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 박은진, 에디터 채러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잔치에서 에디터 채러로 활동하고 있는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박은진입니다.
요즘 종강하고 어떻게 지내시나요?
일단 지금 교환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 안 남은 토플 시험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요. 끝나면 여행도 가고 공연도 좀 보러 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그동안 친구들을 좀 못 만나서 친구들을 많이 만날 예정이에요.
잔꾼명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채러잖아요. 근데 ‘체리’도 ‘체러’도 아닌 ‘채러’를 쓰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거에 대해 아직 아무에게도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그래서 사실 언제 공개해야 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잔치를 졸업하는 마지막 웹진에 써볼까 생각했어요. 저의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 잔꾼명이거든요. 근데 제가 아무한테도 얘기를 안 했다 보니까 사람들이 자꾸 새로운 추측을 덧붙여서 ‘체리시(cherish) 러브’나 ‘체리(cherry) 러브’ 처럼 새로운 의미들이 자꾸 생기더라고요. 근데 그걸 보고 있는 것도 재미있고 다양한 추측들이 더 생겨났으면 좋겠어서 아직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진짜 의미는 마지막에나 알 수 있는 거네요.
그렇죠. 근데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는 그걸 밝혀줄 인터뷰이가 필요하잖아요. 그걸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입니다. 그치만 그때가 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항상 제 인생은 그런 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웃음)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서라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체리랑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까 상큼하고, 톡톡 튀고 밝은 이미지가 들어요. 그게 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제 추구미입니다.
총회를 갈 때마다 항상 언니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진심으로 그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비결이요? 사실 그냥 항상 즐거워요. 어느 순간 만들어진 습관인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 재밌고 신나는 걸 찾는 거?
그걸 습관이라고 하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저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습관인데요.
아니,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원래 밝지 않았기 때문에요.
진짜요? 그래서 다음 질문이 어쩌다 보니 같은 맥락의 질문인데요. 채러도 사람이다 보니까 늘 밝을 수만은 없었을 것 같은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그쵸. 저도 힘들 수 있죠. 사실 잔치 때문에 힘들었던 건 아니지만 잔치 활동 기간 중에도 힘든 일들이 있을 때가 있었어요. 제가 잔치를 되게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잔치가 그 즐거운 것이 되어줬기 때문이에요. 잔치 총회를 오면서 환기도 많이 되고 글을 쓰면서 풀어지는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힘든 상황에서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이겨내 보려고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이런 체리 같은 매력이 언니 글에도 나타나는 것 같은데 글을 보면 에디터만의 개성이 다 묻어나잖아요. 근데 딱 채러의 글은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에너지가 있어요. 이번 학기에 쓴 ‘그저 사랑하는 것에 집중’이랑 ‘읽는 것의 힘, 그리고 보물 지도’ 에도 잘 드러났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채러가 의도한 건지, 아니라면 평소에 글을 쓸 때 염두에 두는 게 있는지 궁금해요.
일단 ‘그저 사랑하는 것에 집중’은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2년 동안 몸 담았던 라디오 동아리를 같이 했던 친구들을 인터뷰했었어요. 사실 글을 준비하면서도 너무 행복했었고, 그 인터뷰를 한 시점이 마지막 방송이 나오기 직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딱 활동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했어요. 제가 2년 동안 너무 마음을 많이 뒀던 곳이라 사실 그 인아웃트로가 인터뷰 친구들한테 해당되는 내용이기도 했지만 저 스스로를 두고 한 말도 있었어요. 그리고 제 인생관 중 하나이기도 해요. ‘사랑하는 걸 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뭐든지 다 이겨낼 수 있다.’ 그런 거를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리고 ‘읽는 것의 힘, 그리고 보물지도’는 잔치에 오면서 책이 너무 좋아지고, 잔꾼분들이랑 책 얘기하는 것도 좋은 거예요. 그래서 여기 근처에 있는 독립 서점과 관련된 분을 꼭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딱 섭외에 성공한 거죠. 당시에 기억에 남는 피드백 중에 하나가 ‘책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 둘이서 막 신나서 책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라는 거였는데, 그게 제가 딱 원하던 그림이었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래서 평소에 글을 쓰면서는 그냥 제가 되게 좋아하는 마음이 글에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와 동시에 저만 재미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너무 사적인 얘기로 빠지지 않게 주의하는 거죠. 아무도 안 궁금한 내용으로 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잔꾼들 글들이 공통적으로 인아웃트로를 읽었을 때 ‘우와’ 하는 느낌을 주는 게 많은 것 같아서 저도 기억에 남는 인아웃트로를 써보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요. 특히 피플팀 특성상 인아웃트로에 더 집중하게 되는데, 사실 아트 팀이나 플레이스 팀은 글 전반을 다 에디터가 쓰지만 피플팀 글의 내용들은 인트로와 아웃트로 사이가 다 인터뷰이의 말이니까 에디터의 역량이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은 인아웃트로인 것 같아서요.
그럼 다음 학기에는 어떤 글을 써보고 싶나요? 아까 잔꾼명의 답변과도 연결이 되네요.
마지막 웹진은 잔꾼명의 의미를 담은 글을 쓰고 싶고요. 이번 학기에는 지인들이 인터뷰를 많이 했으니까 새로운 인터뷰이를 섭외해서 부딪히는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책방 연희 사장님 빼고 다 지인이잖아요. 또 잔치를 졸업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건 게릴라 인터뷰예요. 너무 해보고 싶어요.
이유가 있어요?
그냥 너무 낭만이니까. 제가 일지망으로 피플팀을 썼던 이유 중에 하나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제가 볼 수 있는 세계가 더 넓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지인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너무 고맙고 좋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부딪혔을 때 제가 피플 팀에 들어온 목적이 좀 더 잘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멋있는 마인드인 것 같아요. 그러면 채러가 잔치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꼭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종이 잡지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냥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죠. 근데 휴학도 하고, 2년 동안 활동을 했던 프렌디오 활동도 마감이 되면서 하고 있는 활동이 학교 홍보실에서 하는 활동 빼고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동아리를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딱 잡지를 만드는 동아리가 있는 거예요. 사실 잔치를 원래 이전 학기부터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계속 안 맞아가지고 지원을 못하고 있다가 마침 시간도 많은데 잡지도 만들 수 있고, 하던 활동도 마무리됐으니까 지금이 딱 적기다. 지금이 기회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가게 됐어요.
딱 운명처럼! 채러는 잔치와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는데, 정말 운명인 것이 원래 알고 있던 사람과 잔치에서 다시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소개해주세요.
일단 에디터 라미. 되게 놀랐어요. 사실 면접을 라미 언니가 봤거든요. 언니가 너무 밝게 웃고 있었는데 그냥 너무 감사하다 이런 생각만 하고 제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죠. 나중에 잔치 단톡방에 초대됐는데 저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거기에 카톡 추가가 된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거잖아요. 근데 딱 한 명이 친구 추가가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뭐지 하고 갠톡에 들어갔는데 연락했던 내역이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중학교 때 잠시 했던 기자단 봉사에서 언니랑 같은 조였던 거죠. 그리고 이후에 신기하게도 원래 갈 생각이 아니었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어 언니와 고등학교 선후배가 됐어요. 언니가 졸업하던 시기에 이대에 진학하게 된 친한 선배로부터 저희 고등학교에서 이대를 2명 갔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한 명은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다가 잔치에 들어와서야 그 사람이 라미 언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진짜 운명 같네요.
두 번째는 디자인 팀장 지평인데요. 저 너무 섭섭해요. 지평이가 수업에서 저랑 같이 액티비티를 했었거든요. 전 액티비티를 하기 전에도 지평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지평이는 저를 기억 못하더라고요. 저랑 같이 회의도 했으면서.
공개 저격인가요?
저격은 아니죠. 저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구애죠. 수경이는 잔치에서 절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슬펐어요. (웃음)

처음 잔치에 들어왔을 때 가장 첫 인상이 강렬했던 잔꾼과 그 이유는?
진짜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티 때 잔꾼 소개를 했었잖아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정향 언니였어요. 정향 언니가 좋아하는 게 확실해 보여 그게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취향이 되게 확실한 사람인 것 같아서.
그렇군요. 취향이 확실한 사람은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그러면 채러의 취향 얘기를 먼저 할까요?
좋아요.
채러는 쉬는 날에 뭐 하는지 궁금했어요.
최근에는 책을 많이 읽는 것 같고, 제가 완전 집순이어가지고요.
네? 진짜요?
엄청 집순이에요.
근데 저는 질문을 ‘언니 집에서 뭐 하시나요’ 라고 하려다가 채러가 집에만 있는 날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바꿨거든요.
집에 있으려고 노력해요. 쉬는 날 일을 잘 안 만들려고요. 집에 한 이틀 정도 있으면 행복하거든요, 그럼 이제 좀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집에 있는 걸 너무 좋아하죠. 그래서 집에서는 책 보고, 제가 뮤지컬이랑 연극을 진짜 좋아해요. 스페셜 커튼콜 영상 같은 게 유튜브에 엄청 많은데 그거를 열심히 봅니다. 너무 행복해요.
덕질을 하시는군요. 그럼 최근에 본 책 추천 하나만 해주세요.
<우리 다른 이야기하자> 이것도 좋았는데, 이 책은 의미가 있어요. 에디터 현이 선물해 줬습니다. 제 생일이었는데요. 갑자기 현승이가 총회 때 약간 화난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거예요. “너 이리 와 봐.” 막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었단 말이에요. 그랬는데 갑자기 현승이가 편지를 써가지고 주는 거예요. “생일 축하해!” 이러면서. 그 편지를 겉봉투에 써서 줬었는데 그 봉투까지도 버릴 수가 없어서 집에 잘 모셔두고 있어요. 그 책을 볼 때마다 현승이가 생각나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감동을 주시네요.
근데 이연이 사준 책도 엄청 잘 읽었어요. 이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집에 잘 있어요. 그거는 오자마자 바로 읽었어요.
진짜요? 좋습니다.

처음부터 피플 팀이 1지망이었다고 들었는데 피플 팀에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학교 홍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리포터 활동을 했었어요. 그래서 동문 분들이나 좋은 성과를 얻은 재학생 분들 인터뷰를 했었는데 얘기를 하면서 제가 모르던 세계를 좋은 쪽으로 엄청 많이 알게 됐어요. 이런 길도 있구나 싶은 이야기나, 그 일을 실제로 해본 사람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죠. 근데 사실 그 활동은 학교랑 관련된 사람 한정이다 보니까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워서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내 시야를 넓히고 싶다라는 생각이 일단 제일 컸어요. 그렇기에 확고한 1순위가 피플이었고 2순위 3순위는 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2순위가 뭐였어요?
플레이스 팀이었어요. 어떤 글을 쓰는 건지 조금 더 확실하게 알 것 같아서 플레이스 팀을 썼었는데 사실 결과 나오기 전까지 ‘제발 피플 제발 피플’ 하고 있었습니다. (웃음)
다행이네요. 들어오길 잘하신 것 같아요. 그럼 들어온 이후에는 이 팀 글을 써보고 싶다 한 적이 있었나요?
아트 팀이요. 사실 좀 자신이 없어요. 아트 팀 글은 무언가로 이렇게 꽉 차 있는, 응집도가 높은 느낌이거든요. 하나의 작품처럼요. 저는 인아웃트로를 쓸 때도 엄청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 되게 자신이 조금 없긴 해요. 그래도 아트 팀은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좋은 의미의 배출을 하는 것 같기도 해 아트팀 에디터들은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특히 잔치 들어온 초반에 많이 했었어요. 그만큼 아트 팀은 매력적인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아트 팀 글을 한번 써보고 싶어요.

잔치 활동 이외에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일단 저는 항상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 싶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제가 인생에서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거든요. 그냥 모든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모두가 바라지만 가장 쉽지 않은 목표인 것 같아요.
밤에 하루를 돌아봤을 때 오늘은 이 일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라는 게 아무리 운이 안 좋은 날이더라도 하나씩은 꼭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진로에 있어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직 마음을 확실하게 못 정해서 그 좋아하는 일이 뭘지는 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긴 해요. 멀리 바라보는 게 필요할 때도 있지만 너무 멀리 내다보면 그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보다는 순간순간 ‘이번엔 이거를 해보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하는 편이에요. 대학교 준비할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딱히 스펙을 쌓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냥 재밌을 것 같고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조금씩 했던 활동들인데 그걸 다 합쳐보니까 지금 전공이랑 다 관련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그때그때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다 보면 그게 하나의 길처럼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며 잘 이루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필요했던 말인 것 같아요. 진로 고민에 있어서요.

행복을 느낀 순간이 최근에 있었나요?
맨날 행복하긴 한데요.
진짜요? 그럼 오늘의 행복은 뭐였어요?
일단 이연이랑 노는 게 너무 재밌었구요.
그거 빼고요. (웃음)
그거 빼고? 기차를 타러 갔는데 제가 딱 승강장에 내려오자마자 기차가 들어왔어요. 그것도 너무 좋았고, 기차에서 자다가 일어났는데 거의 도착해 있어서 그것도 너무 행복했고요. 제가 음악 듣는 걸 진짜 좋아하는데 최근에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들을 들으면서 길을 걸어가거든요. 문득 음악을 의식했는데 딱 좋아하는 부분이 나오는 걸 캐치하면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정말 사소한데 확실한 행복이네요. 근데 그런 걸 다 기억하는 것도 능력인 것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계속 긍정적일 수 있는 습관이 바로 이런 것 같네요. 저도 한번 실천해 봐야겠습니다.
진짜 추천합니다.
근데 듣기로는 쉬워 보이는데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아요. 우리 현대인들은 너무나도 쉽게 부정적이고 우울한 것들에 매몰되잖아요.

이거는 서리한테도 물어봤던 건데요. 그동안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비밀이 있다면 하나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제가 자아가 생기고 만났던 사람들이니까 5살 때 얘기를 잘 안 했거든요. 근데 5살 때 저는 항상 놀이터 모래 맛이 너무 궁금했어요. 그냥 무슨 맛일까 정도가 아니라 정말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안 될 것 같을 정도로 너무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맨날 물어봤어요. 근데 선생님이 알겠냐고요. 안 먹어봤겠죠. (웃음) 그래서 그냥 짠 맛이야 이렇게 얘기를 해줬는데, 사실 그때는 ‘짜다’가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의 대답이 저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지 못했고요. 그래서 결국은…
먹었어요?
살짝 먹어본 것도 아니고 한움큼을 퍼가지고 이렇게 넣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목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삼켰어요??
삼켰죠. 목 막혔고, 너무 진짜 너무 짰고요. 소금 맛이에요. 근데 그 소금을 그냥 이만큼 퍼서 먹는 거랑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궁금증을 해소해 주셨네요. 저의 궁금증도.
사실 그 정도 나이대 친구들이 이 인터뷰를 볼 것 같진 않지만, 혹시나 본다면은 그냥 소금 먹어보면 해결될 것 같으니까 지저분한 놀이터 모래 굳이 안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진짜 5살 분들이 꼭 이걸 보셔야 될 텐데. 이걸 보셔야 손해 보지 않으실 텐데.
손해는 제가 본 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노래 한 곡 추천해 주세요.
뮤지컬 <라흐헤스트> 넘버 중에 ‘라흐헤스트’ 가 있어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변동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결혼을 두 번 하셨어요. 처음에 이상 시인이랑 결혼하셨고, 이상 시인이 폐렴으로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김환기라는 화가랑 다시 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인데요. ‘사람은 가도 예술은 남는다’ 라는 내용의 노래인데 가사가 너무 예쁘거든요. ‘사람은 가도 시는 남고, 그림도 남고 그래서 너를 기억해 주고 위로해 줄 거다’ 이런 가사도 있어요.
여자 주인공이 2명이 나오는데 그 두 명이 상대한테 들었던 말들로 서로를 또다시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고, 서로 ‘너를 축복해 줄 거다’ 이렇게 얘기해요. 지금의 저는 미래의 저를 엄청 응원하고 있고, 과거에 저도 지금의 저를 항상 응원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그게 참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곡을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밟고 선 이 땅뙈기는 이 세상에서, 아니 그 어느 세상보다도 나에게 가장 달콤한 기쁨을 주는 땅입니다.
그 어디에도 바로 여기, 지금, 오늘만큼 하늘이 파랗고 풀밭이 푸르고 햇빛이 밝고 그늘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곳은 없어요.
행복이 자신 없는 당신에게,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이야말로 당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당신이 행복하길 온 마음을 담아 기도하며,
채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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