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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4 · 04 · 26

422.학교 종이 🔔🔔🔔

Editor 뉴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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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대학생들로 가득 찼던 교실이

 해가 지자 또 다른 학생들을 반길 준비를 합니다.

 

학생들은

나눠 먹을 다과와 이야기들을 꽃다발처럼 한아름 안고,

서로를 환대하는 교실로,

우리만의 학교로 등교합니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 이냐시오 야학에서 중등 영어를 담당했던 이동원이라고 합니다. 지난 2년 간 낮에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자 밤에는 중등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생활을 했었어요.

 

이냐시오 야학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이냐시오 야학은 어떤 곳인가요?

 성 이냐시오 야학은 배움의 시기를 놓치신 만학도 분들과 정규 교육과정과는 다른 길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학생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야간 학교입니다. 반은 딱 2개, 중등 검정고시반과 고등 검정고시반으로 나뉘어있어요. 평일 7시에 수업이 시작되어 9시 40분에 끝납니다. 매일 2 타임 정도의 수업을 하고 있고요. 과목은 검정고시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중등 영어 교실은 학생분들이 일곱 분 정도 계셨는데 되게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웃음)

 

처음 야학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이렇다 할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우연히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야학 교사분의 인터뷰였는데, 그중 한 학생분의 이야기가 마음에 턱 걸렸어요. 한글을 몰라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도 노래를 차마 부를 수가 없었는데, 야학하러 다니기 시작하고 한글을 배운 뒤 친구들과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였죠. 내 세상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순간…그 때 제가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렇게 실행력이 좋은 사람인 줄 몰랐었는데, 어느새 홀린 듯 신청하고 있더라고요.

 

홀린 듯 이끌렸군요.

네, 그때 마침 성 이냐시오 야학도 선생님을 모집하더라고요. 운명이었나 봐요.

 

 

야학에서의 첫 수업은 어떠셨나요?

 사실, 가르치는 활동을 처음 한 것이 아니라 떨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과외나 학원 아르바이트 경험이 꽤 있었거든요.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앞으로 제가 가르칠 학생분들의 눈들을 하나하나 바라본 순간 너무 떨리는 거 있죠? 사실 이전까지는 어르신들의 눈을 이렇게 바라본 적이 없기도 해서 어색하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이 넓은 교실에 학생분들과 저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학생분들을 보고 눈을 맞추고 학생분들은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 공간만 세상에서 떨어져 나간 느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수업했어요. 수업이 끝나고 진이 빠져서 나오는데, 몸에 힘은 하나도 없는데도 심장이 계속 두근거리더라고요. 그 후로 수업을 하면서 환상이 깨지기도 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때의 두근거림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야학의 수업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제가 맡은 중등부는 정말 가족 같아요. 1년간 거의 날마다 보는 사이라 그런지, 가끔 수업 시간보다 일찍 가면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시느라 제가 온 지도 모르실 때가 있어요. 매일 각자의 집에서 다과를 가져와서 나눠 드시는 것 같은데, 선생님인 저도 수업 시작 전에 나눠주셔서 내심 오늘은 무엇을 주실까 기대하기도 해요. (웃음)

 영어의 경우에는 같은 중등부라 해도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편이에요. 그럴 땐 보통 가장 어려워하시는 분에 맞추는데도,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래도 서로 으쌰으쌰 하시면서 이겨내시는 것 같아요. 수업은 일주일에 대략 한 시간이다 보니, 제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서로 채워나가는 게 보여요. 제 생각에는 그런 점이 야학의 핵심인 것 같아요. 야학은 학원이 아닌 학교이기에 지식 전달만이 목표는 아니거든요. 저도 가끔 제가 해야 할 일에만 매몰되어 주위의 사람들을 잊곤 하는데, 학생분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항상 배워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힘드셔도 학생분들은 이걸 절대 잊지 않으세요.

그래서인지 수업 중에 발표를 할 때 발표하는 학생분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몰래 알려주기도 하시고요. 작은 목소리로 정말 곳곳에서 알려주세요. 시험 칠 때만 아니라면 저는 모른 척 눈 감아드리는 편, 아니 귀 닫아드리는 편입니다.(웃음)

 

 

다른 곳에서도 선생님으로 일하신 경험이 꽤 있으신데, 그렇다면 야학에서의 수업과 다른 곳에서의 수업의 차별점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학원이나 과외의 경험이 꽤 있었어요. 하지만 야학은 다른 곳에서의 수업과 완전히 다르단 걸 수업하면서 확실히 깨달았죠. 학생분들을 대하는 태도부터, 수업 방식까지 완전히 달라요.

 아마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겠죠.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어요. 가르치는 학생들이 달라졌으니 선생님과 수업도 달라져야죠. 저는 수업을 할 때 사용하는 언어가 그분들에게 불편하지 않으신지, 수업 방식이 낯설지 않으신지,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어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학생분들은 어려워하시기도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야학에서 수업을 할 때에는 학생분들도 저도 이 교실은 처음이니까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학생분들은 대부분 생업과 병행하시는 분들이 많기에 이 부분을 간과하고 제 욕심대로 수업을 진행했다가는 오히려 학업 의욕을 저하하는 결과가 나오니까 조심해야 하죠.

 

선생님이 맡으신 영어 과목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야학 학생분들이 특히나 어려워하는 수업이라고 들었어요. 학생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일단 야학 학생분들을 가르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칠판 글씨를 크게 써야한다는 점입니다. (웃음) 가장 중요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커야 해요.

 두 번째는 지속적인 관심인 것 같아요. 혼자 푸시게끔 하고 강단에만 서있는 것이 아니라, 강단에서 내려와 학생들의 옆에서 놓치고 있는 점이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해야 하죠. 사실, 저희도 교수님께 질문하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잖아요? 학생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까도 말했듯이 특히 영어 수업은 수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렇게 개인별로 봐 드리지않으면 이해가 안 된 채로  넘어가실 수도 있으니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해요.

영어 수업만의 노하우는…정확한 발음? 혀를 굴리기보다 정확하게 또박또박 말해야 해요. 단어를 쓰시면 그 밑에는 꼭 발음기호를 써서 읽을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하고요. 예를 들어, ‘수펄마켓~’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슈.퍼.마.켓.’ 이렇게요.

 

사실 교실에서는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이긴 하지만, 크게 보면 그분들은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이시잖아요. 학생분들을 가르치면서 그분들에게 오히려 배우거나 느꼈던 점이 있나요?

 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람은 관성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만, 자기가 해왔던 것만 하죠. 그 관성을 거스르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야학의 학생분들은 그 관성을 완전히 거스르신 분들이잖아요. 몇십 년간 놓아왔던 학업을, 그것도 생업과 같이 한다는 것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힘드실 텐데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가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들어요. 멀리서 여기까지 오셔서 평일 저녁을 온전히 여기에 투자하는 게 어떻게 쉬운 일이겠어요.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이곳에 오신 게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거든요.

학생분들을 지켜보면서 ‘나였어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기도 했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저도 시간이 지나더라도 관성에 순응하지 않고 이러한 열정과 의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야학에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첫 졸업식 날이 기억에 제일 남는 것 같아요. 물론 수업 시간은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제 수업시간은 1주일에 한 번이기 때문에 야학 활동 자체를 그렇게까지 크게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학 생활 중 뜻깊은 하나의 활동 정도로 생각했죠. 그런데 졸업식 날 교실에 학생분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이분들은 1년 동안 매주 빠짐없이 이곳에서 생활하다시피 했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 거예요. 그분들의 인생에서 이 1년이 짧은 시간일지 몰라도,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겠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자 전환점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 제가 수업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사건도 있었어요. 처음 야학 선생님을 맡고 열의에 불타던 저는 학생들의 학업적인 능력을 올리기 위해 많은 방법을 시도했어요. 그중 하나가 단톡방을 만들어서 매일 하루에 한 번 영어단어를 채팅으로 보내는 거였죠. 학생들이 영어를 못하는 큰 이유가 절대적인 노출 빈도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초등 영어단어를 매일 몇 개씩 선별해서 아침마다 보냈는데, 어느날 학생분들이 단톡방을 나가시더라고요. ‘할 수 있는 만큼. 합니다.’라는 톡을 마지막으로요. 어느 분은 아무 말 없이 나가시기도 했어요. (웃음)

 충격이기도 했지만, 그때 알게 되었죠. 이곳은 학원이 아니고, 야학 선생님은 검정고시 합격만을 목적으로 둬선 안 된다는 걸요. 이후로는 단기간의 성취에 목적을 두기보다 학업의 접근성과 부담감을 낮추는 것, 그래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걸 목표로 했어요. 지금 와서 돌아보니 시행착오가 참 많았네요. 뭐, 그러면서 배우는 곳이 학교 아니겠어요?

 

2년간 수업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만났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앞서 말했듯 야학의 학생분들은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예습과 복습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죠. 대다수의 학생분이 그렇고,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낮엔 일하시고 저녁엔 수업을 듣고, 또 집에 가서 예습하고 복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한 학생분이 평일에는 예습과 복습도 다 해오시고, 주말에는 전화로 학습 상담을 요청하시거나 문제를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분이 열의를 보이시니 저도 괜히 마음이 쓰이고,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 싶더라고요. 결국 그분은 검정고시에 합격하셨고, 좋은 결과를 얻으셨어요. 함께 공부하면서 그분의 열정과 의지에 많이 배웠어요. 지금도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분의 열정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힘을 얻곤 해요.

 

 

개인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야학의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야학의 수업이 ‘내 수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제 위주였던 것 같아요. ‘나는 가르치는 걸 좋아하니까, 가르치는 것이 내 성향에 맞으니까’. ‘가르친다.’라는 제 행위에 집중했었죠. 하지만 수업을 거듭하면서 학생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시행착오도 거치다 보니 어느새 야학이라는 공동체에 몸을 담고 있더라고요. ‘내 수업’이라는 경계가 흐려지고 이 공동체 안에서의 저를 보게 된 거죠.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로 다가온다는 걸 느끼면,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충만함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하나 봐요.

 

야학은 선생님께 어떤 의미였나요?

대학 생활 중에서 몇 안 되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죠. 이 세상에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해준 곳이었어요.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선생님이자 학생이 되어준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 같아요. 동원님은 앞으로 어떤 선생님이자, 어떤 학생이고 싶나요?

 주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선생님이자, 기꺼이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이고 싶네요. 사실 이건 야학에서 봐왔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요. 제가 야학에서 봐왔던 선생님들은 학생분들이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시고, 학생분들은 필요하다면 또 기꺼이 배우려고 하셨거든요.  둘 다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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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경례.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난 우리가 운명처럼 이끌린 줄로만 알았는데

우린 필연인가 봅니다. 

추운 겨울날, 뜨끈한 아랫목에 이끌리는 것이 당연하듯

추운 이 세상, 따스한 우리의 학교에 이끌리는 것 역시 당연한 일.

우리의 학교

정답게 나누는 대화도 나눠 먹는 다과도 뭐 하나 따스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어두운 밤을 따스한 온기로 밝혀주는 이 곳은 우리의 학교, 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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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냐시오 학교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 35 (신수동) 서강대학교 곤자가홀 

TEL : 02-70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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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사운드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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