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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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5 · 05 · 14

11. 알라딘

Editor 고니

 신촌역 유플앞, 아니면 빨간 거울, 혹은 빨간 망원경, 누군가에겐 빨간 빨대 앞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 10분 전. 카톡이 울린다. 미안, 30분 정도 늦을 것 같아. 어디 카페에 들어가 있어. 내가 커피 살게. 그렇지만 나는 이미 약속 장소에 나오면서 레몬에이드를 사버렸는걸. 커다랗게 브랜드 마크가 박혀있는 컵을 들고 다른 프랜차이즈에 들어가 앉아있을 수 있는 뻔뻔함은 없어. 30분동안 푹푹 찌는 날씨에 밖에 서있을 수 있는 인내심도. 그럴 때면 나는 알라딘에 가지.


입구 옆의 큼지막한 숫자들은 그 날 새로 들어온 중고 서적의 권 수를 알려준다. 책을 좋아하는 에디터에게 이는 마치 오늘 좋은 술 들어왔다 혹은 좋은 연어 들어왔다는 술집 사장님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게 다가오는 메시지다.

오늘은 이 책이 아주 싱싱하다구!


설레는 마음을 안고 유리문을 몸으로 밀면 폭이 좁은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복층의 서점이 보인다. 위 층에는 책 뿐만 아니라 음악 CD들도 구비되어 있고, 외국 서적, 잡지, 취미 활동과 관련된 책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이 서브 스테이지라면, 가장 아래 층에는 “서점”이라고 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서적들-문학, 에세이, 시집들이 즐비한 메인 스테이지. 작가별, 나라별, 흥행 순으로 정리되어 있어 장르 하나만 잡고 슬슬 눈어림으로 봐도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


특정 도서 구매를 목표하고 가도 훌륭한 곳이지만, 수많은 약속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되는 신촌에 위치함으로써 신촌 알라딘은 또 다른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다. 바로 “친구 기다리는 동안 시간 때우기 좋은” 이다.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약속 시간을 살짝, 혹은 엄청 늦는 것은 개인의 죄책감과는 별개로 매우 범해지기 쉬운 시대가 되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20분 늦는다는데 유플렉스 앞에 서서 기다리는 것은 뭔가 처량해 보이고, 벤치나 의자는 이미 사람들로 꽉꽉 찼다. 게다가 20분 동안 핸드폰만 보며 기다리면 안 그래도 불안한 배터리가 너무나 아깝다. 이런 경우 유플렉스와 지리적으로도 가까우며(도보 2분) 다양한 취향의 서적으로 확실한 흥미와 재미를 보장하는 알라딘을 간다면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으면 하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타이틀은 “수업시작 시간보다 너무 일찍 신촌에 와버렸을 때 좋은”이나 “구두 수선을 맡겼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수선집에 뻘쭘하게 앉아 있기는 싫을 때 좋은” 등의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가 가능하다.

에디터가 가장 많은 시간을 알짱거리며 보내는 코너


살짝 살짝 돌아다니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찾았는데, 서서 보기에는 다리가 아프고 뒤에 서있는 사람의 거친 시선과 불안한 내 마음이 꺼림직하다면 앉아서 볼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2개 층의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자리이며, 바로 옆에는 <고객이 방금 전까지 읽다 간 책> 이라는 책장이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책이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놓을 필요 없이 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알라딘의 서적들은 판매용 도서이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고객님.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으므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를 사수하자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지만, 신촌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알라딘의 매력 중 하나는 번잡한 거리를 벗어나 흘러가는 시간을 내 손으로 넘기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점점 더 더워질 여름의 신촌. 그 지하에 이런 유유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마음이 여유로워지지 않는가.


  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창천동 31-39

  전화 : 1544-2514

  홈페이지 : http://off.aladin.co.kr/usedstore/wstoremain.aspx?offcode=sinchon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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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곤작 쓰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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