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안산별곡(맨발 걷기)
6월의 어느 날. 이제 막 찾아온 무더위와 달리, 피플팀(유니콘/해영, 뉴사운드/새솔, 글루/수연, 유화/예주)의 2024년은 내내 한여름이었다. 불볕에 달궈진 아스팔트를 맨발로 걷는 듯,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조급하게 뛰어다니기 바빴으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쓸려서 엉망진창이 된 마음은 “사람 싫어! 온 세상이 불만이야!”하고 아우성을 쳤지만, 피플팀 에디터라는 의무감에 두 눈과 귀를 닫고 가면을 쓰듯 웃음을 장착하곤 했다. 꼭 누군가가 싫다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신경쓸 것 투성이인 세상살이와 날로 소모되어가는 감정들, 그럼에도 맡은 바가 있기에 또 괜찮은 듯 살아가야 하는 모든 순간들에 ‘사람’이 얽혀 있었을 뿐. 아무도 없는 산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주고받는 넷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이야기하는 피플팀에게 ‘사람이 싫다’는 느낌은 그 자체로 큰 위기감을 주었다. 예로부터 불안한 마음을 단숨에 달래주는 도사가 있었으니, 피플팀과도 인연을 맺고 지난 팀글에서부터 꾸준히 함께해온 그를 어쩔 수 없이, 별 다른 방도가 없어서, 최후의 선택이자 비장의 카드로 한번 더 부르기로 했다. 이름하야…
종강까지 아등바등 버텨 온 피플팀, 마음껏 마셔라!
신촌의 한 식당에서 만난 넷. 핫플이라 불리는 술집들은 역시나 사람이 싫어서, 골목에 숨은 작은 맛집을 찾았다. “술은 알아서 꺼내 드세요~” 하시는 사장님의 말씀에 냉장고로 향한 유니콘이 조그만 메모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얘들아, 막걸리 마시기 전에 건배사로 소원을 크게 외치라는데?”
“에이~ 오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왜, 대학가니까 청춘답게 외칠 수도 있지!”
“그래, 해보자. 어차피 피플팀 건배사도 없잖아?”
잔을 든 채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넷은 ‘인류애 회복’을 소원으로 정했다. 그렇게 결정된 건배사를 크게 외치고, 잔 부딪히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모든 답답함을 훌훌 털어버리기로 다짐하면서 시원하게 들이킨다.

“인류애 회복!” 짠-!
그런데 어라, 잔치꾼들 사이에서도 주량으로 밀리지는 않는 우리 피플팀이 오늘따라 좀 이상하다. 한 잔만 마셨는데도 정신이 몽롱하고, 눈앞이 아른거리니 온갖 사물이 일어나 말을 거는 듯 하다. 전봇대가 대나무로 보이질 않나, 하천이 압록강처럼 넓게 보이질 않나. 급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선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쩌면 넷은 처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현대식으로 바꾼 간판 밑에 숨겨진 글자들을, 음식을 내어 오실 때 ‘드디어 올 사람들이 왔구나’ 하는 사장님의 표정을, 그리고 유니콘이 미처 보지 못한 메모의 작은 글씨를.
소원을 건배사로 외치며 드셔보세요!
‘소원을 들어주는 막걸리. 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부작용 발생 시 책임지지 않음.’
.
.
.
홍진에 사는 것이 고달파 거나하게 취한 채 이곳저곳을 떠돌던 이들은 연희동 산어귀에 다다랐다.
“아니, 이곳은 마치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도원경桃源境같구려!”
눈을 번뜩이던 예 선비는 이내 이곳의 풍경을 담으려 붓을 꺼내들고 수려한 솜씨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말이오. 내 사대부로서 이런 진귀한 경험을 놓칠 수 없구려. 어서 올라가보세!”
그저 도심 속 산이었건만, 자연이 너무도 그리웠던 이들의 눈에는 이곳이 평소 전해들었던 무릉도원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산의 입구에 다다르니 웅장한 자태의 흑호와 그를 호위하는 신선이 이들을 맞이했다.
백호의 털은 유독 짙고 곱슬거렸고, 발바닥에서는 꼬순내가 났으니 가히 산의 주인이라 봄직한 모습이었다.
네 선비 중 가장 맏이인 해 선비는 조심스레 백호와 신선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조아리며 아뢰었다.
“저희는 이곳이 처음인데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신선은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저 그대들의 젊음이 아름답도다! 이곳에서의 여정은 곧 하늘의 뜻이니, 맨발의 고행길이 그대들을 기다릴 것이다.”
“맨발의 고행길이라니…. 사대부 체면에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 신을 벗을 수 없으니 정 원하거든 그대들끼리 가시오!”
신선의 말에 겁을 먹은 수 선비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이때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던 백호가 한마디 거들었다. “내 그대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해주지는 못하나, 온 산의 기운이 그대들을 감쌀 것이니 부디 무탈히 자연과 노닐고 오시게나.”
귀여움, 아니 기염 앞에 장사 없다 했던가. 망설이던 수 선비까지 합세해 네 선비는 조금씩 산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과연 신선의 말대로 얼마 안 가 누런 흙길이 나타났다.
네 선비는 결의에 찬 눈으로 바지춤을 걷어올리고 흙길에 발을 딛었다.

“세상에나…. 땅이 푹신하오! 우리네가 살던 세상의 땅은 그저 거무튀튀하고 까끌거렸는데 말일세.”
“그러게 말이오.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워 이리 맨발로 걷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 길은 시원하기까지 하니 꼭 수백 년 뒤 후손들은 건강을 위해 이 길을 찾으려 안달일 것 같소.”
이들이 살던 세상에서는 경험해 본 적 없는 기이한 감촉의 흙이었다.
그렇게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낯섦’에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기다렸다는 듯 더욱 무시무시한 길이 이들 앞에 나타났다. 사람들의 비명이 난무하고, 괴랄한 돌덩이들이 굴러다니는 곳이었다.
“감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로군….”
네 선비가 망설이고 이떤 그때, 귀를 찢는 듯한 불호령이 지천을 울렸다.
“지금 당장 가위바위보를 해 최후의 패자는 지압길(돌무덤길)의 끝자락까지 다녀오도록 해라. 내 말을 거역한다면 너희 모두 평생 이 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별 수 없던 네 선비는 일제히 손을 내밀고 이내 외쳤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단 한 번도 펼쳐지지 않은 새 선비의 지조있는 주먹과 나머지 이들의 옹졸한 보자기, 그리고 돌 굴러가는 소리만이 온 산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후…. 역시 내가 가야하는 것인가.”
새 선비는 결의에 찬 눈으로 지압길(돌무덤길)의 건너편을 향해 걸어 나갔다.
과연 사대부 모임의 주동자다운 모습이었다.
재빠르게 돌무덤길로 떠나는 새 선비의 기개 앞에 수 선비는 경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늘에 이치를 따라 의심 없이 행하니 과연 사대부의 모습이오.” 수 선비가 말했다.
“저 양반은 그저 자기가 주먹만 내는지 모르는 게요. 예나 지금이나 어찌 저리 아둔할 수 있단 말이오.” 해 선비는 혀를 끌끌찼다.
“덕분에 득을 본 게 많으니 조용히 꿀을 빨아먹듯 이익을 누리면 될 일 아니겠소.”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듯 예 선비는 나긋하게 말할 뿐이었다. “하늘이 내린 고행길은 이리도 험악하니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기대도 되고 염려도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오.”
“과연 그렇소. 허나 무릉도원은 쉽사리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선의 세계. 입구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오. 신령님의 말씀처럼 종국엔 천도로 가득한 도원이 펼쳐질 것이니 어떤 고행이든 달콤하지 않을 수 없소. 더러운 속세를 떠날 수만 있다면 뭔들 두려울까.”
한참의 중론이 이어지니 어느새 일그러진 얼굴의 새 선비가 마지막 돌을 밟는다. 데구르르 구를 듯한 모양으로 세 선비를 향해 달려온다.

“사대부로서의 체통을 지켜야 하나 내 한 번만 천한 말을 하겠소. 개같이 아프오. 앞으로도 이런 길이 펼쳐진다면 과연 학문에 전념하듯 정진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소.”
“고생 많았소. 그대의 지조에 하늘이 감하여 도원경의 길을 밝혀줄 것이오. 다음엔 꼭 가위바위보를 이기면 좋겠소.” 예 선비는 음흉한 위로를 전했다.
자, 이제 또 떠나보세.
또 다시 이어지는 황토길. 거친 바위길은 신기루였다는 듯 매끈하고 윤기나는 흙길이 그들을 반겨준다. 경사도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학문에만 전념한 네 선비가 휘이 휘파람을 불 정도였다.
구우구 꾸우꾸.
지저귀는 저 새는 뻐꾸기인가. 무릉의 수호조인가. 귀를 괴롭히지 않는 맑은 소리가 심신을 거치며 밝은 기운을 들이넣는다.
짙푸른 나무들은 적절히 해를 가리는 것이 마치 슈룹(우산의 옛말) 같다. 사방이 청록의 방패니 어떤 장대비가 와도 두렵지 않은 동굴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아, 저기서 흙길이 끝나는 것 같소.” 선봉대 해 선비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산의 중턱 같은데 흙길이 끝나다니. 도원경을 눈 앞에 두고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오.”
“사방을 둘러봐도 올라가는 길은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소.”
“옆 길에 서적들을 겸한 정자가 있다는 표식이 있소. 그곳에서 잠시 쉬며 다음 걸음을 모색해보는 게 어떻소.”
기운 빠진 발들이 샛길로 향했다. 신령의 땅에 속할 수 있다는 기대는 발걸음 소리에 맞춰 희미해져 가는 듯 했다. 정자에 다다르자 불쑥 상기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곳의 경관도 무척 훌륭하군.”
“우리가 사는 고을을 위에서 바라보니 또 새롭소.”
“자연 속에 품어진 민가가 참 작구려.”
“시조가 절로 떠오르오.” 선비가 잠시 눈을 감더니 나지막히 읊조렸다.
신발을 / 벗어서 / 맨발로 /걸어보니
황토길 / 위에서 / 자유를 /찾았도다
눅진한 / 흙 아래 / 근심걱정 / 묻으리
“기왕 그런 거 사대부들끼리 시조 대결이나 해보는 거 어떻소. 이 풍경을 보고 어찌 그 정도의 시조밖에 짓지 못한단 말이오.”
녹푸른 / 여름의 대화 / 한 음씩 / 잡아내어
언덕 아래 / 나무 위에 / 고이고이 / 모아놓고
또 다른 / 여름 오거든 / 꼬깃꼬깃 /펼쳐보려
해선비가 여운에 잠긴 듯 눈을 감는다.
“내가 자네들하고 같은 고행길에 나섰다는 게 부끄러워지는군. 그 정도의 조예로 어찌 사대부를 운운하는 가.”
안산 / 황토길아 / 늘 짓밟힌다고 / 슬퍼 마라
한번 / 발에 닿으면 / 세상 근심 / 눈 녹듯 씻겨가니
너 만나 / 울고 웃는 이들을 보면 / 어찌 아니 / 기쁘겠느냐?
“다들 입 다물고 내 것이나 들어보게.”
이런들 어떠하며 / 저런들 어떠하리 / 하물며 천석고황을 고쳐 무엇하리
안산에 집을 짓고 / 잔치로 벗을 삼아 / 안빈낙도 하면
운영천광이야 끝이 없을새
자기가 잘났다며 저마다 뽐내기에만 급급한 것이 과연 사대부의 품격에 준하는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 그 입을 다물라는 듯, 갑자기 나무에서 동그란 열매가 무더기로 떨어진다.

“작은 사과처럼 보이는 것이 참으로 달콤하게 생겼구려. 갈증도 나는데 한 번 먹어보는 게 어떻소”
허락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재빠르게 과일을 베어 문 수 선비의 눈이 동그래진다. 다른 선비들도 허겁지겁 과일을 집어삼킨다. 탄탄한 껍질에 부드러운 속살과 흘러넘치는 달큰한 과즙이 입안을 풍요롭게 했다. 이곳이 도원이어도 나쁘지 않다는 듯한 여유와 만족이 피어났다.
불현듯 떠오른 고행의 목적에 예 선비가 물었다.
“앞으로 어떡하면 좋겠소. 길은 끊기고 신령님도 백호님도 더는 나타나지 않으니 말이오.”
“무릉도원도 신선도 다 헛것이었는지 모르겠소.”
“길이라곤 우리가 왔던 황토길뿐이니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무릉도원도, 선도도 맛보지 못했으니 이 마저도 속세의 기만이 아닌가 허무하구려.”
“남은 건 이 풍경과 이름 모를 과일 하나니 어쩌겠나. 이거라도 눈과 입에 담고 가야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느껴봄세.”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더 먼 곳을 바라보고 괜한 입맛을 다지며 네 선비는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간다.
분명 지나온 길이지만 초행인 것처럼 낯선 풍경이라고 해 선비는 생각했다. 단지 뒤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것이 우리의 고행길이었던 것일까.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해 선비는 동그란 물건 하나를 발견한다.
“저게 무엇인지 아는 자 있소?”
“말로만 들었던 저 귀한 물건이 어찌 여기 있는가.”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새 선비가 놀라 소리친다. 이미 물건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 그이다. 다른 선비들이 의아해 하며 뒤쫓아 간다.
“정말 다들 모르는 것이오.
만날 ‘후’, 아름다울 ‘나,’ 만날 ‘후’, 흔들리는 모양 ‘푸’
흔들림을 만나면 필연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는 삶의 진리를 담은 신물, 후라후프가 아니오. 민간의 설로는 몸으로 저것을 돌리면 단번에 지덕체를 갖출 수 있다고 하더이다.”
“그럼 어서 해보시게. 시범을 보여주시게나 새 선비.”
“확실하지는 않은데 이렇게 몸에 두른 다음 허리를 튕기면…”
“처음인데도 아주 잘하는구만! 이제야 지와 덕까지 갖춘 선비가 될 것인가 보오 새 선비.” 예 선비는 감탄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기분이 좋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고 있소. 어서 해보시게들.”
세 선비가 저마다 후라후프를 두르고 허리를 튕긴다. 그 모습이 선비의 모습과는 퍽 어울리지 않아서, 말 그대로 어린 아이의 장난스러운 몸짓처럼 보여서 웃음을 참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땀이 삐질하게 흐르니, 네 선비는 후라후프를 내려놓았다. 순수한 기운이 몸을 가득 채웠다. 이 순간 도원경에 오르기를 실패했다 되돌아가는 길이란 걸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무릉의 발끝을 경험한 것만 같았다.
“자 다들 어서 내려가세. 구전설화에서만 듣던 후라후프를 만났으니 무릉에 가지 않아도 정말 큰 수확일세.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모르지.”
“몸과 정신이 개운한 게 과연 그렇소. 가만 이곳이 아까 신령님과 백호님을 만난 입구 근처가 아니오? 종전에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으니 계곡을 찾아 발을 씻는 게 좋을 것 같소.”

계곡 옆에 물이 솟는 샘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신비로운 샘물 앞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물을 적신다. 촤라락. 촤라락.
발이 차가워진다.
역시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야. 여기 물 개시원하다.
.
.
.
찬물에 발을 씻으며 숨을 돌리다 보니, 또 정신이 아득해지고 세상이 빙그르르 도는 넷이었다. 지나가는 신선들의 옷자락이 점점 짧아지더니 청바지로 바뀌고, 올라오며 만났던 백호 대신 ‘돌치’라는 이름의 귀여운 강아지가 앉아 있다. 대나무 숲인 줄 알았던 빽빽한 풍경은 회색 빌딩으로 가득한, 지극히 일상적인 신촌 한복판이었다. 끔뻑거리며 서로를 쳐다보는 피플팀 네명과 달리, 모두는 거짓말처럼 평범한 하루를 지나는 중이었다.
“오빠, 언니들. 이거 꿈이었을까?”
유화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막내의 질문에 늘 조언을 아끼지 않던 셋이었지만, 유니콘, 뉴사운드, 글루 중 누구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넷에게 꿈인지 생시인지는 이미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산을 오르기도 전에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라며 웃어주신 할머니와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해주신 할아버지. 오르는 내내 끊이지 않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부모님의 애정 어린 호통 소리. 지압길을 걸으며 아프다고 호들갑 떠는 넷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어른들. 그리고 무엇보다 넷이서 세상이 떠나가라 웃으며 함께 보낸 이 추억들이 쌓여, 안 좋은 감정은 숲으로 샤워를 한 듯 씻겨내려간 지 오래였다.

반 년 전의 피플팀은 더 이상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또 미워하고, 질투하고, 그럼에도 다시 좋아하는 것을 보면 사람은 그 어떤 자연보다 변화무쌍한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계절이 지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둘 수 없듯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때로는 힘겨웠다가 또 어느샌가 풀리는 자연스럽고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 아닐까. 이제 넷은 사람을 무작정 싫어하지도, 애써 좋아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연이란 싹에 추억이란 물을 주고 애정이란 꽃이 필 때까지, 그저 묵묵히, 그러나 생생하게 모든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진정한 피플팀 에디터로 거듭나보려 한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