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 강비주, 에디터 비주
안녕, 난 이 장면의 주인공
당신은 어떤 이야기에 살고 있나요
별들이 마음에 새겨질 때 펼쳐지는 이야기는 꿈꾸는 이를 위한 것
행복의 갈피를 끼워둔 채 펼쳐지는 이야기는 꿈꾸는 이를 위한 것
밀려오는 페이지에 몸을 맡겨 보아요
– 뮤지컬 <세상에 없는 이 노래가> M01 「책장을 넘기면」 中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잔치에서 에디터 비주로 활동하고 있는 강비주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건축도시시스템공학과에 재학중입니다.
첫 총회 때부터 ‘비주’라는 잔꾼명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요. 잔치에서 유일하게 본명을 잔꾼명으로 사용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이유로 본명을 쓰기로 결정했는지 궁금해요.
솔직히 제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했고, 인정합니다(웃음). 또, 다른 이름을 잔꾼명으로 쓰기에는 특별하게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학창시절에 인스타 아이디에 예쁜 영어 단어 넣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어요. 당시에 ‘bijou’가 바이럴이 되면서, 이 단어를 인스타 아이디에 넣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내 이름을 가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약간은 특이한 이름이다보니 사람들이 본명으로 안 믿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비주라는 이름은 ‘날 비’에 ‘배 주’를 써서 비상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아빠가 지어주셨어요. 이런 의미를 떠나서도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배의 이미지가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아서 잔꾼명으로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종강도 했는데, 요즘 비주 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는 종강해서 계절학기를 다니고 있어요. 틈틈이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도 하면서 즐겁고 알찬 여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져보니까 이제 3학년이다보니 남은 여름방학이 얼마 없더라고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여름방학 시간을 되게 좋아했는데, 특히나 대학생 여름방학은 특별하잖아요. 20대고, 젊고, 아직 미숙하고요. 대학 졸업하고 나면 여름방학도 없을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기억 속에 시간들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자수를 새기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여름 영화를 많이 보고 싶어요(웃음).
비주 님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저도 남은 여름방학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비주 님은 갑자기 하게 된 컴퓨터 설치도 뚝딱뚝딱 해내는 천재 소녀로 알고 있는데요. 공대소녀이자 천재소녀인 비주 님이 잔치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천재 소녀, 공대소녀 모두 과분한 타이틀이네요. 전 유명한 가짜 공대생이거든요(웃음).
우선은 대학생활이 반 이상을 지나가고 있으니까, 이 시점의 나를 내 시선으로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원래 블로그에 글을 되게 자주 썼었는데,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보이는 창작물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공대는 과제가 다 수식이거나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보니 이런 글을 써본 적이 없었어요. 누군가와 모여서 창작을 해보는 것도 처음이었고요. 그래서 처음에 도전할 때는 주저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스펙트럼을 넓혀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또, 고등학교 때 문과였고, 책 읽는 것도 나름 좋아했어서 그런 과거의 저를 다시 꺼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나를 꺼내본다니… 너무 좋은 말이네요. 사실 저는 비주 님의 첫인상이 엄청 귀염귀염한 느낌이라서 잔베(‘잔치 베이비’의 줄임말로, 막내 잔꾼들을 부르는 말, 현 활동 기수 기준 잔베는 05년생이다)이신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회식 자리에서 저랑 동갑인 04년생이라는 걸 알고 엄청 반가웠거든요. 평소에도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들으시는 편인가요?
처음 보는 분들이 종종 그렇게 말하기는 합니다(웃음).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웃음). 한 학기동안 아트팀 에디터로 활동하셨는데요. 비주 님이 생각하는 아트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신촌’이라는 큰 틀 말고는 특별한 주제가 없기 때문에 생각나는 걸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특별한 주제가 없으니까 매주 회의에서도 그 주,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공유했던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트팀의 ‘아트’ 자체가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인정합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고 계시니까요. 저는 항상 아트팀의 글이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하는데요. 한편으로는 이런 글이 나오기까지 아트팀 에디터들의 많은 노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트팀 에디터로서의 고충은 없었나요?
주제가 없다는 게 장점이자 가장 어려운 지점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피플팀이나 플레이스팀 같은 경우에는 사람, 공간으로 대상의 핀을 꽂을 수 있다면 아트팀은 그런 부분이 아예 없으니까 글을 쓸 때,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을 채워 나가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렇지만 주제 선정의 어려움을 넘고 나면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나와 마주하는 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처음에는 내 생각과 다르게 글이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오면 문장이 너무 오글거려서 노트북을 접고, 또 쓰다가 노트북을 접고를 반복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다지만 저는 비주 님의 글이 너무 좋았는데요? 그럼 지금 다시 아트팀, 플레이스팀, 피플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팀을 선택하고 싶나요?
저는 다시 가도 아트팀을 가고 싶어요. 사실 지원할 때는 아트팀이 3지망이었는데요.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잔치에 들어온 이유와도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아트팀이 1순위입니다.
피플이 아니군요(눈물). 이제 비주 님의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비주 님의 첫 글이었던 <통학하는 사람의 생각>을 서울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에디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거든요. 첫 글 소재를 통학으로 잡게 된 이유와 첫 글 발행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저는 신입생 때부터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있으면서 학교 근처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어요. 그런데 거리 상의 문제나 기타 여러 문제들로 불발되었거든요. 그래서 주제를 정할 때 다른 주제들보다 ‘나는 통학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발행까지의 일화를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공대생이지만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학교 밖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인문대생이거든요. 당시에 저는 제가 쓴 글을 세상에 공개한다는 게 난생 처음 있는 일이라서 너무 떨리고, 두렵고, 온갖 걱정을 다 했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에게 자문도 많이 구하고, 피드백도 받으면서 수정해나갔던 것 같아요. 사실 친구들이 놀릴 줄 알았는데, 진지하게 읽고 응원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글이 발행되고 나서도 항상 친구들이 제 글을 좋아한다고 답장을 해주는데 이 자리를 빌려 큰 감사를 전합니다.

<이대박물관 4시 48분>도 정말 몰입해서 읽었었는데요. 마치 큐레이션을 받는 느낌이었거든요. 교수님과의 협업도 생각했었다고 들었는데, 이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미술사학 전공 교수님께서 이 박물관의 큐레이터 생활을 오래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 감상에 더해 교수님의 인터뷰도 넣어서 풍성한 글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이 글을 준비했던 시기가 시험기간 한가운데였기 때문에 제 역량이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잔치가 대학생으로서의 제 시선을 남기고자 시작한 활동이기 때문에 이 교수님과의 면담이나 미술사학과 관련된 내용은 잔치 활동을 하면서 꼭 하나 정도는 써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학기에 꼭 체급을 키워서 다시 도전을 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다음 학기에 이런 종류의 글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이 교수님과의 면담은 보장하지 못하지만 미술사학 관련해서 멋진 글을 하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저 너무 설레요. 비주 님의 종이잡지 글이 너무… 너무… 좋은데요. 제 취향이라고요. 완전 아트팀 느낌 가득한 소설이라서 사실 아껴읽고 싶어요. 제가 1차 파일을 살짝 보니까, 이전에 친구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셨더라고요. 아직 종이잡지 발간 전이기는 하지만, ‘독자들이 이 포인트에 집중해서 봐줬으면 좋겠다’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1차 파일을 처음 올렸을 때, 초록 언니가 ‘이 소설 주인공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 대학생들이 되게 많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해줬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 경험도 있고, 친구의 이야기도 있고요. 이외에도 제 소설 속 주인공이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인물이다 보니까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공감되는 순간들,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놓치지 않고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신촌의 보편적 인물의 일상을 담은 글이기 때문에 떠오르는 공간이 있을 수도 있고, 비슷한 경험이 떠오르실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남김 없이 떠올려주시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발간됐을 때 정독하면서 비주 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읽어볼게요. 비주 님의 글을 보면서 담담하면서도 알맹이 있는 문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한 학기동안 썼던 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은 어떤 글인가요?
고민이 많이 되네요. 가장 만족스럽고, 깔끔하게 잘 썼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근에 썼던 신촌문예 5월호 인트로와 책 소개글입니다. 다음 학기에 쓸 글들도 이렇게 깔끔하게 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장 마음이 가는 글은 많은 친구들의 피드백과 걱정, 사랑이 가득 담긴 <통학하는 사람의 생각>인데요. 첫 글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대 박물관 글도 시험 기간에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잘 쓰려고 노력했던 글이다 보니 기억에 남네요. 또, 밤에 아트팀과 만나서 신촌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팀글도 기억에 남고요, 잔치 생카 준비도 재미있었어요. 종이잡지 글도 저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담담하면서 알맹이 있는 문체라고 해주셨는데, 그게 제 지향점이거든요. 그렇게 봐주셔서 너무 감격입니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이제 1년 간의 잔치 활동 중 절반인 한 학기가 지났잖아요. 남은 학기동안 잔치에서 해보고 싶은 것, 혹은 써보고 싶은 글이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잔치에도 지금의 시선을 남기고자 들어왔다고 말씀을 드렸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힙합이나 음악, 신촌, 제 친구들, 미술사 공부 등 다음 학기인 22살 제 시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아트팀, 플레이스팀 에디터는 잔플도 함께 제작하고 있잖아요. 보통은 식당이나 카페, 전시 같은 것들을 많이 하는 편인데, 특이하게도 지난 잔플에서 봉원사를 주제로 선정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익숙한 곳이기도 하지만 잔플에 등장해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봉원사가 공대에서 10분 거리에요. 진짜 가깝거든요. 그래서 맨날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했던 곳이에요. 사실 본가에서 제가 절을 다니기도 하고, 평소에도 절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불교 프렌들리’ 키드로 컸습니다. 마침 제 차례 전에 고골리 님이 안산으로 잔플을 써주셨어요. 덕분에 큰 용기를 얻었고 안산에 있는 봉원사도 잔플에 넣으면 흐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예쁜 실내 공간도 좋아하지만, 저는 사실 산이나 절, 문화유산을 더 좋아해서 다음 학기 잔플에는 신촌에 있는 이런 곳들을 더 알아보고 다니고 싶습니다. 가을, 겨울이니까 문화유산 보러 다니기도 너무 좋은 시즌이잖아요.
잔플의 개혁이네요 정말. 잔꾼 비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대학생 강비주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앞으로의 목표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잘 졸업하고,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유롭게, 저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사는 게 제 지향점이에요. 제가 최근에 아시아 팝 페스티벌을 다녀왔어요. 그런데 거기에 나이 드신 할머니들께서 좋아하는 밴드 티셔츠를 입고 열심히 땀을 흘리고, 뛰어다니시는 게 너무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락페를 다니는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는 게 제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웃음) 제가 해야할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락페를 다니는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는 게 제 최종 지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비주다운 답변인데요? 긍정적인 비주요. 오늘 저의 신잔 인터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질문하지는 않았지만 신잔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잔치에 자아실현을 위해 들어온 것도 있었는데요. 잔치에 들어오고, 정말 자아실현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잔치에서 제가 쓰고 싶었던 글들을 쓰면서 저도 모르게 자아실현을 하고, 정신적인 치유가 됐던 부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잔치에게 항상 감사하고, 다음 학기에도 인터뷰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22살의 비주가 보고, 느끼고, 사랑했던 순간들은 세 편의 글로 남아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타임캡슐이 되었다. 영원하지 않은 이 순간을 남김 없이 느끼며 자신만의 기록을 남겨가는 비주가 그녀의 이름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삶을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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