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 이지원, 에디터 정원
If you look the right way, you can see that the whole world is a garden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온 세상은 다 정원이에요.
-The secret Garden-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오…. 자기소개…. 너무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젠 몇 살인지 좀 헷갈리네요. (웃음) 연세대 비교문학과 문화를 전공하고 있는 4학년, 아니 5학년에 가까운 이지원입니다. 잔치 에디터 활동한 지는 이제 1학기 됐습니다.
정원이라는 에디터 명을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에디터 명을 미리 생각을 해놨어야 했는데, 갑작스럽게 정하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무엇으로 정하면 좋을까?’, 단톡방마다 물어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정원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정원도 엄청 마음에 들었던 별명은 아니었어요. (웃음) 신촌을 이 동네처럼, 마치 내 정원처럼 돌아다닌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또 제 이름과도 어감이 비슷하니까요. 다만, 초등학교 1학년 때 과외 선생님 이름과 같아서 조금 정이 안 가는 것 같아요.

지난해는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던 것 같은데요. 정원은 2024년을 어떻게 배웅하셨는지요.
배웅했다는 말이 새롭네요. 2024년 배웅이라, 저는 친구들과 같이 파티룸을 빌려서 카운트다운을 보기로 했어요. 12월 31일에 만나서 종 치는 것을 같이 보자고 약속했었는데, 아르바이트가 11시 반에 끝난 거예요. 또 빈손으로 갈 수가 없어서 장을 봐서 숙소로 향했는데, 11시 59분쯤에 친구가 전화로 재촉하더라고요. “됐어, 나는 틀린 것 같아….” 이렇게 대답하고, 대우 아파트 버스 정류장에서 2024년을 배웅했죠. 그래도 길 위에서 맞는 새해는 또 처음이니까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어요. 그리고 배웅은 원래 길 위에서 하는 거 아니겠어요?
겨울방학은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아, 사실 방학인 것을 까먹고 있었어요. 방학 같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거든요. 방학하고도 계속할 일들이 있어서, 정신이 조금 없었습니다. 자소서도 쓰고, 연구 공모전 준비를 위한 인터뷰도 하느라 계속 바빴던 것 같아요.

잔치, 플레이스 팀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잔치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이런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글 쓰는 것이나 언론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로컬 다양성에도 관심이 있어서 그것을 할 수 있는 게 잔치라고 생각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피플과 플레이스팀 중에 고민을 좀 했었거든요. 인터뷰를 잘 못하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억지로 그런 상황에 던져보고 싶어서 피플 팀 지원을 고려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건 플레이스가 아닌가, 라는 생각에 플레이스 팀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원할 때는, 플레이스 팀의 글들이 식당이나 카페가 많아서 이 팀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장소를 확장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한 학기 돌아보니, 저도 식당을 많이 했던 것 같네요. (웃음)

지난 4개월 동안 잔치, 그리고 플레이스 팀은 정원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다른 의미로 신선했어요. 어찌 되었든, 저에게 큰 변화를 줬던 것 같아요.
잔치 사이트를 처음 봤을 때는 아카이빙이 10년 치나 되어있으니 되게 전문적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제가 나이가 제일 많은 축에 속한 거예요. 어머, 이렇게 아기들이 그런 글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죠. (웃음)
이전의 저는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 세상은 글러 먹었으니 바꿔야 한다, 모두가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글을 많이 썼었고, 속으로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반면, 잔치 친구들은 글도 몽글몽글, 대학생만의 감성이 있잖아요. 힘들고 지치지만 그래도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어요. 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웃음) 이 전의 저라면 조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감정에 솔직한 친구들이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어머, 저는 정원의 글이 잔잔하면서도 사람을 참 몽글몽글하게 한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렇다면 언니가 글을 쓰면서 지향하는 점이 있나요?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제 글이 몽글몽글…. 충격인데요? (웃음)
글 스타일은 문장 호흡을 길어지지 않게, 담백하게 쓰는 것을 추구해요. 요즘은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기자 출신 작가들이나, 조세희, 박완서 작가 등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이 좋더라고요. 상황을 제시하지 않아도 그 상황이 표현되는 점이 매력적이라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내용 측면에서는 너무 편향되지 않은 글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너무 좋다, 또는 너무 나쁘다는 것도 아닌 장단점을 다 반영해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지난 학기, 정원의 글을 읽고 참 많은 위로를 받았었어요. 지난 학기 글 중 정원이 가장 애착이 가는 정원의 글이 있나요?
이번에 썼던 종이 잡지 글이 가장 마지막에 썼던 글이라 그런지, 제일 톤이 균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글을 뽑고 싶고요. 쓰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내가 이 장소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종종 느끼는데, 이상하게 쓰고 나서는 그 장소에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종이 잡지를 썼던 김밥집은 그 이후로도 서너 번 정도 더 가게 되었어요. 무의식적인 애착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원이 사랑하는 장소의 조건이 궁금해요.
혹시 ‘좋아하는’과 ‘사랑하는’의 차등을 둬야 하나요?
혹시…. T세요? (웃음) 그럼, 좋아하는 장소의 조건이 있다면요?
또 가고 싶은 장소? 저는 맛을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맛있으면 또 가고 싶더라고요.
음식은 그냥 먹고 없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어딘가에서 온 재료와 셰프님의 철학등이 담겨있다고 하잖아요. 사실 저는 그런 것 잘 모르겠지만 음식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엔 공감해서, 맛있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말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플레이스 팀 선배로서, 장소를 선정하는 팁이 있다면?
기존에 아카이빙된 장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안 겹치게 선정하는 것?
T 맞네.
하하.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 지도 앱에서 후기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죠. 저도 네이버 리뷰를 정말 열심히 보는 편이거든요. ‘분위기가 좋아요’, ‘대화하기 좋아요’, 다 보는 편이긴 한데, 가끔은 걸어 다니면서 우연히 만나는 것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지도 앱의 후기만 보지 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방법을 다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언니가 좋아하는 장소 하나만 풀어주세요.
연희동 거리 걸어다니는 것 되게 좋아해.
장소 안 푸네, 이 언니.
거리도 장소 아니에요?

플레이스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분위기가 다들 비슷하고 잘 맞아서 신기해요. 그래서인지 피드백이 진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다들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글과 피드백에서 보이거든요. 저는 ‘쉼표가 많이 들어갔어요’, ‘띄어쓰기가 잘못됐어요.’ 이런 테크니컬한 피드백을 많이 남기는 편인데, 이 친구들은 피드백에 예술적인 글을 써놓아서 감동을 많이 받았죠. 마음의 밀도가 되게 높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정원에게 플레이스, 장소는 어떤 의미인가요?
플레이스팀 지원글을 쓸 때, 사러가 마트를 주제로 썼었어요. 사러가 마트가 장보기 좋아서가 아니라 연희동과 신촌을 명확히 경계 짓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주제로 했었거든요. 그 마트에 갈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연희동이 부자 동네라는 것이 마트만 가도 너무 잘 보이더라고요. 사러가는 허브가 한 매대를 다 채우고 있거든요. 여기서 계층적 차이가 보이죠. (웃음) 그 공간을 자주 가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보이고. 허브가 한 매대를 다 채우고 있는 마트라,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잖아요. 촛불 켜고 파스타를 먹는 되게 여유로운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모를까. 다른 장소들도 마찬가지죠. 어디에 위치했는지,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에 따라 되게 다르잖아요. 층층이 다 의미가 있는데, 그런 걸 읽어낼 수 있는 게 공간이고 장소이니 장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곳, 이라 생각해요.
새로 시작하는 2025년, 정원이 글을 통해 꼭 소개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이제 최애 장소가 나오길 바라는 눈빛인데…. (웃음) 정말 생각이 안 나네요.
어떤 글을 쓸 건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셔도 돼요.
사장님 인터뷰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그 공간에, 장소에 자주 오는 손님들, 사장님들이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담아내는 것도 장소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계속해 보고 싶었는데, 막상 용기를 내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이번엔 그런 글을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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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싸와 정원의 TMI 토크
내가 인터뷰어라면 나에게 꼭 했을 것 같은 질문은?
나라면, 새해니까 새해 목표를 물어봤을 것 같은데?
ㅎㅎ 새해목표는 어떻게 돼?
올해는 진짜 진짜 운동할거야.
할 때가 됐어.살기위해..필라테스 등록을 할까 고민하고 있어. 나는 피티도 한번도 안해봤거든.한번 배워놓으면 헬스장가서 꾸준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수영 추천해. 신촌이라는 수세권에 살면서 수영을 안 하는 것은 범죄야.
어디에 있는데?
창천, 아현, 마포, 홍제…
오…많네.

최근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 있다면 소개해줘.
정말 까마득한데..(웃음) 최근에 읽었던 책을 이야기하자면, 수업 때문에 읽은 브라더 블루? 되게 독특했어. 리플렛처럼 되어있기도 하고, 내용이 엄청 다이나믹해. 브라더 블루라는 사람이 떠돌이인데 하버드 박사까지 했거든. 진짜 신기한 삶을 사셨어.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해서 자기가 지역 감옥에 글쓰기 가르치러 갔던 이야기까지, 진짜 많은 이야기들을 옛날 이야기하듯이 구어체로 썼는데도 되게 호소력이 깊더라고. 그래서 인상 깊었던 것 같아.
최근 인상 깊게 들었던 노래는 뭐야?
The Strokes – The Adults Are Talking (Official Video)
염세적인 곡이긴한데, 멜로디가 좋아. 가사가 사실 하나하나 귀에 꽂히지는 않잖아. (웃음)
내가 기숙사에 사는데,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에 많이 들었어.
나는 아까 오면서 터치드(TOUCHED) ‘Last Day’ Official MV 를 들었거든, 언니는 내일이 마지막 날이면 오늘 무엇을 하고 싶어?
일단, 친구들을 보고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있을 것 같아. 내가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이런 말들을 잘 못하는 데 그동안 못했지만 해야 했던 말들을 마지막 인사로 하겠지.
언니가 가장 사랑하는, 아니 좋아하는 장소 알려줘.
우리 학교 올라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스팟이 있어. 그 아저씨 동상이 옆에서 보이는 곳이 있거든?
사실, 수연이 인터뷰에도 그 사진을 넣었었어. 메인 공간에서 옆으로 올라가는 비탈길에서 보면 나무들이 프레임처럼 학교를 둘러싸거든. 그 프레임안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다들 되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그 구도가 참 좋은 것 같아. 거기가 가장 애정하는 플레이스가 아닐까.

그렇다면, 언니는 언니가 애정하는 장소같은 사람이고 싶어, 그런 장소를 찾아내는 사람이고 싶어?
씁.. 찾아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쩝…내가 예상했던 대답은 아니긴 한데. MBTI가 정확하긴 하다.
그런 말이 있어, f인 척은 f일 수가 없다.
오늘 인터뷰 소감은 어때? 난 잔치에 들어와서, 인터뷰를 처음 하기도 했지만 처음 당해보기도 했거든(웃음) 언니는 이전에 해본 적 있어?
나는.. 연구참여…?
장난하나!
ㅋㅋㅋ 그건 내 입장이 아닌 사용자나 대중의 입장이니까, 나에 대한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지.
사실, 나도 연구 때문에 인터뷰를 구성하면서 어떤 질문을 해야될까,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 그런데 당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까, 그냥 다음 질문이 기대되기만 하더라고. 오늘 인터뷰 해보면서 뭐 질문이나 대답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보다 그냥 잘 들어주는 인터뷰어가 좋은 인터뷰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 인터뷰가 너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던 것 같은데 그래도 어쨌든 흐름을 만들고 잘 이끌어준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내가 신잔 인터뷰 몇 편을 읽어봤었는데 너무 사실적으로 담더라고. 내 말의 80-90%가 다 반영될 것 같아 두렵기도 하네. 하하.

그녀는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해본 적 없다는데,
어째서 나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골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사랑이 보이는 걸까?
그녀는 이 세상은 글러 먹었다고, 바꿔야 한다는데
어째서 나는
그 말이 세상을 향한 사랑 고백으로 들리는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온 세상은 다 정원이에요.
정원은 이 세상을 정말 그녀의 정원처럼 가꾸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이해하고, 그리하여 이 세상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정원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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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모습에서 사랑을 찾고, 들은 것은 내가 극성 F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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