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엔딩 크레딧
살다 보면 문득 우리의 삶도 거대한 서사를 지닌, 대장정의 영화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린 시절 형성된 자아는 이 영화의 세계관의 근간이 되었고,
곡절의 시기를 겪을 때면 영화의 평점을 매기듯 삶을 질책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신촌 속 누군가는 ‘대학’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 짓고 있다.
각자만의 ‘엔딩 크레딧’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엔딩 크레딧. 영화가 끝난 직후 스크린 자막을 통해 제공되는, 영화 제작과 관련된 상세 정보.
그러니까, 영화를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가 담긴 검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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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의 이름을 눌러 그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 엔딩 크레딧에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_행정학 전공 정현우
🎞️ 엔딩 크레딧에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_비교문학 전공 이지원
🎞️ 엔딩 크레딧에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_경제학 전공 이윤재
🎞️ 엔딩 크레딧에는 ‘노고의 이야기’가 있다_문헌정보학 전공 이상아
🎞️ 엔딩 크레딧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_불어불문학 전공 박채연
🎞️ 모두의 엔딩 크레딧에게
엔딩 크레딧에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_행정학 전공 정현우
(영화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이동합니다.)
영화 <비긴어게인>의 엔딩 크레딧에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영화가 막을 내리더라도, 스크린 너머의 주인공들의 삶을 계속해서 응원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이들처럼 앞으로가 기대되는, 막 학기생 정현우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행정학과 정현우입니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할 예정이에요.
선뜻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터뷰 참여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항상 ‘기록하는 삶’을 동경했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었거든요. 이 인터뷰가 어찌 보면 제 대학 생활의 좋은 기록이 되어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 머물렀던 학교와 신촌에서의 막 학기라니,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지금, 현우 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군대와 휴학 기간까지 합치면 7년이란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졸업을 앞두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평상시대로 수업을 열심히 듣고, 과제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막 학기생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막 학기생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그렇듯 진로죠. 저는 학석사 연계가 승인이 되어 오는 봄 학기에 저희 학교 석사 과정에 진입할 예정이에요. 졸업 후 바로 갈 곳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주변에서 직장에 들어가거나 자격증 시험에 붙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들긴 해요. 제가 가려는 길이 안정되고 보장된 길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든든하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제가 가려는 길이 그런 길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제가 더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서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대학에서의 시간 동안 참 많은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나요?
스스로 주도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게 아쉬운 것 같아요. 다양한 일들을 했지만, 어쩔 때는 스스로가 아닌 그 일들이 제 삶을 이끌어 삶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주도권이라… 평생의 난제인 것 같아요. 이것도 수업에서 알려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반대로 스스로를 꼭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했다는 것은 꼭 칭찬해 주고 싶어요. 역설적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고 삶을 공유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으로는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한테 고백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거의 6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있는데, 고백한 순간 그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연애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찾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현우 님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저를 가장 설레게 하는 건 ‘기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줄어들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나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생기면 설레는 것 같습니다.
신입생 시절의 현우 님과 현재의 현우 님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달라진 점은 외모가 아닐까 싶어요. 신입생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랑 크게 다른 점도 없었던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근차근 머리나 입는 옷이 달라졌거든요. 신입생 시절 패션이나 스타일을 보면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되더라고요. (웃음)
꼬꼬마 시절(?)의 현우 님이라니 상상이 안 가는데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수한 변화 속에서 꿋꿋하게 지켜낸 옛 모습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간직하고 있는 신입생 시절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삶을 대하는 태도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는 모습이나, 가끔은 불안해 조급해하는 모습, 그리고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저의 성격은 과거나 지금이나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우 님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였나요?
저에게 대학은 아쉬움의 집합체라고 생각해요. 잘한 것도 많고 이룬 것도 많았지만, 부분 부분의 아쉬움이 모여 돌이켜보면 결국 아쉬운 순간들이 많이 떠오르거든요. 원체 미련이 많은 성격이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라는 게 마냥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아쉬움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생기거든요. 저한테는 비단 대학뿐만 아니라 살면서 거친 모든 단계들에 아쉬움이 존재해요. 이런 아쉬움에 매몰되지 않고, 다음 삶의 단계에서는 이를 동력으로 삼아 더 치열하고 열심히, 아쉬움이 생기지 않게 사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졸업 후 신촌을 어떤 공간으로 추억하게 될 것 같나요?
다시 돌아오고 싶은 보금자리요. 저는 단계를 차근히 밟아 최종적으로는 학교로 다시 돌아와서 교수가 되고 싶거든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 중에는 학교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신촌도 꽤 큰 부분을 차지해요. 신촌이 변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네요.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항상 치열하게 살아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공부든, 동아리든, 연애든, 한 가지를 열심히 파고 이에 몰두하는 경험은 대학 생활 동안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 짤막한 인터뷰가 잊고 살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라요. 졸업’예정자’이긴 하지만 아직 졸업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남았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최근에 디지털 카메라가 생겼는데, 학교의 여러 모습들을 카메라로 많이 담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이 또한 처음 질문에서 말했던 ‘기록’하는 삶의 한 형태니까요!
엔딩 크레딧에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_비교문학 전공 이지원
(영화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이동합니다.)
영화 <콘스탄틴>의 엔딩 크레딧에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본론에서 다루지 못해 남은 아쉬움을 엔딩 크레딧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간도 영화의 러닝타임처럼 제한적이기에, 다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이 아쉬움을 도전으로 승화하고 있는, 막 학기생 이지원을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비교문학 전공 중인 4학년 (사실은 5학년 1학기) 이지원이라고 합니다.
꽤나 오랜 시간 머물렀던 학교와 신촌에서의 막 학기라니,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지금, 지원 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는 20학번이라 본가에서 제일 오래 학교생활을 했어요. 학교를 제대로 다닌 것은 이번 학기까지 쳐 줘야 1년인 거죠. 그래서 아직도 신촌이 완전히 내 동네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내가 신촌 대학생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몇 달이나마 좀 더 열심히 학교와 신촌에 정을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레 있는 합동응원전을 기대하고 있어요. 처음 가 보거든요!

그리고 며칠 뒤 지원이 보내온 합동응원전 사진. 폭우를 뚫고 간 그곳엔 청춘과 낭만이 가득했던 듯하다.
막 학기생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초과학기라 딱 9학점만 듣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가치 있게 쓸지가 가장 고민이에요. 사실 지금 듣는 수업 중 하나가 생각한 것과 다른 느낌이라 철회하고 다른 수업을 청강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거든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고, 초과학기 등록금의 가치 실현을 위해 진심으로 임할 수 있는 수업만 듣고 싶네요. 그리고 어떻게 더 열심히 살지가 고민입니다. 직전 학기에는 처음으로 9개월짜리 대외활동을 했는데, 이제 막 수료식까지 마쳐서 그 빈 자리를 알차게 채우고자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어요.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충실하는 것도 열심히 사는 한 방법일 테고… 고민이 많네요.
지난 대학생활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코로나 학번이라 1, 2학년 때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두고두고 아쉬운 것 같아요.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집에 있으니 마냥 좋았는데, 제철 과일은 제철에 제일 맛있듯, 좀 더 어릴 때 쌓았으면 좋았을 경험들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들거든요. 송도 생활을 못 해 본 것도 아쉽고, 새내기 신분으로 MT를 가보지 못한 것도 미련이 남아요. 물론 대학 생활을 구성하는 경험들을 3, 4학년이 되어 시작하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스물이라면 하나하나가 새롭고 긴장의 연속이었을 거예요. 작은 일 하나하나마다 ‘이거 못 하면 어떡하지’ 하고 전전긍긍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이제 새로운 것을 덜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또 지금 이 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종종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동기, 2학년 때 만난 같은 과 사람들, 이런 존재들이 있으면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싶기도 해요.
얼마 전에 한 카페의 인스타에서 여름 딸기 케이크를 봤어요. 여름 딸기는 겨울 딸기보다 새콤하고 단맛이 약하지만, 그래도 귀하게 구한 것이니 다른 매력으로 즐겨달라는 요지의 소개 글이 있었죠. 제철이 아니어도 딸기를 만날 수 있어서 반갑지만 한 입 먹으면 ‘아 겨울이면 더 맛있었겠다’ 하듯, 지금만 가능한 일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꾸만 만약을 가정하게 되는 전반적인 아쉬움이 있어요.
딸기 제철 비유가 인상적이에요. 딸기가 꽃 피우기 시작하는 건 5~6월부터라고 하더라구요. 그 흰 꽃이 피지 못하면 겨울에 딸기를 먹지 못하듯, 순간순간에 가치가 서려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쉬움이 있다면 반대로 스스로를 꼭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난 학기에 주 3회 송도를 오가며 15학점을 들으면서 알바와 대외활동을 병행했어요. 저는 이렇게 스케줄이 빡빡하게 살았던 것이 처음이라 너무 새로웠던 것 같아요. 원래 지독한 야행성 인간인데, 3월 한 달은 1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면서 스스로 ‘와 내가 이렇게 산다고?’ 감탄하기도 했죠. 스마트폰 스크린 타임도 2시간 미만으로 뚝 떨어졌었구요. 비록 바로 4월부터 3시 취침으로 돌아갔지만요. (웃음) 1학기를 돌아보면 성과 측면에서는 최고라고는 할 수 없어요. 결국 기말고사 하나를 말아먹었습니다. 그래서 성적은 별로지만, 제대로 협업하는 법도 배우고 내 역량과 한계를 인지하는 더 큰 경험을 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대학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시험 기간이 제일 행복했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일까요?

어… 아무래도 저와는 다르신 것 같네요. (웃음) 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요!
시험 기간에는 저희 학교 동아리방이 모여 있는 대강당이 24시간 개방으로 전환되거든요. 그래서 동아리방에서 밤샘을 자주 했는데, 사실 며칠 연속으로 새벽까지 과제 하는 사람들이 100% 제정신일 리가 없잖아요. 그 빌미로 공부보다 노래 얘기를 많이 하고, 갑자기 이상형 토론도 하다가 아침까지 버텨서 ‘천 원의 아침밥’을 먹었을 때가 즐거웠어요.
신촌 밖으로 벗어나도 된다면, 교환학생을 갔을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행복했던 것 같아요’ 가 아니라 확신을 담아서 좋았다,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소수의 경험 중 하나입니다. 역설적이지만 남의 학교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대학 생활을 해 봤어요. 그래서 그때가 가장 새내기스러웠던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첫 외국살이의 외로움이나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이 저를 더 압도했던 것 같아요. 6병에 거의 3만 원을 주고 산 소주를 깠던 별것 아닌 일도 그립고, 기숙사 1층에서 다 같이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식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 갔던 것도 모두 두고두고 꺼내 보는 추억이에요.
신입생 시절의 지원 님과 현재의 지원 님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능력과 한계를 좀 더 명확히 인지하게 됐고, 이제는 무엇이 내 잘못이고 아닌지도 스스로에게 딱 잘라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심지가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곳을 경험하면서 좀 더 나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안심을 하게 된 것도 자존감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긍정적인 변화네요! 반대로 아직 간직하고 있는 신입생 시절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아직도 낯선 사람이 많으면 그렇게 낯을 가려요… 그리고 저의 절망적인 개그 감각도 굳건히 지켜내고 있습니다.
지원 님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였나요?
아쉬움과 뿌듯함, 더 큰 세상과 작은 세상인 것 같아요. 대학은 이전까지의 경험과 딴판이지만 또 그렇게 다르지도 않았거든요. 처음으로 학문적 탐구라는 것을 시도하면서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느껴봤어요. 지금의 전공에 만족하지만 다른 분야를 더 탐구해 보지 못한 아쉬움은 항상 있을 것 같아요. 처음 가 본 공간은 끝없이 커 보이지만 그 공간의 끝까지 가 보면 더 이상 그렇게 커 보이지 않잖아요. 새내기 때는 대학이 내 세상의 전부이고, 저학년 때만 해도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몹시 크게 다가왔었던 것 같아요.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한가득인데 그냥 6년 다니면 안 되나 생각하기도 했죠.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공간들을 접하면서 이제는 대학이 사회에서 갖는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9학기째 학교를 다니다 보니 슬슬 대학을 벗어날 때가 된 것 같아요. 한 단어로 요약하면 ‘떠날 고향’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졸업 후 지원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미국에서 저널리즘 석사를 따고 싶습니다. 9월에 자기소개서도 고치고 추천서도 부탁해야 하는데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영 신경을 못 썼어요. 일단은 졸업 전에 무사히 지원을 마치고 대학원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하면 좋겠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굳이 외국으로 가야 하나?’ 싶은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와요. 저는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현상을 잘 포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전하는 일이 하고 싶거든요. 처음엔 외국 언론들이 한국의 문제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보며 미국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지만 굳이 기자나 저널리즘 분야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떤 길을 택하든 무언가 창조하는 사람, 그리고 현상의 구조와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원 님의 대학 시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신촌 공간은 어디인가요?
생각보다 바로 떠오르는 곳이 없네요. 솔직히 아직도 낯선 동네거든요. 이제 골목들이 조금 익숙해지긴 했지만 사실 아직 단골집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하나의 가게나 조형물보다는 2호선 신촌역에서 학교 정문까지 이어지는 연세로 자체를 고르고 싶어요. 봄에 바빠서 벚꽃 구경을 못 간다고 우울해했는데, 학교 앞 대로변으로 나오니 사방에 피어 있는 거예요. 줄지어 서 있는 벚나무들 사이로 버스는 급할 것 없듯 지나가고, 선선한 밤공기까지 더해져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왁자지껄한 저녁을 지나 새벽 두세 시에 한산해진 거리의 분위기도 좋아하고, 특히 동틀 무렵 아무도 없을 때를 좋아해요.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이 짤막한 인터뷰가 잊고 살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졸업’예정자’이긴 하지만 아직 졸업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남았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이번 학기는 제발 학점을 잘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신촌, 연희동, 연남동 일대를 최대한 자주 가 보고 싶어요. 신초너일 때 최대한 즐기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단골집이 아직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이번 학기에 만들어 보고 싶어요.
엔딩 크레딧에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_경제학 전공 이윤재
(영화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이동합니다.)
영화 <1987>의 엔딩 크레딧에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오늘의 우리에게, 과거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 날의 이야기를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나날을 만들어 갈 수 있고, 또 때로는 오랜 시간 올곧게 지켜 온 정신이 곧 나의 심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단단한 삶을 짓고 있는, 막 학기생 이윤재를 만났다.

윤재의 등 뒤로 눈에 띄는 절묘한 글씨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20학번 이윤재입니다. 온라인으로 첫 수업을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고학번이 되었네요. 2024-2학기를 마지막으로 교정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선뜻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터뷰 참여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졸업을 앞두고 생각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나 저는 7학기로 조기 졸업을 할 계획이었어서 8학기까지 꽉 채워 다닐지, 불투명하더라도 계획대로 빠른 졸업을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먼 미래에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20대 중반에는 이 시기가 인생에서 손꼽을만한 힘든 시기였죠. 그래서 이때 했던 생각들과 고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좋아하는 후배가 진행하는 것도 인터뷰 참여의 결정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 머물렀던 학교와 신촌에서의 막 학기라니,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지금, 윤재 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조기 졸업과 경영학과 복수 전공이 맞물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여유롭지 못한 막 학기를 보내고 있어요. 여느 저학년 분들처럼 18학점을 수강하고 있고, 늘 그렇듯 학기 초이기 때문에 수업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 같아요. 이 외에는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도서관 자치회 책갈피에서 임원진 활동을 하고 있고, 편의점 알바를 하나 하고 있습니다.
막 학기생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했었어요. 원하는 성적에 훨씬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고 그때부터가 고민의 시작이었죠. 졸업을 하지 않고 재시를 할지, 졸업을 하고 군대에 갈지, 원치 않는 로스쿨이라도 우선 원서를 써볼지 등등 고민이 많았어요. 이 인터뷰를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루 전에서야 겨우 마음을 정했고, 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답니다.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던 ‘미필’과 ‘대졸자’라는 두 단어가 저의 상황이 될 예정이라 마음이 착잡한 것 같아요. 그래서 먼저 군에 다녀왔던 선배들, 동기들 혹은 후배들한테까지도 다양한 조언을 듣고 있어요.
지난 대학생활을 참 바쁘게, 다사다난하게 보낸 것으로 알아요. 그런 윤재 님에게도 돌아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나요?
생일마다 하는 생각이 있어요. 과분하게도 다양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선물을 받으면서도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매번 바뀌다 보니 마음 한 켠에는 항상 불편함이 있었거든요. 물론 매년 축하해주는 친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학 친구들 중에는 바뀌는 경우가 많잖아요. 동아리나 학회 등 어떤 단체에 몸담으면 누구보다 단체 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에 그 단체 사람들과 잘 지내고, 많은 축하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단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조금씩 소홀했더라고요. 먼저 연락을 잘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돌아가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떠나보냈던 그 인연들까지도 지킬 수 있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사 때마다 경광봉을 들고 뛰어다니던 윤재의 모습. 어설픈 꽁지머리는 단합의 목적이었다고 하니 부디 감내해주시길.
나이를 먹을수록 관계는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한편으론 어렸을 때의 그 순수함과 투박함이 그립달까요. 반대로 스스로를 꼭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한순간도 쉼 없이 살아온 과거를 칭찬하고 싶어요. 원래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사람이고, 고등학교 3학년 때의 관성이 이어져 대학 생활도 항상 바쁘게 살아왔거든요. 1학년 때는 처음 입학하여 같은 반 사람들 간의 친목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고, 자취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과외도 정말 많이 했었어요. 3학년 때는 휴학한 뒤 학생회 활동에 전념했고, 이 때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관리했던 게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죠. 복학을 한 뒤에는 첫 대면 학기를 다니며 LEET 공부에 열중했었던 기억이 나요. 어떤 활동을 하면 그 활동에 몰입하다 보니 배우는 것이 많았고, 밀도 있게 살아온 삶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신입생 시절의 윤재 님과 현재의 윤재 님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성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특히나 저는 남중과 남고를 졸업해서 여자분들을 상대로 특히나 사회성이 떨어졌었거든요. 새내기 때는 남중·남고를 나와서 여자랑 말을 잘 못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냥 고개를 끄덕였죠. 그런데 지금은 똑같은 얘기를 하면 못 믿겠다는 반응이 다수예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수줍어하던 그 풋풋함이 이제는 사라진 것 같네요.
풋풋한 윤재 님이라니… 궁금해서 과거로 돌아가 보고 싶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수한 변화 속에서 꿋꿋하게 지켜낸 옛 모습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간직하고 있는 신입생 시절의 모습이 있다면요?
소신 하나는 잘 지켜온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좋게 말하면 소신이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센 사람이었거든요. 윗사람이어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들이받고,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잘 하지 않는 성향이에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이 꺾일 만도 한데, 오히려 강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윤재 님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였나요?
‘나’라는 사람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은 ‘잃어버린 6년’이었다고 생각해요. 중학생 때는 게임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고등학생 때는 공부 이외에는 다른 것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대학생이 되어서야 제대로 사회 생활을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제 취향을 찾아가고 나만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어요.
졸업 후 윤재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있는 자리와 상황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목표예요. 현상 유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매년 무엇인가 성과를 이루기를 바라고, 해를 거듭하며 발전하기를 원해요. 20살 초반, 중반이었던 대학생 때는 그것이 가능했지만 30대나 40대가 되어서도 가능할지는 의문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항상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살아가고자 해요. 가능하다면 직업 생활에서도 일반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스스로의 발전 동기가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목표예요.
너무 철학적인 질문들이 즐비했죠. 조금 가벼운 질문도 드릴게요. 윤재 님에게 신촌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제는 본가만큼, 어쩌면 본가보다 더 친근한 공간이 된 것 같아요. 지난주에 본가에 가서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왔는데 21년 동안 살았던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이 바뀌어 참 어색하더라고요. 물론 제가 입학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신촌도 많이 변했겠지만, 항상 그 변화와 함께했기에 큰 어색함은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졸업을 하고 나면 신촌도 어색해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편안한 공간인 것 같아요.
이 짤막한 인터뷰가 잊고 살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졸업’예정자’이긴 하지만 아직 졸업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남았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많이 보고 싶어요. 군대에 가면, 졸업하면 인간관계가 한 번 정리된다는 말이 요즘따라 크게 와닿는 것 같거든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졸업 전에 만나고 싶네요.
엔딩 크레딧에는 노고의 이야기가 있다_문헌정보학 전공 이상아
(영화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이동합니다.)
영화 <말하지 못한 비밀>의 엔딩 크레딧에는 노고의 이야기가 있다.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친 이들의 노력마저 섬세히 담은 이 화면은 감독이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의 감독처럼 작은 인연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막 학기생 이상아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8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문헌정보학과 이상아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 머물렀던 학교와 신촌에서의 막 학기라니,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지금, 상아 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취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세상은 넓고 기업은 참 많더라고요. (웃음)
지난 대학생활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해오셨을 것 같아요. 돌아봤을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아쉬움이 남나요?
너무 재밌게 노느라 실속을 못 챙긴 점이 조금 후회돼요. ‘학점도 조금 더 신경 쓰고, 경영학회도 해볼걸!’ 하는 후회가 있습니다.
반대로 스스로를 꼭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정말 행복하게 대학 생활을 했던 점이요! 가입한 동아리나 학회마다 좋은 사람들뿐이었고, 그들과 쌓은 몽글몽글한 추억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해요.

입양 오기 전의 이름인 ‘소리’를 그대로 지켜주고 싶었던 상아는 ‘개’라는 귀여운 성도 붙여주었다고.
그리고, 조금 무리해서라도 자취방에서 본가 강아지랑 같이 살길 참 잘한 것 같아요. 우리 강아지 이제 눈이 안 보이는데, 잘 보일 때 서울 구경 실컷 시켜주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리가 건강했으면 해요. 그렇다면 대학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은데요. (웃음) 아무래도 처음 연고전에 갔던 기억이 가장 사랑스러워요. 고양에서 만원 지하철을 타고 힘들게 돌아와서 먹었던 고기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연고전…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죠. 그렇다면 요즘의 상아 님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린이도서관이요! 요즘 어린이도서관에서 시간제 사서로 일하는데, 어린이도서관에는 딱 제 수준에 맞는 책들만 가득한 거 있죠? (웃음) 어릴 땐 러브라인만 보던 ‘Why?’ 책도 나이 들어서 읽으니 얼마나 교육적인지 몰라요. 지금은 ‘네이피어가 들려주는 로그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출근할 때마다 즐거워요!
신입생 시절의 상아 님과 현재의 상아 님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정말 많이 행복해졌어요. 원래는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해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들 덕분에 정말 많이 행복해졌죠. 그런 의미에서 대학은 제 삶을 바꿔준 곳과도 같아요.
상아 님에게 신촌이란 어떤 공간인가요?
먹고 토하는 곳…? 맛집이 없는 곳…? 그럼에도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곳이요! 캠퍼스 내에서는 중앙도서관, 신촌에서는 타이완소야가 있는 술집거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짤막한 인터뷰가 잊고 살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라요. 졸업’예정자’이긴 하지만 아직 졸업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남았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일단, 꿋꿋이 동아리 MT를 갈 거랍니다. (웃음) 동아리 분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고 가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재수강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꼭 좋은 학점 받으면 좋겠구요!
엔딩 크레딧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_불어불문학 박채연
(영화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이동합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의 엔딩 크레딧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항상 완벽한 줄 알았던 선생님의 감정에게도, 티 없이 밝은 줄 알았던 삐에로의 감정에게도 저마다의 고충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가 밝음 속에 숨겨둔 교훈은 다 큰 어른마저도 감동의 눈물을 짓게 한다.
우리의 디즈니·픽사의 주인공처럼 내면의 고민을 다채롭게 풀어나가는, 막 학기생 박채연을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불어불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채연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 머물렀던 학교와 신촌에서의 막 학기라니,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지금, 채연 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지금은 여러 기업 신입 채용 공고에 지원서를 내면서 지내고 있어요. 마지막 학기인데도 19학점을 신청한 과거의 저 덕분에 학교도 바쁘게 다니고, 동아리 활동도 꾸준히 하면서 지내고 있답니다! 그래도 이번 학기는 취업에 가장 큰 비중을 두지 않을까 싶네요.
막 학기생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졸업 유예 (수료)를 신청해 둔 상태라서, 지금 당장으로는 ‘졸업을 언제 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아요. 졸업이 단순히 졸업이 아닌, 취업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저에게 ‘졸업=취업’이라는 인식이 생겼어요.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제가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지금은 그저 채용 공고가 뜨는 기업에 지원서를 난사하고 있어서 그냥 제 삶 전반이 모두 고민이에요. 개인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한다는 사실이 ‘대학에서의 학업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에 대한 축하’가 아니라 ‘좋은 기업에 취직한 것에 대한 축하’로 그 의미가 변질되었다는 것이 조금 속상하기도 합니다.
너무 공감해요. 졸업이 다가올수록 후련함이 아닌 두려움이 커지는 것 같아 슬프죠. 그간 정말 바쁘고 알찬 대학생활을 하신 것으로 알아요. 그럼에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나요?
돌아보면 정말 매 학기, 매 순간을 바쁘게 보내왔고 물론 과거의 그 순간에는 그 선택이 제 최선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후회가 남는 것이라면 ‘직무 경험을 쌓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후회가 들어요. 저는 어문 전공이고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취업은 경영학 관련 분야로 생각이 기울어요. 취업에도 다양한 직무들이 있으니, 당장 취준을 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마케팅’ 관련 활동을 더 많이 해두었으면 하는 후회가 남는 것 같아요. 저학년일 때 대외활동도 했으면 좋았을 것 같고, 동아리 하나를 하더라도 더 진심으로 임해볼걸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반대로 스스로를 꼭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한순간도 허투루 보낸 적이 없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또, 기록을 열심히 했다는 것도 칭찬하고 싶네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쓰려고 보니 과거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구요. ‘내가 이 활동을 몇 년도 몇 월부터 했는지. 그때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몇 명이었는지. 팀원은 몇 명이었는지.’ 등등 특히나 수치와 관련된 기록은 꾸준히 해두시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많은 기억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중앙 스트릿댄스 동아리 활동을 꽤나 진심으로, 오랫동안 해왔어요. 그중에서도 임원진으로서 공연 기획과 집행을 총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가 신입기수로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는 2021년 코로나 시절이라서 대면 활동을 못 했는데, 임원진이 된 2022년에는 제약이 많이 풀어져서 대면 공연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저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대면 공연을 주최자로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4명의 다른 임원진들과 열심히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적인 대면 공연을 마무리했을 때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네요. 특히, 선배 기수 분들이 칭찬해 주셨을 때가 가장 행복했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찾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채연 님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새롭게 배울 분야가 눈에 들어왔을 때 설레요! 학구열과 수집 욕구가 큰 사람이라서 특히나 자격증 취득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요즘에는 데이터 분석 계열의 자격증이 눈에 들어와서 ADSP, SQLD 등의 자격증을 눈여겨보는 중이랍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옛날에는 어도비 디자인 툴을 배우고 싶어서 냅다 독학을 해서 GTQ 포토샵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최근에는 GTQ 일러스트 1급도 취득했습니다!
신입생 시절의 채연 님과 현재의 채연 님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의 범주가 좁아졌다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인 것 같아요. 열정은 그때도 지금도 충만한 것 같은데, 신입생 시절에는 ‘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지만 지금은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일’의 분야가 좁아졌다고 볼 수 있거든요. 아 그리고 건강도 조금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무릎이 조금 아프네요…
마지막 답변이 가슴에 콱 박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수한 변화 속에서 꿋꿋하게 지켜낸 옛모습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간직하고 있는 신입생 시절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하고자 하는 일에 무작정 도전하고 보는 모습을 꿋꿋하게 지켜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걱정이 별로 없는 편이고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자격증 같은 것도 일단 시험 접수를 해 놓고 시험이 거의 다 다가왔을 때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단기 계획으로 취득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걱정을 할 필요도 있을 듯하네요. (웃음)
채연 님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였나요?
아마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가장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공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새내기 시절부터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성장할 수 있었고, 어느새 제가 후배들을 도와주는 포지션이 되어서도 저 스스로는 항상 알게 모르게 성장하고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졸업을 하고 나면 이렇게 젊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공간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아 두렵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대학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꾸준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싶어요.
그리고, 원하는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프랑스어를 배워왔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불어불문학과에 오게 되었는데, 사실 불어학이나 불문학을 더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에게 프랑스어는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로 수명을 다한 것 같고, 지금은 경영학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실제로 경영 대학원에 들어갈까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일단 취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 채연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제가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너무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으로서는 제가 좋아하는 IT 산업이나 엔터 산업에서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기적으로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여유롭게 살기가 목표인 것 같아요. 부모님이 최근에 남양주로 이사를 가셔서 저는 가끔 본가에 놀러 가는데, 노후를 여유롭게 보내기 너무 좋은 동네이더라구요. 저도 나중에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행복한 삶을 즐기고 싶어요.
그렇다면 채연 님에게 신촌은 어떤 의미인가요?
신촌은 제 청춘을 바친 동네입니다! 저학년 때는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셨던 기억이 생생하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행사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지금 저에게 신촌은 제가 곧 떠날 것만 같은, 추억이 담긴 공간입니다.

그중 특히나 잊을 수 없는 공간이 있다면요?
문과대학 학생회실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학생회 활동을 꽤나 진득하게 오래 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학생회실에서 친구들과 밤낮 가리지 않고 학생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던 기억들이 생생해요. 시험 기간에는 학생회실에서 같이 시험 공부도 하고, 야식도 시켜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었죠. 올라가는 길이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건물 안에서 즐겁게 보냈던 시간이 많아서 저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졸업 후에는 신촌을 어떤 공간으로 추억하게 될 것 같나요?
언제 돌아와도 어색하지 않은 제 홈그라운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신촌에서 공부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2학년 때쯤 홍대에서 신촌으로 걸어왔던 적이 있는데, 홍대는 너무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받은 반면에 신촌으로 넘어오자마자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도 다른 동네보다 신촌이 가장 편하고 좋은 공간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반가운 얼굴을 가끔 마주하기도 하고, 추억에 잠기는 장소들도 많아서 언제 돌아와도 편한 동네로 남을 것 같네요.
이 짤막한 인터뷰가 잊고 살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졸업’예정자’이긴 하지만 아직 졸업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남았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야무지게 즐기고,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하고,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과 꾸준히 같이 춤추고 싶어요. 아 그리고 도서관, 각종 특강 등 학교의 복지를 최대한 다 누리고 갈 겁니다!
(영화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이동합니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엔딩 크레딧에는 모두의 이야기가 있다.
성공한 배우가 아니어도, 휘황찬란한 영상 기법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사랑했던 이들을 추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영화보다 영화 같다.
영화 뒤에, 또 하나의 영화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히 자신만의 엔딩 크레딧을 써 내려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만하면 훌륭한 영화였다고, 장면 장면에 깃든 당신의 노력을 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의 엔딩 크레딧이 무사히 올라갈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박수를 보낼 테니
마음껏 당신의 이야기를 보여주시길!
기꺼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에게, 화면 가득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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