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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ATEGORIZED 2025 · 01 · 14

449. 안수경, 디자이너 지평

Editor 쿠이

 

지평 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잔치에서 지난 한 학기 동안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평입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학부에 재학중이에요.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지평이 호감도를 정말정말 열심히 채워 만들었다는 신촌역 티켓 피크민)


종강 이후로 푹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어요. 피크민도 열심히 하고요.


왜 지평인지 궁금해요.

제가 아이디로 쓰고 있는 ‘지평선’에서 따왔어요. 저는 아이디를 주기적으로 바꾼단 말이죠? 왜냐하면 해킹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여느 때처럼 아이디를 바꾸려던 스무살 때, ‘지평선’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던 중이라 아이디를 지평선으로 짓게 됐어요.

그렇게 그 별명을 여기저기에 쓰고, 이렇게 잔꾼명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어떤 노래였는데요?

하현우의 <항가>라는 노래입니다! 고등학교 때 많이 듣고, 좋아했던 노래예요.


잔치에서 지난 한 학기 동안 활동을 하면서 어땠나요? 들어오기 전, 기대했던 활동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잔치에 들어오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활동은 종이잡지 제작이었어요. 당시 잔치에서 제작했던 종이잡지를 펀딩으로 구매해서 재밌게 읽었거든요.


아무래도 매혹적인 24-1 잔치 종이잡지


내용도 좋고, 디자인도 너무 예뻐서 ‘이런 거 만드는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지?’라고 생각하던 중 마침 잔치에서 부원을 모집하더라고요.

구매한 잡지의 디자이너 이름 란을 여러 번 보며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하고 싶더라고요.

최근까지 한창 종이잡지 디자인 작업에 집중했고,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어요. 기대한 만큼 재미있었어요. 표지가 엄청 예쁘니 기대해주세요!

 

잔치 디자이너는 방학 시즌에는 종이잡지 디자인을 주로 하지만, 학기 중에는 웹매거진 글을 카드뉴스로 제작하는 작업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특히 지평만의 카드뉴스 디자인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카드뉴스 작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당신의 운명은 안녕하신가!> 

지평의 첫 번째 카드뉴스 작업이었죠. 사주/타로를 주제로 한 글이었는데, 무속 내지는 미신을 다룬다는 느낌이 표지의 색상과 아이콘에서 효과적으로 나타났던 것 같아요.

카드뉴스 표지를 제작할 때는 글의 키워드나 느낌에 기반한 컬러와 오브젝트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 글 같은 경우에는 색동옷저고리에서 색상을 추출해 컬러팔레트를 구성했었어요. 아이콘은 직관적으로 타로카드 아이콘을 삽입했고요.

 

<다리 너머의 기쁨에게>

같은 템플릿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첫 번째 카드뉴스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던 것 같아요. 연속된 두 작업이 굉장히 다른 무드의 글을 다루게 되면서, 최종 결과물도 판이하게 나왔는데 이를 통해 지평 디자이너의 넓은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리 너머의 기쁨에게> 작업 같은 경우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첫 번째 작업에 비해 더 좁은 폭을 사용하며 시각적으로 보다 정렬된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이 때도 글과 어울리는 도트 색상을 선정하기 위해서 컬러팔레트를 구성하는 게 첫 번째 단계였는데, 글에 삽입된 ‘다리를 건너는 사진’의 노을에서 색상을 추출했어요. 아이콘은 다리를 연상시키는 교각 아이콘을 사용했습니다.

 

<막무가내 취향 바이블> 의 경우에는, 기존과 다른 도트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 변화가 있었던 같아요.

맞아요. 이때쯤은 템플릿 활용에 익숙해져서 변화를 줄 수 있는 단계였거든요. ‘취향’이라는 글의 메인 키워드에서 ‘개성’을 떠올렸고, 일반적인 동그란 도트보다 삐죽삐죽한 특이점을 가진 별모양 도트를 사용했습니다.

 

키워드의 개념에서 출발한, 추상적인 디자인이었다니요! 저는 위스키와 어울리는 무드인, 도시의 밤풍경 속 빛번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티팝 앨범들의 커버 이미지처럼요.

엇, 너무 좋은데요? 이제부터 그것도 공식입니다.

 

<공학원 떡볶이 오늘도 영업하나요?>도 앙증맞은 디자인 요소들에 대해 잔치꾼들의 반응이 좋았잖아요!

에브리타임 글 형식을 적용했던 점을 재밌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먹는 걸 보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어릴 때 취미가 ‘배달책자 보기’였어요. 그땐 배달 앱이 없었으니 책자가 있었잖아요. ‘우와, 탕짜면…’하면서 다양한 메뉴 옵션을 보는 걸 좋아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공학관 떡볶이>와 <복성각> 카드뉴스는 너무 행복했던 작업이었어요.

 

카드뉴스 작업을 하며, 도전이 필요했던 순간도 있었을까요?

첫 작업을 하며 제작했던 템플릿을 다음 글에 적용하던 때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첫 글과 그 다음부터 작업한 글들이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기존 템플릿을 다른 글에 적용할 때 딱 맞지 않는 사태가 발생해서 전반적인 개정을 거쳐야 했거든요. 그때가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매 순간이 도전이었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디자이너’라는 직책으로 활동을 하는 경험도 처음이거든요.

이렇게 잔치에서 몰랐던 디자인 툴이나 지식을 새롭게 배우고 적용하는 모든 순간이 도전의 일부분인 것 같아요.

 

지난 카드뉴스 작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을 하나 꼽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에 제작한 프로젝트글 <첫 눈에 묻은 타임캡슐: 잔치 아세요?> 카드뉴스를 제작할 때, 여러 디자인 요소들을 신경 썼던 기억이 있어요.

미래시점에서 10년전의 글을 보는 내용이니, 각각 다른 시점을 느낄 수 있는 시각적인 흔적을 삽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카드뉴스에서 미래시점의 종이는 반듯한 새 코넬 종이, 과거시점의 종이는 구겨지고 바랜 종이를 사용했어요.

또, 한 사람 한 사람의 글을 담는 내용이다 보니 작성자마다 고유의 손글씨 폰트를 사용했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글을 모아둔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사용된 폰트를 통해 문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답니다. 이런 뽀짝뽀짝한 디자인 요소들이 들어간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싶었고, 귀엽게 나온 것 같아서 아끼는 결과물이에요.

평소에는 에디터들이 작성한 완성된 글을 전달받아, 독자 입장에서 그 글을 이해하고 느낀 뒤 카드뉴스를 제작했는데 이 프로젝트 글의 경우에는 주제 선정부터 모든 과정에 저도 참여했기 때문에 차이가 있었어요. 좀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가장 아끼는 결과물이 순서 상으로 마지막에 만든 결과물인 점도 인상깊네요. 초반에 만들어둔 템플릿을 활용하며 점점 결과물 제작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싶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카드뉴스 제작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다는 점이요.

제작 때마다 항상 아쉬움이 남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작업을 완성할 때마다, ‘이번 건 좀 찢었는데?’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없고 ‘아, 이런 걸 카드뉴스로 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매번 ‘이번에는 만회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 작업인 프로젝트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며 작업했던 것 같아요. 다음 학기에는 더 나은 카드뉴스를 만들 수 있기를…

 

카드뉴스 작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워낙 멋진 글들이다 보니, 요약이 어려워요. 카드뉴스는 글의 요약본이어야 하면서도, 동시에 글의 완결성을 유지하며 가지고 와야 하니까요. 글의 요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 카드뉴스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언제나 커요.

한 학기 동안 가장 많이 지적 받았던 점이, ‘내용을 덜어내라’라는 거였어요. 제가 항상 텍스트를 넘치게 담는 편이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카드뉴스는 이미지고, 이미지는 정보값이 적을수록 독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눌러보고, 읽어볼 수 있잖아요. 그 점을 아는데도, 혹여나 글쓴이의 의도를 해칠까 우려되는 마음에 과감히 생략하고 원문을 발췌해오는 게 어려웠어요. 

 

지평 디자이너만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해요. 카드뉴스를 작업할 때,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무엇보다 글이 가장 돋보여야 한다는 점이에요. 

텍스트에 폰트, 배경, 그외 디자인 요소들을 가미한 결과물이 카드뉴스잖아요. 이 추가된 요소들은 글의 매력을 살린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삽입된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린 바처럼 표지를 디자인할 때도 키워드에 기반해 대표 색상을 정하고, 아이콘을 사용해요. 이렇게 철저하게 글 기반으로 디자인 요소들을 뽑아내는 게 중요한 점 같아요.

그리고 가독성에 유의하는 것도 중요해요. 

 

좋은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나요?

좋은 디자인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할 것 같은데, 저에게는 직관적이고, 쉽게 읽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에요.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쉬운 디자인. 누구나 보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모든 사람(장애인, 고령자 등 포함)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을 의미함

 

잔치의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이면 좋을까요?

우선, 활자중독인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글을 열심히 읽고, 느끼고, 디자인에 잘 반영해야 하니까요. 글을 읽을 때 시각적 요소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카드뉴스, 종이잡지를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느끼며 머릿속으로 뮤직비디오를 상상하는 사람이거든요. 비슷한 방법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잔치에서 시도해 보고 싶은 디자인이 있을까요?

저는 원래 영상 편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영상 디자인, 모션 그래픽에도 관심이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잔치를 소개하는 영상 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다음학기부터 디자인 팀 팀장이어서, 잔치 규정에 따라 다음 종이잡지 표지를 만들게 될 것 같네요… 저 너무 긴장돼요…

(근데 다음 종이잡지면 너무 멀었잖아요?)

(네… 근데 저 원래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이에요… 저 씹프피예요)

 

좋아하는 계절이 있나요?

저는 겨울이 제일 좋아요.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조금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건강했기 때문에 아무튼 겨울이 좋습니다.

겨울은 추우니까 껴입게 되잖아요. 오히려 따뜻한 계절인 것 같아요. 그리고 눈도 오잖아요? 그럼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어야겠죠. 

(지평은 눈사람 아티스트다)

제가 대구 사람이라 눈에 로망을 가지고 있어서, 작년에 폭설이 왔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겨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눈인 것 같아요. 저는 눈 오면 우산도 안 쓰고 걸어가요. (눈투성이가 된 귀가사진을 보여주며) 이날 너무 행복했어요.

새내기 때 강의를 들으면서 첫눈을 맞았는데, 교수님께서 ‘첫 눈이 오고 있네요…’ 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저 혼자 너무 큰 소리로 “우와!!!!!” 하고 환호성을 질러버려서 주목받은 적이 있어요. 서울 애들은 창 밖 보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겨울에는 붕어빵도 팔죠. 제가 붕어빵을 좋아해서 항상 품 속에 현금을 지니고 다녀요. 붕어빵 먹을라고. 연대 앞에 붕어빵 파는 데가 있어서 거기에서 한번씩 사먹어요. 추운데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것 같아요.

합법적으로 집안에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겨울의 장점이에요. 너무 추우니까, ‘밖은 위험해!’ 하고 전기장판을 켠 방에 한없이 들어앉아 있을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한 해의 끝과 시작이 같이 들어 있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절이라는 점까지… 

그래서 저는 겨울이 제일 좋아요.

 

 

에디터들의 글은 지평의 손을 거치며 더 넓게, 더 깊게 퍼져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독자의 마음에 글이 진실되게 가 닿을 수 있도록 사려 깊게 고심하는 지평 디자이너는 그 너머의 끝없는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지평선과 닮았다.

앞으로도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작업물들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기를, 올 겨울 펑펑 내리는 눈처럼!

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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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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