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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 · 05 · 18

176. 투비위드유

Editor 소한


다 놀았니?

이제 글을 써보자. 

 

미루고 미뤘더니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어느덧 잔치 마감도 여섯 번째,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아직도 금쪽이 에디터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할 일이 밀리는 게 그렇게 버겁고 힘들면, 미리미리 조금씩 해두면 되잖아?”라는 말에도 좀처럼 시원한 대답을 내놓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마지막 글에 와서야 내가 그토록 일을 미루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플레이스는 마지막 글에서 소개하려고 꼭꼭 아껴둔 장소, 투비위드유다. 

 

* * *


잔나비 – 우리애는요
노래와 함께 읽어주세요!

 

술 먹자. 우리 내일 아침 대면 수업이라고? 괜찮아, 괜찮아. 먹고 생각해. 내가 살게. 진짜 딱 한 잔만 먹을 거니까! 소주는 좀 힘들고, 맥주 먹어야지. 맥주… 응응. 어때, 맥주잔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하얀 거품이 샤악… 그걸 시원하게 쨘! 그걸 이제 그냥 쭉쭉 들이키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탄산이… 캬-! 아 너무 청량하다! 그리고 고소한 팝콘을 한 움큼 먹으면…! 이게 행복이지. 행복은 늘 가까이에…

. . .  

이만큼 꼬셨으면 넘어가 줄 때 됐잖아… 안 간다고 하면 길거리에서 춤출 거야. 여기서 브레이크 댄스 추면서 너 쫓아갈 거야. 그리고 엄청나게 크게 너 부를 거다. 나의 절친한 친구 OO대 OOOO학과 OO학번 OOO아~~~

 

 

좋아. 오늘도 모든 건 계획대로. 그럼 바로 투비위드유로 직행하느냐, 그건 아니다. 그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투비위드유의 안주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팝콘뿐이다. 하지만, 마음씨 넓은 사장님께서 안주의 배달과 포장을 ‘대환영’ 하시기 때문에 맥주와 함께 즐길 안주를 취향껏 마련할 수 있다. 물론, 팝콘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안주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은 날엔 이곳으로 간다.

 


신촌의 모 감자튀김 가게

 

‘감자튀김만으로 장사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신촌의 유명한 감자튀김 가게. 중(中)자 감자튀김 하나에 기본으로 주어지는 소스 두 가지를 야무지게 포장했다. 참고로, 나의 선택은 스위트 칠리와 나쵸 치즈다. 좋아, 이제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다.

 


모퉁이에 있는 오늘의 플레이스

 

폼프리츠에서 2분 걸으면 투비위드유가 나온다. 네X버지도 기준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걸으면 1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백 투더 퓨처의 포스터가 크게 붙어있어 헷갈릴 수 있지만, 이 가게의 이름은 투비위드유가 맞다. 어느덧 시간은 저녁 일곱시, 붉은 네온사인이 켜지고 문이 열린다. 한 손에는 열기가 폴폴 올라오는 감자튀김 봉지를 들고, 다른 손에는 친구의 옷소매를 붙들고 오늘도 입장!

 


레드‘락’도 ‘락’이다. 그리고 락은 樂이지!

 

3,5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의 레드락 생맥주와 공짜 팝콘, 그리고 신청곡. 이 세 가지가 투비위드유의 메인이다. 술과 음식, 음악이라니 정말이지 완벽한 삼위일체가 아닐 수 없다. 계단이 가파르니 들뜬 마음은 조금 가라앉히고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계단을 내려가자.

 


Back to 1996, 빈티지한 가게 내부

 

가게 내부는 지하인 걸 잊을 만큼 쾌적하다. 테이블들은 모두 각각 나뉘어있기 때문에 어디에 앉든 아늑한 기분이 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나누어둔 것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좋다.  탁 트이면 탁 트인 대로 좋아할 거지만. 

 


용기가 없어서 앉아본 적은 없는 특이한 의자

 

투비위드유는 특이하게도 복층구조이다. 그렇다면 2층에 올라가 보지 않을 수가 없지. 2층도 1층과 마찬가지로 테이블들이 나뉘어있고, 벽면에는 옛날 영화의 CD 케이스들이 주르륵 진열되어있어 아기자기하고 빈티지하다. 나의 최애 좌석도 2층에 있다. 계단으로부터 가장 멀고,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다. 2층이기에 입구에서 사람들이 왔다갔다해도 정신사납지 않고, 동시에 답답하지 않아서 좋아한다.

 

사장님을 닮아 친절한 메뉴판

 

자리에 앉았으니 맥주를 시켜볼까. 메뉴판을 보면 꽤 많은 종류의 술이 있다. 올 때마다 메뉴판을 열심히 들여다보곤 하지만,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다. 보통 레드락과 데드락 중 하나다. 시원한 맥주로 친구를 꼬셨으니 우선 가볍게 레드락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사장님! 여기 레드락으로 두 잔이요!

 


팝콘 한 바가지(!)와 시원한 레드락 생맥주 두 잔 

 

레드락과 말 그대로 팝콘 한 바가지가 나왔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따끈따끈한 팝콘을 한 움큼 집어 먹으면 그야말로 천국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하고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팝콘은 몇 번을 리필해도 사장님이 친절하게 가져다주신다. 역시 천국에는 천사가 있는 법이다.

레드락 생맥주만으로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시원한 맛에 먹는 부드러운 라거. 그뿐이다. 하지만 맥주의 맛은 함께하는 사람과 장소, 분위기, 맥주를 마시는 이유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금요일 밤, 꿀 같은 주말을 앞두고 혼자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먹는 맥주 한 캔과 야구장에서 사람들과 환호성을 지르며 꿀떡꿀떡 삼키는 맥주, 한가로운 저녁에 연인과 함께 공원에서 홀짝이는 맥주는 모두 같은 맥주일지라도 각각 다른 맛을 낸다는 뜻이다. 

 


쨘-!

 

그런 이유로 투비위드유에서 먹는 레드락은 특별하다. 여러번 돌려본 독립영화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나누는 오랜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시원한 맥주. 여기에 사장님의 좋은 선곡까지 더해지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완벽한 레드락이 된다. 이 곳을 보며 독립영화를 떠올린 건 아무래도 안주가 팝콘이어서가 아닐까.

 


테이블마다 놓인 작고 귀여운 신청곡 용지들

 

흘러나오는 노래들에서 내가 살아본 적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신청곡을 적어서 낼 수도 있지만, 나는 사장님의 선곡을 믿고 따르는 편이다. 굳이 무언가 적어서 내기에는 사장님의 선곡이 이미 충분히 좋다. 요즘 가수들의 노래도 종종 섞여서 나오는 편인데 그것도 굉장히 조화롭다. 오늘은 이문세와 잔나비가 주를 이루었다. 

 


물론, 노래를 들으며 감자튀김을 집어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들에 비하면 대충 사는 것 같은데,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이게 대2병인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늘어 놓다가 말 없이 음악을 듣던 둘은 그제야 말문이 트인다. 들숨에 휴학하고 싶다, 날숨에 자퇴하고 싶다를 외치다가 인터넷에서 대충 찾은 대2병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꺼내 들었다. 

1번,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다. 맞다. 2번, 휴학이나 자퇴를 고민한다. 이것도 맞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 불안하지만 의욕도 없고 막막하다… 너무 맞다. 주위 사람들과 나의 스펙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지.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6번, 쉬는 날엔 잠만 자다가 하루를 다 보낸다. 세상에, 저희를 아세요?

천장을 두리번거리면서 뭔가 찾는체 한다. 누가 우리 찍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럼 우리 금쪽이로 방송 타는 거야? 장난스레 지어 보이는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에 둘은 동시에 웃음이 터진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딱 한 잔만 더 할까?

 


부드러운 레드락과 삼삼한 데드락

 

“너라서 얘기하는 건데, 나 대학에 온 뒤로 늘 평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시험만 봤다고 하면 늘 평균 아래야.” 친구의 한탄을 시작으로 각종 망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퀴즈를 깜빡해서 제대로 학기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재수강을 다짐하게 된 이야기, 교수님께 혹평을 들은 이야기, 등수가 나오면 맨 뒤에서부터 보는 게 습관이 된 이야기…

요즘 들어  평균은 우리에게 가혹하다. 평균은 낮고 높은 점들이 만들어 내는 중간선이기에 절반쯤은 그 위에, 나머지는 그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삶의 안전선 같은 평균값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내가 되는 일은 늘 뼈 아프다.   

 


우리를 닮은 어설픈 알갱이들

 

그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수북했던 팝콘 그릇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수북하게 놓였던 꽃잎같이 뽀얗고 예쁜 팝콘들, 그 아래에는 미처 제대로 터지지 못한 옥수수 알갱이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 옥수수까지도 터트려서 알갱이 없는 완벽한 팝콘을 만들어보려고 계속해서 전자레인지의 시간을 늘리고, 늘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돌려봐도 옥수수 알갱이들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멀쩡하던 팝콘들에서 탄내가 나서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평균을 구성하는 낮고 높은 그 모든 점들이 필연적이듯, 어설픈 낱알과 터지지 않은 옥수수 알갱이도 팝콘의 일부로 어쩔 수 없이 늘 함께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어설프게 터진 그 옥수수 낱알을 굳이 집어 씹어본다. 고소하다. 입 속에서 데글데글 구르는 식감은 거칠지만 잘 터진 팝콘보다 더 바삭하고 꼬숩다. 나는 그 어설픈 알갱이가 꼭 나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알갱이의 행방은 먹는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다음 팝콘을 받으러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 덜된 알갱이를 찾아내어 턱이 뻐근하도록 씹어먹는 사람들도 있다. 금쪽이 같은 나를 늘 소중하게 대해주는 친구들과 서툰 내 글을 진심으로 읽어주는 독자님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런 당신들이 있기에 어설픈 나도 팝콘의 일원, 아니 잔치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To be with  you,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건 그리 많지 않다. 편안한 공간에 흐르는 좋은 노래와 좋은 사람들, 시원한 맥주 한잔에 따끈한 팝콘 정도면 그만이다. 글과 말, 예술과 사람, 그 모두를 품는 신촌이 있다면 그것이 ‘잔치’인 것처럼. 

 

.

.

.

근데 뭔가 아쉽지 않아?

우리, 2차 갈까?

 
 


투비위드유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9길 17

매일 오후 7:00~오전 1:00

070-7761-2826

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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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겨울을 사랑하는 재미지상주의자!

COMMENTS

댓글 2

  1. 담다라담
    담다라담 2022.05.18 22:33

    하… 따스한데 묵직-하다
    글 잘 썼다 멋져 팝콘 알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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