 정리하여 내려보낸 느낌이다. 마지막과 참 잘 어울렸던 티 셔벗.

At the Gift Shop

자, 어떠셨나요?
평범한 줄만 알았던 차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고 온 소감이!
우리는 모두 편견을 갖고 살아요. 우리가 경험하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인데, 그게 전부라고 착각하곤 하죠. 사실 우리는 편견 덩어리일지도 몰라요. 평생을 믿으며 살아온 모든 것들을 다 편견이라고 치부하며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차가 있고, 같은 차일지라도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블렌딩 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요!

차를 마신다는 건 참 사소한 행위에요.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순간들은 언제나 사소한 사건과 찰나의 시간에서 비롯된답니다. 소설 ‘데미안’에서 알의 껍질을 깨뜨리는 작은 행동이 곧 세계의 변화가 되듯, 알디프의 차는 우리의 지루한 일상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 줄 거에요. 알디프에서는 차를 마시는 작은 습관의 변화를 통해 삶의 가장 감각적이고 소중한 순간의 경험을 이끌어내며, 이로 인해 변해가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조명하고 추구합니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순간에 따뜻한 차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알디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곳에서의 작은 변화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니까요!

 

 


어어, 잠깐! 차만 마시고 가는 건 너무 아쉽지 않아요?


미술관을 나가기 전에, 우리의 전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봐요. 이 곳은 오늘의 명화들과, 그리고 차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리마인드 공간이랍니다. 오늘의 전시를 되짚으며 천천히 둘러보면 오늘의 경험은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은 오감 속 추억으로 남아 우리의 소중한 보물상자 한 켠에 예쁜 자수정으로 빛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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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온다. 늘 이맘때쯤 난 내 보물상자를 열어 그 안에 쌓인 수많은 보석들을 닦아준다.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빛에 바래지 않도록. 작년 여름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하며 열었던 보물상자, 구석 어딘가에서 자수정이 환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주저없이 꺼내 본 보랏빛 자수정. 그때 나는 순식간에 2021년 한 여름 어느 날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사람들은 힘들 때 행복했던 과거의 추억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던데, 내게 있어 알디프는 참 행복한 기억이었나 보다. 보물상자 속에서도 가장 환한 보랏빛을 뽐내며 빛나고 있었으니.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힘차게 달리다 어딘가에 걸려 넘어질 때, 지쳐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헉헉대고 있을 때, 난 알디프에 간다. 이곳에서의 두 시간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빛나는 오아시스처럼, 숨막힐 정도로 빨라 어지러운 나에게 한 줄기 여유를 비춰줄 테니까.

 

Thank you!

여러분, 지금까지 에디터 파인과 함께 떠났던 여행 어떠셨나요? 저와 함께 떠났던 여행이 즐거우셨길 바라며, 지금까지 알디프의 2021년 여름 시즌 티 코스, [미술관]이었습니다! 다가오는 2022년의 여름, 알디프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해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까요? 


알디프 티 바 (Altdif Tea Bar)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5길 19

화-일 11:00 ~ 21:00 /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altdif

파인
AUTHOR PROFILE
파인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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