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 음악에게, 신촌에서
신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주제, 바로 ‘음악’이다. 길을 걸으면 언제나처럼 보이는 길거리 버스킹, 악기를 메고 거니는 사람들. 사랑, 고민, 불안, 열정 등이 가득한 청춘들의 공간에, 그 모든 감정을 아우르는 ‘음악’은 아무래도 불가결하다.
위로의 음악을 전하는 신촌의 뮤지션, 허지욱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허지욱입니다.
사소함의 소중함에 대한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연세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곧 졸업을 앞둔 상태입니다.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것을 꿈이자 목표로 삼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음악을 좋아하셨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기타가 들어간 음악을 찾아 듣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부터는 음악을 ‘하는’ 걸 좋아했고요. 그 때 기타를 연습하기 시작했거든요. 그 뒤로 대학에 와서 계속 취미로 여러 경험을 쌓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안 할 수가 없게 된 듯하네요. 곡을 처음 만들었을 때도 본격적으로 해보려던 건 아니었지만, 하다 보니 멈출 수 없었어요.
학업과 음악의 병행이 어렵지 않으신가요?
고등학교 때는 별 생각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명확하게 생겨버려서 (음악과) 직접적으로 접점이 없는 학업에 시간을 쏟기가 어려워요. 물론 공부하는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고,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 같지만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효율이 안 나거든요. 4시간씩 앉아 있어도 자꾸 음악을 생각하게 돼서요.
음악을 늘 생각해요. 다른 생각을 하다가 가끔 음악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늘 음악 생각을 하고 있고 가끔 다른 생각을 하는 정도예요.
저도 일렉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취미로 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일상에 생동감을 주는 듯해요. 지욱 님처럼 음악을 사랑하시면, 정말 음악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 같네요.
좋은 표현이네요. 맞아요. 저한테 음악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조차 행복하게 느껴지게 하는 소중한 존재예요. 다른 일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면 피곤하겠지만, 예를 들어 다음 날 레코딩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거라면 그저 기분이 좋거든요.
음악에 집중하고 싶어 하시고, 또 목표가 ‘꾸준히 오래 하기’인 점에서 음악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신 게 느껴져요. 음악을 지금까지 계속 해 오시고, 또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어 하시는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요?
음악을 혼자 해야 한다면, 아마 안 할 것 같아요. 같이 음악을 할 때 나오는 즐거움이 너무 좋고, 그것 때문에 음악을 하는 듯해요. 여러 경우가 있지만, 저는 잼(jam)*을 할 때 특히 많이 느끼는 듯해요.
음악도 언어잖아요. 소통을 하기 위한 매개요. 사람마다 쓰는 단어가 다르듯이, 음악에서도 선택하는 길이 다른 것 같아요. 그 사람만의 음 진행, 박자감이 있죠.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데, 음악을 통해 소통이 되는 기분이 들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도 각자 들어온 음악이 다르고, 각자에게 영향을 미친 음악이 다르니 쓰는 말(음악)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끔, 음악을 함께 하면서 서로 다른 언어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 그게 정말 좋아요. 그 순간을 느끼게 해 준 친구들이 지금 떠오르네요.
*잼(jam): 1930년대 재즈에서 즉흥연주를 의미하며 처음 사용되었다. 평소에는 함께 연주 활동을 하지 않는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애드 리브(ad lib)를 합주하는 것을 말한다.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이나 리더, 악보 없이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작년에 첫 앨범을 내셨다고요.
맞아요, 제 첫 EP 앨범 [ran like a fall red]를 발매했습니다. 데모 곡들 중 공통된 결을 가진 것들을 모아 구성했어요.

“유한한 것들로만 가득찬 세상에서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잃어버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유독 깊게 다가오는 날이면 충분히 슬퍼할 필요는 있겠지만, 다들 저마다의 외로움을 지닌 채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그리 힘들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허지욱 1집 EP [ran like a fall red], 가수의 음반 소개 中
[MV] Huh Jiwook(허지욱) – ran like a fall red
저는 요즘, 사랑하는 것들과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다는, 당연하지만 익숙해지기 어려운 사실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이별을 마주해야 할 텐데, 그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미리 씁쓸해지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앨범의 4번 트랙 ‘모두가 각자의 단어를 잃어버리면서’를 듣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악을 통해 그런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 종류의 아픔은, 단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잖아요.

[ran like a fall red] 4번 트랙
<모두가 각자의 단어를 잃어버리면서> 가사
음악을 만드실 때, 이렇게 청자에게 메시지가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드시는 건가요?
그렇죠. 음악도 어쨌든 언어니까요. 음악을 통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해요. 제가 음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으면 하거든요.
음악을 카피(copy)하시는 걸 넘어, 자기만의 음악을 창작하시는 활동이 대단해요. 이렇게 멋진 앨범까지 내시다니요.
잘 들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후반작업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에요. 저는 앨범에 담기기 전, 데모 버전의 곡이 더 좋아하기도 하고요.
다음 앨범을 위해서, 음악 믹싱*과 마스터링**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음 앨범은 보다 제 손을 많이 거쳐 나오게 될 거예요.
*믹싱(Mixing): 한 곡의 음악을 위해 녹음된 여러 채널의 음원의 강도, 주파수, 다이내믹스, 노이즈 따위를 조절하고, 잔향, 이큐, 컴프레션 따위의 여러 효과를 더하여 혼합하는 과정.
**마스터링(Mastering): 믹싱을 거친 여러 곡들의 톤, 레벨, 곡 간격, 곡 순서 등을 조절하고 통일해 일체감을 만드는 상품(CD, LP) 프로덕션의 마지막 과정.
다른 보통 학생들과는 달리, 뮤지션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계시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주변에서 그런 고민을 나눌 사람을 찾기 어려우시지는 않나요?
맞아요. 정말 어려웠었죠. 학교에도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많지만, 음악을 업으로까지 가져가려는 사람은 찾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음악 관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었는데, 최근 본교의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 맞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연세인 끼(KII) 프로젝트’라고,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과 대외협력처 주관으로 ‘콜텍문화재단’의 후원을 통해 실용음악을 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공연도 직접 보고 싶네요.
직접 들으시면 더 좋을 거예요. 아무래도 녹음에는 절대로 라이브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그대로 담길 수 없거든요.
라이브 공연, 음원 등 여러 형태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시네요. 어떤 형태일 때가 가장 좋으신가요?
제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 가장 행복한 형식은 라이브 공연이네요. 라이브는 휘발성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날아가버리잖아요. 유한하다는 특성 때문에, 직접 음악을 전달하는 저뿐 아니라 들어주시는 분들께도 그 순간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버스킹이 좋아요. 즉흥성의 개입도 더 많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길에서 버스킹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요?
저는 버스킹이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요. 무대 공연은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관중도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온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요. 신경 쓸 것도 많죠. 제한 시간, 음향, 모니터링 등등. 반면 버스킹은 그렇지 않아서 마음이 편해지고, 편하니까 더 잘하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더 재밌어지는 듯해요.
물론 소리는 무대공연이 훨씬 좋죠. 장비도 충분하고, 풀 밴드 연주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버스킹은 모든 요소를 미니멀하게 줄여야 해서 무대 세팅을 구현하기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버스킹이 정이 가요.

신촌에서 음악을 하신 기억도 많으시겠어요.
맞아요. 신촌 공연장에서 공연도 여러 번 했고, 버스킹도 많이 했어요. 학교 동아리나 밴드 활동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뮤지션으로서, 신촌은 어떤 장소인가요?
신촌은 음악과 맞닿기 쉬운 장소인 것 같아요. 라이브클럽 공연장들이 가까워서 편하죠. 걸어갈 수도 있을 정도니까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중심지다 보니 버스킹을 하기도 적합하고, 제가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한 곳이죠. 또, 제 개인적으로는 신촌에 위치한 학교의 곳곳이 곧 제 작업실이기도 해요. 신촌에 오고부터 이렇게 음악에 몰두하게 되었으니 의미가 깊네요.
그런 면에서, 신촌이 좋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싱글 앨범을 계획하고 있어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준비 중입니다. 오늘도 그 곡 작업을 하다 왔네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 빛은, 음악에 대한 그의 진실된 사랑이리라.
‘우리 모두 그리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이 음악을 타고 귀로 전해진다. 라이브 음악의 소리는 온전히 담기지 못했더라도, 그 안의 위로는 조금의 손실도 없이 내게로 다가왔다. 신촌의 뮤지션과 청자 간의 따스한 송수신. 그의 음악을 통해, 비로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음악, 그대는 숨 쉬지 않는 조각상의 숨결입니다.
아마 침묵하는 그림일지도 모릅니다.
그대는 모든 언어가 끝나는 곳의 언어이며,
우리 마음의 유한한 움직임 위에 곧추 서는 시간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음악에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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