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낙원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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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하늘을 뒤로 하고 강의동을 나선다. 나른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친다. 어느샌가 완연한 봄이다. 담쟁이에 꽃은 피고, 하늘은 주황, 바삐 퇴근하는 사람들은 시끌시끌… 그런데 행복한 사람들의 소음을 듣자니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기분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게 완벽해 보이기 때문일까. 호흡이 가빠진다. 톱니바퀴 맞춘 듯 돌아가는 세상이 나를 압도할 때면 어딘가 숨고 싶어진다. 그럴 때면 무작정 길을 나선다. 백양로에서 청송대를 지나, 교수님들이 자주 찾는 한 서양식 식당을 넘어, 고즈넉한 골목으로 꺾는다. 문득 붉게 빛나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좋은 영화관 필름포럼”. 뜬금없이 무슨 영화관이란 말인가. 궁금증이 생긴 당신. 목적지가 생겼다. 간판을 따라 왠지 으스스한 나선형 계단을 한칸한칸
내
려
가
면
.
.
자동문이 열리고 고소한 커피와 달큰한 핫초코 냄새가 밀려온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향기… 이리도 포근한 공간이 뻔질나게 드나들던 신촌 한복판에 숨겨져 있었다. 따스한 전구색 온기가 반기는 이곳은 이대 후문 버스정류장과 연세대학교 동문(세브란스 병원) 사이에 숨겨진 작은 독립영화관 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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