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 이상한 나라의 우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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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의 대리인이죠. 제가 슬퍼야 하는데, 대신 울어주는 거예요. ”
비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예고 없이 쏟아지고, 아무렇지 않게 멎는다.
그 속에서 인간은 무언가를 머리에 얹는다.
손에 쥐고, 들고 다니며
놓고, 잃고, 다시 산다.
우산은 그런 물건이다.
마치 잃어버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지나가던 벤치 위, 카페의 우산꽂이, 교실 뒷문 근처,
그리고 누군가의 뒷주머니처럼 허술한 망각의 틈에.
아무렇지 않게 두고 간 것들의 공동묘지엔 언제나 우산이 있다.
“제겐 의미 있는 우산이에요. 찾아주세요.”
그 우산은, 그의 세계에서 유일한 이름을 가진 존재였다.
아무렇지 않은 것에
가장 애틋한 의미를 씌우는
이 어처구니없는 능력.
방수 도구가
기억을 덮는 천막,
슬픔을 접어 두는 구조물,
의미라는 비를 막아주는, 인간만의 물건이 된다.
어쩌면 우산의 기원은, 잃어버린 마음을 가려주는 장치였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기억도, 감정도, 사랑도, 자기 자신조차도
잃는다.
비 오는 날마다 새 우산을 들고 나서는 것은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본능이 아닐까?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자기 존재의 증명’으로 만들어낸다.
의미란 늘 그렇게,
우연히, 비 오는 날,
누군가의 손에 들렸다가,
다시 누군가의 손에서 잊히는 것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나는 또 다른 우산의 기원을 목격한다.

COMMENTS
앗 저도 우산을 실수로 버리고 왔는데 미안하네요 ㅠㅜ 의미 있는 우산이었는데….!
그렇게 버려진 우산들로 공동 묘지 만들까 봐요!
앗 저도 우산을 실수로 버리고 왔는데 미안하네요 ㅠㅜ 의미 있는 우산이었는데….!
그렇게 버려진 우산들로 공동 묘지 만들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