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 윤나림, 디자이너 호두
2025.12.28. 12:29 을지로3가역 10번 출구 앞. 고대하던 그녀와 사적인 만남의 날이었다.
나 아까 8시에 조조로 아바타 보고 왔다?
뭐지 이 여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 어땠어? 재밌었어?
사실 보다가 울었어…ㅋㅋㅋ 너무 감동적이던데!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 고싶… 다……. 윤나림………
지독하게 파헤쳐버리겠어…..

당신은 누구시죠?
플레이스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윤나림입니다. 올해(2025)로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1학년을 마쳤어요. 활동하고 있는 잔꾼명은 호두입니다.
호두라는 이름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제가 그때 호두를 먹고 있었어요.
와 진짜 쿨하다.
(웃음) 그래도 의미 부여를 좀 해보자면… 제가 원래 호두를 되게 싫어했는데, 좀 좋아해 보고 싶다는 마음? 제가 올해(2025) 성인이 된 만큼 호두를 좋아한다 = 어른이 되었다. 이런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원래 견과류 믹스를 먹어도 호두 빼고 다 먹었거든요.
편식하는 아기에서 완전히 어른이 된 거네요.
네. 그리고 그날따라 호두가 유독 고소하고 맛있더라구요. 그리고 디자인적인 측면의 뜻도 있는데, 속이 옹골찬 호두처럼 저도 속이 꽉꽉 찬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의미도 담겨있어요.
호두의 태몽은 돌부처다
2025년에 이제 막 성인이 되셨는데, 성인(대학생)의 삶은 어땠나요?
주변에서 다들 20살이니까 부어라 마셔라, 팽팽 놀아라 이러는데, 사실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막막한 게 컸어요. 그래서 열심히 놀았기보다는 여기저기 아무거나 지원해 보고 하다 보니까 뺑이쳤어요 열심히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어요. 정신없기도 했지만, 확실히 한 층 성장한 것 같아요. 뿌듯합니다. 다양한 경험 말고는 솔직히 성인이 되기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그래도 호두 이름처럼 정말 알찼다. 새내기셨는데 미팅은 해보셨나요?
1학기 때는 아닌데, 2학기에 갑자기 막 미팅이 많이 들어와서 몇번 해봤어요. 근데 이게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랑 잘 맞는 이벤트는 아닌 것 같아요.

잔치에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 개성 강한 사람들이 함께할 때 재미있잖아요.
어떤가요, 실제로 들어와 보니까 기대에 미치나요?
그냥 기대 이상이예요. 정말. 어떻게 이렇게 흥미로운 사람들만 모였지 싶어요. 늘 가만히 근황 토크만 듣고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어요. 정말 너무 좋아. 무엇보다 맛잘알들이 많아서 행복해요. mt때 마지막에 먹은 라면이 아직도 생각날 정도로 너무 맛있어서 충격이었어요.
독특한 사람들, 맛잘알… 다 2000퍼센트 공감합니다. 그러면 그간 가장 인상 깊었던 근황 토크가 있나요?
바퀴벌레 먹은 썰을 잊을 수 없어요.
기억에 남는 다른 잔꾼명이 있나요?
저는 빈정 언니요. 언니 본명을 뒤집은 거라 그런가, 닉네임도, 본명도 다 제일 빨리 외워졌어요. 아 그리고 팬지 오빠 이름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갭이 대박인것같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팬지… 감성적인 꽃이름이다, 싶은데 까고 보면 너무 큰 반전이 있어요.
잔치에서 한 학기 동안 활동하셨는데, 어땠어요?
첫인상은 일단 운영진분들이 딱 모여있는 걸 보고 뭔가 웹툰 ‘스피릿 핑거스’ 같았어요. 되게 개성이 강한데 따뜻한 집단? 낭만적이기도 하고. 제가 그런 집단에 속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냥 좋았어요. 그리고 근황 토크를 매주 해서 그런가, 내적 친밀감이 커요. 되게 체계적이라는 생각을 처음 딱 들어왔을 때부터 했어요. 지금도 신기한 게 어떻게 이렇게 잘 굴러가지? 싶어요. 제가 맡은 디자인을 하고 피드백을 다 하잖아요. 그럴 때 칭찬받으면 정말 날아갈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신경 쓴 디테일을 귀신같이 알아봐 주고 딱 그 부분을 칭찬해 주면 크게 감동해요. 그런 뾰족한 피드백 너무 환영합니다. 또 제가 잔치 들어온 걸 알고 학교 지인분이 디자이너로 활동하셨다는걸 건너 건너 들었어요. 그분이 맨날 카드뉴스를 낋이고 계셨다는 목격담을 전하면서 파이팅! 이러시길래 당시에는 웃었는데, 이젠 그 목격담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네요…

카페 가면 보통 어떤 메뉴를 시키나요? 잔치 베이비*는 아이스크림 이런 거 좋아할 나이 아닌가요?
그런 거 좋아하죠(웃음). 그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통 시키는데, 또 그것만 맨날 시키고 그렇진 않아요. 약간 밸런스를 중요시해서,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가 있다! 그러면 이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디저트가 없다?! 하면 다른 달달한 음료를 시킵니다.
*잔치 베이비= 잔치 막내


요즘 새해맞이로 서점에서 플래너 많이 팔던데, 플래너 쓰시나요?
정말 할 일을 적는 용도로 고등학생 때부터 썼던 플래너를 필요할 때만 써요. 조금 간헐적으로, 완전 여유 부릴 때는 아예 플래너 쓰지도 않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요. 딱딱 시간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게 있다! 하면 플래너에 적어야 뭔가 일이 시작되는 느낌? 과제를 적어놓고 그게 눈에 딱 보여야 할 일이 인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일기도 쓰시나요? 호두는 왠지 오래 써온 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일기장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블로그에 비공개 글로 솔직한 이야기들을 써요. 진짜 필터링 없이 솔직한 말들뿐이에요. 그렇게 일기처럼 쓰다 보니까 비공개 글만 막 260개 이렇게 많이 있어요.
비공개 글이랑 서로 이웃이랑 다른 거죠? 아예 나만 볼 수 있는?!
네. 비공개 글은 진짜 나만 보이는 글이에요. 누구도 알아선 안돼. 욕이 많아요. 절대로! 절대로 공개되어선 안돼요.

인스타 스토리에 간간이 노래 듣는 것도 올라오는 것 같은데, 음악 듣는 거 좋아하죠? 좋아하는 장르는 뭔지 궁금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저는 진짜 얕고 넓게 들어서, 음악에 대해서 말하라면 정말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요. J-POP도 듣고, K-POP도 듣고, ROCK도 좋아해요.
락! 뭘 좀 아시네요. 이번에 펜타포트 가셨나요?
펜타포트 다녀왔죠! 개인적으로 이승윤 씨 나오시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기대 안 했는데, 무대를 되게 잘하시더라고요. 인상 깊었어요.

호두는 미래에 유명해지고 싶은가요?
유명해지고 싶어요. 근데 이제 사람들이 얼굴은 모르는?
뱅크시 같이?!
오 진짜 맞아요. 딱 그런 식으로 미술계에서 유명해지고 싶어요 완전.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유명해지고 싶나요?
유명해지고 싶긴 한데, 살짝 무서운 것도 있어요. 사실 스타성이라는 게 빠와 까를 미치게 하는 그런 게 타고나야 하는 것 같은데, 저는 또 막 엄청 저를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본인을 막 드러내는 데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조용히 나만 알면 되는 사람이 있고, 그게 좀 나뉘죠. 호두는 그럼 후자인가요?
대체로 그런 편이에요. 저를 너무 드러내는 순간은 좀 두렵달까? 그 두려움 때문에 그냥 편하게 묻어가려고 할 때가 많아요. 생각해 보면 어떨 때는 나름 확 표출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내뱉기까지 시뮬레이션을 속으로 엄청 돌리다가 고민이 너무 과열되면 그때서야 에라 모르겠다~하고 질러버려요.
아바타를 보고 눈물을 흘리다니…원래도 눈물이 많은 편인가요?
평소에 막 잘 우는 편은 아닌데, 영화에 있어서는 나름 깐깐한 저만의 기준에 미치면 눈물이 쉽게 나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 터지면 봇물 터지듯 흘러요. 설명 못 하는 저만의 기준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떤 건가요? 되게 확고해 보여요.
아주 탄탄한 스토리에 완성도는 아바타 정도?
영화나 드라마 취향도 확고한가요?
확고한 편이에요. 슬픈 사랑, 안 이루어지는 사랑, 망 사랑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더라도 이루어질 듯 말 듯한 썸타는 장면까지만 재밌고 사귀면 재미없어요. 그러다가 또 헤어지면 재밌고(웃음).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막 이런저런 우여곡절 겪는 게 최고예요.
혹시 현실 사랑도 썸까지만 좋은 건가요? 완전 핫 걸이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랑말고 그냥 제 삶이 좀 우여곡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커리어하이를 찍어보고 싶기도 하고. 근데 그런 삶을 원하는 것 치고는 너무 평탄한 삶이에요. 서사가 너무 없어.
이제 스무 살이잖아요(웃음). 아직 서사가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앞으로 겪을 날들만을 기대하고 있어요.
혹시 독서 취향도 이런가요?
반전이 있는 것들이 좋아요. 중학생 때 추리 소설에 완전 꽂힌 적이 있는데, 그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다 읽었어요. 막 빌드업을 이만큼 쌓아놓고 마지막에 반전으로 그 빌드업이 와장창창 깨지는 게 너무 카타르시스예요. 살인, 불륜 이런 건 다 좋아요. ~산장 살인사건, 안나 카레리나가 어릴 때 최애였어요.

이제 곧 신입을 뽑을 텐데, 면접 때 들어간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 무섭게 압박 면접? 아니면 인자하게 미소 지어주는 역할?
무섭게 압박 면접은 안 할 것 같고요. 뭔가 인상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안 선다면 물 1리터* 한 번에 마셔보라고 할 것 같아요. 흔쾌히 막 열심히 마셔주면 성격 좋은 사람 아닐까요? (웃음). 열정이 느껴질 것 같아요. 막 잔치 타투 있고 그러면 프리패스죠. 아, 괜히 그런 거 시켰다가 우리 이상한 동아리라고 에타에 글 올라오려나…
*앞서 잔치 면접 당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물1리터 한 번에 마시기를 장기자랑으로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호두가 매우 감명받은 상태였다.
지금도 광대가 아플 정도로 사람을 웃게 해주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셨는데, 일상 유튜브 할 생각 없으신가요? 진짜 매일 챙겨볼 자신 있는데.
얼굴이 나오는 일상 브이로그, 겟 레디 윗미 이런 류는 부끄러워서 잘 모르겠고, 카아민(Ccarmin)이라는 유튜버처럼 작업 아카이브 계정 같은 건 해보고 싶어요. 그런 게 쌓여서 나중에 자산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 인터뷰 공통 질문을 하나 할게요. 최근 나를 지배하고 있는 감각은 뭔가요?
호기심인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좀 FM 적인 면이 있거든요. 그걸 깨보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에요. 고등학교 때보다 더 큰 세상에 왔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궁금하고, 엄청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틀을 막 깨고 싶어요.
호기심이 많은 호두! 귀엽고 멋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약간 개그를 추구하는데, 더 웃겨야 했나, 좀 더 무리해야 했나 아쉬움이 남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더 멋진 말을 할 걸 싶은 후회도 있어요. 그리고 나중에 이거 사이버 장의사 찾아가야 하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
사이버 장의사님 찾아갈 일은 없길 바라요.
BALANCE GAME
같이 일하기 더 좋은 사람:
엄청난 능력치를 가졌지만 말끝마다 욕설하는 vs 면접 때 물 1리터 마시고 함께하면 10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국가대표급 인성의 소유자, 하지만 디자인이 똥
똥 디자인에 성격 국가대표
핫 아메리카노 vs 아이스 아메리카노
저는 얼죽아입니다 핫 아메리카노 감성 이해 못 해요
돈(혀로 핥아서 구두를 닦는 특허가 있는 1000억대 자산의 구두닦이 전문가) vs 명예(전 재산으로 사람들을 돕다가 거덜 나서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간디)
구두 핥기
진짜 사랑하는 사람의 최애 음식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최악의 음식이라면:
같이 먹어준다 vs 이별
진짜 너무 사랑한다면 먹어준다
신나는 음악 vs 잔잔한 음악
신나는! 잔잔한 건 진짜 잘 안 듣고 차분한 노래는 옛날 발라드나 잔잔한 인디밴드 노래 정도만
신날 때:
신나는 음악 vs 차분한 음악
신날 때 신나는 음악, 우울할 때 우울한 음악
진짜 소중하게 좋아하는 무언가가: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vs 안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안 유명해졌으면
미래의 자식이 잔치에 지원한다면:
디자인 vs 아트 vs 플레이스 vs 피플
피플
친구로서 더 좋은 사람은:
토커(TALKER) vs 리스너(LISTENER)
리스너. 친구가 잘 들어주면 너무 신나요. 나는 토커 너는 리스너
MBTI T vs F
F랑 잘 맞아요
MBTI N vs S
N들이랑 뇌절의 뇌절의 뇌절까지 가는 게 너무 좋아요
호두의 TMI
달달한 음료 최애는?
밀크티 좋아해요.
요즘 꽂힌 노래는?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렸었는데 한로로의 용의자 많이 들어요. 아 근데 한로로 씨 요새 너무 메이전데… 다른 노래로 바꿔도 되나요?
*호두는 여느 잔꾼들처럼 홍대병이 있다
그렇다면 진짜(찐 막) 꽂힌 노래는?
찬민(CHANMIN)의 파도입니다.
좋아하는 가수는?
딱히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라고 딱 말하기 어려워요. 저는 약간 넓고 얕게 다양한 음악을 들어서 어떤 가수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기보다는 특정 노래를 좋아해요. 그래도 생각나는 가수가 있다면… 옛날에 샤이니 되게 좋아했어요.
샤월*이셨나요? *샤월= 샤이니월드(SHINee WORLD)로 샤이니 팬덤 명이다.
네. 태민을 좋아했어요. 태민 개인 팬이었다가, 샤월이었다가, 또 개인 팬이었다가 이렇게 왔다갔다 했어요 (수줍은 웃음).
미래의 자식이 잔치에 지원한다면 추천하는 잔꾼명은?
다들 잔꾼명이 좀 짧잖아요. 프로메테우스 이런 거 하면 차별성도 있고 좋을 것 같아요.
넷플릭스 컨텐츠 추천
박보영 나오는 미지의 서울 재미있게 봤어요. 성향도, 상황도 다른 두 주인공이 서로 바뀌는 내용인데, 보고 있으면 힐링 돼요.
호두의 MBTI는?
ENTJ예요
안 좋아하는 MBTI는?
ESTP 좀 잘 안 맞아요.
좋아하는 MBTI는?
고등학교 때부터 엄청 친했던 친구는 저랑 같은 ENTJ예요. 비슷하니까 아무래도 서로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INTP분들 고양이 같아서 좋아해요.
몇 살까지 살고 싶으신가요?
막 그렇게까지 오래 살고 싶지는 않아요. 막 아프면서 오래 살고 싶지 않아요.
평생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럼 100살?
2025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뺑이 쳤다 도전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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