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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 · 10 · 07

184. 드렁크몽크

Editor 파인

24시 #E8B31D

 

감성의 공감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의 시간을 향유하다

 

 그런 적 있지 않나요? 큰 맘 먹고 들어간 칵테일 바, 호기롭게 들여다 본 메뉴판 속에는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어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는 거에요. 이게 도대체 어떤 칵테일인지 물어보자니 민망하고 그렇다고 수많은 메뉴들을 일일히 검색하자니 번거로워 난감했던 적, 저만 있는 건 아니겠죠? 어지러울 정도로 빼곡한 메뉴들 중 내가 정말로 원하는 칵테일을 찾아서 주문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원하는대로, 말하는 대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선택의 실패 없이 우리의 취향을 탕탕 저격하는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곳

 

 하나둘씩 꺼지는 빛과 함께 짙어지는 연희동의 밤, 그 밤에 금빛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공간이 있습니다.

 


컴컴한 어둠 속 금빛으로 빛나는 오늘의 목적지

 

 금색의 작은 입간판을 따라 가면, 철문 뒤 골목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드렁크몽크를 찾을 수 있는데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골목에 다다르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환한 불빛을 볼 수 있습니다.

 

 

 금빛의 화려한 샹들리에와 함께 우리를 맞이하는 동양풍의 인테리어는 드렁크몽크의 유니크한 클래식함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합니다. 바 형식의 열 자리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높은 층고가 주는 크고 웅장한 공간감 덕분에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빼곡히 진열된 각종 주류들과, 중앙에 당당히 그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이름 모를 동양화인데요, 자세히 보니 드렁크몽크 로고에 있는 토끼와 개구리가 그려져 있네요.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걸까요? 

 


조수인물회화 <스모를 하고 있는 개구리와 토끼 – 갑甲권 일부>


드렁크몽크를 수호하는 도깨비 상

 

 사장님께 여쭤보니 조수인물회화라는 일본의 국보로, 사장님의 취향으로 꾸며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림 외에도 벽 양쪽에 당당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도깨비 상으로, 한옥 처마 끝에도 장식되며 도깨비가 지키고 있는 영역에 다른 귀신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자리에 앉으면 때에 따라 달라지는 드렁크몽크의 기본 안주가 무료로 제공되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안주가 우리와 함께 하게 될까요?

 


사과 슬라이스와 코코넛 칩, 그리고 치즈 플레이트


손이 가요, 손이 가~ 삼삼하게 즐길 수 있는 김 안주

 

 안주와 좋은 페어링의 칵테일을 선택하면 더욱 더 잘 즐길 수 있겠네요! 안주까지 나왔다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내가 무엇을 마시고 싶은가?” 처음에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정해져 있는 메뉴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맛볼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확연히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센스 있는 바텐더가 우리를 결정장애의 늪에서 구해줄 것이니까요!

 여기에 에디터의 센스를 더해서, 좀 더 쉽게 칵테일을 주문할 수 있는 팁을 전수해드릴게요!
첫 번째, 마시고 싶은 칵테일의 도수 선택하기. 이건 쉽죠? 나의 주량에 맞춰 술의 도수를 먼저 결정하면 됩니다.
두 번째, 단맛? 신맛? 스모크한 맛? 칵테일의 맛 선택하기.
도수가 낮은 술은 무조건 달고 도수가 높은 술은 무조건 쓰다는 편견은 그만! 도수와 상관 없이 내가 음미하고 싶은 맛을 알려주세요!
세 번째, 통통 튀는, 우유처럼 부드러운, 퐁신퐁신 쫀득쫀득한, 칵테일의 질감 선택하기.
입 안 가득 펼쳐지는 칵테일의 축제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자, 그러면 팁들을 활용해서 주문을 한 번 해볼까요?

 

#1. 상큼한 걸 좋아하는 술린이의 주문


+ 낮은 도수의 칵테일이었으면 좋겠어요.
+ 토마토랑 바질을 좋아해요.
+ 주스같은 칵테일을 마시고 싶어요.
– 스모크한 향은 싫어요.


Bartender’s Say * * * * *

 

 

 보드카 베이스의 [Berentzen Peach]와 [Beaufor White Wine Vinegar], 그리고 꿀 시럽과 바질을 함께 다져 쉐이킹한 후 토마토와 바질로 마무리한 칵테일입니다. 커스텀 칵테일이라, 이름은 따로 없습니다. 손님께서 지어주시는 이름이 이 칵테일의 이름이 되는 거에요.

 

 

* * * * * Customer’s Note

 한 입 맛보자마자 코를 스치는 토마토 바질 향에 한 번 놀라고, 달콤한 주스같은 맛에 두 번 놀라고, 술 맛이 전혀 나지 않아 세 번 놀랐답니다! 저는 이 칵테일을 블러디 바질 에이드라고 명명하고 싶네요.

 

#2. 부드럽게 취하고 싶은 알콜러버의 주문


+ 도수는 높아도 상관 없어요.
+ 새콤달콤한 맛이 났으면 좋겠어요.
+ 부드럽거나 퐁신퐁신한 질감이 났으면 좋겠어요.
– 술 맛이 강하게 나는 건 싫어요.


Bartender’s Say * * * * *

 

 

 위스키 베이스의 [Maker’s Mark Whisky]에 레몬즙, 설탕 시럽, 그리고 계란 흰자를 잘 휘핑하여 쉐이킹한 후 앙고스트라 비터로 마무리한 위스키 사워 한 잔 드릴게요. 부드럽고 퐁신퐁신한 질감을 원하셨던 고객님의 요청에 맞춰 계란 흰자로 칵테일의 거품층을 한 층 두껍게 만들어보았습니다. 도수가 강하니, 과음에 조심하세요.

 

 

* * * * * Customer’s Note

 위스키 사워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새콤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으로 입 속이 즐거워지는 맛입니다. 계란 흰자에서 비린 맛이 날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지 뭐에요? 맛있게 취하고 싶은 분들께는, 새콤달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위스키 사워 추천해드릴게요!

 

#3. 술은 역시 해장술이지! 요리같은 칵테일을 맛보고 싶은 모험가의 주문


+ 요리같은 술을 맛보고 싶어요.
+ 토마토도 좋아하고 매운 것도 잘 먹어요.
+ 풍미가 가득하면 좋겠어요.
– 술의 맛이 칵테일을 지배하는 건 싫어요.


Bartender’s Say * * * * *

 

 

 이번엔 재료가 많이 들어가니 두 눈 크게 뜨고 봐주세요. 보드카 베이스의 [Ketel One Vodka]에 토마토 주스 대신 백합 조개와 토마토주스를 우려 만든 [Clamato]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매운 맛을 더해주는 [Scrappy’s Bitters Firewater]와 [Tabasco Pepper Sauce], 감칠맛과 풍미를 위한 [The Japanese Bitters Umami]와 [Lea & Perrins Worcestershire Sauce]까지 더하면 정열적인 블러디 시저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통후추와 구운 올리브까지 올라가면 쿡테일(Cooktail) 완성입니다. 매운 맛이 강하니 드실 때 유의하세요!

 

 

* * * * * Customer’s Note

 앗 뜨거! 정말 이름처럼 정열적이고 핫한 칵테일이네요. 칵테일에서 이런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칵테일의 매운맛을 구운 올리브의 고소함이 중화시켜 주는 게 아주 매력적인 칵테일, 아니 쿡테일입니다. 

 어때요? 칵테일 주문, 참 쉽죠? 나의 취향만을 고려해 만들어가는 커스텀 칵테일,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의미도, 재료도 모른 채 그냥 마시는 칵테일 보다는 제대로 알고 마시는 칵테일이 더 맛있는 법이겠죠? 드렁크몽크에서는 클래식 바 답게, 칵테일의 모든 조주 과정을 지켜볼 수 있고, 바텐더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내가 마시는 술이 어떤 술인지 배우며 마실 수 있답니다. 

 가장 중요한 가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드렁크몽크의 모든 칵테일은 18,000원 ~ 22,000원 사이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칵테일의 퀄리티와 무료로 기본 안주가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가격대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분위기에 취해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훅 늘어난 계산서를 보실 수 있으니 그 점 유의하세요!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소중한 장소가 되어가는 중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하루로 마무리하며 술을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때면, 에디터는 늘 드렁크몽크가 생각납니다. 칵테일이야말로 인간의 오감 중 세 가지 감각인 시각, 후각, 그리고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말 그대로 공감각적인 술 아닐까요? 사람의 감성이 가장 짙어지는 24시, 감성의 공감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드렁크몽크에서 내가 너무나도 사랑해 마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 앞으로 우리 마음 속에 오래도록 바래지 않는 추억이 될 거라 믿습니다. 사랑, 사람, 그리고 추억이 한 데 모여 한껏 예민해진 우리의 감각을 어루만지는 이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말이죠.

 밤은 점점 깊어가 날짜가 바뀌고, 하늘이 완전한 암청빛으로 물들 때쯤에야 에디터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술의 힘을 빌려 잠시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데, 저 계단을 올라서면 다시 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이곳을 지켜주는 듯한 금빛 불상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 드렁크몽크를 나섭니다.

연희동에 내려앉은 암청빛의 밤하늘

 

 가끔 저 암청빛 하늘이 에디터의 현실 같을 때가 있어 막막하고, 한 치 앞을 몰라 무섭기도 합니다. 현실이 무서울 때마다 밝은 곳을 찾아 잠시 짧은 도피성 여행을 떠나기도 하죠. 바로 지금처럼 말이에요. 아무리 사람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칠흑같은 어둠 속 길을 찾기 힘들 때 주변을 환히 비춰줄 등불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에디터는 드렁크몽크가 여러분들께 그러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어두울 때 가장 환히 빛나는 저 금빛의 공간처럼, 에디터의 앞날에도, 여러분들의 앞날에도 찬란한 황금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드렁크몽크 (DrunkMonk)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3-4 B1층

매일 19:00 ~ 04:00

인스타그램 @bar_drunkmonk

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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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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