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문예] 6월호, 비주류
팍팍한 일상에 촉촉한 윤기를 내어주는,
신촌문예는 잔치가 제공하는 북 큐-레이션 서-비스…이지만
이번엔 음악을 함께 감상해 볼까요?
2026
신촌문예
6월호
<비주류>
열렬히 애정하는 무언가를 쭈뼛거리며 숨겨본 적이 있는가? 박효신, 아이유, 그리고… NCT 127. ‘그리고’ 사이의 정적 동안 얼어붙어 가는 분위기를 참지 못한, 소심한 누군가가 있었다. 비주류, 별종이라는 딱지를 피하고자 하는 수 없이 주류에 편승하던 누군가도 있었다. 슬픈 일이지만, 여하튼 비주류라는 것은 거슬리리만큼 눈에 띄는 편이니까.
원래 사회란 나와 다른 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법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견지해 온 주류, 더 나아가 정상성이라는 것이 쉽게 무너지겠는가?
그래도 가끔은 별종들이 옷장 문을 열고 나와 사회를 헤집기도 하고, ‘이거 진짜 좋은 거야’라면서 새로운 걸 도입해 오고 해야 지루하고도 단조로운 정상성의 사회가 더 재밌어지는 법 아닐까.
사족이 길었다. 하고 싶은 말인즉… 좋아하는 마음은 부끄러운 게 아니니, 그간 숨겨왔던 비-주류 취향을 한번 영업해 보고자 한다.
비주류 만세!
함께 할 에디터
낭만이
주류 음악을 좋아한다. 근데 이제 몇십 년 전에 주류 음악이‘었’던… 이 괴상한 취향은 아마도 중학교 2학년 Jefferson Airplane의 Plastic Fantastic Lover를 듣고 난 후 형성된 것 같다. 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자의 비애여. 몇십 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내 취향은 주류였을 텐데.
아잰
멜론 탑100 노래가 나오면 귀를 막아버리는 불치 홍대병 환자. 초등학교 5학년때 Red hot chili peppers와 멜론 친밀도 99도를 찍으며 ‘록’이라는 장르를 접하였다. 여전히 그들의 상위 0.1% 리스너이지만… 아… 이젠 락도 점점 주류가 되어가는 것 같다… 자존심 상해… 테크노로 갈아 탈 준비 중이다.
물망초
어렸을 적 인기 많은 아이돌의 n번째 티켓팅 실패를 겪은 이후, 덕질을 편히 하고 싶은 마음에 주류는 피해다니는 편이다. 그렇게 찾은 아티스트는 원위.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문장을 티켓팅 사이트에 자꾸만 띄우며 점점 주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원위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춘치
음악에서 주류라는 정상성의 길을 걸어온 세월이 나이에 맞먹는다. 한 아티스트에 꽂히면 마이너하게 그의 모든 음악을 섭렵하려 하지만, 그 아티스트가 늘 주류였다. 다만 뮤덕으로서, 플레이리스트의 전곡이 뮤지컬 넘버이거나, 넘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만을 비주류라고 할 수 있겠다.
필립
가리는 음악은 없다. 다만 사랑하는 음악이 있을 뿐.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음악을 꼽아보자면, 역시나 록. 어떤가. 선박의 흔들림 (rocking and rolling)이라는 관용구에서 유래된 로큰롤의 파도에 다 함께 몸을 맡겨보는 것이.
히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잡식성 리스너. 하지만 요즘 대세라는 노래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양산형 발라드가 멜론 차트를 가득 메웠던 그 시절의 충격 이후, 속세를 떠나듯 차트와는 멀디먼 곳에서 음악을 즐긴 지 어언 9년째이다. 봄에는 The 1975, 가을엔 데미안 라이스. 노래로 날씨를 타곤 하는 비트 위의 기상청.
개란
누나 뭐 해요? 밴드 봐
뭐 해요? 밴드 봐
뭐해요? 밴드 봐
누나 혹시 밴드예요? 의 누나를 담당하고 있다.
더하여, 무슨 밴드 좋아하세요? 란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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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아잰 🌊물망초 😽춘치 👽필립 ☘️히로 🥚개란
- 🌔 『Layla』, Derek & The Donimos
- 🌔 『California Dreamin’』, The Mamas & The Papas
- ➿ 『здравствуй』, Перемотка
- ➿ 『혼자 걷는 명동길』, 류복성과 신호등
- 🌊 『Youth Heritage』, 팔칠댄스
- 🌊 『한 여름밤 유성우』, 원위
- 😽 『You Learn To Live Without』, Idina Menzel
- 😽 『Love will stand when all else fails』, Beverley Knight
- 👽 『The Kill (Bury Me)』, Thirty Seconds To Mars
- 👽 『Crawling Back To You』, Daughtry
- ☘️ 『서울대입구역』, 리도어(Redoor)
- ☘️ 『Shine』, 김성규
- 🥚 『산, 새 그리고 나』, 아시안체어샷
- 🥚 『Cool Cat』, 로우하이로우

▸『Layla』, Derek & The Donimos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 리프 중 하나
1971년 발매한 블루스 록. 에릭 클랩튼과 짐 고든의 공동 작곡으로 탄생했다. ‘라일라와 마즈눈’이라는 이슬람 설화를 모티브로 한다. 마즈눈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 라일라를 목 놓아 부르는 것이 이 곡의 내용. 줄담배로 다져진 걸걸한 성대로 정인의 이름을 부르는 클랩튼 아저씨의 목소리는 몇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멋지다.
사실, 여기서 라일라는 실존 인물을 빗대어 표현한 거다. 조지 해리슨의 아내인 패티 보이드를 빼앗기(?!) 위해 이 곡을 썼다는 게 정설. 남편 조지 해리슨을 버리고 자신에게 오라는 다소 충격적인 비하인드이다. 결국 패티는 자신에게 소홀한 조지와 이혼 후 에릭 클랩튼과 재혼하지만 남의 여자 빼앗는 놈 인성은 어디 안 간다는 듯, 그녀의 재혼 생활은 불행했다.
추가로, 이 곡의 피아노 코다는 리타 쿨리지의 것을 짐 고든이 표절한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음악적 천재성 또한 이 곡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Layla, you’ve got me on my knees
Layla, I’m begging, daring please
Layla, darling won’t you ease my worried mind

▸『California Dreamin'』, The Mamas & The Papas
영화 중경삼림의 바로 그 곡
싱글 발매는 65년, 앨범 발매는 66년인 포크 록. 겨울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만큼 홍콩의 무덥고 습한 여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노래가 또 있을까. 홍콩 영화의 거장,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에서 양조위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바로 그 곡이다.
존 필립스와 미셸 필립스 부부가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후, 뉴욕의 추운 겨울을 불평하며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곡을 지었다고 한다. 이후 캐스 엘리엇, 데니 도허티가 합류하며 마마스 앤 파파스를 결성하였다. 이 노래는 그들의 대표곡이자, 60년대 히피 문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 되었다. 다만 가족 밴드의 끝은 파국인지, 필립스 부부의 애정 문제로 인해 그룹은 위기를 맞는다. 존은 다른 여자들과 불륜을, 미셸은 데니와 불륜을 저지르는 등 파경으로 치닫는다.
여담으로 미셸은 방송국에서 립싱크를 강요받자, 무대에서 바나나 먹방(?!)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이 있다. 바나나를 먹고 있는 중에도 노래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른바 ‘바나나 사건’의 주인공이 마마스 앤 파파스 되시겠다.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здравствуй』, Перемотка
알아듣지는 못해도 알아볼 수는 있지
러시안 다크웨이브(russian darkwave)를 아는가? 지금 처음 들어봤다면 당장 유튜브에 검색해 볼 것. Перемотка(Peremotka라고 검색하면 나온다)는 2016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결성된 밴드로, 밴드 이름은 러시아어로 ‘되감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음악에서 과거의 기억, 향수, 청춘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듯한 아련한 감성을 주로 다루고 있다.
러시아 말을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다. 예술은 자고로 느끼는 법. 포스트 펑크(Post punk), 뉴웨이브(New wave), 신스팝(Synth pop) 등이 섞여 있으며, 러시아와 동유럽 특유의 우울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흘러나오는 차가운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나 здравствуй는 전주부터 심상치 않다. 3으로 시작하는 노래 제목 때문일까? 러시아어만 보고 지레 겁먹지 말고 딱 3초(바쁜 분들은 23초부터)만 들어보시길. 어느 순간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이 러시아어로 도배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Небесный параплан
Пенопластовая боль
Прощенье на губах
Очнись герой
Растаял лед, в руках занозы

▸『혼자 걷는 명동길』, 유복성과 신호등
200년 앞서나간 재즈 명반
혼자 명동을 걸으며 듣길 추천한다(절대로 누군가와 함께 들어선 안된다).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이 1978년 발표한 곡으로, 밴드 ‘신호등’과 함께 활동하던 시기의 대표작이다. 이젠 ‘유’복성이 아니라 ‘류’복성 선생님이라고 검색해야 나오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의 대중음악가.
추억을 그리워하며 명동 길을 걸어가는 가사만 보면 굉장히 서정적이지만, 멜로디에 집중하면 류복성 선생님의 연애사가 궁금해질 정도로 그 어떤 노래보다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돌림노래이다. 그 시절 기술의 한계로 인한 투박한 음질이 신명 나는 퍼커션과 색소폰 소리에 날개를 달아준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한동안 ‘명동’의 ‘명’자만 봐도 ‘혼~자 걸어가는 명동~길’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올해 수능을 본다면 5개월만 참으시길 바란다.
행여나 만나볼까 걸어봐도
그 사람 볼 수 없네 찾아볼 수 없네
…
혼자 걸어가는 명동 길
추억 그리워서 걷는 길

▸『Youth Heritage』, 팔칠댄스
이제는 나의 녹슨 보물이 된 너의 청춘에게
“[Youth Heritage]는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했던 것, 사랑했던 것, 남기고 싶은 것은 어떤 게 있었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어요.” 롤링스톤 코리아에서 진행한 팔칠댄스의 리더, 비더블루의 인터뷰 일부이다. 이 인터뷰에서 [Youth Heritage]는 앨범명인데, 지금 소개하고 있는 이 노래의 제목과 동일하다. 앨범의 정체성이 이 한 곡에 가득 녹아들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금방 지나간 ‘그 시절’을 짙게 노래하고 있다.
잔잔하지만 심장을 깊게 파고드는 이 노래의 멜로디는 누구에게나 존재했을 청춘의 밤을 소환한다. 첫 마디가 시작되면 우리는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이미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사랑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팔칠댄스를 ‘청색동경’이라는 곡으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 곡으로 팔칠댄스에 정착하게 되었다. 개인 SNS 계정에 자주 영업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아주길 바라는 중이다.
TMI: 필자는 이 노래를 들으며 첫사랑을 추억했다.
난 너의 어제 속에서 희미해진다 해도
우연히 날 찾고 익숙한 곳에서
마주칠 거야 다시 사랑할 거야

▸『한 여름밤 유성우』, 원위
너와 별자리가 되어 이 밤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누구보다 아름답게 우주를 노래하는 밴드, 원위. 거의 모든 앨범의 컨셉이 우주일 정도로 우주에 대한 사랑이 우주만 하다!
이 곡의 포인트라고 한다면 필자는 단연코 원위의 기타리스트인 강현의 기타 솔로를 꼽겠다. 곡의 후반부에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기타 선율은 귀에 소름을 돋게 한다. 이 솔로를 듣기 위해 전곡을 듣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전부 한국어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가사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영어를 가사에 가득 채우는 요즈음, 당최 보기 힘든 한국어 가사다. 한국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가사에 한국어만 써도 칭찬을 받는 세대니까.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가사를 곱씹으며 감상하기를 권한다.
팔칠댄스가 지나간 사랑을 추억했다면 원위는 현재의 미완성된 사랑을 좇고 있다. 만약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여름밤의 산책길에 함께 들으면 좋을지도. 짝사랑 상대에게 ‘너와 이 밤의 별자리가 되고 싶어’라고 고백해 보는 것은 어떤가? (실패해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누구보다 뜨거웠던 여름밤
유성우처럼 빛나고 있던 당신이 내게 쏟아졌어

▸『You Learn To Live Without』, Idina Menzel
사색을 일으키는 가사
뮤지컬 넘버는 가사를 하나하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재미가 있다. 가사가 대사처럼 암시, 이야기의 응축, 상상의 단초를 제공하여 단물만 쏙 빼는 것이 아니라 질길 때까지 잘근잘근 씹을 때, 숙성되고, 확장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특히 배우의 연기와 만났을 때 심화되는 이해는 공연 현장에서만 가능한 한정성을 부여하여 ‘비주류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만든다. 음원이 있는 브로드웨이 원어 버전과 달리 한국 캐스트 버전은 유튜브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까지가 비주류의 완성이다.
뮤지컬 IF/THEN의 2막 넘버로, (이 글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편 조쉬의 전사로 사별을 겪게 된 주인공 리즈의 홀로서기를 그린 노래다. 이혼 후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랑을 믿지 못했던 리즈에게 다가와 사랑이 되어준 조쉬. 아이와 자신을 남겨두고 떠난 조쉬가 원망스럽지만, 이미 그를 너무 사랑하고 난 후였다. 그의 흔적이 가득한 집에서 ‘혼자가 되는 법’을 되뇌며 하는 일종의 자기 암시, 일부는 그를 향한 그리움을 담았다.
그의 구두는 현관을 지키고
내 아이들의 얼굴엔 그 사람이 보여
웃어주면 죽을 만큼 아파 다 지나가겠지

▸『Love will stand when all else fails』, Beverley Knight
역설은 늘 아리다.
뮤지컬 Memphis의 넘버로,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 멤피스를 배경으로 탄생한 흑인 음악이다. 흑인 여성 펠리샤의 특출난 가창력을 담지 못하는 멤피스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 휴이가 있다. 백인 휴이와의 사랑은 차별의 시대에 금기로 여겨졌고, 사랑하는 와중에도 끝을 유념하고 있어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펠리샤와 휴이에게 커리어와 사랑 사이에서 멤피스에 남을지도 큰 관건이었다. 이 넘버에서 펠리샤는 사랑에 따르는 제약을 견디고, 휴이와의 사랑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표정은 어딘가 애석하다.
펠리샤 역할은 시대를 풍미한 보컬인 만큼, 고난도 넘버를 소화할 것이 요구되어 노래 실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맡아왔다. 특히 고음과 애드립이 백미인 이 넘버를 실제로 듣는다면 경이롭고, 아름다운 동시에 가슴이 아린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견뎌낼게 사랑의 무게
사랑만은 지킬게

▸『The Kill (Bury Me)』, Thirty Seconds To Mars
어쩌면 마주한 것일 지도
Thirty Seconds To Mars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방금 전, 잠시 화성 땅을 밟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 짧지만 환상적인 우주여행의 운전사는 단연 보컬 ‘자레드 레토’. 보컬 ‘자레드 레토’와 드럼 ‘섀넌 래토’ 형제의 가족 프로젝트라는 특이한 탄생 배경을 가진 밴드답게 밴드와 보컬의 합이 특히 돋보인다.
그중 가장 필자가 애정하는 인물은 단연 자레드 레토.
‘록’ 보컬 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폭발적인 샤우팅을 떠올리게 된다. 혹자는 특유의 스크래치에서 오는 야생성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 가장 환상적인 것은 단연 이 둘의 교차이다. 폭발적인 드럼 사운드를 사뿐히 즈려밟는 고음과 스크래치를 반복하면서도, 곧바로 다음 가사에서 압도적인 미성의 클린 톤을 듣고 있자면, 이 사람이 정녕 나와 같은 종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보컬의 이상향을 마주한 것일지도.
Come, break me down
Bury me, bury me
I am finished with you

▸『Crawling Back To You』, Daughtry
난 Daughtry에게 잡힌 연어다
청각계와 미각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록과 중식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닮음의 범위는 선택적일 수 없는 법. 강렬한 자극을 대표하는 둘은 동시에 피로감을 내포하고 있다. 기름진 중식은 종국에는 혀를 피로하게 하며, 화려한 록 역시 귀를 지치게 만든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인 것이지만.
이 지극히 당연한 이치에 거스르는 음악이 있다면, 단연 Daughtry일 것이다.
2011년 11월에 발표된 앨범 Break the Spell의 타이틀 곡인 ‘Crawling Back To You’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밸런스’다. 이 곡은 어느 하나 과한 요소가 없다. 익숙하지만, 정형이 아니라 이상에 가까운 보컬. 귀에 계속해서 맴도는 기타 리프와 드럼, 확실한 킬링 포인트인 후렴구까지. 자유를 표방하는 록임에도 너무나 체계적으로 짜인 곡 구성 덕에 실로 안정적이다. 그렇기에 모나지 않고, 그렇기에 질리지 않는다.
2023년의 나도, 2024년의 나도, 2025년의 나도, 2026의 나도 그러하다.
Just like that, I’m crawling back to you.
Just like you said I would, yeah
I swallow my pride now, I’m crawling back to you

▸『서울대입구역』, 리도어(Redoor)
미발매가 완성해 내는 지난 인연의 서사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멜론…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노래. 그것이 비주류 아닐까?
2020년 겨울,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되었지만 아직까지 정식 발매는 되지 않고 있다.
리도어의 프런트맨이자, 보컬·기타를 맡은 이등대가 서울대입구역에 살던 시절에 만든 곡이라고 한다. 지난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듯한 가사는, 당장이라도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에 우뚝 서서 이등대를 기다리게 만든다. (기다릴게… 기다린다! 우리…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인다!)
여기에 더해진 담담하고 애절한 멜로디 라인은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겨울과 붙잡지 못한 인연들을 자연스레 불러온다. 그러므로 취중 감상에 주의하자.
음원이 발매되지 않음으로써 이별의 서사가 완성된다는 미발매 파와, 서울대는 안 바라도 서울대입구역 음원은 바란다는, 강경 발매 파가 두루 존재한다. 각종 공연과 라디오 등에서 부른 영상들이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라이브 버전을 즐길 수 있다.
우리의 추억으로 가득 찬 이 동네는
또 겨울이 왔구나
또 흘러가구나

▸『Shine』, 김성규
모든 게 희미해져 가도 이 노래만큼은, 선명히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성규의 솔로 데뷔 앨범 《Another me》의 수록곡.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은 〈60초〉, 희대의 명곡이다!)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된 노래로, ‘김성규’의 이름으로 나온 첫 번째 노래이다. 성규에게 가수의 꿈을 꾸게 했던, 밴드 넬(NELL)의 김종완이 성규를 위해 처음으로 선물한 곡이기도 하다.
사실, 성규의 데뷔는 넬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록 밴드를 꿈꾸며 상경한 그는 당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그곳의 사장님으로부터 넬의 매니저를 소개받았다. 더 정확히는,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는 매니저의 물음에 성규가 “넬이요.”라고 답하자, “내가 넬 매니저인데?”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록 밴드를 모집하는 건 아니지만 오디션을 한번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 그는 넬의 사인 CD를 받을 수 있냐고 물으며 오디션에 참가한다. 그렇게 성규는 넬의 소속사 연습생으로 발탁되었고, 훗날 인피니트로 데뷔한다.
김성규 특유의 단단한 가성이 돋보이면서도, 넬 특유의 서늘한 감성이 짙게 담긴 곡. 노래에 얽힌 일화를 떼어 놓고 들어도 수록곡으로 머물기엔 아쉬움이 남는, 선명한 인상을 주는 곡.
나의 발등에 올라 사랑을 속삭여 주던
너의 눈빛을 기억해

▸『산, 새 그리고 나』, 아시안체어샷
의자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 현실과 이상 사이 한판의 굿
아시안체어샷은 팀 이름처럼 동양적인 정서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밴드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심플한 구성만으로도 거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사이키델릭 하드록의 분위기가 공존하는 이들의 음악은 ‘사찰 메탈’로도 불린다.
그중 ‘산, 새 그리고 나’는 아시안체어샷의 색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한국의 토속 신앙인 ‘굿’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이 곡은 한바탕 굿판을 보는 듯한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드럼은 굿판의 북소리처럼 곡의 흐름을 이끌고, 묵직한 베이스는 꿈쩍하지 않는 산을 표현하며, 엔딩의 기타 선율은 유유히 날아가는 새를 떠올리게 한다.
곡 제목에서 ‘산’과 ‘새’는 각각 현실 세계와 이상향을, ‘나’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번뇌를 의미한다. 현실과 이상향 사이의 갈등을 한국적인 정서와 헤비록 사운드로 풀어낸 이 곡은 한바탕 굿이 끝난 뒤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 새는 유유히 하늘로 날아서
저 산으로 넘어간다
▸『Cool Cat』, 로우하이로우
막막한 현실 위를 거칠게 질주하는 개러지 록
로우하이로우는 ‘낮음과 높음’을 뜻하는 이름 아래, ‘만들어지고 들려지고 해체된다’는 의미를 담아 음악을 만들어가는 밴드다. 이들은 목소리와 실재하는 악기만으로 손에 잡힐 듯한 사운드를 추구하며, 개러지 록 특유의 거칠고 날것의 에너지로 불안과 외로움을 노래한다.
‘Cool Cat’은 그런 로우하이로우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다. 신경질적으로 몰아치는 기타와 폭발적인 리듬, 그리고 어딘가 처연한 정서가 공존하며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거칠고 야성적인 사운드를 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과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다.
특히 “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나도 몰라”라는 가사는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현실의 막막함을 직설적으로 건드린다. 하지만, 이 곡은 그 감정을 가라앉히기보다 더 크게 끌어올린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이 구절을 함께 외치는 순간, 혼란과 외로움은 묘한 해방감으로 바뀐다. 최근까지도 활발한 공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꼭 라이브로 만나보길 추천한다.
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나도 몰라
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나도 몰라
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나도 몰라
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나도 몰라
그러면 우리는 9월에 또 만나요, 안녕!
참여한 잔꾼들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