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 음악과 함께 흘려보내는 젊음에 대하여
왕잔치는 신입생이다.
그동안 쌓여온 스트레스를 벗어 던지고 내일이 오지 않는 것처럼 먹고 마시는 신입생들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왕잔치는 늦은 오후 전공 서적이 든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백양로를 걸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잔치가 1학년임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잔치가 입학한 지는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잔치는 여전히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신분으로 부여받은 자유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그보다 잔치는 다음과 같은 것들에 더 익숙했다. 진로 희망란에 ‘향후 10년간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직업’을 공허하게 써내는 것.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가입한 학술 동아리에서 관심도 없는 주제로 발제문을 내는 것. 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보는 면접에서 남이 가르쳐준 열정의 모습을 연기해 내는 것.
문득 저 멀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부터 시끄러운 – 그러나 꽤 떨어진 거리를 지나왔기에 더는 시끄럽다고 할 수 없을 –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왕잔치는 지금 지나치고 있는 강당에서 학교 밴드가 합주하는 소리일 거라고 대강 추측했다. 그러곤 문득 머릿속 깊은 곳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기억 속 왕잔치는 고등학교 1학년, 지금처럼 새로운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학교 게시판에 붙은 동아리 모집 포스터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보컬, 일렉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세션 모두가 역동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으로 가득 차 있는 밴드부 포스터였다.
사실 밴드부에 지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동안 밴드 멤버로 무대에 올라 모두를 압도하는 크기의 소리를 내는 상상을 하느라 바빴으니까. 그렇지만 잔치는 그곳에 지원하지 않았다. 연습하고, 합주하고, 리허설을 하고, 무대까지 하는 데는 비효율적인 양의 시간이 들어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잔치에게 비효율적이라는 건, 투자하는 시간 대비 생활기록부에 남길 메리트가 없었다는 뜻이다.
왕잔치는 그 오래전의 마음을 곱씹으며 그곳에 멈춰 있었다. 발밑에서 드럼 소리가 둥둥 희미하게 진동하는 걸 느끼면서. 자신의 시간을 낭비해도 괜찮을지, 잔치는 더 이상 매력적인 생기부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지금에도 여전히 몰랐다. 자유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체적으로 서고 싶은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막연하게 밴드를 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분명했다.
발을 울리는 악기 소리는 점점 커지는 심장의 진동과 섞여 잔치의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잔치는 높게 찌르는 기타 음에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시원한 바람이 노랫소리를 실은 채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잔치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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