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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3 · 05 · 30

388. 조금 늦으면 어때, Connecting dots.

Editor 량이

 곧 6개월 간의 인턴 생활을 끝내는 에디터는 생각이 많습니다. 나는 어떤 일을 잘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즐겁게 오래 일할 수 있을지? 대학 입학 전에 이런 고민을 할 기회와 경험이 주어졌다면, 나는 다른 전공을 선택했을 텐데 말이에요. 

 통탄스럽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시간을 쌓으며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스물여덟,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21학번으로 입학해 올해로 서른 살이 되셨다는 창원 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현재 대학 재학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스물여덟 살에 입학을 했다. 그 전인 20-27살까지는 좀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현역에 시험을 치고 재수를 했고, 재수를 해서 사실 전적대(숭실 경영)를 다니다 생명공학 쪽으로 전과를 했다. 졸업을 한 학기 놔두고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다가 알러지가 생기는 바람에 휴학을 했는데, 그후로 1년 간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그 후엔 군대도 다녀오고, 부모님 밑에서 일도 좀 했었고, 영화감독을 하고 싶단 생각에 아카데미 같은 데에서 몇 개월 동안 영화 공부도 하며 장래에 대한 방황을 했다. 지금의 학교는 군대 다녀오고 수능을 다시 치러서 들어오게 됐다.  

 

사회환경시스템학부의 건설환경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군대에 있게 되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먼저 앞선다. 사회에 나가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후회할 바엔 다시 한번 스무 살 때의 나로 살아가는 게 어떨까 해서,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을 했다. 환경 쪽에 워낙 관심이 있었고 전적과도 생명공학이다 보니 관록을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1학번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생활, 경험 중 가장 유익했던 것은?

 모든 것이 그렇다. 아직 발현되지 않았을 뿐. 일단 영화 공부를 한 것도, 영화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같은 미디어를 생각했을 때 단순히 스쳐 지나가듯 한 취미 활동 그 이상으로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경영 쪽 공부도 어디서든 필요한 회계, 경영에 대한 필요한 지식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생명공학 분야 역시 지금 배우고 있는 환경 전공에 배경지식으로서 너무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스티븐잡스가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쓸 데 없고 연관이 없어 보이는 그런 경험이나 지식들이 다 알고 보면 이어져 있다는 말인데, 더 나이가 들면 확실히 공감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에디터가 좋아하는 SNS짤. ‘헛된 시간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

 

대학 오기 전, 진로 관련이 아닌 가치관적으로도 성장했다 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우물 안에서 살아와서, 나이만큼 대단하게 많은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선 이런저런 일을 해보면서 거절 같은 걸 많이 당해봤다. 처음에는 그걸 인정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하고자 하는 일, 너무 욕심이 나서 해낼 수 있겠지 했던 것들이 잘 안 풀렸을 때 극복하기까지 되게 힘들었다. 사실 오기도 집념도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빠른 포기와 적절한 선택도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또 사회 생활을 20대 초반에 할 수 있었으니까,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동안의 인간관계는 실제로 데이고, 상처 받고, 상처를 주면서 깨달은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이제는 많이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또 연령대가 다른 분들을 어려워했었는데, 이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좀 생긴 것 같다. 

 

현재의 목표가 있는지? 

 예전엔 너무 크게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살았던 것 같다. 그 종류는 직업이었던 것 같고. 하나의 직업을 선택해서 10, 20년 살겠지 했는데, 한두 번 좌절되다 보니까 현재에 열중하게 되고 단기적 목표, 1, 2년 안에 당장 내가 이룰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장기적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지금은 일단 법 공부를 하려고 한다. 당장 앞두고 있는 리트 시험이 있어서 그걸 좀 준비하고는 있는데, 시험이라는 게 사람이 매너리즘에 빠지면 거기에 머물러있게 되고, 다른 목표를 생각해보기 보다는 낙담하게 되는 것 같아 참 문제다.  

 시험 준비가 어려워진다면,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을 다른 안으로 세워두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실 인턴 역시 다른 안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로스쿨은 어떤 계기로 인한 목표인가?

 환경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환경에 대한 이슈는 계속 커져 가는데, 보완할 만한 제도적 대책이 국내적으로 미비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이 제도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로스쿨을 지망하고 있고, 나의 욕심도 욕심이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할 사람이라면 그것 또한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행력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이 듣기에, 지금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원래 목표가 많은 사람인지?

 분기마다 꿈이 바뀌는 아이였다. 생활 기록부를 보면 초중고 때 꿈이 전부 다르다. 이사도 많이 다녀서 환경적인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관심사가 많은 덕분에 남들과 더 넓게 소통할 수 있었다. 유연하게 이 주제, 저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사회에서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한편, 목표가 많아서 20대 초반에 방황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그게 날 방황하게 만들었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목표를 가지되 방식을 바꿔서 우선순위를 정해 행한다면,  단기적 목표에 대한 욕심도 충족하면서 어느 정도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를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 

 

현재 대학 생활에 만족하는가?

 그렇다.

 20대 초반에는 대학에 왔으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전부 공부와 관련된 것들이었기에, 주위를 살피지 않고 공부만 했던 것 같다. 돌아 보니, 대학 생활의 아이덴티티가 공부뿐이었다. 문득 20대 초반을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걸까? 싶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좋지만,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면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질 때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도 무시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짧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의 방황은 필요하지 않을까? 난 좀 그런 기간이 길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만 했던 전적대 생활과 달리, 방황의 시간을 가지고 비로소 여유를 찾은 지금 생활을 보니, 오히려 공부도 더 잘 된다. 그때 못했던 동아리 활동도 지금 잘 하고 있고, 사람들도 훨씬 잘 만나고 있다. 처음엔 나이에 대한 조바심도 있었는데, 마인드를 고치니 뭐든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때의 방황을 매우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 짧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짧았다면 지금 교훈으로 얻었던 경험을 하지 못했을 테니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 경험을 해봤으니까, 대학이라는 공간이 너무 작다는 걸 느끼진 않은지?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날 때 느끼곤 한다. 서로 대화를 할 때, 내가 접하기 힘든 부분에 대한 주제가 오고 가기도 하는데, 그럴 땐 내가 좁은 사회에서 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름 여러 경험을 했다고는 하지만, 사회인으로 일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협소하지 않나 생각도 들어서.

 하지만, 그건 약간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좁다고 생각하는 대학에서 충분한 경험을 했냐라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대학 내에서도 충분히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따지고 보면 손대지 못한 여러 가지 분야가 있을 텐데, 공모전이나 교수님과의 프로젝트라든지… 이런 경험들은 오히려 사회 일찍 진출한 아이들도 못해봤을 거고, 각자 느끼는 장점이 다를 것 같다. 

 그렇다고 사회에 일찍 갔다고 해서 대학생활을 너무 깊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또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환경을 개척해나가는 것이니까, 각자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조바심을 낸다면 오히려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잘 모르겠다. 우울해질 때마다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게 동력이 돼서 또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에… 상대를 존중하며 나 자신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려 하는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걸 하면서,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싶다 하는 게 있는지?

 일단 지금도 꿈이 많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비중을 ‘꿈을 하나 하나 다 이루어야겠다’ 보다는 ‘현실적으로 절충해 살아가자’에 두어야 한다는 시점이긴 하다. 나이가 ‘3’자가 들어가니까.. (웃음) 

 2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꿈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꿈을 하나하나 쳐낸다는 것은 자신이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을 하나하나 버리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고,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게 나중에 되돌아 봤을 때 잘 살았다 생각할 테니까. 

 꿈이 많은 건 좋은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이루려는 건 하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단기적인 목표를, 우선순위를 세워 어느 정도 정돈시켜서 한 걸음 한 걸음 이뤘음 좋겠다.

 

사실 스스로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창원 님은 꿈으로 가득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인지 궁금하다.

 특이한 방법일 수도 있는데, 낙서하면서 찾는다. 쉬는 시간이나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시간이 있으면, 웬만하면 요즘에 휴대폰을 안 보려고 한다. 물론 매체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만들어둔 콘텐츠에 내 의식을 맡기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서 남는 시간에 끄적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집중을 높이고, 하고 싶은 것들을 무의식에서 하나둘 찾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 혹은 잘하는 일 중 택해야 한다면,

 둘 다가 베스트겠지만, 20대 초반이라면 잘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택할 것 같다. 발전 가능성에 대한 무궁무진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시점에서는 잘 하는 일을 택할 것 같다. 지금은 취업이 중요하기 때문에(웃음). 

 그래도 그걸 하면서 좋아하는 일에 대한 꿈은 잃지 않을 것 같다. 아까 말한 것처럼 시간 쪼개서 작게나마 글을 쓰거나.. 예를 들면 나이가 들어서 춤을 추고 싶을 수 있다, 해도 주말에 연습하고 동영상 찍고.. 실현 시키기 힘든 꿈이더라도 다른 표현 방식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꿈이 사라지는 일은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민이 많은 요즘 시기에, 창원 님과의 대화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에 헛된 경험과 고민은 없으리란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러니 부딪히고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후회 없이 살아가는 길일 거란 생각도 함께요. 

 나는 어떤 것을 우선 순위로 두고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오늘밤은 메모장을 펼쳐 끄적여 봐야겠습니다:D 

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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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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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댓글 1

  1. 신촌수달
    신촌수달 2023.06.01 21:08

    와 정말 요새같이 방황하는 자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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