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EOPLE 2021 · 03 · 30

305. 강릉, 신촌 그리고 memories

Editor 보라

*maroon5의 memories를 들으시면서 감상하시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무작정 떠났던 우리의 강릉 여행

시험기간 도피의 이유였을까 반복해서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반항이었을까.

저녁 8시 기차를 타고 떠났다.

날씨 운도 참 좋지

낮부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그치지 않았고, 강릉에 도착했을 때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급하게 택시를 타고 바다로 갔다.

Y : 기사님 어디 바다가 가장 좋을 거 같아요?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이 어디예요?

기사님 : 강문해변, 송정해변, 안목해변 많이 가죠.

Y : 그 중에서도 뽑자면요? 추천해주세요!

기사님 : 그럼 안목해변?

Y : (G,E를 보며) 괜찮아?

G,E : (고개를 끄덕임)

Y : 네. 그럼 안목해변으로 가주세요!

목적지는 택시기사님의 추천을 받아 안목해변으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바다를 제대로 못 볼 것 같아 먼저 조개구이를 먹기로 했다.

너무 늦어서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혹은 평일이기 때문인지 손님은 거의 없었고, 우리는 조개구이와 술을 주문했다.

조개구이

한 입, 두 입

그리고

한 잔, 두 잔

늦은 밤이라 점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Mbti 이야기, 대학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난 잠을 이겨내지 못했고, G와 E는 내가 자는 동안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얼마 후 난 잠에서 깼고 밖을 보니 비도 그쳐 있었다.

비 온 뒤의 강릉 밤바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비가 왔었기 때문인지 더 운치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의 하이라이트

불꽃놀이

편의점에서 사온 폭죽도 터뜨렸다.

흐린 하늘로 터지는 폭죽은 그날의 기분만큼 예뻤다.

편의점에서 강릉 초당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조금 앉아있었다.

그때 흘러나오는 maroon5의 memories.

Maroon5-memories

강릉 가기 전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도, 조개구이를 먹었던 가게에서도, 편의점에서도 계속 흘러나왔다.

Y : 아니, 이 노래 진짜 우리 따라다니는 거 맞다니까. 오늘 하루 종일 이 노래 안들은 곳이 없어

G : 뭐래, 그냥 인기있는 노래여서 계속 나오는 거야. 탑100 그런 거 틀어 놓으신 거겠지

Y : 아니라니까, 진짜야. (E를 보며)맞지?

E : ㅋㅋㅋㅋㅋ맞아 진짜야

우리는 노래가 우리를 따라다니는 거라며 한참을 이야기하다 결국에 직접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 해가 원래 이렇게 빨리 뜨나 했는데 ‘아, 동쪽이라 그렇구나.’ 생각했다.

점점 밝아지는 강릉 바다는 밤의 바다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웠다.

모래사장에 있는 그네에 앉아 잠시 해 뜨는 걸 구경하다 너무 피곤해 첫 기차를 타러 역으로 출발했다.

 

‘다시 시작이구나…’

잠시 잊을 수 있었던 시험, 이젠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우린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신촌에 모였다.

강릉에서의 기억은 겨우 몇 시간 전의 일이지만 현실감이 없었고 꿈만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괜히 신촌이 미웠다.

 

신촌역 2번 출구 근처에 있는 이디야 커피.

24시간이어서 시험기간에 종종 와 밤을 새던 곳이었다.

근처 학교 모두 시험기간인만큼 카페에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 우리도 그 무리에 섞여 공부를 시작했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 모두 지치고 힘들어 보였지만 다들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열심이었다.

그렇게 또 다시 밤이 되어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칠칠 켄터키에 갔다.

칠칠 켄터키

우리 앞의 긴 테이블에는 어느 대학교의 한 동아리로 보이는 사람들이 쭉 앉아 술 게임을 하고있었다.

시험 공부에 지쳐있는 우리와 대비되었지만 괜히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업 되었다.

치킨을 다 먹고도 앞 사람들을 조금 더 구경하다 나왔다.

나와서 가게 앞에 있는 5000원 랜덤뽑기를 발견했다.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하기로 했는데 G가 걸렸다.

헬로키티 휴대용 선풍기가 나왔고, G는 내심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신촌 거리를 조금 걸어 다니다 신촌역 2번출구에서 헤어졌다.

20대 초반이어서 가능했던, 그리고 우리 셋이어서 가능했던 우리의 이틀이었다.

2020년 6월 10일 그리고 11일

그날 우리의 강릉, 우리의 추억

강릉, 신촌 그리고 memories.

 

그리고 현재, 2021년 3월.

글을 쓰며 찾아보니 칠칠 켄터키는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신촌에 모여 함께 갔었던, 위치만 기억나는 이름 모를 족발집도 사라졌다.

G는 군대에 갔고, E와 나는 여전히 학교에 다닌다.

1년 뒤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신촌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신촌은 나에게 ‘현실’이다. 홍대를 다니는 나로서 학교 근처인 신촌은 학교와 같은 느낌을 주고, 그래서인지 놀았던 사진이 거의 없다. 또한 신촌에서 memories를 들었던 기억도 없다. 강릉에서는 모든 일이 특별하게 느껴져 그저 흘러나오는 노래에 의미부여를 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 중 하나에 포함되는 신촌에서의  memories는 들었더라도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강릉에서의 추억은 더 꿈 같고 신촌은 더 현실로 다가온다.

그리고 E와 G는 그런 내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E는 나와 이름이 같고, G는 본가가 가깝다. E와 G의 mbti는 INFP고 나는 ISTJ로 내가 그들과 같은 건 I뿐이지만 달라서 더 잘 맞는 느낌이다.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서울에 오게 되었지만 그 시간을 버티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건 이 둘의 영향이 가장 크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변해간다. 신촌의 가게들도, 우리의 일상도. 또한 당분간은 코로나로 인해 여러명이 모여있는 걸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추억은 우리 기억 속에 그대로 머물러있다. 우리의 추억들은 힘들 때나 기쁠 때, 슬플 때도 항상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그 기억들을 떠올리면 현실을 살아갈 힘이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보라
AUTHOR PROFILE
보라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