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김은지, 에디터 단

김은지, 에디터 단
안녕하세요, 단 에디터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잔치 아트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3학년을 다 마쳐 4학년에 올라갈 예정이고요,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입니다.
겨울방학인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자격증 준비를 계속하면서 엑셀, 엑세스 공부를 계속했어요. 학교 행사도 간간이 나가서 선배님들 취업 얘기를 듣는다든지, 자소서를 써본다든지 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좋네요, 에디터명을 ‘단’으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제가 좀 눈물이 많아요. 멘탈이 유리처럼 약해서..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게,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단’으로 지었습니다.

잔치에 들어오기 전, 동막해변에서. (2022)
포부가 담긴 이름이었네요. 이제 곧 새로운 잔치꾼들이 들어오면 신잔꾼 타이틀을 잃게 되는데요, 그전에 단 님의 잔치 지원 이유를 안 들어볼 수가 없겠죠. 어떤 것이었나요?
사실 거창한 건 없었어요. 제 성향상 당시에 소속된 동아리가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딘가 소속되고 싶단 생각을 했고, 교내 동아리나 활동은 많이 했으니까 교내 사람들 말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동아리를 찾아보는데 웹진 동아리가 있는 거예요. 너무 멋진 사람들이 멋진 글을 쓰고, 멋진 콘텐츠를 만드는 걸 보고 ‘나도 저기 함께하고 싶다’란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떨어질 줄 알았는데 붙어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원 전 읽은 글이 있었나요?
히피 님의 문예 글을 읽었었는데 글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문의 무늬’란 글이었어요. 세상에 정말 많은 문이 있고 거기에 그늘이 있다는 내용인데, 히피 님만의 생각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읽고 에디터의 신념과 삶을 엿볼 수 있는 게 좋아가지고. 그 글이 잔치에 끌리게 했던 것 같아요.
한 학기 동안 잔치에서 활동한 소감이 있으신가요?
잔치가 항상 목요일 오후 7시에 대면 회의잖아요. 그런데 제가 시간표를 잘못 짜는 바람에 12시에 수업이 끝나서, 항상 7시간이 붕 떴어요. 엄청나게 빈 그 시간에 저 혼자 공부도 하고 신촌 돌아다니는 시간도 많이 가졌었는데, 애초에 제가 잔치에 들어가려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 학번이라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던 내 삶의 바운더리를 넓히고 싶단 것이었거든요. (오히려) 제가 원래 들어가려던 의도를 충족했던 것 같아요.
잔치를 하며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제 개인 콘텐츠도 발행하고 팀글로 다른 분들과 함께 기획도 했죠. 또,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피드백해드리는 과정에서 저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제가 아트팀에 속해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실물 잡지 에디팅에 대한 디자이너분들의 작업을 보며 배우는 것도 많았고, 느끼는 바가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일찍 와 버린 회의 날, 다른 곳에서 놀다가 한 컷
7시간이라니.. 그 시간 동안 주로 뭘 하셨나요?
친구랑 같이 있을 때도 있었는데, 대부분 저 혼자 보냈거든요. 동방에 조금 있다가 7시 가까워지면 한두 시간 정도 신촌을 돌아다녔었는데. 저는 원래 집순이여서 그런가 괜찮았어요. 혼밥할 땐 외롭기도 했는데 공부하고 그러니까 시간이 술술 잘 가고.. 그랬던 것 같아요.


매일 꾸준히 작성하는 플래너
평소에도 글을 자주 쓰시나요?
저는 과제 글이 아닌 이상, 글을 적어 놓진 않아요. ‘나 너무 힘들었다.. 오늘은 이랬구나..’ 이런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고 담아두는 편이에요. 제가 생각을 많이 곱씹는 편이거든요. 뭔가 ‘이런 걸 상상해보고 싶은데?’ 하면 그걸 밑도 끝도 없이 상상하는 편이라서, 따로 글을 작성하진 않아도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기는 해요. 근데 제가 진짜 직접 쓰는 글은 공부용으로 쓰는 글, 제 일과 작성할 때 쓰는 글밖에는 없어요.
글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그런 생각에서 나오는 건가요?
네. 그것도 맞고, 저는 콘텐츠를 많이 보려는 편이기도 해요. 제가 종이책은 잘 안 읽고 구겨지는 게 싫어서.. 주로 이북을 많이 사서 읽어요. 소설책을 읽고 ‘이런 내용도 있구나, 난 이렇게 생각해봐야지’ 하는 경우도 있고. 웹툰,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뭔가 가지치기로 생각을 이어가기도 해요. 그런 콘텐츠들이 제가 상상하는 기반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웹툰 정말 좋아하는데요! 최애 웹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일 좋아했던 건 고등학생 때 읽은 ‘가담항설’이요. 똑같이 좋아했던 ‘레사’라는 작품도 있어요. 용두용미로 시작하고 끝나서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었어요. 신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가 수능 때 쌍윤(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을 선택했어서 너무 재밌더라고요. 최근엔 ‘가비지타임’도 좋아해요.
글 작성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리세요?
글을 쓸 때 초안을 엄청 느리게 써요. 쓰면서 고치는 편이거든요. 스스로 피드백도 많이 하기에 다른 분들에 비해선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분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A4 두 페이지를 쓴다, 하면 하루는 잡고 쓰는 편인 것 같아요.
저랑 정 반대의 스타일이네요, 글 쓰는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일단 한글에 들어갑니다. 그 흰 바탕을 보면서 키워드별로 아무 말이나 써요. 예를 들어 글 ‘티백’을 쓸 때라고 하면 ‘자정, 00시, 24시, 시작과 끝, 희망과 절망, 양면성, 우주…’ 이렇게 키워드별로 엮고 싶은 소재를 아무렇게나 쓴 다음 내칠 건 내치고, 엮을 수 있겠다 싶은 건 체크를 따로 해놔요. 이후에 그거 기반으로 문장을 다시 생각해서 쓰는 편인데, 제가 글을 쓰는 속도가 날마다 달라가지고 어떤 대사가 떠올랐다 하면 글을 그 대사에만 맞추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처음부터 기승전결을 정해놓고 하지는 않고 리듬에 몸을 맡기는 느낌?
에디터 활동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가장 전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저는 신촌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 글을 쓸 때도 그렇겠지만.. 삶이나 신촌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만은 바라보진 않을 것 같고.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긴 해요.
새롭고 좋은 시선인 것 같네요!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이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 제 성향인 것 같아요. 전 뭘 할 때 좋은 부분을 보기도 하지만, 나쁜 부분을 더 많이 목격하는 사람이거든요. 부정적인 사람 같아요. 다른 걸 봐도 나쁜 면이 먼저 보이고, 그걸 훨씬 더 느끼는 편인데… 그렇기에 좀 더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지만, 성향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걸 말하려고 하면 글이 진솔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최대한 느낀 바를 적어야지! 생각해서 긍정적이기만 하진 않은 그런 글을 써보고 싶은 것 같아요.

첫 글 ‘티백’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대해서 듣고 싶어요.
그 글은, 제가 잔치 들어오기 전부터 그냥 제 안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이에요. 전 사물을 바라볼 때 그것의 양면성을 항상 바라보려고 하거든요. 저는 신촌이라는 공간 자체에도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화려하지만, 권태의 공간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지겹기만 한 삶의 터전일 수도, 누군가에겐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담아보고 싶었고..
소설인 이유는 제가 제일 자신 있는 글의 형태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어릴 적부터 소설을 많이 읽었거든요. 제 글을 보시면 문장이 툭툭 끊어지잖아요, 저는 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을 많이 읽어왔고 또 좋아해서 그렇게 썼어요.
또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 소재가 얽혀있지만, 독자분들께서 잘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많이 신경 썼던 게 신데렐라 소재를 차용하며 공주와 왕자 역할을 바꿔봤던 거예요. 거기에 드립도 많이 치고 해서, 같이 웃어주셨음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써봤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잘 구현되었네요, 엄청 웃었거든요. ‘티백’의 마지막에 스크립트 페이지를 삽입하셨는데 이 구성도 너무 좋았어요. 여기엔 어떤 기획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글을 보시면 제가 삽입한 이미지가 다른 분들처럼 많은 게 아니에요. 하나하나 편집을 했어야 하는 거라 조금 넣었거든요. (웃음)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미지를 넣고 싶은데, 넣을 만한 게 마땅히 없는 거예요.
제가 단편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서 스크립트 페이퍼 양식을 갖고 있었거든요. ‘티백’은 ‘당신이 얼마나 실패했든 당신은 계속 삶을 이어갈 것이다’라는 내용인데, 수십번의 NG가 있어도 결국 하나의 컷을 완성해야 하는 영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크립트 페이퍼를 이용했어요.

첫 감독을 맡은 영화를 촬영 중인 단 에디터. (2020)
듣고 나니 더 의미 있는 구성이었던 것 같네요. 단편영화 동아리를 했다고 하셨는데, 그런 쪽의 진로도 희망하셨던 걸까요?
영화 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영화 보는 걸 즐겨요! 어떤 상징이 차용됐고 연출을 어떤 식으로 끌어냈고 전개를 어떻게 풀어냈고 등… 영화 동아리 한 이후에는 구도랑 색감도 곱씹으면서 보게 됐는데, 영화를 제 나름대로 해석하는 걸 꽤나 좋아하는 편이에요.
좋은 시야를 얻게 되었네요, 주로 어떤 담당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촬영을 맡았어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촬영했을 때는 총감독으로 디렉팅했었고요.
그렇다면, 단편영화를 찍으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1초 남짓 되는 씬에도 엄청나게 많은 고뇌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걸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영화가 그냥 카메라 들고 후루룩 찍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감독이 의도한 바를 생각해서 시나리오랑 조화를 이루도록 구도를 생각하고, 초 단위로 컷을 나눠서 일일이 콘티를 짜고, 카메라 가용 시간을 고려하고.. 배우님들 섭외 시간이랑 기타 비용, 로케이션까지 염두에 두려면 진짜 머리가 터지거든요. 20분도 채 안 되는 영상에 한 달을 넘도록 매달려야 했어요.
다 찍고 나서 느낀 점은, 무척 힘들었지만 값어치가 있었다! 라는 감상이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내가 생각해낸 주제 의식을 갖고 시놉시스를 쓰고, 그걸 발전시켜서 시나리오로 만들어내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콘티랑 스토리보드를 짜고 실물로 옮겨내는 과정을 누구나가 접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닌 것 같아서요. 제 인생을 거창하게 논하기란 참 힘듭니다만, 짤막하고 단조로운 삶 속에서 몇십 년 후에도 추억할 만한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낸 느낌이에요.
역시 영화란 보기에도 만들기에도 참 매력적인 매체인 것 같아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삶을 살면서 쌓아온 에디터님만의 철학, 가치관이 있나요? 질문이 어렵다면 제일 중요시 하는 가치 같은 걸 설명해주셔도 좋아요!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인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좀 큰 사건이 바로 코로나였거든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졌고, 제가 새내기였을 시간만큼 나태했던 시간이 없었어요. 그땐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한없이 퍼질러지고 늘어졌었죠.
그렇게 보내는 저 자신이 많이 미운 거예요. 다음 2학기는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나랑 한 약속을 무조건 지키자’라는 걸 맹세를 하고 바로 시작했던 게 홈트(홈 트레이닝)였어요. 별로 거창한 목표를 잡지는 않았어요. ‘하루에 10분 정도 이 운동을 하자.’ 같은 것이었죠. 그때 한참 ‘클로이팅’이라는 해외 유튜버의 복근운동이 유행이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했어요. 원래는 루틴이 2주짜린데, 2주를 달성하고 한 달 동안도 해봤죠.. 한 달 하니까 진짜 복근이 생기더라고요. 진짜 신기했어요. 원래 작은 성취를 이루다 보면 할 수 있단 자신감이 생기잖아요, 덕분에 학점도 잘 챙기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과외도 시작하고 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학기 동안 피플팀의 공통 질문이었는데요, 단 님의 인생을 시간으로 표현하자면 몇 시인가요?
오후 6시요. 평균적으로 노을이 지기 바로 직전 시간대인데, 지금 제 삶도 황금빛으로 접어들기 바로 직전의 상태인 것 같아서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일단 제 인터뷰를 보고 계시다면… 제목을 보고 클릭해서 오신 걸 텐데, 저라는 알 거 없는 인간을 알기 위해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잔치라는 동아리에서 얻어갈 게 정말 많을 거거든요. 여러 장소, 사람에 대해 알 수 있고, 인맥을 쌓아가며 배울 수 있는 점이 정말 많을 것이기에 지원을 고민 중이시라면 ‘Go ahead’ 하란 말씀 드리고 싶어요! 독자분들 새해 파이팅입니다!
단 에디터의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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