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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6 · 03 · 23

무사, 無事하지 않니?

Editor 필립

“소원 빌 거 없어? 그래도 새해잖아.”

“무사1 그런 걸 해. 어차피 진짜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재미 삼아 해보는 거지.”

“다 필요 없고 무사(無事). 올해도 무사하면 돼.”

 

녀다운 소박함이었다. 어쩌면 무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코 돌아오지 않을 2026년의 첫 장을 장식하는 순간마저 유(有)가 아닌 무(無)를 외쳤으니.

 

감천(感天)지성(至誠)이 부족해서였을까. ‘아무 탈 없이 편안’2하자는 그녀의 소원은 올해의 봄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반쪽짜리가 되었다. 이별이라는 ‘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그녀는 ‘편안함’이라는 소원의 절반만큼은 확실히 지킬 수 있었다. 무려 62kg에 육박하는 마음속 짐을 털어냈으니까. 난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아무 탈이 없지도, 편안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오늘과 같이 견딜 수 없는 하루의 연속을 우려했다면, 그녀와 같은 소원을 빌었어야지. ‘졸업 전에 등단하자!’와 같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신촌을 즐길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녀를 마주치는 것이 두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를 애써 외면할 그녀의 눈빛보다 견딜 수 없던 것은,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할 둘의 흔적이었다. 

 


1. 무사: ‘왜’라는 뜻의 제주 방언.

2. ‘무사(無事)하다’의 사전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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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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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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