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처럼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 가며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나는 밤이 찾아오면 알 수 없는 불안과 격정에 휩싸였다. 그건 아무리 밝은 곳을 찾아 헤매도 벗어날 수 없는 땅거미같은 것이었다. 세상을 찬미하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끝없이 논하면서도 그 깊은 밤으로 걸어 들어갔다.
확신에 차 모든 행동이 분명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제 지나간 일이 되었고, 내 손짓과 눈길은 어딘가를 향하고 붙잡고 있어도 그 자리에 없고는 했다. 그 시기에 난 미래를 말하기보다 앞섬에 매단 고무줄을 튕기며 노래했다. 반절 먹은 페트병에 입김을 불어넣고, 협곡을 지나는 매서운 칼바람 소리를 들었다. 바르작거리는 소매자락에 귀 기울였다. 그건 분명한 일이었다. 단단했고, 무른 길이 발목을 잡아 끌어도 얼마든지 끊어낼 수 있었다. 내가 하늘에 손을 뻗으면 내 다섯 손가락은 틈새마다 별을 쥐었다. 그렇지만 그건 이제 지나간 일이 되었다. 이제 하늘보다 어둔 구름조차도 손가락 사이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내 휘하에 있지 못하고 그릇 밖으로 자꾸만 넘쳤다. 중심이 조금 앞섰다가 때때로 뒤쳐졌다. 그렇게 넘어졌다가 땅을 짚고 일어섰다. 흙먼지가 덧씌워지는 손을 보며 고무줄을 튕기면 나는 소리를 떠올렸다. 난 아직 유약하고 얄팍하며 가슴께에 폭풍이 치고 있다. 난 지금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나부끼고 있다. 고개 들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풍랑과 수렁이 있단 말인가.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나는 내가 어린 것 같기도, 다 큰 것 같기도 했다. 모든 걸 선택할 수 있는 나이지만 모든 걸 어깨에 지기에는 모자랐다. 누군가를 보듬고 이끌어야 할 것 같지만,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다. 투명한 병에 아직 액체가 찰랑였다. 입김을 불어넣었고 매서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뿌리째 날아가지 않도록 발 끝에 힘을 꼭 주고 버티며 다른 걸 눈여겨 볼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바위는 굳세게 서 있다. 갈대가 저 창공 아래서 이리저리 엎어지고 구르고 있다. 갈대라는 사실이 크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더 심지 굳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다. 어지러이 휘청거리다가 마침내 저 멀리 날아가고, 발에 채이고 끊어지고 다시 일어서 보면 되는 일이다. 죽었다가 깨어날 만큼 괴로워 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바위가 되어 있을 것이다. 흔들림 없이, 내면의 뿌리가 깊어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숨쉰다는 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증거. 흔들리고 채여도 바람에 깎이고 눈물에 절여져도 그 모든 슬픔에서도 굳세어 보라고 말할 수 있다.
굳세어라! 그 단단함에 반했듯이, 혹자는 나무처럼, 태양처럼, 새처럼 살고 싶다며 그들의 이상을 떠벌렸다. 그의 우직한 면, 그가 찬란하게 굽어 살피는 모습, 그의 자유로운 날갯짓을 한 번이라도 갖고 싶은 그런 이유들로. 어떤 이들은 자신의 결핍을 우상으로 삼는다. 그걸 들여다 보기보다 고개를 더 치켜들고 하나의 이상향을 좇는다는 건 꽤 좋은 일이다. 여기엔 말하는 모든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살아가는 것 위에 있을 법한 것들이 있다.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 가며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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