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블랙번즈
202. 블랙번즈
언제나 밝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밝게 빛나고자 노력하는 에디터 별의
마지막 메시지
세상에는 많은 수용성의 감정들이 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면 한결 줄어드는 우울함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후 사라지는 속상함
따뜻한 차 한잔에 눈 녹듯이 사그라드는 짜증과 피로감
부정적인 감정들은 대부분 물에 용해되어 없앨 수 있기에, 에디터는 이들을 물감과 같이 물에 풀어낼 수 있는, 즉 수용성의 감정들이라 칭하기로 했다. 그리고 에디터에게 있어서 물감을 풀어내는 물통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은 거의 항상 카페이다.
그래서인지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 플레이리스트가 마음에 쏙 드는 카페,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나만 아는 숨겨진 카페, 일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카페 등 남들이 말하는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가 아닌,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카페를 찾으려 부단히 돌아다니고, 취향에 꼭 맞는 카페를 찾으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방문하기도 하며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이처럼 깐깐한 에디터의 눈길과 발길, 그리고 입맛을 모두 사로잡은 카페가 있다.
바로 신촌역 근처에 위치한 블랙번즈이다.
BLACKBURN’S
BLACKBURN’S
BLACKBURN’S
BLACKBURN’S
BLACKBURN’S
BLACKBURN’S

블랙번즈는 창천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건물 2층에 있다. 거의 항상 철문이 닫혀 있어 혹시 문을 닫은 것이 아닌가 놀랄 수도 있지만, 파란 팻말이 OPEN 상태임을 알려주므로, 당황하지 말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카페에 들어가면 이름에 걸맞게 약간 어두운 듯 따뜻한 노란색 조명과, 그 사이 곳곳에 숨겨진 알록달록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에디터가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소품은 바로 알록달록한 옛날 텔레비전이다. 한 대도 아니고 무려 네 대나 테트리스처럼 벽돌과 함께 쌓여있는데, 그 중 한 대는 거울처럼 정면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MZ샷을 찍기에 아주 좋다. 사실 연식이 있기에 화면이 많이 깨져서 얼굴이 잘 나오지도 않지만, 그래도 카페에 왔다는 인증샷 한 컷 쯤은 찍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쌓여 있는 텔레비전 바로 옆에는 책과 앨범 등 다른 인테리어 소품이 놓인 선반도 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거나 음료를 마시며 심심할 때, 선반에 놓인 책을 구경해도 좋고, 텔레비전 위에 올려져 있는 큐브를 맞춰도 좋다. 실제로 에디터도 친구와 함께 텔레비전 맞은 편 자리에 앉아 멍때리며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홀린 듯이 큐브를 집어 들어 휙휙 돌려 맞춰본 적이 있다. 물론 전혀 맞추지 못했다.
여러 소품들 뒤에 있는 큰 스크린에는 매번 다른 뮤직비디오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이 나오고 있는데 정처없이 떠돌던 눈길을 사로잡기에 제법 적합하다. 귀여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적도 있고, 이미 수차례나 본 영화인 <중경삼림> 속 금발의 여성을 보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이곳은 에디터가 가장 좋아하는 창가 쪽 구석자리이다. 주로 밀린 과제를 해치우거나, 앞서 이야기했던 수용성의 감정들을 풀어내기 위해 카페에 갔을 때 해당 자리를 찾곤 한다. 다른 손님들을 등지고 창문을 바라볼 수 있기도 하고, 배치되어 있는 스탠드의 노란 조명을 쬐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매번 자리가 비어있는 것은 아니다. 스탠드의 위치와 각도, 맞은 편 창문에 설치된 블라인드 모두 원하는 대로 조절 가능하므로, 자신만의 집중 환경을 만든 채 할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블랙번즈에서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커피뿐만 아니라 리치, 레몬, 자몽 등 여러 과일을 활용한 에이드나 밀크티 등 논커피 메뉴도 있고,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메뉴인 하이볼도 새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밀크 코코넛 카페라떼

마스카포네 카페라떼
에디터가 가장 자주 찾는 음료는 커피, 그중에서도 ‘마스카포네 카페라떼’ 와 ‘밀크 코코넛 카페라떼’다. 두 메뉴 모두 좋아하는 이유가 같은데, ‘라떼는 달달해야 한다!’라는 에디터의 신조에 맞게 달콤한 풍미를 느낄 수도 있고, 에스프레소를 감싸고 있는 우유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워 원두 본연의 맛도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간
선택한 자리에 앉은 후,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그날의 할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집중해서 투두리스트를 해치우다 보면, 금방 배가 고파진다. 크레이프 케이크, 말렌카, 당근 케이크, 크로플, 쿠키, 샐러드까지. 허기진 배를 채워줄 만한 디저트 또한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말렌카 (꿀 케이크)
그중에서도 에디터는 체코의 꿀케이크인 ‘말렌카’를 가장 좋아한다. 떡처럼 꾸덕하면서도 부드럽게 입에서 부서지는 식감이 일품이고, 크레이프 케이크와 비슷하게 겹겹이 쌓아 만든 케이크지만, 층과 층 사이에 생크림이 아닌 꿀이 들어가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매번 심각한 고민거리나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와 함께 블랙번즈에 가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거나, 오로지 휴식만을 취하기 위해 간 적도 있다. 그럴 때는 창가에 위치한 자리보다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까망까망 아이스크림
친구와 함께 중간고사를 잘 끝낸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블랙번즈에 가기도 했다. 바로 블랙번즈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까망까망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 것인데, 배스킨 라빈스의 ‘블랙 소르베’와 같이 상큼한 맛이 날 것이라 예측했던 것과 달리, 고소한 흑임자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고소한 맛이 주를 이루는 듯 하면서도 중간에 느껴지는 우유의 부드러움과 달달함은, 전체적으로 밝지 않음에도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독특한 소품 덕분에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카페의 분위기와 닮은 듯 했다. 색과 맛 모두가 카페와 완벽히 어우러지는 디저트였다.

여기까지, 수용성의 감정들을 충분히 풀어내고 털어낸 후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디터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공간 블랙번즈였다.
BLACKB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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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에디터가 알록달록한 옛날 텔레비전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것도, 블랙번즈만의 까망까망 아이스크림에 매료되었던 것도, 마스카포네 카페라떼와 코코넛밀크 카페라떼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이들이 카페의 속성과 닮아서일 것이다.
프레임은 알록달록하지만 그 속의 화면은 흑백인 옛날 텔레비전
흑임자 덕에 고소하면서도 우유 덕에 부드러운 까망까망 아이스크림
달달함이 주를 이루면서도 진하고 깊이있는 라떼들
모두 양면적 속성으로 방문객을 사로잡는 카페, 블랙번즈와 닮았다.
이와 같은 블랙번즈의 공간성과 분위기 덕분에 이곳에 방문하여 수용성의 감정들을 풀어내고 나면, 완전히 검게 변해버릴 것만 같던 내 마음속 또한 조금이나마 밝게 바뀐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풀어내고 털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언제까지나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된 채 살아갈 수는 없으니.

블랙번즈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42 2층
평일 10:30~23:00, 주말 10:00~23:00
*매일 22:00 라스트오더
tel. 0507-1409-9077
insta. @blackburns_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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