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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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9 · 03 · 27

108. 창천교회 뒷골목

Editor 왕 잔치

[골목 신촌] 01. 창천교회 뒷길

  신촌은 많고 많은 길들로 이루어져있다. 사람과 상점이 가득 몰려있는 대로도 있는가 하면 자동차 한 대도 들어오지 못하는 작은 골목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존재한다. 본 글의 목적은  신촌 구석 구석에 숨겨진 크고 작은 골목들을 탐사하고 그 매력을 파헤쳐보는 것이다.

  신촌의 여러 골목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간단한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다. 상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촌 새내기들’에게 이곳, 신촌은 정을 도무지 붙일 수 없는 복잡하고 바쁜 곳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에디터도 역시 그러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과 불빛들 사이에서 혼란스런 감정만 들 뿐이었다. 그때, 아무도 찾지 않을 법한 작고 어두운 골목이 보였다. 왜인지 저곳에서는 시끄러운 소리도, 뛰어가는 걸음도 없이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쉬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골목이 바로 창천교회 뒷길이다.

이대에서 신촌으로 가는 과정에서 창천교회 뒷길로 들어가는 입구,  골목의 시작을 알리는 ‘초당 쌈밥’

 

  신촌기차역 앞을 지나 이대에서 신촌으로 가는 길에는 창천교회 뒷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반대의 입구도 있겠지만 에디터는 노을 지는 방향 따라 걷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신촌방향의 입구가 더 마음에 든다. 입구는 아웃백과 뉴욕 B&C 사이의 ‘동학 물갈비’ 간판을 보고 곧장 걸어가면 된다.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분명히 ‘이곳이 맞을까?’,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길테지만, 끝까지 믿어보시길!

   맞게 들어갔다면 입구에서 옛 느낌이 물씬 나는 ‘초당 쌈밥’이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쌈밥집을 보면, 어느어느 방송에 이 가게가 출연했다며 자랑을 하고 있지만, 정작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초가지붕과 옛날 나무 문이다. 회색 빛의 차가운 빌딩 사이에서 자연의 색을 접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드물다. 그렇기 때문일까, 골목 안까지 들어가지 않고 이 가게만 보아도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온 듯 따뜻한 향수가 일면서 벌써 마음이 두근 거린다.

  먼저 창천교회 뒷길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직접 가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 골목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크게 세가지 포인트를 집어 이야기 하고자 함을 밝힌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골목을 어쩌면 창천교회 뒷길이 아닌 라구식당 골목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에디터는 보통 저녁시간에 이 길을 걸어가곤 하는데 항상 한 식당 앞이 유난히도 북적거리는 것을 보았다. 이미 너무도 유명한 ’라구식당’이었다. 라구식당이 바로 앞 대로에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사람이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숨어있는 가게를 찾아가는 재미와 특별함이 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었을 것이다. 라구식당 뿐만 아니다.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식당, 논지당은 에디터의 단골가게이다. 집밥 같은 제육볶음을 주력으로 하는 모든 메뉴가 말할 것도 없이 정말 맛있고 순하다. 첫번째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다. 친절하지 못한 위치 때문에 이 골목의 거의 모든 식당이 ‘맛집’이라는 점이다. 대로변의 가게만큼이나 많은 손님들이 오지 않을 것이기에, 그 작은 골목을 굳이 찾아오는 손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맛집이 가득한 작은 뒷골목,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상반되게 밝은 길가와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

 

  두번째는 뚜렷한 명암차, 그 사이로 보이는 큰 길가이다. 햇빛도 들 것 같지 않은 좁고 짧은 골목이지만 어지럽게 꼬인 전선들과 간판 때문에 곳곳에 그림자가 지는 곳이 존재한다. 골목에 드리운 그림자를 상상하면 음침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그 어두움 때문에 상반되게 밝은 대로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큰 길로 빠질 수 있는 길이 몇 개 나있는데 위의 사진과 같이 햇빛이 유난히도 밝고 어두워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 고요하고 차분한 이 곳은 ‘나’만이 존재하는데 저 밝은 길에는 스스로를 챙길 겨를조차 없는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고 있다. 반대로 직사광선을 받는 부분에는 큰 길가의 카페 안쪽까지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역시나 카페에서조차 각자의 업무에 빠져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옆에 있는, 그들은 있는 줄도 모르겠지만, 이 작은 골목과 여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너무나도 뜬금 없게 서있는 네모 간판이다. 사진 속 간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게마다 서있는 네모 간판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노출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되었을 것 같지만, 실은 너무 높이 달려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 당장 바로 밑의 일방통행 표지판만 보아도 얼마나 높이 달려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네모 간판들의 홍보 목적은 잘 모르겠으나 그것들이 뒷골목만이 풍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는 꽤나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혼잡한 큰 길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이 목적불문 간판들, 그저 귀엽게 다가온다.

 

 

  드디어 골목 투어가 끝이 났다. 반대편 입구는 굴다리와 대학 약국 주변이다. 노을이 질 때는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숨 가쁘게 보내는 일상이 힘에 겨울 때, 사람 가득한 길가를 벗어나고 싶을 때, 사랑하는 노래를 들으며 그저 걷고 싶을 때. 이 모든 순간에 최적인 곳이 바로 창천교회 뒷골목이다. 그곳은 맛있고 친절한 음식으로 영혼의 위로를 건넬 것이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열중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여러분의 지친 하루에 작고 귀여운 위트를 더해줄 것이다. 창천교회 뒷길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한다!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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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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