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22 · 11 · 25

189. 댓커피

Editor 해안

12시,

#BE6553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혹은 마지막을 앞둔 이들에게

 

  처음과 마지막은 왜 이렇게도 어려울까?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지, ‘첫’, ‘마지막’ 이라는 표현이 붙으면 같은 일이라도 평소보다 배로 긴장되고 막연해지는 것만 같아. 처음은 ‘첫 단추부터 잘 꿰매야 한다’는 말 때문에, 마지막은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보인다’는 말 때문에 심한 부담감이 느껴지지.

  이렇게 부담감을 느낄 때마다 나는 관성적으로 편한 장소를 찾아 헤매곤 해.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곳. 나는 이 넓은 신촌 바닥에 편하게 있을 곳 한군데쯤은 콕 집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문득 신촌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을 때,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고 말 테니까.

  뭐라고, 아직 그런 곳을 찾지 못했다고? 흠흠, 그렇다면 자칭 프로신촌러인 내가, 이번에만 특별히 나만의 편안한 장소를 알려주도록 할까?

  댓커피는 아늑하고 편안한 카페라 긴장을 풀고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도, 마무리짓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야. 나를 따라와 볼래? 12시는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시간이잖니.

  잔치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라는 부담감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해.

 

그 커피의 맛은 어떨까

  2호선 신촌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쭉 걷다가 안쪽으로 들어가자. 창천중학교를 지나고 창천초등학교까지 지나면, 비로소 골목 모퉁이에 자리잡은 오늘의 장소, 댓커피를 볼 수 있을 거야. 어때, 차가 씽씽 달리는 큰 길가보다는 학교 앞 정다운 골목이 어울리는 아늑하고 포근한 곳이지?

 

smile˙ᵕ˙ that coffee

  무거운 마음은 가벼운 미소로 덮어두고, 살풋 웃으며 들어가는 거야.

 

오후 12시의 채광

  내부는 넓지 않지만 손님이 많지 않다면 이 중에서도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주로 테이블이 늘어선 곳 맨 안쪽 자리를 선호해.

 

감성이 차오르는 자리, 올곧게 앉아야 할 것만 같아!

  댓커피에 혼자 왔다면 이 자리에 앉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는 항상 할 일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편이라 이 자리에 앉아보지는 못했지만, 달랑 책 한 권 들고 가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독서하기 정말 좋은 자리처럼 보이지 않니? 나중에 댓커피에 가서 이 자리에 앉게 된다면 꼭 후기를 들려주길 바라.

 

메뉴가 다양하니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봐!

  원하는 자리를 잡았다면 메뉴를 고르러 가 볼까. 이곳의 장점은 작은 카페지만, 메뉴가 다양하다는 거야. 커피부터 에이드, 심지어는 알콜까지!

  몇몇 메뉴는 이름만 보고 탁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런 손님들을 위해서 메뉴 옆에 한 줄 설명까지 곁들여 놓았어. 덕분에 내가 마시지는 않더라도 궁금한 메뉴들을 사장님을 괴롭히지 않고도 편하게 이해할 수 있지.

  댓커피는 카페지만 알콜 메뉴도 판매하고 있어. 단순히 알콜을 첨가한 음료가 아닌, 진짜 ‘술’을 말이지. 게다가 와인, 칵테일, 하이볼, 맥주 등 종류도 다양하니 알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손이 가지 않을 수 없겠지?

 

그거 알아? 12시에 가면 오븐에 쿠키를 굽는 내음이 카페 안에 퍼져 있어

  음료와 함께 곁들일 디저트는 메뉴판 옆 쇼케이스에 전시되어 있어. 쿠키와 스콘,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바나나빵까지. 나는 바나나빵을 자주 먹지만, 이날은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와 함께 방문했기에 오레오 쿠키를 선택했어.

 

도장을 쾅

  주문을 하면 이렇게 쿠폰에 도장을 쾅. 찍어주셔. 내가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주를 묻혀 찍는 도장이 아닌 압인기로, 도장을 쾅. 찍어주신다는 점이야. 번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멋스러움까지 더해지지. 이런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사장님의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야.

 

먹기 전에 꼭 사진부터.. 현대인의 고통 아닐까

  자리에 앉아서 친구와 잠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어. 어떤 것을 시킬지 고민하는 너를 위해 메뉴를 추천해줄게.

 

진한 땅콩의 풍미가 가득한 넛넛슈페너

  넛넛슈페너는 메뉴판의 설명에 따르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우유베이스 커피에 피넛크림을 더한 시그니처 커피야. 넛넛. 넛넛. 계속 반복하다 보니 이름이 귀여워서 주문할 때 친구와 키득거리기도 했지!

  이 메뉴의 포인트는 역시 피넛크림이야. 첫 입을 댔을 때, 한눈에 봐도 풍부해 보이는 저 크림을 온전히 맛보는 것이 중요해. 달콤한 크림 속에 자리잡은 꼬숩한 땅콩 향을 음미하면서 말이야. 땅콩의 고소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서, 이런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저할 것 없이 강력 추천하는 메뉴야.

 

연유의 부드러움이 가득한 댓 아인슈페너

  댓 아인슈페너는 연유 크림을 이용한 댓커피의 시그니처 커피야. 사실 나는 아인슈페너가 유명한 카페가 아니고서는 아인슈페너를 잘 마시지 않아. 맹맹한 아메리카노와 위에 올려진 크림이 조화롭게 느껴지지 않는달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래쪽의 커피는 물이고 위쪽의 크림은 유제품이라, 자칫하면 둘이 섞여서 애매모호한 맛을 내기도 하지.

  그러나 댓커피의 메뉴판에 당당히 시그니처 커피라고 소개된 이상, 시도해 보지 않을 수 없지.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면 주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댓 아인슈페너의 포인트는 처음에 위에 올려진 크림만을 맛보는 거야. 물론 사장님께서도 음료가 나올 때 말씀해 주시지만, 습관적으로 크림을 밑에 있는 음료와 섞으면 안 돼. 그랬다가는 진정한 맛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고 말 거야.

  넛넛슈페너에서는 땅콩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면, 댓 아인슈페너에서는 농축된 우유에서 우러나오는 또다른 고소함을 맛볼 수 있어. 조금 더 가볍고, 더 폭신한 크림이지. 계속 마시다 보면 크림 밑 커피도 자연스레 입에 닿게 돼. 이때 연유 크림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동시에 커피의 쌉싸름한 맛도 잃지 않는, 자기주장이 확실한 커피를 맛볼 수 있을 거야. 크림과 커피 둘 다 자신의 맛을 분명하게 내고 있기 때문에, 아인슈페너를 즐겨 마시지 않는 나도 이 맛에 반해버렸지.

 

오레오를 품은 쿠키

  오레오 쿠키는 커피를 든든하게 받쳐 주는 역할을 해. 달콤 쌉싸름한 커피 한 잔에, 방금 데워주신 따뜻한 쿠키 한 입을 입에 넣으면 얼어붙은 마음도 사악- 녹아내리게 될 거야. 과장하는 것 같다고? 일단 한 번 가서 맛보라니까!

 

신맛이 쓴맛을 압도했어!

  이날은 사장님께서 조잘대던 우리들에게 선물을 주시기도 했어. 갓 내린 커피에 얼음 한 조각을 넣어 맛보라고 주셨는데, 굉장히 신선하고 신맛이 강하게 났어. 달콤한 쿠키와도 잘 어울리는 맛이었지!

 

자, 이제는 기나긴 모험을 시작할 시간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야. 몇 년 전부터 여기 가자, 저기 가자, 카톡방에 외치기만 했던 우리는 어른이 되고서 병에 걸려버렸지. 이 병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 첫째,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라는 병, 둘째, 바쁜 현실에 부딪혀 함께하는 시간이 서서히 줄어드는 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아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숨가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우리는 두 번째 병에 걸린 상태가 익숙해졌어. 한 달에 한 번 보던 친구들을 세 달에 한 번 보게 되고, 최근에는 6개월 만에 다 같이 모이게 되고… 물론 이것도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새롭게 다른 것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일이겠지. 그리고 반년만에 모여도 여전히 즐거우니까, 이렇게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이 꼭 싫은 것만은 아니었어.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어. 우리가 물리적으로 더 멀어지기 전에, 기깔나는 추억을 하나 만들고 싶었거든. 그런데 카톡방에서 간간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래서 이 장소로 데려왔지. 여행을 시작하기에, 계획을 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우리 이거 다 할 수 있을까?

  역시 댓커피는 여행을 시작하기에 알맞은 장소였어. 풍미 가득한 커피와 따뜻한 쿠키를 한 입씩 맛보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하면서 날짜를 맞추고,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너무 신난 나머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을 잔뜩 적어보고.. 막막해 보이기만 하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된 기분이었어.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지.

 

 

  그러니까 나는 말하고 싶어. 시작하기도 전에 막막함을 느낀다면, 편안한 장소에 가서 몸과 마음을 풀어보라고. 사실 우리의 망설임은,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물론, 마지막을 맞이하는 나에게도 한 마디. 마지막이라고 꼭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고. 이제 겨우 12시고, 새롭게 시작할 것들이 두 팔 벌려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댓커피

서울 마포구 백범로1길 60

일-수 11:00-19:00

목-토 11:00-22:00

0507-1356-7188

인스타그램 @hi_thatcoffee

해안
AUTHOR PROFILE
해안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