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 음악과 함께 흘려보내는 젊음에 대하여
# 드럼, D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저는 올해 8월까지 국어국문학과 밴드 청불에서 드럼 세션을 맡았었지만, 이제는 은퇴해서 다음 학기부터는 더 이상 드럼 세션이 아니게 된 서온유라고 합니다.

처음에 드럼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중학교랑 고등학교에도 밴드부가 있잖아요. 그때는 밴드부라고 하면 보컬에만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근데 전 항상 드럼에 시선이 엄청 갔었거든요. 드럼 솔로가 ‘우두두두’ 나오는 걸 보고 ‘진짜 멋지다’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드럼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어요. 이후에 20살이 되자마자 1월부터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하게 됐는데, 학원에 다니는 게 재밌어서 밴드부에 들어가서도 드럼 세션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드럼을 직접 연주해 봤을 때, 제일 멋있다고 느껴질 때가 언제였어요?
밴드 연주에서, 드럼이 ‘칙칙칙’하는 예비박을 주고 나서 음악을 시작한단 말이에요. 그 ‘칙칙칙’을 좀 간지나게 잘 쳐야 해요. 노래가 시작한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니까요. 그리고 기타 솔로나 보컬 혼자 노래 부르는 건 되게 많지만 드럼 솔로는 많이 없거든요. 근데 대신 드럼에는 필인*이라고, 막 우두두두 치는 게 있어요. 혼자서 막 난리 나는 거요. 그걸 치는 게 멋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보통 드럼은 기본 박자, 기본 베이스라고 생각하잖아요. 그걸 넘어서 필인 같은 어려운 부분을 쳤을 때 뿌듯한 게 있어요. 다시 영상을 돌려볼 때 나 혼자 ‘우두두두 우르릉 쾅쾅’하면서 튀는 걸 보면 나 좀 멋졌구나 하는 걸 느껴요. (웃음)
*필인 : 필요에 의해 여러가지 테크닉을 구사하며 일정 박자 동안 드럼을 연주하는 것
드럼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또 있어요?
저는 주목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또 좋아해요. 그러니까 되게 역설적이죠. 보컬처럼 대놓고 주목받기는 싫은데 그래도 한 역할은 하고 싶은 성격이란 말이에요. 근데 드럼은 뒤에 있어서 잘 안 보여요. 그래서 긴장감은 비교적 덜하면서도 노래 전체의 박자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이긴 한데, 또 그렇게까지는 주목받지 않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합주를 할 때 되게 뿌듯한 게, 드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돌아가더라고요. 그럴 때 보면 ‘내가 기본처럼 보여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구나, 되게 매력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드럼의 악기를 하나하나씩 두드리면서 소리를 연결하는 것도 되게 신기해요. 내 팔과 다리를 연결하는 게 춤추는 것 같고 재밌어요.
몸을 많이 쓰는 세션이군요.
맞아요. 그래서 연주하다 보면 막 땀이 나요. 저는 항상 연습할 때 에어컨 17도로 틀고 하는데 그래도 땀이 나요. 진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제가 3시간 동안 연습을 한단 말이죠. 지피티한테 물어봤는데 그렇게 연습하면 몇백 단위의 칼로리가 탄다고 해요. 그리고 전완근이 진짜 많이 길러진다는 점이 되게 좋았어요. 근데 오른쪽으로만 쳐서 오른팔만 딱딱해지긴 했어요. 드럼 스틱이 무거운 건 아닌데, 힘을 줘서 쳐야 하고 손도 빨리 움직여야 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웃음)
전체적인 박자를 드럼이 결정하는 거잖아요. 드럼이 틀려서 박자가 밀리는 경우가 많나요?
그렇죠. 만약에 드럼이 신이 나서 너무 빨리 쳐버리면 합주가 끝나고 나서 다른 멤버들이 ‘너무 빠른 것 같은데?’ 하는 식으로 말해요. 반대로 너무 긴장해서 저는 바람에 소리가 비면 다들 저를 휙 쳐다봐요.
실수의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는군요.
맞아요. 그러니까 잘해야 본전이고 실수하면 바로 티가 나는 세션이에요. 그리고 가끔은 드럼이 아니라 기타가 빨라질 때도 있단 말이에요. 근데도 ‘드럼 너무 빨라요.’라는 말을 듣는 게 말 못 할 고충이기도 해요. 기타가 빨랐던 건데도 박자 악기인 드럼 탓을 하니까요. 저는 기타에 맞춘 거거든요.
드럼 자체적으로도 손이랑 발이 안 맞을 때도 있어요?
그럼요. 보통 손이랑 발이 따로 움직여야 하는 악기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사실 손이랑 발을 같이 움직이는 게 더 어려워요. 그래서 둘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한데, 손은 음악을 화려하게 해주는 느낌이라면 발은 기본적인 베이스를 쿵쿵쿵 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드럼 자체적으로 박자가 잘 맞고 조화가 잘 돼야 합주의 전반적인 박자도 잘 흘러가는 것 같아요.
진짜 어렵겠다. 박치들은 못하겠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 메트로놈*을 꼭 켜놓고 해요.

*메트로놈 : 박자를 맞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템포를 제공하는 장치. 사진은 인터뷰이 피셜 드럼치는 사람들에게 국룰인 메트로놈 앱 ‘tempo’이다.
드럼에도 기술이 많을 것 같은데, 몇 가지 소개해 줄 수 있나요?
근데 제가 학원에 오래 다니지 않아서 전문 용어는 잘 몰라요. 그래서 다 필인이라는 단어로 때워요. 화려하게 ‘우두두두’, ‘우다다다’ 하고 튀는 걸 그냥 ‘야 너 되게 필인 좋다!’ 이러면서 통칭해 버려요. 물론 세부적으로는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가 있겠지만 기타처럼 드라이브*를 거니, 클린톤**으로 하니, 하는 식으로 직접 쓰는 용어는 없어요. 드럼은 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동작이 몸에 익어야 하는 거라서요.
*드라이브 : 원음을 망가뜨려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일렉기타 특유의 톤
**클린톤 : 기타의 생톤, 기본이 되는 맑고 깨끗한 소리
드럼도 그냥 공연장에 있는 거를 쓸 텐데, 연습할 때랑 달라지는 점이 있나요?
확실히 공연장에 있는 드럼이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떤 드럼의 질이 좋은 건지 몰랐거든요. 근데 계속 쳐보니까 합주실, 공연장 이런 데 있는 드럼은 구체적으로 뭐가 좋다고는 못 하겠지만 확실히 달라요. 연세대학교 소나기 밴드에서 활동했던 선배의 말씀에 따르면 어떤 공연장 드럼의 스네어가 되게 안 좋대요. 그래서 그 선배는 직접 소장하고 계신 스네어를 가져와서 그 부분만 갈아 끼우시더라고요. 근데 그거 하나에 몇백이래요. 솔직히 저는 그 정도 필요성까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좀 싼 연습실에 가면 드럼에 악기 하나가 부족하고 이래서 안 좋다는 건 확실하게 느껴져요. 좋은 드럼은 소리도 맑게 잘 나고, 다른 악기와의 조화도 좋더라고요.
그럼 드럼에 달린 것들을 각각 악기라고 부르는 건가요?
그쵸. 다 이름이 있어요.

일단 드럼 양쪽에 심벌즈처럼 ‘챙’ 하는 소리를 내는 악기를 크래쉬라고 불러요. 또 기본 박자인 ‘쿵칙탁칙’의 ‘쿵’ 소리는 발을 이용해 킥드럼으로 내요. 그리고 ‘칙’ 소리를 내는 걸 하이햇이라고 해요. 하이햇은 몸의 왼쪽에 있는데, 특이하게 왼손으로 치지 않고 오른손으로 쳐요. 다음에 오는 ‘탁’이 정가운데에 있는 스네어거든요. 이걸 왼손으로 쳐야 해서 오른손으로는 하이햇을 치나 봐요. 이렇게가 주된 구성 요소예요. 또 다른 악기로는 ‘딩딩딩’ 하고 울리는 심벌인 라이드도 있어요. 그리고 북 3개가 더 있는데, 하나는 맨 위에 있는 스몰탐, 다른 하나는 사선 오른쪽에 있는 미들탐, 나머지 하나는 맨 오른쪽 밑에 있는 플로어탐이에요. 이런 탐들은 ‘동동동’ 소리가 나는데, 여러 가지를 연결해서 필인에 많이 사용해요.
굉장히 어렵네요.
저도 처음에는 외우는 것도 어렵고, 그래서 악보를 보는 것도 되게 어려웠거든요. 악기마다 각각 지칭이 다르니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 악보만 읽을 줄 알면 다 칠 수 있다는 건 좋아요. 저는 학원에서 요구하는 정해진 연주 방식이 싫어서 악보만 읽을 줄 알게 됐을 때 바로 그만두고 독학했거든요. 그렇게 혼자 강하게 크다 보니까 확실히 실력은 크게 늘었어요.
드럼 스틱도 다양하잖아요. 그것도 스틱이 좋은 게 체감이 되나요?
대부분 ‘빅퍼스‘라는 브랜드의 스틱을 쓰는데, 그게 초보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좋고 무난해요. 근데 드럼의 구성 요소 같은 걸 사면 스틱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하거든요. 그런 건 그냥 나무 막대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안 좋아요. 드럼을 오래 치다 보면 스틱이 부러지는데, 확실히 전문 드럼 스틱을 사야 그 주기가 길어져요. 좋은 스틱은 내구성도 강하고, 코팅이 잘 돼 있어 그립감이 좋아서 손도 덜 아파요.

무대를 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저번 연합 공연에서 SPYAIR의 ‘사무라이 하트‘라는 노래를 했었어요. 새내기 때 선배 중에 고인물들이 되게 많으셨는데, 그분들이 ‘사무라이 하트’를 선정하신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게 어떤 노래인지 잘 몰랐고, 그냥 재밌고 멋지고 빠른 노래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선배들이 다 나가시고 나서 노래를 선정하다가 갑자기 그게 너무 해보고 싶은 거예요. 사실 그 전까지의 곡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꾸역꾸역 연습하면 그나마 될 정도였어요. 근데 ‘사무라이 하트’는 너무 어렵고 화려한 노래라 손에 물집 잡히고 피도 엄청 나고,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연습해야 했어요. 솔직히 되게 힘들었고 잘 안되니까 답답했죠. 근데 그걸 기점으로 이제 어려운 노래도 해볼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 공연에서 은퇴 전 마지막으로 ‘시퍼런 봄’이라는, 사무라이 하트보다 진짜 100배 어려운 노래를 하게 되었어요. 그 곡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아마 사무라이 하트라는 노래를 했던 경험에서 온 게 아닐까 싶어요.

은퇴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이게 되게 슬퍼요. 드럼은 집에 악기를 가져다 놓을 수가 없으니 연습실을 빌려야 된단 말이에요. 연습실이 1시간에 6, 7천 원, 비싸면 8천 원 정도 해요. 근데 또 한 시간만 연습할 게 아니잖아요. 왜냐하면 집에서 아예 연습을 못 하니까 연습실을 간 김에 기본기부터 합주곡까지 아예 다 떼고 와야 해요. 그러니까 진짜 기본 3시간은 있어야 하는 거죠. 거기다 공연이 점점 다가올수록 연습실에 가는 날이 잦아지니까 거의 한 달에 10만 원 넘게 썼던 것 같아요. 게다가 연습실도 서울에 몰려 있어서 이동 시간도 걸리고요. 그래서 시간이랑 돈을 생각했을 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이게 방학이라 그나마 좀 괜찮았지, 개강 이후에는 도저히 못 할 것 같은 거예요. 설상가상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학원에서의 업무 강도도 점점 높아지다 보니까 드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 거죠. 그래서 좀 아쉽긴 해요. 드럼을 안 치고 싶은 마음은 아니니까요.
이제 막 한계를 돌파했는데… 정말 아쉽네요.
근데 어떻게 보면 변명이기도 해요. 데이트랑 비슷하게, 내가 시간을 내려면 시간을 낼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내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 거니까요. 그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드럼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식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해요.
다음에 열정이 또 생긴다면 그때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럼 이게 어떻게 보면 청불을 마무리하는 은퇴 인터뷰잖아요. 청불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단 청불에 드럼 인재들이 많아졌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예민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드럼은 어쩔 수 없이 연주자의 팔과 다리 힘이 중요하단 말이죠. 그래서 제가 치는 걸 듣고 남자 후배가 치는 걸 들어 보면 확실히 소리가 좀 다르긴 하더라고요. 물론 연습량과 곡 장르의 차이도 있긴 하겠지만요. 그렇다고 거기서 엄청난 회의감을 느낀 건 아니에요. 청불에 점점 남자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잘 치는 사람들, 소리 예쁘게 만들어줄 사람들이 많아지니 제가 은퇴한 자리가 엄청 비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또 지금까지 활동을 1년 정도밖에 안 했음에도 조그만 것까지 합하면 6~7개 정도의 공연에 섰는데요. 저는 학생들 앞에 서는 걸 진로로 택한 만큼, 이런 공연 경험이 부끄러움을 극복하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청불이 아니면 제가 언제 또 무대에 서 봤겠어요. 그래서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여러모로 소중한 기억을 안겨준, 그런 동아리였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드럼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노래 추천해 줄 수 있나요?
우선 제가 마지막으로 공연했던 쏜애플의 ‘시퍼런 봄’. 전체적으로 드럼 소리가 되게 잘 들리고, 마지막에 드럼 솔로5:32~도 들어 있어요. 또 제목을 한자로 바꾸면 청춘이잖아요, 그런 노래예요. 쏜애플이라는 밴드 자체가 보컬도 쨍한 느낌이고, 신나는 노래를 많이 하잖아요. 이 노래도 되게 시끄러운 노래지만 마냥 기쁘고 즐거운 건 아니에요. 되게 빠르고, 청춘의 방황을 잘 드러내는 노래인 것 같아요.
그리고 검정치마의 ‘Antifreeze’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이 곡도 마지막 부분 30초 정도3:08~에 드럼 솔로가 있어요. 전에 이 곡으로 합주를 해봤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또 데이식스의 ‘어쩌다 보니’. 디스코 리듬이라 보통의 박자랑은 좀 달라요. 일반 대중들은 ‘특별히 드럼이 그렇게 돋보이지 않는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드럼 치는 사람들한테는 ‘이거 리듬이 조금 다르네. 디스코 리듬을 썼네’라고 알아차릴 수 있을 만한 곡이라 되게 인상 깊었어요. 또 싸비에 막 들어가기 직전에 ‘우두두’ 하면서 팡 터트리는 부분0:40~에서도 드럼이 계속 연타를 쳐야 단 말이죠. 그 부분이 드럼의 매력이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제가 연주했던 노래라 특히 더 인상 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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