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예술의 경계
길에서 보이는 그림들, 이러한 그림들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고 길가에서 들리는 음악처럼 일상에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허락되지 않은 곳이나, 공공시설에 아무렇게 그려져 있고, 가끔은 민감한 성향까지 담겨있는 그림들은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들은 낙서로 불리게 된다.


공공시설에 아무렇게 그려져있는 그림들.
가끔은 불편하면서도 일상에 한 부분이 되어버린 이 낙서들은 예술인들 사이에서 ‘그래피티(Graffiti art)’ 라고 불린다. 그래피티는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 일반인들에게 그래피티는 낙서처럼 보인다. 에디터도 낙서라 생각하였고 예술이라고 말한다면 예의 없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래피티. 신촌에는 이런 낙서들을 허용한 공간이 있다. 바로 ‘토끼굴’ 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낙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토끼굴은 낙서와 예술의 모호한 경계를 포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위치는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조용하고 구석진 곳에 있으며, 주변이 나무로 둘러 싸여서인지 낮 인데도 불구하고 음침한 분위기였다. 또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강했다.


울창한 나무에 가려져 신비의 동굴 같다.
그러나 밝고 화려한 그림들이 토끼굴의 어두움과 대조를 이루어 그래피티만의 우울하면서 화려한 특징이 더욱 잘 나타나고 있다.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끝없이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마치 그림들의 아쿠아리움에 들어선 느낌을 준다. 또한 이곳의 그림들은 제 자리를 잘 찾은 듯 생생한 색채와 과감하고 파격적인 모양들로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다. 밖에서의 낙서들과 같은 그림인데도 이곳에서는 예술적 작품처럼 보인다.


토끼굴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니 예전의 토끼굴에는 그림 형식의 그래피티가 많았는데 요즘은 서체로 된 그래피티가 많아졌다고 한다. 또, 한정된 공간에 그림 그릴 사람은 많기에 이전 그림보다 잘 그릴 수 있는 자신이 있으면 전 그림을 덮어도 된다는 예술인들 사이에서의 재밌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이곳에서도 지켜야 할 준수사항이 있다.
- 악취 및 소음으로 주민들의 이용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 혐오스럽거나, 퇴폐적이거나, 정치적 내용을 금지한다.
- 토끼굴 입구와 내부 외 허용되지 않은 지역에 그림, 낙서, 도색을 한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이런 사항들을 지키지 않는 듯, 준수사항이 적힌 표지판은 까맣게 칠해지고 사항에 부합하지 않는 그림들이 많았다. 또한 토끼굴 옆 공공시설물에도 페인트들이 칠해진 모습이 종종 보였다. 하지만, 에디터는 예술은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예술에 2번과 같은 조건을 건다는 것이 뭔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준수 사항을 거부한다는 느낌이 든다.
토끼굴은 낙서를 예술로 바꿔주는 공간이었다.
그냥 길에서 보였던 그림들은 낙서로 치부되지만, 이 곳의 그림들은 그래피티 작품으로 불린다. 밖에서는 낙서, 이곳에서는 예술. 혼자 비를 맞으며 다른 공간에서 다른 위치로 불려지는 그림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마음이 한 켠에 든다. 이제 에디터는 예술과 낙서의 차이와 경계에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그 모호한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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