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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6 · 05 · 05

258. 포차코어: 비릿한 회색빛 도시를 사랑하는 법

Editor 팬지

세상은 조금씩 발전한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매번 그렇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는 점점 부유해진다. 인류는 계속해서 상상속의 일들을 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마냥 좋기만 한가?

삶 속 커다란 문제에서는 대개 좋을 것이다. 종이는 진작에 앞다투어 전자 화면으로 들어갔고, 손쓸 수 없던 수많은 질병들이 손 쓸 필요도 없이 사라져갔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 우리는 안전하고 다행인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발전된 사회는 가끔 피로하다. 참 모든 것이 정확한 세상이다.

 

정확함.

 

마냥 좋은 말은 아니다. 누군가 타인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그 친구 참 정확한 친구야.’라는 말을 한다면 그것이 그저 칭찬일 수 있겠는가. 정확해지는 일은 변수가 없어지는 일이다. 변수 없는 완벽은 그야말로 틈이 없다. 마치 웃음기 없는 날카로운 면접관처럼.

그치만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는가? 삶은 때론 방심하고, 불편하고, 아픈 그 틈에서 자라난 꽃 한송이의 향으로 가득 채워진다는 것을. 

 

2026 Zanchi Trend에서는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Aesthetic을 제시한다. 포장마차(Pojangmacha) 와 하드코어(Hardcore)가 합쳐진 Pocha-core다.

선명해진 세상 속 보다 흐린 무던함. Pocha Core를 신촌의 두 포차를 통해 소개한다.

 

포차소개

포장마차

1) 비바람, 먼지, 햇볕 따위를 막기 위하여 포장을 둘러친 마차 

2) 손수레 따위에 네 기둥을 세우고 포장을 씌워 만든 이동식 간이 주점. 주로 밤에 한길가나 공터에서 국수, 소주, 안주 따위를 판다

소개에 앞서 정의부터 시작한다. . 포차라 함은, 공간의 간이성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통용된다. 떡볶이,어묵 등을 취급하는 분식(粉食)형, 붕어빵이나 호떡, 계란빵 따위를 취급하는 간식(間食)형, 옷이나 간단한 공산품을 판매하는 편의(便宜)형 등. 하지만 오늘 소개될 포차 두 곳은, Pocha-core의 핵심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안주(按酒)형 포차다. 다시 말해 진성 포차인 셈.

 

포차 1. 장대포

포차는 보통 무명의 집시를 표방한다. 보통은 운명처럼 골목 구석에 노란 전등을 켜고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 장대포는 조금 다르다. 이름도 있고, 메뉴판도 있다. 

상표의 이름이던 호치키스가 스테이플러를 부르는 보통명사화 된 것처럼, 신촌의 포장마차는 장대포로 쉽게 대체되곤 한다. 신촌 장대포, 불량배들의 귀여운 작명법같은 이곳은 이름만큼이나 유명하고 또 그렇기에 초심자들에게 적합하다. Pocha Core를 즐기고 싶다면 신촌역 8번 출구 바로 앞 골목으로 가자. 새빨간 테이블들이 맞이할 것이다.

위치: 신촌역 8번출구, 이마트 신촌점 골목을 돌아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기본안주: 오뎅국물, 단무지, 당근과 마늘종에 케첩

 

포차 2. 이대쪽 거기

장대포 보다는 덜 북적거리는 곳이지만 – 물론 포차는 매번 다르지만- 묵직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묵묵해 보이시는 남자 사장님께 이곳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마시길. 마치 포차 사장님들끼리 어디서 단체로 교육받고 온 듯한 일관된 대답을 해 주신다. 

“그런 게 어디있어. 그냥 포차지”

신촌과 이대 사이, 신촌의 메인 술집상권과는 꽤나 떨어진 이곳은 평화롭다. 신촌, 그 야생의 젊음이 득실거리는 장에서 아예 벗어날 자신은 없지만 숨 돌릴 틈 정도 필요하다면 추천.

위치: 신촌역 5번출구에서 직진, 투썸플레이스와 에이블짐 사이 골목

기본안주: 오뎅국물, 오이에 초장

 

 

What is Pocha Core?

 

1.Colorful : 도시의 회색 배경에 눈치 없이 맞서는

도시를 떠올리면 유난히 회색이 떠오른다. 짙은 회색빛의 아스팔트, 도시에 맞춰 진화된 듯한 회색 비둘기 떼들, 유난히 무채색으로 가득한 도로 위의 자동차들. City Life의 배경색은 회색이다. 회색, 그리고 회색조(Grayscale)의 모든 색은 RGB 코드에서 R,G,B 모두 동일한 값을 가진다. 즉 어느 하나도 튀지 않는 색인 셈이다. 도시의 배경은 그런 셈이다. 

그러나 포차는 반항한다. 간판이 다 꺼진 밤이 되면 그 반항은 더 번쩍거린다. 그 눈치 없는 반항, Pocha Core의 첫번째 핵심 요소다.

아스팔트와 고층건물 사이에 낀 장대포의 형형색색한 천장을 보면, 정장으로 가득 찬 사람들 사이 등산복을 입고 서 있는 우리네 아저씨 같다. 왠지 모르게 웃긴 우리네 아저씨.

새빨간 테이블은 그 위에 안주들보다 눈부시다. 혀를 대보면 매울 것만 같은 빨강. 반사판 마냥 테이블 위 모든 것들이 번쩍거린다. 비닐이 씌워진 흰 접시 위에는 다시 주황과 초록이 있다. 색 진한 놈들만 찾으시는 것인가. 늦은 밤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졸 일은 없을 듯 하다.

 

이대쪽의 천막은 조용하게 은은한 초록빛을 띈다. (사진상으로는 회색이지만, 실제로는 군 야전 텐트와 비슷한 재질의 천막이다.무슨 말인지 모른다면, 당신은 참 부러운 사람) 그리고 왜인지 깔맞춤인 초록색 오이와 초록색 종지. 종지 위에는 또 새빨간 초장이 있다. 예쁘게 꾸며진 실내 공간에서 마주하는 것과는 다른, 회색 아스팔트와 회색 스테인리스 바닥위에서 본 놈들은 유난히 채도가 높다.

 

 

2. 안주 뭐 돼요? : 안주는 술을, 술은 삶을

Pocha Core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은 술이다. 그 중에서도 소주. 투명한 초록병에 담긴 것은 아스팔트 도시의 건조함 속에서 그저 도수 있는 물일 뿐이다. 그리고 좋은 술에는 좋은 안주가 따른다. 안주(按酒), ‘술을 누른다’는 그 뜻처럼 안주는 급하게 차오르는 술기운을 뭉근하게 눌러준다. 그렇게 뭉근하게 올라오는 술기운은 다시 삶의 여러 아픔들을 눌러준다. 술은 삶의 좋은 안주가 된다. 

* 포장마차에서 맥주를 마시는 행위는 특히 조심하자. 가벼운 탄산감에 현혹되다 보면, 화장실을 찾아 도시 전체를 헤매는 불상사를 맞이할 수도. 처음 한 병 정도를 추천한다.

 

친절한 장대포는 메뉴판이 있다. 재료의 이름으로 나열된 메뉴판을 읽으며, 동행한 사람에게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자. 떡갈비가 계란찜보다 저렴한 것은 아이러니하겠지만, 그것이 장대포의 생리다. 

냉장시설이 열악한 탓에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던 소주는 늘 겉이 흥건하다. 축축하게 젖은 라벨지를 잡고 투명한 소주잔에 투명한 소주를 채운다. 한두잔 정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안주가 나온다. 열기가 가득한 채로 나온다. 이날의 안주는 닭발과 우동이다.

 

붉은색 테이블에 한상이 차려진다. 스티로폼의 우동 그릇은 무거운 쇠 숟가락을 버티지 못해 울상이다. 옆으론 붉은 테이블보다 더 붉은 닭발. 중식의 불맛과는 또 다른, 정제되지 않은 듯한 센 불향이 특징이다.  곳곳에는 잔과 병이 있다. 그리고 오늘 완벽함으로부터의 자발적 패잔병이 앉아있다. 나다. 그리고 너다.

 

 

메뉴판이 없는 이대쪽은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포차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면 어서 오라는 사장님께 이렇게 물어보자. “오늘 안주 뭐 돼요?” 스테인리스로 둘러싸인 유리 진열대 속 식재료들을 소개해줄 것이다. 또 그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 지도. 대부분 구이나 볶음이지만.

포장마차는 은근히 해산물 메뉴도 많다. 편의점 레트로트보다는 정성 가득이고, 횟감이기엔 조금 부족한 퀄리티. 고등어 구이를 주문하면, 안쪽 간이 화구에서 호일로 고등어를 감싼 채 구워 주신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더니 라이터를 켜 화로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그야말로 포장마차다. 

*호일이 불에 닿는 것을 신경 쓰는가. 오늘만 눈감아보자.

 

 

 

3. 대충: 집착에 지친 사람들의 사랑법

Pocha Core를 관통하는 마지막 핵심 키워드는 ‘대충’이다. 포장마차에게 잘 계획된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는 간의적 성질의 공간은,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된 공간을 소비하는 것과는 다른 결의 편안함을 준다. 처음부터 전부 고려하여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국 어떻게든 굴러가고, 살아가고, 즐겁다는, 그런 작은 위로를 품고 있는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글렀다 생각하는 삶을 다시 일으키는 작은 위로를 얻는 것은 아닐까.

여기, 수많은 ‘대충의 순간’을 소개한다. 장대포와 이대쪽, 모두에

포차는 누구나 대충 오기 좋다. 여기, 일을 마치고 온 로퍼 차림의 친구가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잠든 백수 친구를 불러냈다. 백수 친구는 크록스 차림이다. 다들 그렇게 어영부영 포차로 모인다. 정장과 추리닝, 등산복과 작업복이 모두 공존해도 이상하지 않은, 포차는 그런 공간이다.

젓가락을 받았지만 짝이 맞지 않는다. 구태여 다시 꺼내지 않는다. 꺼낸다 해도 보통 안 맞을 것이다. 애초부터 같은 놈으로만 사 놓으셨다면 되었을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분명 사장님은 적당히 사라져가는 젓가락 수에 맞추어 대충 새롭게 근처에서 사셨을 것이다. 대충.

대충 살자. 애꾸눈이 된 맥주병처럼. 맥주를 시키자 라벨이 반쯤은 찢어진 놈이 왔다. 그렇지만 사장님도 손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본질은 같다. 본질만 같다면야 겉모습이야 아무래도 좋다.

 

 

Why Pocha Core?

반항하듯 돋보이는 컬러, 술을 꾹 눌러주는 안주, 아무도 불만 없는 대충의 순간들. Pocha Core는 쿨해 보인다며 억지로 꺼낸 ‘가짜 무심함’을 가볍게 압도하는 ‘진짜 무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진짜 무심해질 때 비로소, 비릿한 회색빛의 도시를 사랑할 마음을 충전시킬 수 있다. 우리는 결국 다시 여기에서 살아야 하지 않은가.

섬세해진 세상이 유난히 예민하게 보이는 날이면, 대충 입고 나가 술 한잔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 초록병의 마법을 믿어 보자. 뭉쳐 가라앉았던 즐거움이 피어 오른다. 신촌이라면 장대포와 이대쪽이 좋겠다. 둘다 여는지는 모르니 가까운 쪽부터 확인해 보기를 추천.

 

아, 다음 날은 책임지지 않는다. 아침에 여는 포장마차가 어디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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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포

위치: 신촌역 8번출구, 이마트 신촌점 골목을 돌아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영업시간: 사장님 마음대로. 그리 춥지 않은 날.

 

이대쪽 거기

위치: 신촌역 5번출구에서 직진, 투썸플레이스와 에이블짐 사이 골목

영업시간: 사장님 마음대로. 그리 춥지 않은 날.

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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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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