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일상의 변주 (With. 심너울 작가)
지독한 일상에 신물이 날 때가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종자와 상종할 바엔 차라리 우주에 내던져져 외계인과 악수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고,
녹초가 된 채 신촌 어귀의 오르막 앞에 섰을 땐 이 언덕을 오르는 것보다 차라리 달에 깃발 하나를 더 꼽고 오는 게 쉽겠다 생각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리고 이따금 우리의 현실은 그 어떤 판타지보다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럽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걸까.
누군가의 관악산에서는 용이 날아올랐고(<신화의 해방자>, <최고의 가축>), 출근하기도 전에 습관처럼 드는 ‘아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은 사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통신이었다(<초광속 통신의 발명>).
비현실적인 공간 속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 세상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일종의 도피처임과 동시에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사전이었다.
‘당신의 세상이 궁금합니다. 제멋대로인 현실 위에 공상을 얹어 변주한 당신의 세상이요.’
현실과 비현실. 전혀 다른 이 둘을 병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작가 심너울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작가 심너울입니다. 2018년에 <정적>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고, 이제 데뷔 6년 차네요. SF 소설 작가로 불리지만, 다양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도 쓰고, 한국일보에 칼럼도 연재하고 있고요. 어찌 보면 매문가일 수도 있겠습니다. (웃음)
매문가라니・・・. 작품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할 수밖에 없겠네요. (웃음) 오늘 인터뷰는 한 작품에 치중된다기보단 ‘심너울’이라는 작가의 전체적인 궤적을 따라가는 시간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작가 심너울’으로서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사실 대학 전공은 예술과 전혀 관련이 없었어요. 서강대학교에서 인터뷰어님처럼 심리학을 전공했었죠. 그러다가 2018년에 공익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친구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을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근무하다 짬 나는 시간마다 글을 썼고, 그때 썼던 소설이 <정적>이에요. 이 글이 운 좋게 당선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우연한 시작이었군요! 일전에도 간간이 글을 쓰셨던 걸까요?
따로 소설을 쓴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말 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글 실력은 연습으로 늘릴 수 있다기보단 삶에서 얼마만큼의 고통을 겪어봤느냐에 따라 그 실력이 좌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에는 심너울 작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실었다. 첫 발표작 〈정적〉과 SNS에서 열띤 호응을 얻었던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이번 작품집을 위해 새로 쓴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신화의 해방자〉, 〈최고의 가축>을 함께 수록하였다.
〈정적〉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뜻밖의 인간관계를 맺게 된 ‘나’의 이야기다. 듣지 못하게 되었기에 비로소 ‘들리게’ 된 조용한 이의 말들은 침묵으로 가득한 나의 일상을 풍요로운 대화로 채워 준다. 제약이 때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전하는 작품으로,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같이, 가치’ 프로젝트 선정작이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는 실제 잦은 연착으로 악명 높은 경의중앙선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해당 노선을 이용해 본 독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준 작품이다. 연착되는 전철을 기다리다 못해 역에 속박되어 버린 원념들의 짧고 굵은 하소연, 출퇴근을 포기하고 아예 역에 작업실을 차린 인기 웹툰 작가의 사연이 ‘웃프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현한다.
표제작인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사랑한 9급 공무원 김현의 독특한 시간 여행기이다. 민원인과 동장에게 치이는 평일은 죽느니만 못하다고 여긴 현은 매일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같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정작 금요일을 반복하게 된 현은 이전보다 더 뒤틀린 생활을 맞이하고 만다. 주말만을 바라보며 일상을 버티는 모두에게 전하는 독한 위로주 같은 작품이다.
〈신화의 해방자〉는 동물을 사랑하면서도 실험용 쥐를 죽이는 일을 해야 했던 청년 유소현의 전기(傳記)이다. 그는 늘 다른 사람의 말에 순종하며 살아왔지만, 용의 유전자가 발현된 쥐 ‘용순이’를 본의 아니게 키우게 되면서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자신의 마음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한다. 용순이가 실험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 소현은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도 해방하게 된다.
마지막 작품 〈최고의 가축〉에도 용이 등장한다. 인간을 가축 삼아 거느리는 용들은 일정한 땅을 수호하며 인간들에게 공물을 받는다. 한반도의 수호룡인 이스켄데룬은 날개 부상 때문에 430년 동안 관악산에 은둔해 있었는데, 어느 날 용의 둥지에 한 인간이 찾아온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업의 직원인 그는 용의 세포를 연구해 날개 치유를 돕겠다고 제안한다. 환상적인 설정, 반전의 묘미 속에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깃들어 있다.
귀한 책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소개하고픈 마음을 담아,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책 소개 中
너무 공감해요. 고통이나 슬픔처럼 일상에선 자칫 부적 감정으로 비춰지는 것들이 글을 쓸 때만큼은 재능이 되니 이 분야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고요.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첫 단편 소설인 <정적>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신촌’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다루어 주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제가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라 자연스레 소설의 배경으로 많이 등장했던 것 같아요. <정적>에서는 소리가 셧다운되는 상황을 이용해서 대학생이 느끼는 불안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고학년에 접어들수록 ‘홀로되는 것’, ‘고립’과 같은 개념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기도 하고요.
‘신촌’은 공간 자체로도 저에게 많은 스토리가 담긴 곳이에요. 지방 출신이다 보니 서울은 동경의 공간임과 동시에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공간이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촌은 그런 서울 중 가장 빠르게 저물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잖아요. 실제로 제가 대학생일 때와 지금의 풍경이 많이 다르기도 하고요.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공간의 쇠락’이라는 점에서 신촌에 큰 의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맞아요. 한때 신촌에 몸담았던 선배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씀하시더라고요. ‘예전의 신촌은 이렇지 않았다’고.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특정 지역, 지하철처럼 익숙한 소재를 SF와 판타지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여러 장르 중 이러한 방향성을 잡으신 이유가 궁금해요.
다소 민망한 이유지만, 시작부터 ‘SF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 처음 소설을 쓸 당시 한창 SF 붐이 일고 있었어서 그 흐름에 편승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두 작품 쓰다 보니 자연스레 대학에서 배웠던 것들을 써먹게 되었죠. 대학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꽤 많은 걸 배웠거든요. 아까 말했듯 심리학을 주전공으로 공부했었고, 생물심리학에 큰 흥미를 느껴서 생물학 수업도 깨나 들었고, 당시에 알파고의 등장으로 코딩도 배웠고요.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직접적으로 써먹고 있진 않지만, 각 전공만의 생각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써먹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졸업생의 모습이시네요. 저도 대학에서 하나만 진득하게 배워 평생 그것만 써먹고 싶다기보단 최대한 다양한 걸 배워 나만의 방식으로 정제해 이곳저곳에 섞어보고 싶거든요.
사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온전히 살리려면 최소한 대학원은 가야 하잖아요. 저는 그러진 못했지만, 등장인물을 묘사하거나 사람의 다양한 양상을 이해할 때 사회심리학에서 배운 내용들의 덕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인간이 스스로의 불합리한 행동을 규명하려 노력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죠. 제가 심리학을 전공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컴퓨터 공학이나 신경생물학은 제 작품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경험을 하신 것 같아요. 대학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큰 매력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맞아요. 대학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온 사람들이 4년 동안 뒤섞이는, 인생에서 정말 몇 안 되는 순간이라 생각해요. 대학이 아니었으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경험을 했고, 결코 좋아하지 못했을 사람을 좋아해 봤죠. 그때는 몰랐지만 교수님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지니신 분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고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뒤섞이는 일련의 경험들 자체가 지금까지도 저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서강대학교의 마스코트 알바트로스. 웅장한 본명과 달리 서강대학교 학생들에겐 ‘알밥이’로 불린다고.
요즘은 주변 사람들을 얻은 것만으로도 대학에 온 게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너무 모범적인 질문일 수 있겠지만, 작가님이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추천해 주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책도 좋고, 단순한 조언도 좋습니다.
음, 저는 앞에서도 살짝 말했듯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전공, 그러니까 본인이 어떤 전문성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세상을 정말 다르게 해석하거든요. 조금 의외의 답변일 수 있지만 책은 나중에도 볼 수 있어요. 책은 제 책만 읽으시면 되고. (웃음) 농담입니다. 제 생각에 책은 일종의 간접 경험인데, 그런 간접 경험을 대학 다닐 때 적극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대학은 이질적인 사람 모이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등록금 값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딱히 동아리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거든요. 그래서 결론은… 책을 너무 많이 읽지 말고 술을 많이 마시세요. (웃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네요… 다행히 저는 대학생의 본분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그렇다면 그런 작가님에게 ‘신촌’이란 어떤 곳인가요?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래도 사랑해’죠. 서울에 난다 긴다 하는 핫플을 제쳐두고 아직도 신촌에서 친구들을 만나곤 하는데, 신촌에 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거든요. 질릴 만도 하지만 고향 같은 느낌이랄까요.
신촌에 추억이 깃든 공간이 꽤 있으실 듯한데,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대 근처에서 자취를 했었는데 그때 ‘아트하우스 모모’라는 곳을 많이 갔었어요. 독립영화를 주로 틀어주는 곳인데, 한창일 때는 거의 거기에 살다시피 했죠.
또, 아무래도 제가 서강대 출신이다 보니 서강대 자체가 추억의 공간이기도 해요. 최근에 가보니 그 좁은 땅에 새로운 건물을 또 지었던데・・・. 아무튼 종치는 것도 그립고, 사회과학대를 가기 위해 오르던 언덕도 그립네요.

심너울 작가의 신작 <갈아 만든 천국>
본인의 작품 중 작가님이 특별히 애정하시는 작품이 있는지 궁금해요.
최근에 낸 <갈아 만든 천국>이라는 신간에 애정이 갑니다. 스스로 레벨업했다고 느낀 작품이거든요. 일전에는 다소 감으로 글을 썼다면, 이 책을 쓸 때는 비로소 글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알고 썼던 것 같아요.
저도 얄팍하지만 간간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글에 만족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은 그런 경지에 다다르시기까지 어떤 시행착오들이 있었나요?
이전에는 스스로를 ‘한탕주의’라고 칭했어요. 소재의 재미 하나로 밀고 나가는 작품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이야기는 소재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탄탄한 인물이 있어야 하고, 그럴듯한 세계가 있어야 하고, 인간성에 대한 고찰도 있어야 하죠. 그런 면에서 <갈아 만든 천국>에서는 인간의 역동을 잘 드러내려 노력했고, 나름 성공적으로 쓰인 책이라 만족스럽게 생각해요.
<갈아 만든 천국>의 내용에 대해서도 조금 더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소설 속 세상에는 마법이 존재해요.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마력이 다르죠. 이 마력은 본래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었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이 마력을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전하는 방법이 밝혀져요. 골수 안에 있는 마법의 일종을 채취해 이식하는 방법으로요. 현실의 관점에서는 ‘재능을 이전할 수 있다’, ‘재능이 상품화되는 시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현대 사회의 묘한 계급사회를 판타지적으로 잘 풀어내신 소설 같네요. 작품의 의도나 ‘독자들이 이런 부분에 집중해 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일단 재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유희독서를 추구하니까요. 더불어 이 소설을 통해 한국의 수직적 계급 이동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런 이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성취지만 동시에 많은 콤플렉스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썼어서 독자 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모로 이 책을 빨리 완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계획하고 계신 작품이 있나요?
일단 단편 두 개가 진행 단계에 있습니다. 8월에 단편집이 나오는데, 거기에 실릴 ‘인공지능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또 하나는 ‘우주의 사멸’에 대한 이야기예요. 천문학자들이 지금까지 세우고 있는 이론에 따르면 우주도 언젠가 모든 것이 얼어붙고 엔트로피가 최대치에 다다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시간조차 죽는 그런 때가 온다고 하잖아요. 우주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우리는 비교적 일찍 태어난 문명이라고 해요. 그래서 우리의 밤하늘에는 별이 무수히 많지만, 우주의 말년에 태어나는 인류의 밤하늘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죠. 한마디로 죽어가는 우주 한복판에 태어난 지성체의 삶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 심너울’으로서의 고뇌가 궁금해요.
사실 조금 뜬금없고 당황스러운 고민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작가’라는 직업 자체에 고민이 많아요. 가수 이랑님 노래 중에 ‘잘 듣고 있어요’라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에 ‘이게 어떤 쓰임이 있을지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데’라는 가사가 나와요. 가사처럼 나의 작품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큰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힌 거죠. 그래서 작가와 전혀 다른 결의 직업에도 꾸준히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엔 방어 양식 영상을 봤는데, 참 마초적이고 직관적인 행복을 낚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은 방어와 달리 손에 만져지는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런 면에서 고민이 큽니다.
‘인간 심너울’으로서의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저는 세상에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해요. 그저 축축한 기쁨을 느낀달까요. 그래서 무언가를 보면서 진정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눈물 없이 잠에 들고 싶고, 스스로의 우울을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 어떤 것보다 용감한 결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득 글을 쓰는 행위도 어쩌면 작가님의 무수한 노력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맞아요. 저에겐 글 쓰는 행위가 일종의 명상과도 같아요. 사실 인간의 사고 과정은 기록하지 않으면 굉장히 모순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이 일종의 보조기억장치 역할을 하는 거죠. 글 쓸 때 느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있고요.
머릿속에서는 뒤죽박죽이었던 일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다 보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뒤엉켜있던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추어 가는 기분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신촌 어귀의, 글에 목말라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형태가 어찌 되었든, 글쓰기 자체는 굉장히 지향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생각을 언어화하고, 모순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인간을 더 성숙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 같거든요. 조금 전에 ‘대학생 때 책을 많이 읽을 필요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한 달에 한두 권 정도는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자기와 다른 분야의 벽돌 책 한 권을 용기 있게 집어 오는 것도 추천하고요. 모르는 분야의 책이니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혹시 압니까. 전혀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인생의 돌파구를 찾게 되실지.

열렬한 햇볕이 내리쬐던 날, 비스듬한 어느 카페에서 나눈 우리의 대화는 ‘세상 속 존재’에 대해 논하는 일련의 분투였다.
유약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의 담화였다.
끊임없는 사색은 오직 인간의 전유물이라 했던가.
삶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되려 더 아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이따금 눈물을 한 세상의 단초로 삼는 일도 어쩌면 온 우주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 모르겠다.
그러니 부디,
기꺼이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우리이길.
분주히 나의 세상을 짓고, 용감히 남의 세상에 뛰어드는 우리이길.



멋진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대표): 심너울 작가님도 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