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 우수진, 에디터 세계
“어? 채러야 여기야!”
반갑게 웃으며 달려오는 그녀의 손에는 꽃이 들려있었다.
“너 블로그에서 내가 쓴 잔플 보고 꽃 선물할 일이 있을 때마다 오, 지구 프로젝트 간다는 걸 보고 꽃을 준비해봤어.”

“그리고 오늘 우리 카페에서 인터뷰하기로 했으니까, 식당에서는 내가 채러 역인터뷰 할래! 사람은 자기가 받고 싶은 질문을 다른 사람한테 한다는 말을 봤어. 그러니까 내가 받은 질문을 채러한테도 해볼래.”
세계는 저녁을 먹으며 에디터가 사전에 보냈던 질문지를 바탕으로 역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에디터는 세계가 준비한 꽃 선물과 역인터뷰를 받으며,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으로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아는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세계입니다. 잔치에서는 플레이스 팀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이랑 국어국문학 전공을 선택하여 공부하고는 있습니다. 자신있게 공부한다고는 말을 못하겠어요(웃음).

말은 이렇게 하셔도 이미 너무 잘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세계’라는 잔꾼명이 참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잔꾼명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사실 잔꾼명을 정하는 건 비교적 빠르게 ‘계시’같은 것이 내려와서 결정하게 되었어요. 자기소개 자료를 만들 때 몇 분 정도 고민하다가 딱 떠오른 게 ‘세계’였거든요.
여담으로 저는 이름을 되게 좋아해요. 이름이라는 것 자체가 손에 쥘 수 없는 무형의 존재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존재를 찾아 꺼내주는 것 같아요. 이름이 한 번 붙여지면 대상이 그 이름에 맞춰 변화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모든 것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서 소통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노란색의 크림이 있는 설탕 코팅은 ‘크림 브륄레’라고 이름을 붙여서 소통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예쁜 이름에 대해 늘 생각해왔고, 메모장에 예쁜 이름 리스트도 적어놓거든요. ‘세계’라는 이름이 미학적으로도 작대기가 4개나 있고, 발음도 ‘ㅔ,’ ‘ㅖ’ 이런 비슷한 모양과 어감이 좋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것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에 알 수 있는 일반 명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사람들과 공통 분모를 가지고 싶기도 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발로 땅을 디디며 살아가는 데 그 공간이 세계잖아요. 포토샵 키면 나오는 흰 대지도 세계고 거기에는 어떤 무한한 가능성의 경로가 열려 있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잔꾼명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본명으로만 불렸었는데, 잔치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제가 불리고 싶은 이름을 선택해서 불릴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뜻깊고 좋아요. 이제는 본명보다 세계가 더 좋을 지경이에요(웃음).
너무 공감해요. 저도 잔꾼명으로 불릴 때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세계’ 잔꾼명의 뜻을 알고 나니까 세계의 잔꾼명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요즘 세계 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는 그토록 바래왔던 종강을 했습니다. 요즘에는 책도 읽고, 유튜브 서핑도 한참 하면서 날려보내는 날도 많아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대학생활이라는 게 종착지가 없는 여정이기도 하고, 손에 쥘 수 있는 확실한 게 보이지 않잖아요. 항상 막막하고 두렵다는 감정 속에서 여유를 보내는 상태이기도 해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렇게 놀 수 있고, 자유로운 시기는 딱 지금이라는 것을 아니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종강 이후로 일주일 정도 실컷 놀고 있습니다. 이제 주어진 방학을 알차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려는 노력도 해야겠죠.

대학생 때만 즐길 수 있는 이 여유가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앞 답변에서 말씀해주셨듯이 세계 님은 책도 좋아하고, 인문학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잔치의 색깔과도 참 잘 맞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잔치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잔치를 알게된 건 잔플 북카페 모음집 게시글이었어요. 이 게시물이 되게 바이럴이 잘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잔치 본 계정이 아닌 잔플 계정으로 잔치를 처음 알게 된 것이죠. 제가 위치한 신촌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다루는 동아리라는 게 너무 멋지잖아요. 특별하기도 하고요. 저는 신촌에서 자취를 하지만, 항상 다니는 생활 반경 안에서만 있었고, 신촌을 잘 알지 못했어요. 빨잠이 신촌 트레이드 마크인 것을 최근에 알았을 정도로요.
정말요?
네,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어요. 또, 대학생활 적응이 어려웠다 보니까 신촌에 대한 감각이나 기억도 그리 좋지 않았고, 애정도 없었어요. ‘늘 사람들은 모두 바쁜 얼굴을 하면서 어딘가로 향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거리였고, 모두가 무표정으로 지나가는 삭막한 곳이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시점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도, 그리고 삶의 부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늘 해오던 일상에서 벗어나서 다른 세상을 보고 싶었거든요. 삶이 하나로만 가득 차면 마음이 쉽게 소진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삶이 표면이 아니라 입체이고, 그 표면의 각을 몇 개로 구성할지는 제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삶의 부분, 면적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삶이 하나로 꽉 차게 되는 것을 자제하고,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과몰입을 하면서 확 빠져드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저랑 너무 비슷한데요(웃음).
그런데 그 과몰입하던 게 사라지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균형을 잡고, 어느정도는 거리를 두려고 하는 편이에요.
잔치는 제가 살고 있는 신촌에 대해 더 알아가고, 새로운 삶의 표면을 만들어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제가 대학생활을 하며 한 선택 중에서 참 잘 한 일이라는 생각도 하고요. 우연히 리크루팅 마감날에 공지를 보고 바로 지원까지 했거든요. 우연으로 만들어진 기회 하나하나가 제 삶에 굵직한 변화를 끌어내는 것을 보니까 너무 신기해요.
삶의 부분과 면적이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너무 동의해요. 세계 님의 새로운 삶의 표면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인데요! 한 학기동안 플레이스팀 에디터로 활동하셨잖아요. 세계 님이 생각하는 플레이스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플레이스 팀은 무정물과 교감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피플팀은 사람과 교류하고, 아트팀은 자신과 교류하는데 플레이스 팀은 자신도, 타인도 아닌 무정물과 교감하는 것 같아요. 장소에 얽힌 이야기와 정보를 발견하고 에디터만의 색깔로 풀어나가는 팀인 것이죠. 이런 행위들이 결국에는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공간에서, 생동하고 움직이는 특별한 감각을 읽어내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장소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끌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반드시 에디터의 내면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기거든요. 그런 내면을 향한 고민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어서 외부와 내부가 동시에 연결되어 발현하는 팀이라고 느껴요. 아트랑 피플 중간에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플레이스 팀에 온 게 좋아요. 한 학기동안 플레이스 팀에서 활동하면서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많은 도움도 받고 비정형의 무언가를 읽어내는 경험을 했어요. 제가 자각하지 않아도 그들만의 존재 방식으로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해 준 팀이 플레이스 팀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플레이스팀은 장소를 소개하는 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난 학기 플레이스 팀의 글을 보니까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는 능력이 출중한 에디터들만 모여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장소 소개와는 다른 매력이 보이는 것 같아서 참 좋았어요. 플레이스 팀 에디터로서의 고충은 없었나요?
제가 쓴 글이 기존의 플레이스 팀 글과는 경로가 조금 다른 글이라고 생각했어서 지금까지 이어졌던 팀만의 분위기를 흐트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많았어요. 제 경험이랑 고민을 자전적으로 투영을 해서 쓴 글이고, 제게 특별했던 신촌의 장소를 소개하는 글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신촌을 아우르는 독특하고 다양한 장소를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아닐지, 잔치가 원하는 글의 방향성과는 맞을지에 대한 생각을 했었죠. 그리고 제 경험이 온전하게 투영되는 글이었기 때문에 이 글이 웹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어요. 잔치 인스타그램에서 제 웹진이 발행되면 태그를 해주시잖아요. 그런데 이걸 리포스트하는 잠깐의 찰나가 망설여지는 거에요. 왜냐하면 이걸 보게 될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학교 지인이나 완전 거리가 먼 지인이니까요. 제 내면을 온전히 꺼내보이고, 그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연결시키는 데에는 항상 미숙했는데 잔치 활동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해낼 수 있는 깡과 담담함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소재에 관해서도 항상 고민이 있었는데요. 생각해보면 항상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사고에서 도출된 결과물이 좋았던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도 너무 순간적인 영감에만 의존하면, 그것을 만나기까지 보내는 시간이 힘들기는 해요. 항상 딱 감이 오는, “이거다!” 싶은 확실한 주제가 있거든요. 채러 님도 있나요?
저도 완전 있어요.
긴가민가하다가 다른 것을 발견했을 때 꽂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꽂히는 것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내놓으면 스스로가 만족이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감 시간이 임박하면 어쨌든 뭐라도 쓸테니까 그런 걱정은 좀 내려두려고 합니다.
저희가 다른 팀인데도 글을 쓰면서 공감하는 포인트가 많은 게 너무 재밌네요. 그렇다면 지금 다시 아트팀, 플레이스팀, 피플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팀을 선택하고 싶나요?(참고로 저는 피플팀입니다)
괄호… 괄호가 너무 강력한데요?(웃음). 근데 사실 괄호가 아니었어도 저는 피플팀을 골랐을 거에요. 왜냐하면 제가 처음 지원한 팀도 피플팀이었고, 피플팀이어서 잔치에 지원한 것이었거든요. 신촌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했고,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붙이는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피플팀을 발판 삼아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귀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뭔가 아트팀도 해보고 싶은데, 그냥 로테이션으로 다 해보면 안될까요?
완전 공감. 저도 다른 팀 체험해보고 싶어요. 피플팀으로서, 세계님이 피플팀이셨어도 엄청 잘 어울리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플레이스 팀 글을 너무 잘 써서 굉장히 본투비 플레이스 팀 느낌이기도 해요!
잔녕진이 어떻게 에디터들에 맞게 찰떡같이 배정을 해주는 건지 정말 신기해요.

세계 님의 첫 글이었던 <서강포차: 끈적하게 녹아있는 시간 그리고 사람>은 감정 평가서 형식의 글이었잖아요. 사실 저는 너무 깔끔하고 보기 좋게 올라온 글이라 잔꾼들에 대한 파악이 미처 다 되지 않았을 당시에, 세계 님이 구잔이신 줄 알았어요. 어떻게 이런 신선한 방식을 떠올리게 되셨나요?
이 웹진은 급한 마음에, 그냥 내가 잘 하는 것, 잘 아는 것에 대해 다룬 글이에요. 잔치 하면서 신촌 구석구석을 알아가야겠다는 지원 때의 마인드와는 좀 달랐던 거죠(웃음). 왜냐하면 OT를 하고 1~2주 뒤에 바로 마감을 하라는 거에요. 그래서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그래도 잘 쓰고 싶었기 때문에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것을 가지고 썼습니다.
또, 감정평가서 형식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도입한 건 아니었어요. 끄적이다가 공간에 대한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니까 이것도 새로운 차원의 감정 평가이지 않을까해서 넣게 되었어요. 전문 용어도 잘 몰라서 검색하고, 갖다 붙이면서 헤맸던 기억이 있는데, 사람들도 다 자신만의 평가 기준, 방식이라는 용어로 공간을 감정 평가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네이버 리뷰나, 카카오맵 평점으로 매겨지는 것 말고도 그 장소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수치로 매길 수 없는 감정을 모두가 하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세계 님의 글 중 제 최애 글은 <처음 추락하는 날개는 들큼, 시큼>이에요. 이상의 <날개>로 글을 시작하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피드백에도 썼었지만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청소년의 정의가 달라지는 것도 정말 좋았고요. 아직까지도 혼자 떠올리면서 “너무 좋다… 너무 좋다…” 하는 글인데요. 심지어 글 중간 중간 들어가는 그림들도 포토샵으로 편집하신 거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맨 끝 부분에 이스터에그까지!! 이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최애 글이라니 너무 영광이에요. 제 글을 이렇게 성원해주시고, 아껴주시고, 잘 읽었다고 해주시니 큰 감동이자 영광입니다. 그만큼 채러도 사랑이 넘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훨씬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사랑의 측면에서는요.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한다면 그동안 포토샵 말고 다른 툴을 썼었어요. 그러다가 큰 맘 먹고 정기 결제를 해서 지금도 계속 나가고 있는 중인데요. 그래서 초보이지만 무언가 끄적여서 사진도 직접 편집해보고 그랬어요. 피드백 때 앞으로도 사진 편집해서 올릴거냐는 질문을 들었는데 글쎄요(웃음). 제가 신이 나면 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학원은 한국 학생들과는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학원을 다니고 2, 3학년 때는 거의 다니지 않았는데요. 학원을 떠올려보면 그것만이 주는 그 순간의 살벌함이 참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 각자만의 무게로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유독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니까 과거에 왜 그렇게까지 힘들어하고 울었는지 모를 정도로 학창시절이 애틋해지는 시점이 오더라고요.“공부할 때가 좋은거야”라고 하는데 학창시절에 우리가 했던 것은 공부가 아니라 맹목적인 훈련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와 달리 진짜 공부는 인생에서 결코 끝나지 않을 숙제니까 우리가 “공부할 때가 좋은 거야”라고 하는 말은 “인생이 항상 좋은 거야”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죠.
공부는 인생에서 끝나지 않는 숙제니까, “공부할 때가 좋은 거야”라는 말은 “인생이 항상 좋은 거야”라고도 해석이 된다는 게 너무 좋은데요? 정말 천재 같아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다시 고등학생이 되어서 학원 선생님께 학원 못 간다는 문자를 보내는 꿈을 꿨는데요. 너무 살 떨리고 악몽이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적으로 충분히 멀어진 시점이어서 미화가 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꿈을…
너무 무서웠어요.
세계 님의 종이잡지 글 <한없이 벗겨내 보이는 봉자에게>도 너무 잘 읽었어요. 사실 잔꾼들 종이잡지 글 다 아껴읽고 싶었지만, 세계 님과 종이잡지 글도 이야기하고 싶어서 살짝 읽어봤습니다. 주인공으로 할머니의 성함을 쓰셨다고 들었어요. 단순히 일성여중고에 대해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일성여중고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에피소드를 반영해서 문학작품처럼 완성한 것도 너무 멋있었어요. 취재를 하는데 많은 정성을 쏟았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우선 절차와 형식의 중요함을 알게 됐어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관 또는 장소에 대한 글을 공개적으로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해당 기관을 취재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플레이스 팀을 하면서 딱히 섭외를 할 일이 없었어요. 그냥 제가 찾아가서 그곳에 대한 제 생각을 쓰면 됐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미리 메일 또는 전화로 연락을 드리고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열었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했죠. 이번 경험을 통해 미리 협의하는 소통, 그리고 준비 능력이 사회적으로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성찰 외에는 제가 무작정 학교에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뵙는 학생 분들께서 환하게 맞아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사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니 브이 포즈도 해주셨거든요(웃음). 책상도 치워주시면서 “여기 앉아” 이렇게 해주신 게 너무 좋았어요. 참 인간으로서 느끼는 따뜻한 환대가 뭘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잔치가 아니였으면 저는 이런 취재도 글도 사람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겠죠. 그래서 잔치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시도였던 것 같아요.
그냥 찾아가서 취재하는 것도 대단한 용기 같은데요? 세계 님의 한 학기 활동을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 글이 새롭고, 실험적인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이런 영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특정한 아이디어는 뇌리에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런 구체적인 것들이 떠오르기까지 출발이 되는 추상적인 생각들은 늘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파워 N이거든요. 종이잡지도 원래는 다른 소재를 준비했었다가, 일상에서 하던 생각에서 나온 소재에 꽂혀서 바꾸게 되었거든요.
어떤 생각이었나요?
자신의 맨 안쪽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게 성장을 하기 위한 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제 실수나 부족한 점을 쉽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보여지는 것이 무섭고 꺼려지거든요. 그런데 자신이 실수를 하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요. “실수했는데 뭐 어때?” 이런 자세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마인드라는 생각을 하죠. 넘어져도 그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오답노트 삼는 자세, 그것을 당당하게 드러내기까지 필요한 용기, 그런 것을 기꺼이 감내하는 존재들이 있을까를 항상 마음 한 구석에 두었던 것 같아요.
출발지에서 길이 하나씩 터지면 그게 다른 시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삶 속에서 떠오르는 사소하고 하찮은 생각들도 정말 소중하다고 느껴요. 그게 언제, 어디에서 제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시도로 이어질지 모르니까요.
너무 좋은 말이에요. 사소한 생각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요. 이제 1년 간의 잔치 활동 중 절반인 한 학기가 지났잖아요. 남은 학기동안 잔치에서 해보고 싶은 것, 혹은 써보고 싶은 글이 있는지 궁금해요.
지난 한 학기는 의도치 않게 서강OO, 서강 근처에 머물러 있던 웹진이었어요.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반경을 좀 더 넓혀서, 이색적인 경험을 담은 글을 쓰고 싶어요. 소재 고민도 해야 하는데 자꾸 미루기만 하네요.
그리고 연애와 사랑에 대해 쓰고 싶어요.
잼얘네요?
그렇죠. 잼얘에 관한 콘텐츠를 뽑는거죠(웃음). 진짜 속물적인 사심인데 그런 키워드일수록 조회수가 잘 나오더라고요. 이번에 이연이랑 채러가 쓴 글 제목에 연애, 사랑 같은 키워드가 들어갔잖아요. 글 내용도 무척 좋았지만 제목이 좋아서, “혹시 사랑? 잼얘인가?”하고 클릭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더라고요(웃음). 일단 화제성을 잡고 보자는 전략이죠. 결국에 웹진으로 발행되는 거, 이왕이면 많이 읽히면 좋잖아요.
또, 기다려지는 건 잔치 플러스에요. 잔치 웹진은 제 경험을 많이 녹여내는 반면, 잔치 플러스는 후킹 요소를 많이 첨가해서 마케팅하는 정보성 글을 발행하거든요. 특이한 가게나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잔플에 얼른 정보를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세계 님이 공간 박사라고 생각해요. 특히, 세계 님의 잔플 글은 사람을 그 공간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는 ‘오, 지구 프로젝트’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서 꽃 선물할 일이 생기면 종종 가거든요. ‘마침내카페 크로와플’도 가보고 싶어서 계속 기회를 엿보는 중입니다. 서강대 잔꾼이지만, 서강대 근처뿐만 아니라 연대나 이대, 심지어는 경숲길 근처까지 좋은 공간들을 많이 알고 계시잖아요. 이런 좋은 공간들을 속속들이 발견하는 비결이 있나요?
박사… 이렇게 학위를 수여받다니 영광입니다. 여담이지만 척척박사가 제 꿈이기도 하거든요. 대학원에 가겠다는 소리가 아니라, 이름 앞에 ‘닥터’라는 칭호가 붙여지면 으쓱해지고, 똑똑해진 것 같아서 ‘닥터’라는 호칭을 좋아해요.
앞으로 닥터 세계라고 부를게요.
(오, 지구 프로젝트에) 종종 방문해서 꽃을 선물하신다니 제 글을 보고 반응을 알려주시면 너무 좋아요. 글을 쓰는 효능이 느껴져서 참 감사해요. 제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에요.
제 취미 중에 하나가 지도에 저장하기에요. 말 그대로 궁금한 이름의 가게가 지도에 뜨면 눌러서 정보나 리뷰를 확인하고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저장하는 중인데요. 근데 그동안 실제로 가본 건 정말 드물어요.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기분 날 때 목록에 있는 곳들 중에서 하나씩 여행 떠나듯 가요.

잔꾼 세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대학생 우수진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저는 세계를 6글자로 표현한다면 ‘상장구 우수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아요. 마치 하나의 구호처럼!! 새내기 장구 교실에서 장구도 가르치시고, 지난번에는 서강대에서 풍물 공연도 하셨잖아요. 장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풍물패에 들어갔고, 거기서 악기를 장구로 고르게 되었어요. 목적이 악기가 아니라 친목이었던 거죠. 그런데 장구를 배우고, 굿을 치면 그 자체로 흥겨운 모습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저는 무언가에 꽂혀서 열중하는 사람들의 애정을 되게 동경하는 편이에요. 저한테는 그런 끌림의 경험도, 몰입하는 경험도 없었거든요. 누가 취미를 물어봐도 평범한 답변만 했었고요. 이제는 저에게도 무언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풍물패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임실 경연대회에 따라가서 먹었던 파란 하늘이 담긴 청량한 탄산의 동동주! 지금껏 경험했던 술 중에 가장 달콤했어요. 맛도 맛이지만, 임실의 녹음과 내리쬐는 해, 왁자지껄한 사람들과 굿치는 소리가 화음을 이루었기에 가능했어요.
완전 낭만인데요?
그렇죠. 완전 낭만이었어요. 굿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 마을을 위해 그 안의 사람의 복과 안녕을 위해 벌인다고 해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굿을 치는 편이고요. 다른 재료가 하나의 악보로 어우러지는 굿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꽹과리로 내는 소리와 거기에 어우러지는 소리만 들어도 마냥 좋아요. 활동하는데 마음 쓰는 일도 많지만, 일단 저멀리 흥겹게 굿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저절로 신이 나서 충전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대학생으로서의 세계 님의 목표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생이 되어서 처음으로 진중하게 자아에 관한 탐색과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흙먼지가 서슴없이 흘러나오는 그런 깊은 굴속을 파헤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이 경로가 내가 찾고 있는 길이 맞을까 확신이 들지 않아서 어려워요. 시집에 있는 인용구를 가져오자면, 늘 알맞은 심장의 모양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인간관계에서부터 전공, 진로까지 많은 변수가 미지수로 채워진 공간에서 해를 찾아 나간다고 생각해요.
대학생의 과제는 내가 누구일지 탐색해가는 과정의 첫 발을 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상처를 쉽게 얻는 예민함을 가졌지만, 그렇기에 그만큼 남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발견하는 능력을 가졌어요. 깊이 들어간 만큼 높이 튕겨져 나오는 사람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은 양가적이기에 슬픔에서 기쁨을, 기쁨에서는 고민을 담담하게 읽어낼 수 있는 자세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끝에는 단순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온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늘 저의 신잔 인터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질문하지는 않았지만 신잔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오늘 인터뷰가 참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예감보다 더 좋았어요.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너무 감사했어요. 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자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채러에게 고마워요.

보이지 않는 사랑을 발견하는 재능을 가진 세계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에디터에게 달이 딱 반쪽이라며 버스에서 내리면 하늘을 확인해보라는 연락을 남겼다. 사랑을 주고 받는 방법을 아는 그녀는 이날도 어김없이 온기와 자신이 발견한 사랑을 전했다. 그녀만이 가진 섬세한 시선과 따뜻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더 아름답게 넓혀나가길, 만나는 모든 세계에서 그녀가 넘치도록 많은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기를!
사랑 가득한 세계 : 에게,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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