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변민상, 에디터 필립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강대학교 철학과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22학번 변민상입니다. 이번 학기에 잔치에 처음 들어와서 현재는 ‘필립’이라는 잔꾼명으로 아트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필립’이라는 잔꾼명의 유래도 궁금한데요.
제가 예전부터 영어 이름이 ‘피터’였거든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저학년 ~ 고학년 사이쯤에 다니던 영어학원 원어민 선생님께서 10살이 넘은 아이에게 ‘피터’는 너무 어린 이름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조금 더 청년 같은 이름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알려주신 이름이 ‘필립’이에요.
사실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잔치에 들어와서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필립’이라는 이름을 쓰던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열정이 있었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름이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도 하잖아요. (웃음) 이때의 이름을 가지고 하면 제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필립’을 쓰게 되었습니다.
잔치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 학기부터 잔치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전 학기에 제가 휴학을 했었어요. 진로를 소설가로 정했기 때문에 휴학을 하면서 글을 좀 써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보니 자기관리도 덜 되고 제 글에 대한 피드백을 친구들에게 부탁했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어떤 한계가 있었나요?
소설 같은 경우에는 제가 온전히 구상을 해서 쓰는 것이다 보니까 제가 제 글에 매몰되기도 하고, 자꾸 놓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당연히 이상하다고 느껴져야 할 부분인데 제가 쓰고 제가 몰입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하지 못했던 한계점이 있었군요.
다른 사람에게 제 글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도 체계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서연이(에디터 영원)와 친구인데, 서연이가 잔치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지원을 고민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서연이가 잔치에 들어간 건 올해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고 극찬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잔치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영원 언니가 엄청난 인재를 영입해왔군요. 잔치 지원 당시에 아트팀을 1지망으로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트팀이 1지망이었던 이유가 있나요?
제일 큰 메리트는 자유글의 존재였어요. 사실 처음에는 피플이랑 아트 중에 고민을 했었고, 1지망을 피플로 적어서 냈었거든요. 이후에 아트팀으로 바꿔서 구글폼을 다시 제출했었어요.
아트팀의 좋은 점은 자유글, 부담스러운 점은 문화예술 글이었어요. 제가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하는 피플팀과 고민하다가 소설가라는 진로를 생각하고 이를 위해 잔치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라면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최종적으로 아트팀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문화예술 글도 그렇게 형식에 구애받는 편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들어가야할 내용들만 지킨다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어서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아트팀을 1지망으로 써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1지망이었던 아트팀에 들어오시게 되었잖아요! 아트팀 글을 쓸 때 필립만의 글을 쓰는 기준이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나름의 기준을 세웠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웠던 것은 저만 읽는 글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잔치에서 글을 쓰는 목적이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하는 것인데,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과 남들이 읽었을 때 좋은 글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잖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좋은 글이 되도록 노력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어렵더라고요.
제 첫 웹진 글이었던 <카멜레온 공작>을 쓸 때도, 글의 색채나 난이도를 독자에게 맞춰서 명료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더 바라봐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생각보다 실천하고 지켜 나가기 힘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문화예술 글을 쓸 때는 이 부분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는 게 에디터 입장에서는 자신의 글이기 때문에 항상 쉽지 않은 부분이죠.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을 생각한다’는 것을 제일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서 조금씩 개선해나갈 것 같아요. 추가적인 게 더 있다면 소설과 다르게 웹진에서는 짧은 글 안에서 임팩트를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힘 있는 문장을 항상 쓰려고 노력해요.
제가 글 쓰는 스타일이 좀 특이한데 줄거리를 생각함과 동시에 제일 쓰고 싶은 문장을 몇 가지 추려요. 이런 힘을 줄 수 있는 문장들이 있어야 독자들이 읽을 때도 임팩트 있는 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와 저도 필립의 글을 읽으면서 힘을 주는 문장이라고 느꼈던 문장들이 있었는데, 제가 생각한 문장들이 맞는지 궁금하네요. 이번 학기에 나왔던 웹진 중에서 방점을 뒀던 문장들은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 글이었던 <카멜레온 공작>에서는 ‘그것은 수많은 깃털들이자, 수틀린 미련들이었다’라는 문장에 신경을 썼어요. 왜냐하면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색깔이 다양한 게 공작새 깃털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이런 포스트잇들이 창문에 붙어있는 게 나를 밖으로부터 가리는 느낌이라고 생각해서 글의 흐름에 맞게 잘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카멜레온 공작>은 도입부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어요.
<카멜레온 공작> 저도 굉장히 잘 읽었었는데, 이런 비하인드까지 들으니까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번째 글이었던 <적어도 우리는 우리 삶의 선구자라는 것을>에서는 ‘백야의 마침표를 찍고 싶은 사람입니다’라는 문장 하나를 쓰는 데 글의 다른 부분들을 쓰는 것과 거의 동일한 시간이 들었어요.
정말 공들인 문장이군요!!
왜냐하면 다른 글은 그냥 내용을 쓰면 됐지만, 이 문장은 제 초성을 맞춰서 써야 했거든요. ‘백야의 마침표를 찍고 싶은 사람입니다” 해서 제 이름의 초성인 ‘ㅂㅁㅅ’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어려웠어요.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 당시에 생각할 수 있었던 문장 중에서는 가장 좋았던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런 비하인드가 있는지 몰랐어요! 굉장히 짜임새 있게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앞에서도 언급하셨듯이, 나중에도 진지하게 글을 써보고 싶다는 포부를 <적어도 우리는 우리 삶의 선구자라는 것을>에서 밝혔었잖아요. 글 쓰는 일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가 ‘대체 가능성’이거든요. 저는 인간관계에서도, 제 인생 자체에서도 개별적인 존재에서 나오는 특별함에 정말 많은 가치를 부여해요. 예를 들어,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남들이 할 수 없고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답할 거예요. 삶을 살아가면서 나만 할 수 있고, 나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죠. 이런 저의 가치관을 생각해봤을 때, 이 글 쓰는 일이 제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대체 가능성’이라는 키워드와 너무 잘 맞더라고요.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재능이 없지도 않은 것 같거든요. 제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되게 재미있었어요. 물론 책임도 져야 하지만요. (웃음) 퀄리티가 좋든, 좋지 않든 제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이 있다는 점에서 과정까지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과정도 결과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반면에, 글을 쓸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다른 사람들의 개입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제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면서 느낀 점은 중간 중간 피드백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창작자 입장에서 제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흐름을 장면에 맞추자니 그 장면이 이상해지고, 반대로 장면을 전체적인 흐름에 맞추어 쓰자니 제가 생각한 만큼의 임팩트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을 선택하면 안되는 것 같은데 자꾸 선택을 하게 되더라고요. 두 가지 요소를 다 잡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고, 해결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최대한 많이 써보려고요.
이런 고민을 하시는 것부터가 굉장히 비범하시군요. 나중에 진짜 유명한 작가가 되시는 것 아닌가요?
비범하기까지 (웃음).
아직 잔치에서 한 학기 더 활동하실 계획이시잖아요 (어쩌면 1년일 수도 있고요). 남은 기간 잔치에서 활동하면서 써보고 싶은 글이 있을까요?
다음 학기 자유글을 이미 정해뒀는데요. 이제 제가 아트팀으로서 쓸 수 있는 자유글이 딱 한 번 남았기도 하고, 지금은 잔치에 어느정도 적응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편한 마음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학기 자유글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좀비를 소재로 신촌에 있는 대학에서 좀비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재난 대피 사용 설명서를 써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혼자서도 생각해보고, 친구들이랑도 이야기했었고, 저만 쓸 수 있는 글인 것 같기도 해서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와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무조건 읽어볼게요.
같은 맥락에서 신촌문예에서 좀비와 관련된 책들을 썼을 만큼 좀비에 관심이 굉장히 많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잔치 지원서와 면접에서도 좀비 지도에 대해 언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좀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1학년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사람들이 다 있는 데서 좀비가 나타나면 어떨지에 대해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좀비가 나타나면 도망갈 데 정도는 정해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거죠. 왜냐하면 결론을 내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 좀비가 나타났을 때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서강대 후문 쪽에서 수업을 많이 들어서 후문을 근처로 네이버 지도를 킨 다음 주변 건물을 봤죠. 정전 가능성을 생각해서 자동문인 곳을 제외하고, 셔터문이 있는 곳에 인프라가 좋은 곳들을 고려해서 몇 군데를 대피 장소로 골랐어요. 이런 식으로 제 나름대로의 신촌 좀비 지도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우와! 짧은 스몰토크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본격적인 좀비 지도로까지 이어지다니 진짜 재밌네요. 그렇다면 좀비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을까요?
친한 친구와 둘이 밥을 먹게 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에 제가 1학년 학년장을 하고 있었어서, 그 친구와 MT를 기획했어야 했는데 MT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원체크를 하다가 좀비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영화 대본을 짜는 것처럼 누가 처음에 물릴 것 같은지부터 시작해서, 누군가 물렸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 다음에 물릴 사람은 누구일지처럼 굉장히 세세하게 짜게 되었거든요. 그러다보니 한 5시간~6시간 정도 좀비 대화가 이어졌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5시간이요?
그때 감자탕을 먹고 있었는데 계속 이 이야기밖에 안 했어요. 5시간의 대화 끝에 나름의 결론을 짓고 뿌듯해하면서 식사를 마무리했었어요.
결론은 뭐였나요?
결론은 거의 다 죽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또 저는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에 죽지 않았고요. 사실 좀비 사태가 국가에서 한 실험이었다는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내용이었어요. 대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요!
되게 세세하게 계획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하라고 하면 다시 못 할 것 같아요.
다음에 좀비 아포칼립스 느낌으로 소설 써주시면 안될까요?
사실 제가 좀비를 좋아하다 보니까 좀비 소설을 많이 써요. 워낙 좀비물을 많이 봐서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될지 생각도 하고, 설정도 다르게 하는 식으로 쓰고 있어요.
다음에 좀비 소설 다 쓰시면 꼭 잔꾼들에게 공유해주세요. 너무 궁금하거든요.
평소 여유 시간이 생기면 뭘 하시는지 궁금해요.
보통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아무래도 연애를 하고 있다 보니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여자친구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만날 일이 많거든요.
그리고 본가가 대전인데, 주말에는 보통 대전에 내려가는 것 같아요. 본가에 강아지들이 있어서 강아지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본가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 이야기한다면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야구 영상도 많이 보고, 최근에 ‘영업중’이라는 유튜브에 빠져서 이 영상들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놀다가 생산적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공모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굉장히 시간을 알차게 쓰고 계신 것 같은데요?
남은 겨울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우선 <적어도 우리는 우리 삶의 선구자라는 것을>이라는 글에서 잠시 언급됐던 것처럼 소설 제목이 <백야>인데요. 이 소설을 잘 마무리 짓고 싶구요. 한 작품을 마무리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처음에 가졌던 열정이나 끈기가 뒤로 갈수록 늘어지기도 하고, 퇴고를 하는 게 너무 귀찮기도 하고요. 글을 쓸 때는 괜찮은데 퇴고를 한다고 하니까 지금까지 썼던 결과물들을 제 손으로 지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깝더라고요. 그렇지만 안 지우면 절대 퀄리티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없단 말이죠. 이번 겨울은 고학년의 한 시기를 빼서 투자하는 것이기도 하고, 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정한 만큼 글에 몰입할 수 있는 겨울을 보내고자 해요.
추가적으로, 최근에 뮤지컬에 빠져서 뮤지컬을 보러 다니려고 하고 있어요. <물랑루즈>라는 뮤지컬을 볼 예정이거든요! 문화생활도 잘 즐기고, 글도 잘 쓰는 겨울을 보내고 싶어요.
역시나 필립답게 알찬 겨울을 보내시겠군요.
이번 종이잡지 주제가 ‘신촌오감도’이잖아요. 최근 필립을 지배하고 있는 감각은 무엇인가요?
미각이요! 연말연초이다 보니 분위기 있는 식당에 가게 되는 일이 많잖아요. 최근에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고, 미각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루의 메인이 되는 기억이 그날 먹었던 음식이 되는 것 같아요. 그때 먹었던 맛을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때 같이 있었던 사람이나 순간들도 연상이 되고요. 하루에 어떤 기억이 남았는지 명시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감각인 것 같아서 미각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워낙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정말 동의해요. 사람들을 만나면 보통 다 무엇이든 먹으니까요!
항상 행복한 일만 생기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 살아나갈 수 있는 건 삶을 지탱해주는 사랑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필립의 삶을 지탱해주는 사랑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먼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하루를 살면서 100번의 경험 중 99번이 불행해도 1번이 행복하면 행복한 쪽으로 생각하자는 주의거든요.
정말 긍정적이네요.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완전히 터놓고 이야기하는 편이라서 그게 가능할 때는 저를 지탱해주는 것이 주위 사람들이 되겠지만, 이야기하는 것마저도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때는 의지할 수 있는 게 저 스스로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극한으로 힘들 때는 제 자신한테 의지하는 것 같아요. 이것보다 좀 더 가벼운 상황이라면 제일 소중한 사람들에게 의지를 하구요.
여담으로 저는 제 소중한 사람들을 챙길 때 큰 희열을 느껴요. 그래서 연말에 항상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인연들에게 다 카톡으로 편지를 써요! 손편지는 못 쓰니까요 (웃음). 연말에 편지를 쓰면서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 제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제 삶을 지탱해주는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저는 제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답변인데 굉장히 흥미롭네요. 저는 글쓰기 같은 것을 이야기하실 줄 알았거든요.
글쓰기도 좋아하는 데 제 삶을 지탱할 정도의 깊이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더 흐르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요.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의 인생에서 목표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가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작가가 된다고 한다면, 그 작가의 색이 있는 것처럼요. 창작자의 꿈을 꾸고 있는 만큼 꼭 목표를 이루고 성공하고 싶어요. 말도 안되는 규모의 성공이라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소설 작가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독자 분들이 있는 정도라면 너무 감사하게 만족을 할 것 같구요.
인간관계에서는 제가 다른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들도 저를 소중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받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먼저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도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것이나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솔직하게 잘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좋고 건강한 마인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마인드로 살고, 행동을 하려면 제 스스로에게도 여유가 좀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여유도 잘 챙기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끝마치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사실 작년 한 해는 저에게 유독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였어요. 대학 와서 제일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렇지만 작년 한 해가 불행하지 않았고, 행복했다고 할 수 있거든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볼 때 불행했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도 분명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순간들에 집중을 해보면 조금 더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후회를 한다는 건 바꿀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니까 바꿀 수 없는 일에 매몰되기 보다는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겠다’ 정도만 생각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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