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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2 · 11 · 09

365. 취향(香)저격, 에드유 전희정 사장님

Editor 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스쳐지나간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거야-

 

에디터의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멜로가 체질’의 대표적인 OST인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이다. 전체 가사의 내용은 아직 고백을 하지 못한 채 짝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향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지하철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의 향기가 좋으면 괜히 어떤 향수를 썼는지 궁금하고. 길을 걷다가 추억이 묻어있는 향기나 냄새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다시 살펴보게 되고. 그 향과 함께 잠깐이나마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향은 누군가를 인식하고 기억하고 각인시키는, 또 누군가에게 나를 기억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향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다양하다. 외출 전에 고르는 향수는 오늘 하루의 기대감을 넣어주고, 아로마 항기는 밖에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침구에 뿌리는 필로우 미스트는 잠들기 전 포근함을 선사해준다. 에디터 역시 디퓨저와 캔들에서 퍼지는 은은한 향기, 그리고 집을 나서기 전 뿌리는 향수의 향기로 기분을 종종 리프레시하곤 한다. 이렇듯, 향을 애정하는 에디터는 이번에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향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에드유 향수공방의 사장님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8개월 째 에드유 향수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전희정입니다. 현재 향수 원데이 클래스, 인센스 원데이 클래스, 그리고 조향사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향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향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정말 단순해요. 사실 저는 7년 동안 필라테스 강사로 대학교 시절 이후부터 일을 꾸준히 해왔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필라테스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이 되게 많기도 했어요. 내가 진짜 이 직업을 좋아하는지, 내가 이 직업을 나의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면 후회하지는 않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죠. 그러던 시기에 친구와 우연히 향수공방에 가게 되었어요. 향수공방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며칠 뒤에 조향사 자격증 반을 알아보고 바로 등록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죠.

 

와 추진력과 결단력이 정말 엄청나신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느끼시기에, 조향사라는 직업에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조향사라는 직업은 향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고, 잘 섞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각각의 향들을 잘 기억하는 올팩션* 능력과 향기를 잘 어우러지게 조합하는 이런 감각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올팩션(Olfaction): 향료를 시향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표현 및 정리하며 향료를 기억하는 후각 훈련

 

 

그럼 향을 기억해내는 사장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향은 같은 향이라도 자신이 경험한 기억과 함께 다르게 저장됩니다. 저는 그 경험과 이미지를 향과 연관시켜 기억하고, 생소한 향들은 그 향의 원료들을 찾아보며 왜 이런 향이 나는지 이해하며 기억하는 편이에요. 조향사는 주어진 이미지에 어울리는 향이 무엇인지 찾고 목적에 맞게 향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 각각의 특징을 파악하고 기억하는 올펙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에드유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냥 제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진짜 빠르게 결심했죠.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신 것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도 느껴져요. 에드유라는 가게명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Add scent to your breath. 당신이 숨 쉬는 순간에 향기를 더하다는 뜻이에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그 순간순간에 기분 좋은 향기들이 일상 속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어요. 이걸 축약해서 ADD U.가 되었습니다.

 

공방 위치를 이대역 근처, 신촌 근방으로 선정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일단 저는 집이랑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해야 공방을 운영하기에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신촌 쪽에서 오래 살아서 이 지역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죠. 저희 향수공방의 타겟이 학생분들이나 비교적 젊은 세대들인데 이미 홍대 근처에는 공방 자체가 워낙 많다는 것을 알아서 이대 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조향사 자격증반 선생님들을 위한 에드유만의 노트

 

현재 공방에서 조향사 자격증반까지 운영하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아무래도 사람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계속 해왔다보니 가르치는 것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고 또 뿌듯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그래서 향을 좋아하고 향에 대해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능력과 노하우를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향수를 위한 향료 월드컵 진행중

 

조향사인 사장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향은 무엇인가요? 

향들은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하나를 선택하기가 너무 어렵네요.(웃음) 향이 탑, 미들, 라스트로 나눠지니까 제가 여기에서 하나씩 뽑아볼게요. 먼저 탑에서는 베르가못*, 미들에서는 뮤게**, 라스트에서는 샌달우드***라는 향을 선택하겠습니다. 이 향들은 향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다른 향들이 섞일 때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향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옆에서 돕는 조력자의 역할이라 제가 더욱 멋지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베르가못: 라임과 오렌지 그 중간의 잔잔한 껍질향

**뮤게: 하양고 청초한 물기를 머금은듯한 꽃향

***샌달우드: 따뜻한 우드톤의 카페 안에서 풍기는 목재향

 

그럼 손님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인기있는 향은 무엇인가요?.

손님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향은 대체로 플로럴 계열의 향이에요. 그 중에서 조금 시원한 느낌이나 여리여리한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매그놀리아*나 뮤게를 제일 많이 선택하시는 편이에요. 사실 계절에 따라서 좋아하시고 선택하시는 향들이 달라서 어떤 향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는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매그놀리아: 봄바람을 타고 날려오는 듯한 달콤한 꽃향

 

시중 향수를 보면 베이스에 보통 머스크 계열의 향기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유가 따로 있나요?

일단 머스크 자체가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향이기도 하고 향들이 서로 조화롭게 잘 섞일 수 있게 도와줘요.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오랫동안 남아있는 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살냄새와 같은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의 잔향으로 남기 때문에 많은 향수에서 베이스 노트로 활용하고 있어요.

 

에디터의 향수에도 어김없이 머스크가 함께했다.

 

향료간 밸런스도 중요해요

 

아까 향수를 만들다보니까 탑, 미들, 라스트에 들어갈 수 있는 향 종류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어요. 향료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맞나요?

이건 사실 협회마다 다른 부분인데 저희 협회는 휘발도를 기준으로 두고 있어요. 향들이 섞였을 때 그리고 시간이 지났을 때 본래 가지고 있던 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정하고 있어요.

탑에 들어가는 향료들은 휘발도가 강해서 비교적 빠르게 향이 날아가는 것들이에요. 미들은 한 중간정도의 휘발도를 가지고 있고 라스트에 들어가는 향료들은 보류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휘발도가 가장 약해서 많이 날아가지 않아요.

 

 

그렇다면 사장님 본인만의 향수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향료를 사용해보고 싶으신가요?

사실 내년에 저만의 향수를 할 예정이어서 어떤 향료를 사용할지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데요. 그래도 간단하게 말을 하자면 탑에서는 바질 향, 미들에서는 오스만투스나 라일락 또는 뮤게 이런 애들을 넣을 것 같고요. 라스트에서는 레더나 화이트 머스크. 제가 이 두 가지가 같이 만났을 때의 향을 되게 좋아해서요. 따뜻하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이 나거든요.

 

그럼 에드유의 명칭은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신가요?

네, 향수 브랜드를 에드유로 하는 것은 확정인데 이제 출시될 향수 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근데 아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나눠서 네이밍을 할 것 같아요. 아이유의 노래 가사 중 ‘봄 한 송이, 여름 한 컵, 가을 한 장, 겨울 한 숨’ 이렇게 사계절을 표현한 부분이 있어요. 저도 여기에 영감을 받아서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봄 계열에 어울리는 거 하나, 여름에 어울리는 거 하나 이렇게 해서 총 4개 정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시중에 계절 별로 향수가 출시된 브랜드는 없는 것 같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럼 원래부터 향수 브랜드 런칭을 할 계획이 있으셨나요?

처음에는 향수공방만 운영할 생각이었어요. 원데이 클래스나 조향사분들을 새로 배출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있었는데 제가 공방을 계속 운영하다보니까 나만의 브랜드를 런칭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손님들 중에 제가 조향한 향들을 맡으면서 너무 좋아서 이 향 그대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분들도 많이 계셨거든요. 어쩌면 사소한 것이지만 제가 만든 향을 누군가가 좋아하고 덕분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기쁘더라고요. 그래서 제 향을 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도 브랜드 런칭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에드유의 ‘위드유’ 디퓨저

 

에드유의 무드를 담은 향인 ‘위드유’ 디퓨저는 출시되었다고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위드유’라고 네이밍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드유는 어떤 향인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위드유는 이름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신과 함께 간다’ 라는 뜻으로 만들었어요. 당신의 그 공간에서 ‘위드유’라는 향이 같이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죠. 에드유, 위드유 라임 같은 느낌을 내고 싶기도 했어요.(웃음)

위드유라는 향은 에드유의 시그니처 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에드유를 떠올렸을 때의 무드를 담고 싶었어요. 향을 맡게 되면 딱 파란색과 민트색을 떠올릴 만큼 정말 청량하고 시원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떠오르실 수 있을 거에요. 여기에 약간의 시트러스한 상큼함과 달콤함도 같이 있어서 편안하면서도 포근한 느낌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에드유의 향수 보틀

 

아, 그래서 에드유의 향수캡도 하늘색인거군요?

네 맞아요. 저는 처음부터 에드유의 이미지 자체를 파란색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케이스 색깔도 파란색으로 맞추게 되었습니다. 사실 딱 정확한 파란색을 지정해놓기보다는 하늘색과 진파랑의 그 어느 중간인 것 같아요. 위드유 향을 맡으시는 분들에 따라 하늘색을 생각하셔도 좋고, 진한 민트색을 생각하셔도 좋아요. 모두 자유롭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취미상점XADD U. 팝업스토어에서 체험 클래스를 진행중이신 사장님

 

조향사라는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그러한 순간들은 너무나 많아요. 고객님들이 원하시는 향들을 제가 잘 조합해드렸을 때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뿌듯함을 느껴요. 그리고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 향들을 선물하면서 그분들이 행복하시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아요. 제가 우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향을 맡으면 머리에 있었던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어요. 저만의 공간에서 제가 원하는 향들을 맡고 사람들에게 향의 행복을 선물해줄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사장님이 생각하기에 향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향이 가진 매력은 너무나도 많아요. 먼저 향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저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자신을 나타내고 자기PR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되었잖아요. 자신만의 향수를 만드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거든요. 또,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에게 나는 향으로 이미지와 호감도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어요. 좋은 향이 났을 때 그 사람의 이미지 자체를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나를 좀 편안하게 해주고 싶을 때 아로마 같은 향이 휴식을 취하고 힐링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사장님에게 에드유란?

에드유와 저는 그냥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우울증이 되게 심했는데 그 우울증을 벗어나게 해주었던 것이 향이었어요. 에드유를 운영하기 전에는 정말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전의 삶이 기억이 잘 안나요. 에드유를 시작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사장님의 인생을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지금은 몇 시쯤 된 것 같나요?

오후 2시~3시 정도가 된 것 같아요.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인생을 조금은 시작을 한 것 같거든요. 아침에는 준비하고 해야 할 것들이 많은 하루의 시작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일단 오후 2시~3시는 이제 계획한 일들 중에 일부는 끝내놓고 조금은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음식점의 브레이크 타임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다음 스텝을 위해 휴식과 더불어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제가 생각해온, 계획해 온 것들을 조금은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본격적으로 저의 향수 브랜드가 출시되기 전에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도약하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에디터만의 향수 완성

 

사람들은 모두가 사용하는 흔한 향과는 다른, 나만의 향을 발견하고 싶어한다. 니치향수는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파는 향수와는 달리 나만의 향기를 갖을 수 있는 희소성과 독특함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향수를 레이어링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향수를 뿌린다고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향수를 입다(wear perfume)’라고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옷 위에 한 겹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원하는 향을 입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향수를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에디터가 선택한 향료들의 집합. 옆에 숫자는 향수에 넣을 향료의 방울 수이다.

 

에드유에서 1시간의 대장정 끝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의 향수가 완성되었다. 전반적으로 과일향이 메인이 되면서 꽃향기가 자신의 존재감을 슬쩍 드러내는, 상큼달달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우선 탑노트에서는 최대 2가지의 향료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Bergamot과 Citron Fruit를 선택했다. 탑노트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마음에 드는 향료를 빠르게 골랐으나 미들노트에는 어떤 것을 넣어야할지 향을 맡으며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향의 중심이 되는 향이라고 해서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맡았을 때 마음에 드는 향이 정말 많았다. 사장님께서 내가 추구하는 무드에 맞는 21가지의 향을 추천해주셨는데, 향을 다 맡고 난 뒤에도 마음에 드는 향은 거의 15가지 정도였다. 최대 5가지의 향을 넣을 수 있는 미들노트에 5가지 향료를 전부 채워넣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향을 맡았다. 심혈을 기울인 나의 선택은 Apricot, Blackberry, Daffodil, Peony, Forget me not이라는 향료들이었다. Apricot과 Blackberry 그리고 Peony 향을 맡는 순간 느껴진 상큼함이 나를 기분좋게 했고, Daffodil의 달콤한 꽃향과 이름 자체만으로 궁금함을 유발했던 Forget me not은 그동안 있었던 나의 힘든 일들을 잠깐이나마 잊게 만들어주었다. 베이스 노트는 은은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향료들을 골라보았다. 평소 머스크 향 자체만으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 않는 나지만 향료들을 섞으니 좋아하는 향료들만 모아놓았을 때보다 더 풍부한 향을 만들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새롭기도 했다.

문득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나만의 개성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은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잘하는지 잊고 살고 있는 듯하다. 누가 이러한 스펙을 쌓아서 대기업에 취업했다던데 이걸 한 번 해보는게 어떠냐, 어떤 회사의 인재상이 이러이러하니까 한 번 맞춰봐라. 어느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중심기준으로 두기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전에는 나의 칭찬거리이자 자부심이었던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들이 더 이상 자랑거리가 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도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진 뚜렷한 취향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도 의문이 생겼다. 호불호가 명확하게 드러나기보다 난 이것도 저것도 싫지 않고 그냥 모두 좋은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향수를 만들며 한 가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향수에는 다양한 향료가 투입되고 향료들은 서로 섞여 각자의 체취에 따라 다른 향이 발향된다. 삶으로 보면 각 향료들은 우리의 경험으로 치환될 수 있다. 30분 이내에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향수의 탑노트처럼 나에게 스쳐지나갈 정도로 가벼운 경험들은 휘발되어 날아갈 것이고, 핵심적인 경험들은 미들 노트로, 나를 지금까지 있게 한 기반이 되는 묵직한 경험들은 베이스 노트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에드유에서 만든 나를 위한 향수는 완성되었지만 현재 20대 중반이라는 삶에서의 나의 향수는 아직 제작 중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완성의 상태인 내 향수가 조화로운 향을 내뿜을 수 있도록 나는 여러 향료들을 시향해보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개성을 만들어 나가는 긴 여정인 셈이다.

고개를 들어 쳐다본 신촌의 하늘은 참 높고 맑았다. 약속 장소로 바쁘게 달려가는 중에 본 손목에 찬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나란히 12라는 숫자를 꼿꼿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낮 12시 정오는 하루의 중간이자 하루의 반. 오전과 오후를 가르는 경계이자 오전에서 오후로 가는 전환점이다. 하루의 반이나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남은 12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오는 현재 25살인 나의 위치와도 참 닮았다. 지금까지 많은 경험을 해왔지만 나의 20대는 아직 무려 절반이나 남았기에 무궁무진한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곧 마무리될 신촌에서의 나의 대학생활은 달콤쌉싸름한 향을 가지고 미들노트의 향료 중 하나로 포함될 것이다.

그간 쌓아온, 그리고 앞으로 쌓아갈 나의 경험들은 향료가 되어 더욱 특별한 나만의 취향(香)으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향보다 은은한 나만의 향이 오랫동안 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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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휴무/ 화-일 11:00-21:00 (예약제운영)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 1층 4호

션
AUTHOR PROFILE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2

  1. 천사소년네티
    천사소년네티 2022.11.11 12:26

    미모에 에드유 사장님 항상 번창하실꺼에요
    이글은 성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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