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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3 · 03 · 28

381. 에너지가 폭발하는 시간

Editor 연두

 

“농구 좋아하시나요?”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의 서사의 시작을 알리는 대사입니다. 농구에 문외한이던 어느 한 청년을 코트로 이끌었던 질문에,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활짝 웃으며 긍정의 답을 내놓고 있는 요즘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내가 직접 공을 잡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껏 고양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요. 흑백의 그림이나 중계 화면 너머로 보이는 선수들이 아닌, 바로 우리 주변, 신촌의 대학에도 이 질문에 누구보다도 확실한 대답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농구 동아리 에폭시를 만나 보겠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농구 동아리, 에폭시의 5기 부원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에폭시에서의 역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채현: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20학번 디자인학부 오채현입니다. 저는 올해 3월부터 에폭시에서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회장으로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다른 학교와의 교류전과 같이 외부와 연락하는 업무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방현아: 안녕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21학번 심리학과 방현아입니다. 저는 5기부터 선수들의 플레이 분석 및 평가를 진행하는 전략 분석가를 담당하고 있고, 부원들의 농구에 대해 피드백을 하고 있습니다.

김혜진: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전자전기공학전공 22학번 김혜진이고요, 저는 이번 5기 컨텐츠부 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인스타 관리를 맡고 있어요.

김하린: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20학번 수학과 김하린이라고 하고요, 5기부터는 주장을 맡고 있고, 활동 일지 작성과 자율 훈련을 위한 체육관 대관을 맡고 있습니다.  

 

에폭시 동아리 소개, 그리고 에폭시의 자랑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채현: 에폭시라는 이름은 에너지가 폭발하는 시간, 을 세 글자로 줄인 것이에요. 저희의 자랑은…

방현아: 학과가 다양해, 일단.

오채현: 맞아, 비체대 학과들이 엄청 다양하게 어우러진다는 게 장점이고, 거기에서 나오는 케미가 정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각자 배경이 다르고 학과가 다른 사람들이 농구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모여서, 이런 케미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스스로도 정말 인상적이에요. 함께 더불어서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서로 말 맞추며 발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김하린: 아, 저희는 코치님도 계셔서 정말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에너지가 폭발하는 시간, 에폭시.

 

에폭시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오채현: 이게 맨 처음에 지어진 이름인데,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되죠? 초기 카톡방에서 각자 이름을 하나씩 제안했었고, 그중에서 투표를 통해 제일 많이 표를 받은 이름이 선정됐었어요. 그리고 이후에, 사실 이게 (이름이) 어떤 건축 재료랑도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어서 바꿀 기회도 몇 번 있기는 했었는데요. 그럼에도 저희의 에너지가 폭발한다는 그런 특성과 제일 부합한다고 생각해서 바꾸지 않고 이대로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에폭시에 들어오게 될 생각을 하셨나요? 농구를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오채현: 농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제가 미국에서 살았거든요. 그때 이제 저희 학교의 대표 운동이 농구여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에폭시가 처음 창설되었을 때부터 있었어요. 그냥 단순히 농구가 좋아서, 학교에서 농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길래, 그렇게 처음에 들어오게 됐어요.

방현아: 저는 농구를 일본에서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했었고, 그만뒀었어요. 한국에 오고 나서 코로나로 대학교 1학년을 마치는데 대학 생활이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다시 농구도 하고 싶어서 에타에서 농구 하실 분들을 구했는데, 그중에 한 명이 에폭시라는 동아리가 있다는 걸 알려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김혜진: 저도 대학교 생활을 재미나게 즐겨보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원래 운동 좋아했기도 했고, 그리고 아는 선배의 에폭시 활동을 인스타를 통해 많이 봐서, 즐거워 보이길래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김하린: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꾸준히 (농구를) 해 왔었어요. 대학교 들어와서는 2학년부터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면서 서울에서 살 수 있게 되었는데, 그래서 농구는 저의 특기 중 하나니까 장점을 살리고 싶어서 농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이화여대 에폭시.

 

최근 슬램덩크와 같은 농구 컨텐츠가 큰 인기를 얻으며 농구에 대한 관심도 상승했는데, 입부 지원에도 크게 작용했나요? 지원 동기나 경쟁률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오채현: 네, 맞습니다. 실제로 슬램덩크 영화가 나온 이후에 영화를 통해서 지원했다는 신입 지원자가 많이 늘어나게 됐어요. 이전에는 농구가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니까, 원래 해 봤거나 어렸을 때 접했던 친구들만 지원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슬램덩크를 통해서 농구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많아져서, 입부 지원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김하린: 과장을 좀 보태면, 입부 지원서의 절반 정도가 슬램덩크 이야기일 정도로 정말 많았어요.

 

그럼 지원 동기뿐만 아니라 지원자 수도 예년보다 많이 늘었을까요?

방현아: 비슷한 시기들을 비교했을 때 엄청 는 게 맞았어요, 정말로.

김혜진: 맞아, 코로나 영향이 있기는 해도 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확실히 최근 3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부원 모집도 그렇고, 실내 훈련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심지어 에폭시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졌던 2020년에 창설이 되어 코로나와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무방한데요, 지난 3년간은 어땠나요?

오채현: 저는 개인적으로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시작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처음부터 어떠한 발판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코로나 상황에 맞춰서 하나하나 발전해 나갔어요. 오히려 어떤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했었던 게 저희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구는 아무래도 에너지 소모가 큰 스포츠다 보니까 매주 훈련을 진행하시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학업과 농구를 병행하실 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특히 네 분 모두 운영진이시니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할 때가 있었을 것 같아요.

방현아: 저는 농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안 하면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고, 일주일에 한 번 정기 훈련 나와서 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느낌이에요. 운영진은 처음 신입 부원 모집 기간에는 힘들지만 그 후부터는 재밌는 것 같습니다.

김혜진: 농구가 에너지 소모가 큰 스포츠인 건 맞는데, 또 일주일에 두 시간 하는 거라고 치면 그렇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건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부족하다고도 생각을 하고 더 많이 즐겼으면 좋겠고, 저도 현아처럼 오히려 학업을 하는 데 있어서 농구를 하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김하린: 저도 앞의 분들이랑 정말 똑같아요. 저는 오히려 시험 기간에 막 잠도 못 자고 지칠 때, 두 시간만 자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농구 경기 뛸 때는 텐션이 올라서 엄청 열심히 뛰었거든요. 그러면서 에너지 얻고 스트레스 푸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운영진은 일 분담을 엄청 효율적으로 하고 있어서 저는 힘들지 않습니다.

오채현: 저도 거의 비슷합니다. 다른 동아리들은 숙제나 과제 같은 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에폭시는 진짜 훈련에 딱 참석만 하면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2022 생활체육 서울시민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에폭시.

 

에폭시의 농구인으로서 올해 각자 이루고 싶으신 목표가 있을까요? 대회에도 활발히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채현: 저는 올해 KUSF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변인들의 기침 소리) 어떠한 대회라든지, 거기서 우승 혹은 좋은 성적, 뿌듯한 결과물을 얻고 싶네요. 좀 더 개인적인 목표로는 제가 낯을 엄청 가리는데, 회장으로서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빨리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게 올해 회장으로서 목표 중에 하나입니다.

방현아: 저는 엠비티아이가 극 T라, 목표는 KUSF 한 3위 입상을 목표로 할게요.

 

KUSF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KUSF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방현아: KUSF는 아마추어 대학 농구 동아리 대회이고, 전국에서 지원을 하고 있어요. 거의 대부분 서울권 대학이지만 부산에서도 오는 동아리가 있고, 한 스무 개 정도 팀이 나오는 대회예요. 아마 모든 아마추어 농구 동아리가 이 대회를 목표로 많이들 연습을 할 거예요. 왜냐하면 경기 영상도 유튜브로 중계가 되고, 아나운서님도 직접 해설하시는 등 꽤 큰 대회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그  KUSF에서 입상을 하는 게, 3위까지가 목표입니다. 

 

이왕 출전하는 거, 올해는 KUSF 우승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KUSF에서 입상을 한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아요. 다시 각자의 목표도 들어보겠습니다.

방현아: 제 자신의 목표는 농구는 이미 충분히 잘 하니까, 제가 하는 농구를 보고 누가 현아 언니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싶어요. 또 전략 분석가로서 애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혜진: (방현아에게) 이미 목표를 이뤘네. 잘하고 있어. (웃음)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사실 동아리 들어올 때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었어요. 여기 와서 잘하는 친구들, 선배들 보니까 더 이 사람들처럼 농구 실력을 많이 키워서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목표가 새로 생겼습니다.

김하린: 저는 개인적으로 팀에서 올라운더가 되는 게 꿈입니다. 팀에서 현재는 센터지만 제가 외곽에 나가도 무서운 선수가 되고 싶고, 또는 팀플레이로도 득점을 해서 저 말고 다른 부원들도 감탄을 자아내고, 저희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팀이 되게 하는 것이 저희의 농구인으로서의 목표입니다.

 

하린 님은, 주장으로서 바라는 에폭시의 단체 이번 년도 목표도 이와 비슷한가요?

김하린: 올해 대회에서, KUSF를 포함해서 다른 대회를 많이 나가고 있어요. 진짜 좋은 성적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습니다. 부원들의 성과가 보여질 때의 기쁨을 같이 느끼고 싶어요.

 

KUSF 2차 예선에서 10 득점, 9 리바운드, 1 스틸을 해낸 김하린 선수.

 

진짜 좋은 성과라는 게 어느 정도일까요?

김하린: 높게 잡으면 당연히 우승이고요. (웃음) 저희가 8강까지만 가도 거의 잔치 분위기거든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KUSF 4강까지 가서 팀 앰뷸럼을 받고 싶고요. 또 개인적인 좋은 성과로는 MVP를 한 번 더 받고 싶습니다.

방현아: 아뇨, 이번에는 제가 받을 거예요.

김혜진: 이제는 제 차례입니다.

김하린: 부원들의 이 야망, 욕심이 드러나는 성과를 받고 싶고… 이런 내부 분열이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웃음)

 

제 입부 면접 질문이, “스포츠 특성상 동아리 활동 중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낄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였어요. 에폭시 분들은 이를 경험하신 적이 있나요?

오채현: 저 같은 경우는 농구 자체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기 보다는, 체력적인 한계는 처음에 경험했었어요. 제가 그 동안 해왔던 운동이 농구밖에 없어서 드리블 같은 기술은 됐는데, 달리기나 훈련을 할 때 제 체력이 따라가지를 못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그때 일상에서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되게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원래는 지하철을 탈 때 힘들면 에스컬레이터 오른쪽에 서서 갔었는데, 한창 체력을 엄청 기르고 싶을 때에는 일부러 왼쪽으로 걸어다니고, 힘들더라도 계속 했죠. 이런 간단한 체력 운동을 많이 해서 체력을 기른 경험이 있었습니다.

방현아: 저는 그걸 극복해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잘하는 사람이랑 비교했을 때 내가 뭐가 부족한 지, 이런 걸 생각해야 된다고 봐요. 동아리 내에서도 경쟁을 하는 게 도움이 되고요. 실제로 KUSF 2차 대회 때 하린 언니가 저보다 점수를 많이 넣어서 MVP를 받은 적이 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승부욕이 올라오더라고요. 그 덕분에 제가 다음 경기에 3점 슛을 6개를 터뜨렸어요. (웃음) 그래서 승부욕이 농구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걸 원동력 삼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의의 경쟁 같은 거죠.

 

KUSF 2차 전국 예선에서 18 득점, 4 리바운드, 6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킨 방현아 선수.

 

김혜진: 에폭시에 들어와서 정말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도 하고 위축이 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걸 제 한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경기하는 걸 지켜보면서 제가 보완해야 될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을 하면서 이를 극복했던 것 같습니다. 꾸준히 했다는 점이 포인트예요.

김하린: 저는 제가 들어왔었을 때 정말 압도적인 에이스가 계셨어요. 저랑 포지션이 비슷해셔서, 그 에이스를 보면서 좋은 기술을 좀 제가 흡수를 할 수 있었어요. 반대로, (그 경험을 토대로) 기술 터득이 느리신 분들에게는 제가 설명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경험이 있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분들도 빨리 더 (농구에) 흥미를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밖에 없습니다.

 

현아 님은 에폭시의 전략 분석가로서 특별히 노력하고 계신 점이 있을까요? 팀원 개개인의 특성과 실력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아요.

방현아: 저는 원래 사람을 잘 봐요. 사람의 특성이나 농구할 때 버릇을 잘 보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전략 분석을 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제가 농구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니까 피드백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약간 이 많은 씨앗을 가지고 있는 부원들을 어떻게 피워낼까, 하는 생각만 하면서 늘 피드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반대로 농구가 힘들기는 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도 궁금해요.

오채현: 제가 농구를 그만두는 날은 에폭시가 우승하는 날이지 않을까. 아, 실수로 은퇴를 선언해버렸는데…(웃음) 잠시 고민을 좀 해볼게요.

방현아: 일단은 심리적인 요인으로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농구를 한 번 그만 뒀었는데, 그 원인이 그 농구 동아리 내에서의 분위기나 친구 관계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에폭시에서 그만둘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진짜 분위기가 좋은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그 외로 물리적인 것은 농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나도 더 잘하자, 나도 더 열심히 하자 (라는 마음가짐) 인 것 같습니다.

김혜진: 저도 현아처럼 에폭시 부원들 간의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그래서 매주 이렇게 체육관이 먼데도 불구하고 훈련을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부원들간의 케미도 너무 좋고, 오면 너무 즐겁고 농구하는 것도 너무 재밌으니까 그래서 농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하린: 저는 최근에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했었어요. 저희 가족 분위기상 한번 다치면 바로 중단을 시키시거든요. 굉장히 엄해서… 제가 말을 잘 듣는 편이라 저도 에폭시를 그만 두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주장을 맡고 있어서 책임감도 있고, 원래 애정도 있고, 그냥 동아리가 좋아서 남아있으려고 하는 마음이 컸어요. 애들이 너무 좋아서 이 커뮤니티를 잃고 싶지 않았어요. (방현아: 진짜 인정.) 그래서 저의 원동력은 부원들인 것 같습니다.

오채현: 제가 아까 왜 고민을 했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쉽게 답변을 못한 이유가, 저는 그냥 농구를 그만 둘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것 같아요. 애초에 원동력이 딱히 뭔가 있기 때문에 농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농구 그 자체가 좋고, 이제는 거의 일주일에 삼 일은 꼭 해야하는, 저에게는 삶의 일부거든요. 그래도 굳이 에폭시에 남아있는 이유는 뭐냐라고 질문을 하신다면, 저도 앞의 부원처럼, 팀의 분위기나 사람들이 좋아서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정기 훈련 중 연습 경기를 하는 에폭시 부원들.

 

지금은 대학 동아리라는 명목 하에 이렇게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데, 졸업 후 사회에 나가게 된다면 이렇게 같이 농구를 할 기회가 드물 것 같아요. 졸업 후에도 농구를 계속 해 나가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오채현: 네. 있습니다. 졸업 후에도 계속 하고 싶어서, 그때 이제 같이 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 현재 지금 저희는 에폭시 오지를 운영하고 있어요. 에폭시 오지는 개인 사정이 생기거나, 이화여대를 졸업하신 분들이 더 이상 에폭시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니까 들어가 있는 카톡방이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은 오지로 분류가 되어서 나중에 좀 더 오지 회원들이 많아지면 저희끼리 성인 여자 농구 동호회를 만들어서 계속 농구를 할 생각입니다.

 

대단한 열정이세요. 그런데 당장 저희 학교만 해도 농구 코트를 대관하기 어렵고, 신촌에도 뭔가 스포츠를 즐길 만한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하린: 우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저희 학교 운동장에 왜 실외 농구 코트가 있었다가 없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고요. 또 자율 훈련 체육관 대관을 제가 하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시간을 빌리려고 힘쓰고 있지만 어렵기도 해요. 결국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농구 코트가 학교에 있었으면 좋겠다, 가 아닐까. 그래서 단체로 이화에 바란다*에 쓸까 봐요. (웃음) 

오채현: 실제로 서울 내에서 정규 농구 코트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희는 평상시에 자율 훈련 같은 걸 할 때 좀 더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곳곳에 숨겨져 있는 농구장 같은 곳이 있잖아요. 그런 곳을 찾아가지고 저희끼리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에 저장을 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런 코트은 주로 야외이고, 날씨와 같은 외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대관을 하자니 비용도 비싸고, 그리고 거리도 있고 해서, 서울 시내는 솔직히 그렇게 많지 않고 외곽으로 나가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농구를 자유롭게 하기에는 좀 어려운 것 같아서, 근처에서 농구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건 좀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이화에 바란다* 이화여자대학교 공식 소통 창구.

 


에폭시 인스타그램의 하이라이트에는 지역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농구장들이 올라와 있다.

 

숨어있는 농구 코트를 찾아내고 있다고 하시는데, 혹시 신촌에도 농구를 즐길 수 있는 코트가 있을까요?

오채현: 연세대학교나, 서강대학교 같이 학교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농구 코트도 있고, 뭐 홍대에도 농구장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주로 학교에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원래 정규 훈련 이외에) 주로 가는 농구 코트는 한강 옆에 있는 농구 코트이기는 해요.

 

농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 혹은 긍정적인 변화가 궁금해요.

방현아: 저는 농구를 안 했으면이 아니라, 에폭시를 안 들어왔으면, 이라고 가정을 할게요. 솔직히 농구를 안했으면… 저는 농구를 안하면서 살았던 시기가 있으니까, 그럴 수는 있어요. 그런데 에폭시에 안 들어왔으면 저는 진짜 자퇴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진짜로. 저 지금 눈물 참으면서 얘기하는 거예요. 저는 진짜 그 정도로 제 대학 생활이 에폭시인 것 같아요. 아, 눈물 나와.

김하린: 앞의 분에 비해서는 굉장히 가벼운 이야기지만, 저는 어느 내향인 못지 않게 낯을 가리고 사회성이 많이 결여된 인간이에요. 그런데 아까 농구를 함으로써 제가 텐션이 오른다고 했잖아요. 농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자연스럽게 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 같아요. 정말 성격 개조에 도움이 되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오채현: 코로나 블루라는 게 있었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걸 정말 크게 느낀 사람 중 하나였거든요. 원래 되게 활달한 성격이었는데 코로나 시작하고 집에서만 거의 9개월 동안만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성격이 되게 내향적이고 안 좋게 변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에폭시라는 곳이 (저를) 살아있게 만든다고 해야 하나. 다시 저를 되찾아줄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김혜진: 저도 이 농구 동아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재미 없는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하고 있는 제 유일한 취미 활동이거든요. 그래서 일주일 중에서 가장 기다리고 있는 활동입니다.

 

매주 정규 훈련이 끝나면 에폭시 인스타그램에는 사진과 함께 그 날의 훈련 기록이 올라온다.

 

혜진 님은 인스타그램을 정말 꼼꼼하게 운영하세요. 훈련 과정을 어떻게 전부 기억하고 기록하시나요?

김혜진: 제가 원래 인스타그램 관리를 채현 언니에게서 물려 받게 되었는데, 채현 언니가 인수인계를 굉장히 체계적으로 해주셨고요. 그리고 훈련 내용 같은 건 하린 언니가 정리해 준 훈련 일지를 보면서 그날의 훈련을 상기하고, 제가 느낀 소감 등을 덧붙여서 에폭시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 질문이에요. 저희 에폭시 부원들에게 각자 한마디씩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하린: 짧게 말해보겠습니다. 제발 부상 없이 1년, 2년, 3년, 4년 농구하자, 사랑해용.

오채현: 에폭시 1기부터 5기까지 동아리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기세를 몰아서, 5기에서 우승을 한 번 하고, 에폭시 한 3084기까지?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이미 죽고 없겠지만, 하늘에서 굉장히 뿌듯한 마음으로 보고 있을 테니까, 후배분들, 많은 지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방현아: 그냥 너무 고마운 게 많고… 저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제가 어쩔 수 없이 피드백도 많이 줘야 하고, 이제 농구 동아리 인원이 많아져서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제가 하고 있으니까, 말투도 세고 무서울 수 있지만, 늘 에폭시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에폭시 찐 사랑녀니까… 저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착하고 마음 여린 사람이랍니다.

김혜진: 에폭시의 케미가 이렇게 좋게 될 수 있던 이유는 다 여러분 덕분이에요. 여러분 개개인이 괜찮은 사람들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해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부상 없이 잘 활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정기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에폭시 부원들.

 

이 글을 보게 될, 농구에 관심이 있는 잔치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오채현: 최근 슬램덩크의 인기로 다시 농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예전부터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 인기가 식지 않고 계속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농구를 접하며 농구가 정말 행복하고 재밌는 운동이라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에폭시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계기는 사소할 수 있습니다. 영화로 인해서, 웹툰으로 인해서, 혹은 지인을 통해서. 다양한 이유로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며 농구가 점차 낯설지 않은 스포츠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농구에 이렇게 쉽게 매료될 수 있는 이유는, 누가 보아도 농구를 사랑하고 열정을 쏟아내는 이들이 코트 안팎에서 이렇게 환하게 빛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스포츠의 매력은 바로 이곳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버저비터의 짜릿함, 역전 골의 감격, 부원들과의 하이파이브. 숨이 턱 끝까지 차 오르더라도,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벅참. 이를 느끼는 선수와는 저도 모르게 동화되는 것 같습니다. 감각의 전이라고 하던가요? 저 역시도 지금까지는 간접적으로 이 열정을 느껴 보았는데, 이제는 관객들에게 이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에폭시의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농구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거짓이 아니라요!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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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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