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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5 · 05 · 28

12. 루스 채플

Editor 고니

루스 채플은 대학교회입니다. 그리고 에디터는 기독교인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스 채플은 매우 흥미로운 공간임이 분명합니다.


루스 채플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졸업할 때까지 모를 수도 있는, 공공연한 비밀 같은 장소다. 호그와트도 아닌데 이런 장소가 학교에 있을 수 있는 건 루스 채플의 재미있는 위치 덕분이 아닐까. 중앙도서관, 대강당, 학생회관과 가까워 학교 중앙에 있는 듯 하면서도, 막상 전면이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지 5분이 안 되어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신 없이 북적거리지도 않는 한산함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루스 채플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인가. “채플”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독교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 곳을 활용하는 용도는 주로 비종교적인 일이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친교실”에는 누구든 앉을 수 있는 넓은 책상이 줄 서있다. 6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이 9개나 있기 때문인지 각종 팀플과 조모임의 장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물론 테이블 하나에 사람 한 명이 앉아도 눈치 주는 이는 없다. 깨알 이벤트로 예수의 생애를 그린 동양화가 친교실의 벽을 두르고 있으니, 성경의 어느 부분을 묘사한 그림인지 이게 대체 뭔 상황을 묘사한 그림인지 추리하고 제목을 확인하며 빵 터지는 것도 괜찮은 시간 때우기가 된다.

 

공부(강조)하거나 휴식(강조)을 취할 수 있는 공간

한글패치로 마구간 대신 외양간에서 태어난 예수


뭐니 뭐니 해도 “채플”이기에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매력은 오르간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에디터처럼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 평소에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하지만 이 곳 루스 채플에서는 평일에도 주님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오르간을 연습하는 예쁜 언니들 덕에 평일 오후에도 오르간 소리를 듣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학관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늦을 때 1층 로비에 앉아 성스러운 오르간 연주를 들으며 화를 삭힐 수도 있고, 친교실에서 과제를 할 때 클라이막스로 고조되는 오르간에 맞추어 집중도를 최대로 맞출 수도 있다.

뚱땅뚱땅


에디터가 루스 채플을 이용하는 때는 공강 시간 혹은 약속 시간까지 1시간 이상 떴을 때이다. 남은 시간이 애매해서 작정하고 뭘 하기도 좀 그렇고, 중도에 가자니 1시간 좀 안되게 있으려고 자리 예약을 하기도 좀 그렇고. 이럴 때 루스 채플 친교실에 가면 대개 1자리 이상은 반드시 남아있으니 마음 편하 가도 좋고, 딱히 책상에 펼쳐놓을 게 없어 앉아있기 민망하다면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도 좋다. 핸드폰 스크롤을 쭉쭉 내리면서 예배실에서 울리는 오르간 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성스러운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로비의 서늘한 기운과 건물 안에서 메아리가 도는 음악과 조곤조곤 나긋나긋한 분위기의 삼위일체. 이것이야말로 비종교적 개인의 종교적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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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곤작 쓰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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