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혼자특집2 – 이찌멘, 컴인, 모어 댄 위스키
살면서 우리는 혼자였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태어날 적부터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사귀며,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과 치열하게 부대끼던 우리들은
정작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남겨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듯 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게 어색해진 우리들.
“이제는 혼자가 편해!”
남 눈치 보지 않고, 그들과 의견을 조율할 필요도 없이
누구보다 잘 아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나 자신을 위해 정말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혼자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신촌 플레이스 <혼자 특집>, 그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굳이 신촌에서 왜?
친구들끼리 놀러 오고, 학교 끝나고 선후배가 밥약하는, 또 연인들이 데이트하러 오는 이 신촌에 굳이 혼자 다닐 일이 있나?
이 반문에 대한 에디터의 소견은 뒤로 하고 우선 혼자 신촌을 떠나보도록 하자.

가장 먼저 찾아가 본 곳은 짬뽕 라멘 이찌멘.
이 라멘집은 정말 ‘혼밥’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이 곳은 오로지 맛을 즐기기 위한 ‘독립된 맛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

자판기 주문을 이용하는 이찌멘은 주문 과정에서부터 혼자가 된다.
자판기 주문으로 시작해 사람들의 뒷태만 보이는 복도를 지나,
칸막이로 구분된 1인용 식탁에 앉는 순간까지도 여기 온 손님은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혼자 만을 위한 식당인 셈이다.

1인석 공간
너무 각박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뜻밖에도 편안하다.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반찬을 단무지로 할지, 김치로 할지도 주문서를 통해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치 타인에게 절대 방해 받지 않는 나만 있는 공간 같은 느낌.
가만히 메뉴를 기다리며 앞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홀로 여행을 떠나 온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서울여행을 다녀간 사람, 신촌의 경쟁라멘집 부탄츄, 신촌에 위치한 서강대학교 등
마치 이찌멘의 연관검색어 같은 낙서들.
혼자 온 손님들이 심심할 것을 대비해, 이찌멘은 가게 소개나 라면의 역사와 같이 읽을 거리를 많이 준비해 놓았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낙서가 더 눈에 잘 들어왔지만.
낙서들을 보며 문득, 다들 ‘나 혼자 음식을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하고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혼자 있으니 이렇게 낙서가 많은 것도 알 만하다.

그리고 나온 메뉴는 이 라멘 집에서 한 가지 요리만을 고집한다는 이찌멘 라멘.
이 라멘은 이찌멘이 일본의 나가사키 짬뽕 라멘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연구 끝에 탄생시킨 독자적인 라멘이다. 모습은 하얀 국물인 데 비해 그 맛은 제법 칼칼하다.
이 맛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이 혼밥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칼칼한 국물에 캑캑대는 내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은 것도 혼밥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밥’은 인간이라면 살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이므로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렇기에 1인 가구가 늘어난 요즘, ‘혼밥족’, ‘혼밥식당’이라는 말이 생겨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술집에서 혼술은 글쎄,
에디터가 살면서 해본 적이 없는 경험이라 더 큰 도전처럼 느껴진 걸 수도 있겠지만
혼자 하는 것 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정말 애주가가 아닌 이상 ‘술’을 위해 술집에 가진 않을 테니.
더군다나 신촌은 대학교생들의 ‘뒤풀이’를 위한 대형 술집들이 많아 혼자 술잔을 기울이려는 사람들에겐 다소 눈치 보이는 장소일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술집의 내부 구조, 안주의 양 하나 하나가 중요한 조건이 되곤 하는데, 예를 들어 너무 큰 테이블로 이루어진 곳이나 2인 안주가 기본인 곳은 혼술의 장소로 탈락인 것이다. .
네온네온한 컴인
그런 까다로운 조건들 속에서 컴인(COME IN)은 혼술 초보자가 찾아가기 적합한 장소이다.
컴인은 그 이름에서부터 ‘갈까 말까 주저하는 손님들’을 환영하는 크래프트 맥주집으로, 핫한 다모토리 골목에서 독자적인 네온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꼭 술이 좋아야만 혼술 하나?
‘집에서 맥주 한 캔 따면 되지 굳이 뭐 하러 밖에서 혼술을 해?’라는 질문에 반문하듯,
컴인은 좋은 분위기에 마시는 술의 매력을 알려준다.
흰 벽돌과 흰 책상, 흰 의자로 조성된 (집에선 절대 찾을 수 없는) 깔끔한 분위기 덕분에 집에서 라면 벌써 구부러져 있을 허리도 반듯이 핀 채 생맥주를 마셨다.

Why iii love the Moon, Wake me up 과 같은 네온에 어울리는 bgm과 내부 인테리어의 조화는 이 분위기를 한층 더 높인다.
그리고 1~2인용의 책상들과 6000~7000원의 1인 안주는 간단히 혼술을 하려는 사람들을 반길 수 있는 컴인의 특징이다. 마치 ‘혼자 온 너도 이 술집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얹어주는 것처럼.

크래프트 맥주 바, ‘컴인’(COME IN)
이렇게 분위기 좋은 술집에 친구와 함께 오는 것도 물론 추천.
하지만 혼자 오니 이 술집의 매력에 더 푹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친구와 술을 마시며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혼자 있는 게 익숙지 않은 술집이란 공간에서, 술을 통해 스스로에게 진솔해져 보는 혼술의 경험은 분명 재밌는 추억이니.

벽이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개방된 bar 모어댄 위스키.
크래프트 맥주가 끌리지 않는다면 치킨 골목 끝자락에 bar‘모어 댄 위스키’도 있다.
이 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촌독수리’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곳이다.
“여기 언제부터 생겼어요?”
바텐더의 말에 의하면 불과 2주 전쯤 칵테일 바로 새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원래 이태원에서 칵테일 바를 하다가 신촌에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2호점을 열게 되었어요”

왠지 신촌보다는 이태원에 더 어울리는 듯한 분위기를 가진 이 곳은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학가에서 즐기기에 조금은 고퀄리티의 칵테일인 것 같기도 하지만
고된 하루를 보낸 자신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줄 수 있을 정도의 선물이 아닐까.
그리고 누군가와 마주 볼 필요 없는 긴 바 형태의 구조는
혼자 술과 그 술집의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바텐더에게 말을 건네며 친해지는 건 덤!
이렇게 길고 긴 2번째 혼자 특집이 끝이 났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왜 굳이 신촌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묻는다면 에디터는 이렇게 답하겠다.
내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신촌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장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신촌의 수많은 밥집, 술집, 카페를 거치면서는 느낄 수 없던 신촌 자체의 매력은 의외로,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이 장소들을 거닐 때 극대화된다.
수많은 낙서와 함께 했던 칼칼한 맛의 ‘이찌멘’, 네온 사인의 분위기에 레드락 맥주가 맛있었던 ‘컴인’, 처음으로 진짜 사과가 갈린 칵테일을 먹어본 ‘바 모어 댄 위스키’처럼, 혼자 어떤 장소를 가봄으로써 갖는 추억은 더 직접적이고 개인적이다.
그리고 신촌은 같이 오는 사람들 뿐 아니라 혼자 오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친절한 플레이스다. <혼자 특집>에서 소개하는 플레이스들 외에도 혼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무궁무진하기 때문.
에디터는 솔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신촌에서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인 게 어색하지만 조심스럽게 신촌에서 한 발 디디려는 사람들이라면, 다음 주까지 연재 될 ‘혼자 특집’들을 참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입맛에 맞는, 남의 눈치 안 보고 끌리는 대로 가라는 것!
짬뽕라멘 이찌멘
주소: 서대문구 연세로 5길 38
영업시간: 11:00 ~ 24:00
전화번호: 02-333-9565
컴인(COME IN)
주소: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29
영업시간: 17:00 ~ 00:30
전화번호: 02-337-5275
Bar 모어 댄 위스키
주소: 서대문구 연세로 11길 40
영업시간: 19:00 ~ 03:00
전화번호: 010-6379-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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