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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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09 · 12

171.박유정,오혜인

Editor 왕 잔치

좌: 박유정(21), 우: 오혜인(21)

 

고등학생 시절, 대학생이란 얼마나 커 보였던가. 그들이 거니는 캠퍼스도, 대학가도 그저 어른들의 것처럼만 보였을 터.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고 맞이하는 설렘과 새로움은 정말 교복을 입던 그 시절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와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들이 느끼기에는 어땠을까?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박: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에 재학중인 21살 박유정입니다.

오: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경제학과 오혜인입니다. 저도 21살이에요.

 

두 분, 무슨 사이세요?

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예요. 고등학교에서 같은 대학교를 진학한 친구들끼리 무리지어 다니게 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유정이에요.

박: 생각해보니 저희 국어학원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 전에도 학교 화장실에서 물튀기면서 장난치던 혜인이를 본 적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친해지게 된 건 학원에서부터였네요.

혜인: 대학도 같이 오게 되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저희 둘 다 친구가 없어서 걱정하다가 붙어 다니게 됐어요. 다행이죠.

 

방학이 금방 가고 벌써 9월이에요. 개강 첫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오: 개강 첫 주는, 눈물의 일주일이었어요. 게다가 저는 수강 신청을 실패해서 금요일 공강이 날아가 버렸거든요. 정말 눈물 나요. 그리고 팀 프로젝트 네 개를 맡게 되어서 힘든 한 학기를 예상하고 있어요.

박: 그리고 저희 둘이 며칠 전에 일본에 다녀왔거든요. 거기서 돌아온 지 얼마 안돼서인지 개강에 적응하기 조금 힘들어요. 또, 마찬가지로 저도 이번 학기는 힘들 것 같아요. 과에서 친구가 별로 없는데 모든 전공이 팀 프로젝트를 해야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같이 여행도 다니고, 수강신청도 함께 하고, 추억이 많은가 봐요. 두 분이 공유하는 신촌의 추억이 있나요?

박: 학교 앞 ‘참피온’이라는 곳에서 시험공부 하다가 지겨우면 맥주도 마시고, ‘연대포’에서 딸기 막걸리도 마시고, 출튀하고 나와서 배달음식도 시켜먹고, 신촌에서 하는 영화나 공연도 같이 보러 다녔어요. 말하고 보니 같이 뭘 먹은 추억이 많네요.

오: 먹기만 한 건 또 아닌게, 친구 공연 보러 같이 연대도 다녀오고, 일일호프도 갔어요. 특히 유정이가 일일호프에서 춤추는 걸 봤던 게 진짜 재밌었어요. 같이 예쁜 옷 차려 입고 미팅도 나갔었는데, 추억이네요. 또 제일 좋았던 기억은, 시험 기간에 공부 끝나고 너무 배가 고파서 맥도날드로 굶주린 배를 채우러 기어갔던 기억이에요. 공부 열심히 해서 홀가분한 마음이랑 그 늦은 시간까지도 꺼지지 않는 신촌 거리가 묘하게 잘 맞아서 별 것 아닌 그때가 아직도 선명해요.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일본까지. 그들의 추억 쌓기는 계속된다.

그러면 고등학생 때 생각하던 대학 생활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오: 일단 정말 재미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생 되면 많이 놀아도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해서 혼란스러워요. 적당히 놀고 조금만 공부해도 학점 킹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참 힘들더라고요. 공부도, 노는 것도, 돈 버는 것도 다 해야 하는데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또, 부지런히 일어나 매일 화장해서 예쁘게 하고 다닐 줄 알았는데, 개강 첫날만 화장해 봤고 그 뒤로는 안경만 쓰고 다니게 됐어요.

박: 저도요. 친구랑 맨날 놀고 술 마시러 다니면서 즐거운 학교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친구도 없고 돈도 없네요. 외로운 대학생활이에요. 대학 들어가면 남자친구도 사귀고, 카페에서 커피 홀짝이며 과제하고, 학점 관리도 열심히 하면서 인맥도 쌓아두고, 세상에서 제일 바쁘게 살 줄 알았죠. 그런데 그렇지도 않고 그냥저냥 오전이 없는 삶을 살게 돼버렸어요.

 

그래도 좋은 점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박: 집 말고 다른 곳에서 밤을 새도 괜찮다는 점? 처음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밤을 새 봤는데, 고등학생 때는 할 수 없었던 경험들이 새로 쌓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생전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처음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새롭고 설레는 일인 것 같아요.

오: 구속받지 않고 제 마음대로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다는 점이요. 돈 벌어서 제가 원하는 곳에 소비할 수 있잖아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제약 없이 마음대로 보러 갈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그래서 다음주에는 부산에 ‘뉴이스트’ 보러 내려갈 거예요.

 

현재의 우리가 고등학생 때의 우리에게 신촌의 명소를 소개해 준다면 어디를 말해주고 싶으세요?

박: 유플렉스 빨간 잠망경이요. 신촌의 상징이기도 하고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잖아요. 신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면 단 한번도 빠짐없이 거기서 만나요. 거기는 만남이 시작되는 곳인 것 같아서 꼭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연대포’도 꼭 가보라고 할거예요. 딸기막걸리랑 김치치즈전의 조화와 기본 메뉴로 나오는 콘치즈까지 삼박자가 아주 좋아요. 아지트 같은 느낌?

오: 신촌 나무 계단이 좋아요. 왜냐면 주변에 먹을 것도 많고 구경할 사람도 많고, 앉아서 시원하게 쉴 수도 있잖아요. 신촌 밤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그리고 이대 근처 ‘카페 페라’도 추천할래요. 티라미수도 맛있고, 카페모카도 맛있고, 가장 좋은 건 넓어서 회의하기 좋다는 거예요. 나중에 동아리 모임을 할 때 꼭 그곳에서 하라고 하고 싶어요.

 

그들의 아지트 연대포. 김치전 위에 치즈도 녹고, 추억도 녹고.

 

나중에 사회로 나가 신촌을 벗어나게 되면 이곳을 어떻게 기억할 것 같나요?

박: 대학 생활이 묻어있는 곳 같아요. 그때를 추억하며 갔던 곳을 찾아가고 싶어지겠죠. 대학 동기들을 만나던 곳도, 동아리 활동을 하던 곳도 이 곳이니까요. 대학생활의 기억이라고 하면 모두 신촌을 떠올리게 될거예요.

오: 스무살 언저리 기억은 모조리 신촌에서 있었던 일일 테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맛있는 것도 먹으러 자주 찾아가고 싶은 곳일 것 같네요. 특히 연대포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신촌은 ㅇㅇㅇ이다!

오: 신촌은 시원함이다! 낮에는 걸어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주로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 신촌을 거닐었는데, 항상 그때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던 것 같아요. 더운 여름바람이나 추운 겨울바람도 다 시원하게만 느껴졌어요. 참 기분 좋은 곳이에요.

박: 신촌은 내 젊음이다! 너무 뻔한가요? 제가 동아리 인터뷰 활동에서 대학생의 모습을 찍을 때도, 술 마시고 늦게 집에 가는 것도, 제가 지금 하는 모든 것이 여기서 이루어지니까요. 제가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일을 여기서만 하잖아요. 여기는 제 대학생활의 전부에요.

 

슬며시 열어본 그들의 마음 속에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설렘보다 익숙함과 느긋함이 채워지고 있었다. 옛 시절 가졌던 환상은 막상 별 것 아닌 현실이 되고, 새로움에 무덤덤해지는 시간. 그리고 내일의 기대보다 어제의 후회가 더 마음이 쓰이는 그 길. 묵묵히 그 속을 걸으며 그렇게 다들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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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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