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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11 · 24

10-3 신촌극장 – 잔치꾼들의 뒷담화

Editor 조청

우리는 지난 2주동안 신촌극장의 이야기를 담았었다. 오늘로 신촌극장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며 신초너가 바라본 신촌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글은 우리가 커뮤니티를 다루면서 고민했던 신촌에서의 커뮤니티는 어떤 의미이고, 그 중 신촌극장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촌이 더 좋은 공간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신촌을 애정하는 잔치꾼 세 사람이 모였다.

 

‘우린 프로 신초너다’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중입니다.

(좌) 조은솔, (우) 김재아

강: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피플팀 에디터 강예림입니다.

김: 저는 아트팀에서 글을 쓰고 있는 아트팀 팀장 김재아입니다.

조: 저는 운영팀에서 일하고 있는 조은솔입니다.

 

 

강: 혹시 신촌극장을 방문해 보신 적 있나요?

김: 신촌극장이 개관할 때 ‘아무도 아닌’ 이라는 연극을 했었어요. 신촌극장의 작은 공간을 활용한 연극이었는데 그때 처음 갔었죠.

조: 저는 얼마 전에 잔치분들과 함께 최윤석 작가의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강: 음, 저는 둘 다 봤는데 모두 인상적이긴 했지만 특히 연극 ‘아무도 아닌’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두 배우분들의 무대 장악력이 작은 극장을 정말 크게 느껴지게 했거든요. 재아씨도 저처럼 둘 다 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떠셨어요?

김: 저는 두 공연 다 공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아닌’은 작은 공간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감정 전달을 인텐스(intense)하게 잘 했던 것 같아요. 배우가 바로 앞에서 연기를 하고 동선도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저도 예림씨처럼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았어요. 그리고 전시 ‘이게 아니었는데’도 보는 내내 공간을 참 잘 활용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윤석 작가의 ‘이게 아니었는데’ 中

조: 저는 최윤석 작가의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전시만 봤는데 사실 평소에 예술에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 찾아가서 주의 깊게 본 건 거의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핸드폰이 위에서 내려오거나 다 같이 방석을 깔고 앉아서 영상을 보고 테라스로 나가는 형식이 정말 신선해서 ‘아! 이런 게 현대미술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전시 동안 움직이면서 능동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김: 그때 전시가 끝나고 최윤석 작가님이 갤러리와 극장을 비교해주셨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원래 현대예술작품이 갤러리에 전시가 되면 그 예술 자체가 오브제(objet)가 되면서 관객들하고 멀어지는 느낌이잖아요. 관객은 오브제를 관람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니까요. 그런데 그때 작가님이 사물이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씀하셨어요. 예를 들어 ‘아무도아닌’에 쓰였었던 비닐봉지가 갤러리에 있었다면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왔겠지만 신촌극장에 전시가 되면서 우리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졌듯이 말이에요. 신촌극장이라는 공간이 다른 여타 예술공간들과 차별화된 게 그 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가에 있고 주택가에 있어서 친근함을 더해주는 것 같고요.

강: 신촌극장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때요? 다들 많이 아시나요?

조: 사실 구석에 있는 주택가, 하숙집 거리에 있어서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김: 네, 맞아요.

조: 친구들한테 신촌극장 얘길 하면 다들 그런 데가 있냐고 놀라요. 홍보가 사실 많이 안돼서 신촌극장이 신촌의 예술을 살리거나 예술의 장이 되고 그런 단계까지는 아직 아닌 거 같아요. 그런데 더 알려지고 홍보가 잘되면, 연극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많고 신촌 소재 대학교에 연극동아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크게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요.

김: 저도 동감하는 게 대표님이 신촌 소재 대학교 출신이시다 보니 홍보하는 수단이 아직까지는 개인적인 기반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은솔씨 말처럼 좀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직은 예술의 씬(scene)이 배출되는 공간이라기보단 소소한 일탈의 예술을 주는 정도?

 

신촌극장 테라스에서 바라본 신촌의 조용한 풍경

강: 그럼 신촌극장이라는 커뮤니티가 다른 기존 커뮤니티와 차별화되는 점이 뭘까요?

조: 예술을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신촌에 대형 영화관이 있고 독립영화관이 있어도 신촌극장 같은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극장은 없잖아요.

강: 아, 원래 이런 극장이 없었죠?

조: 그렇죠. 저는 극장이라는 개념도 원래 영화 보는 장소로만 생각했었는데 신촌극장을 알게 되면서 ‘극장’이라는 게 능동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 저는 신촌극장에 신촌사람들과의 소통이 존재한다는 게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전시나 공연이 끝나고 이뤄지는 관객과 작가와의 만남 같은 거요. 극장 바로 앞에 ‘모어댄위스키’ 사장님이랑 신촌극장 대표님이 친구신데, 공연을 마치고 관객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칵테일을 함께하는 이벤트를 연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모습이 신촌극장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강: 극장 위치가 정말 좋은데 다만 소음에 주의해야 하는 주택가 근처라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나면 이런저런 감상을 친구와 나누곤 하잖아요. 그런데 극장 아래가 일반 가정집이다보니 신촌극장에서 내려오면서 얘기를 못하니까 서로 전시나 연극내용을 나누기도 어렵다는 점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극장이 조금만 더  밖에 있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두 분은 어떠세요?

김: 신촌이 워낙 땅값이 비싼편이라 경제적 여건때문에 이 장소로 정하신 게 아닐까요?

조: 생각해보면 신촌극장이 위치한 주택가를 벗어나면 정말 술집이고 번화가니까 오히려 조용한 예술을 위해 그 장소를 택하신 건 아닐까요?

강: 맞아요. 대표님이 신촌극장을 만드신 이유가 ‘이런 공간’이 없어서라고 하신 것처럼 신촌이 젊음의 거리라고는 하지만 은근히 예술을 위한 공간은 없는 것 같아요.

김: 신촌에서 조금만 나와도 홍대나 합정이나 상수, 연남, 이런 데는 찾아보면 그런 장소들이 있는데 신촌은 없잖아요.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신촌이 예전보다 죽었다고 말하는 게 영리적인 활동 이외의 것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강: 피플팀 인터뷰 때 인터뷰이들에게 신촌에 대해 물어보면 프랜차이즈가 많다는 의견이 많아요. 사실 신촌에 대표적인 공간이나 시그니처가 없는 것 같긴해요.

조: 진짜 신촌만의 분위기가 특별하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신촌극장이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신촌극장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이걸 시작으로 다른 예술가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 성수나 연남동에 있는 아틀리에나 갤러리들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드는 것 같아요. 아직은 신촌 하면 술집, 놀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제가 만약 신촌 소재의 대학생이 아니었다면 굳이 신촌에 올까 싶어요.

김: 맞아요. 애정을 가질만한 공간이 없어서 아쉬운 것 같아요.

 

가위바위보같지만 진지한 이야기 중입니다.

강: 두 분 다 프랜차이즈가 난무하고 시그니처가 사라져가는 신촌에 신촌극장이 생긴 게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전 아이러니하게 신촌극장이 안 커졌으면 좋겠어요. 더 커지면 신촌극장만의 지금 이 느낌을  잃을 것 같아요. 경의중앙선이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소리랑 작은 공간크기가 주는 아늑함 같은 거요.

김: 저도 그 공간을 벗어나지는 않았으면 해요.

조: 저도 신촌극장이 커져서 다른 독립영화관처럼 뻔하게 변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촌극장을 보고 다른 예술가분들이 많이 와서 여기만의 분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 하숙거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해요. 너무 큰 바람인가요?

김: 저는 씬이 형성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신촌극장이 단독으로 성장해서 퍼지는 것보다는 신촌극장을 시작으로 예술 커뮤니티가 형성돼서 다른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판이 커지려면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니까요. 신촌도 뉴욕씬 같은 아이덴티티를 가진 로컬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강: 역시 신촌 전문가분들을 모셔서 그런지 대화가 굉장히 심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신촌극장은 ~다’로 정리해주시겠어요?

조: ‘신촌극장은 첫눈이다.’ 신촌 예술계에 내린 첫눈이라는 의미에서?

김: ‘신촌극장은 박스다.’ 신촌극장 간판이 박스잖아요. 박스는 심플하고 작은데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겉으로 봤을 때는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 안을 보면 무엇인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런 박스 같다는 의미에요.

 

이 질문에 에디터도 스스로 답해본다. ‘신촌극장은 루돌프다.’ 마침 정확히 한 달 후면 크리스마스다.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네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 그 후론 사슴들이 그를 매우 사랑했네. 루돌프 사슴코는 길이길이 기억되리.’

신촌극장이 모든 사슴들의 놀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기존의 신촌에 있던 커뮤니티들과, 또는 공간들과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신촌극장은 신촌의 사슴들을 놀라게 한 루돌프와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신촌극장으로 인해 신촌에도 예술을 이야기할 공간이 생기고 자신만의 노래를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면 아마 신촌극장은 길이길이 기억되지 않을까? 이 부분 참 마음에 든다. ‘길이길이 기억되리-’

 

신촌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theatresinchon/

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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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청

말의 온도가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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