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 에디터 데이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데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잔꾼명을 데이로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패왕별희의 주인공 이름이 데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케빈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배우의 역할 이름도 데이예요. 제가 5년 전에 데이먼스이어라는 가수를 되게 좋아했는데 그 가수 이름에도 데이가 들어가서, 데이로 짓게 되었어요.
와. 이건 진짜 데이로 지어야만 하는 정도의 인연이었네요. 혹시 고민했던 다른 잔꾼명도 있나요?
제가 국문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소설을 읽다가 일별하다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어요. 저는 그 뜻을 몰랐거든요. 소설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됐는데, 단어의 모양이 너무 예뻐서 일별로 할까 고민하다가 받침이 없는 게 좀 더 발음하기 편할 것 같아서 그냥 데이로 했어요.
제가 느끼기에도 데이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잔치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지원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했어요.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게 글을 쓰는 거였으니까. 그렇게 에브리타임에서 막 검색하다가 나와가지고 지원했습니다.
잔치 에타 홍보 글 댓글에 막 정말 정말 좋은 동아리예요~ 이런 것도 보셨나요? 혹시 그 댓글들의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나요?
네 봤어요. 그런 홍보 게시판에 동아리 홍보 이렇게 올라오면 진짜 안 좋거나 이상한 동아리는 사람들이 당근 이모지를 달거나 보통은 아무 댓글이 없잖아요. 근데 잔치 글에는 댓글이 다 있길래 처음엔 이것도 당근표시인가 하고 들어가서 봤는데 아니길래 그냥 되게 재밌나 보다 하고 지원했어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주황색 하트는 당근 색깔이랑 비슷한 것 같긴 한데 다행이네요. 그 댓글들이 다 저희가 단 거거든요. 잔치 동아리 지원해 볼까 하는데~ 이런 것들도요. 저도 사실 그걸 보고 영업당해서 지원한거였어요. 그러면 지원하면서 잔치에 기대하고 들어온 바가 있나요?
전 피드백을 제일 기대하고 들어왔어요. 학교에서 과제로 글을 엄청 쓰고 제출하고, 또 쓰고 제출하고 해도 사실 교수님께서 그걸 일일이 다 피드백 해 주시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못 써도 일단 내고 피드백 없이 그냥 학점으로C 이렇게 나와버리니까… 뭐라도 어떻게 고쳐야 할 방향성을 알려주면 좋겠는데 하는 고민을 하던 와중에 잔치에서 피드백을 되게 활발하게 한다 이런 식의 문구를 봤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오. 굉장히 흥미롭군. 하면서 들어왔어요.
건설적인 피드백을 매우 중요시하는 동아리이긴 하죠. 어때요 예상했던 대로였나요?
네. 근데 제가 처음에 피드백을 다른 분들께 하는 게 어려웠어요. 제가 뭔가를 보면서 좋다 싫다 이렇게 가치 평가를 안 하고 그냥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거든요. 영화를 봐도 그냥 그렇구나~ 다른 분들 글을 봐도 그렇구나~ 재밌다. 이런 정도였지. 그래서 다른 분들은 피드백을 엄청 하시는데 저는 안 하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해야 하니까 생각해 낸 게 있어요. 나는 억까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읽어보고, 그런 사람이라면 꼬투리를 잡을 것 같은 모든 것에 대해 약간 방지해주는 차원으로? 피드백을 하는거예요. 효과가 있었어요.

저도 그런 걸 느끼긴 했거든요. 사실 다 같이 회의할 때 남기는 에디터 피드백에는 그런 건설적인 피드백을 안 남기는 분들도 있잖아요(저 포함). 근데 그 어려운거를 이제 해주는 게 진짜 좋은 건데, 계속 피드백을 잘 남기는 사람 중에 한 명이 데이였던 것 같아서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그게 다 노력에서 온 거였구나. 그러면 데이가 잔치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어떤 다른 목표가 있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종이 잡지를 쓸 기회가 이제 한 번 더 남았잖아요. 다음 학기에 쓸 종이 잡지에 오컬트 세계관을 테마로 글을 써보고 싶어요. 제가 원래 그런 종교, 오컬트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하고 엄청 빠져서 막 다 찾아봤거든요.
종교, 오컬트요?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 너무 신선한데요? 데이가 오컬트 마니아였다니.
귀매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게 400쪽 정도 되는 좀 긴 소설인데 그거를 새벽 1시쯤에 잠이 안 와가지고 그냥 초반만 조금만 읽고 잘까 하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거든요. 2시간 만에.
와. 진짜 재미있었나 보다.
저 콘스탄틴도 되게 좋아하고 저는 사바하가 진짜 인생 영화거든요. 근데 종이 잡지는 이제 분량이 적으니까 약간 나폴리탄 괴담같이 짤막한데 강렬한? 그런 오컬트 식 세계관으로 글을 써보고 싶어요.
대박이다 완전 기대된다. 그러면 원래도 있던, 데이가 막 찾아봤던 종교를 다루고 싶어요 아니면 뭔가 새롭게 데이만의 세계관에 있는 걸 만들어내서 하고 싶어요?
그것까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저는 약간 민속학 같은? 기독교 이런 쪽보다는 무당 나오고 한국적인 걸 하고 싶어요.
대박 너무 기대가 됩니다. 그러면 종이 잡지 말고도 웹진으로 다음 학기에는 이런 글 써보고 싶다하는 게 있나요?
아트팀은 문화예술 웹진을 하나 써야 되잖아요. 그거를 하나 생각한 게 있는데, 신촌 이대 거리에 이상하게 사주 타로집이 많더라고요.
그렇죠 그렇죠.
거의 열 걸음에 하나씩 나오는 꼴로 정말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거를 약간 문화예술쪽으로 풀어서 픽션으로 다뤄보고 싶어요. 또 신촌이 풍수지리적으로 되게 좋은 데잖아요.
아 그런가요? 전혀 몰랐어요. 진짜 마니아는 다르다.
그 옛날에 경복궁 어디에다 둘지 정할 때 왕십리, 신촌, 잠실, 성수 이런 곳들이 수호신 이런 게 많은 지리적으로 좋은 곳들이니까, 그 사람들이 아직까지 남아서 미래를 점쳐준다. 뭐 이런 식의 픽션을 써봐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대박이다… 잔치에서는 잔플zip, 신촌문예 같은 것들도 하고 있잖아요. 참여하고 싶은 게 있는지, 아니면 다음 학기 프로젝트 글로 어떤 주제를 또 다뤄보고 싶다. 이런 게 있나요?
저는 이번 학기에 신촌문예를 못 해보고 계속 잔플zip만 해봐서 신촌문예 한 번은 해보고 싶어요. 개란님이 그려주는 신촌문예 캐릭터가 너무 받고 싶었는데 못하게 되어 너무 아쉬워요.
맞아요. 저도 그거 받고 싶어서 신촌문예 참여했어요. 너무 예뻐… 다음 학기에는 호두가 예쁘게 만들어 줄 거예요. 그러면 지금 지난 학기에 썼던 글이나 참여했던 것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글이나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있나요?
저는 기록의 역사 마지막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그게 제 1학년 1학기 때 전공 수업에서 처음 받았던 소설의 텍스트를 인용한 건데, 그게 뭔가 제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측면의 시도여가지고 계속 그게 맞나 저게 맞나 생각을 엄청 하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언젠가는 한 번 딱 정리된 글로 나타내고 싶었는데, 엄청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괜찮게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면 다른 잔꾼들의 글 중에 뭔가 기억에 남거나 재미있었던 게 있나요?
음…
뭐니 뭐니 해도 기록의 역사가 짱이죠.
앗.. 아닙니다(웃음). 저는 히로의 첫 글, 신촌역에 9번 출구를 뚫는 일! 그게 약간 제가 평소에 하던 사고랑 비슷해서 딱 처음에 1차를 읽고 나서 나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진짜 신기했겠다. 역시 아트 팀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나 봐요. 그러면 잔치 외에 다른 팀에 들어간다면 어떤 팀에 들어가고 싶나요? 처음에 지원할 때는 플레이스가 1지망이었잖아요.
저의 능력치는 똑같다고 가정하는 건가요? 디자인 팀은 못 들어갈 것 같은데… 뭔가 이게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인데 제 능력이 너무 딸려서요.
능력치는 마음대로!
아 능력만 된다면 무조건 디자인 팀이요. 저는 항상 동경이 있어왔어요. 이렇게 막 그림 그리고 시각적인 것에 대한?

첫인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잔꾼은 누군가요?
(웃음) 아시잖아요. 아잰님이요.
왜 가장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자기소개할 때 너무 재밌으시기도 했고, 저랑 같은 아트팀원 히로랑 되게 친해 보이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야기를 나눠 볼 기회가 많이 없었거든요. 올 블랙으로 옷 입으시는 거나 스타일도 오. 멋지다. 생각했어요.
제가 저번에 실수로 데이 핸드폰을 가져가서 되게 당황스러워하던 데이의 모습이 거의 저희 첫 대화였던 것 같은데. 너무 미안했어요.
그러니까요. 처음에 제가 아잰님이 제 걸 가져가시는 거를 봤는데 진짜 전혀 눈치를 못 채고 계신 것 같아서 저도 어쩔 줄 몰랐어요.
너무 미안하고 민망했어요. 근데 사실은 제가 그렇게라도 말을 걸고 싶어서 연기한 거예요. 그렇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 학기 활동을 하면서 잔치와 신촌에 대한 애정이 많이 높아지셨나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대학 들어오기 전까지 홍대만 가봤고, 주변에서도 신촌 많이 죽지 않았냐 이런 얘기를 하셔서, 싹 다 공실이고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었는데요. 생각보다 예쁜 카페들도 많고, 이제 3학년이 되면서 슬슬 이 거리도 익숙해지다 보니까 애정도 좀 생기고, 또 돌아다니다가 예쁜 카페를 발견하면 아, 이거 잔플집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래요.
잔치를 하면 신촌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이제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게요. 전공으로 국문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너무 속물적인 대답이지만… 제 성적에 가장 안전할 것 같은 곳에 쓴 게 컸고, 또 제가 수학 과학은 아예 재능이 없는데 그나마 문과 과목이 성적이 좀 나왔었거든요? 그중에서도 영어보다는 국어 성적이 조금 더 높았어요.

데이는 확실히 문과 쪽으로 타고났나 봐요. 어렸을 때의 꿈도 약간 이런 쪽이었던 건가요?
한 7살 때까지는 화가였어요.
정말요?
근데 이제 주변에서 잔소리도 너무 많이 듣고 나는 이게 안 맞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그 꿈을 접고 중학생 때까지는 또 플루티스트가 꿈이었어요. 오케스트라도 들어가고 구청에서 하는 연주회도 참여하고 그랬어요. 저도 플루트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확실히 예체능을 하면 뭔가 내가 이거를 못 하게 됐을 때 그 위험 리스크가 너무 클 것 같은 거예요. 제가 항상 최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건 취미로 남겨두자 하고 고등학교에 왔는데 이제 딱히 엄청 좋은 것도 없고 엄청 싫은 것도 없더라고요. 그냥 무난한 전공들도 생각해 보고, 언제는 또 심리학 전공이나 PD도 한번 해보고 싶고 그랬어요. 그렇게 어찌저찌하다가 3학년 때 마지막 생기부를 국문에 맞춰서 쓰자 해가지고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근데 진짜 PD랑 심리학도 너무 잘 어울려요. 사실 데이는 뭘 해도 잘할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화가를 했어도 잘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순리에 따라서 국문과에 오셨잖아요. 대학교 생활은 어떠셨어요?
1학년 때는 제가 이석증이 와서 좀 아팠거든요. 그래가지고 친구들이랑 많이 놀지도 못하고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1학년 때는 그렇게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2학년이 딱 됐는데 제가 어렸을 때 약간 공부를 못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까 공부를 하는게 약간 강박으로 와가지고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휴학을 했어요. 그래서 뭔가 2학년 때도 크게 즐기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는 조금 나아져서 3학년이 되면서는 즉흥적인 것들을 일부러 많이 하고 있거든요. 잔치에 지원하게 된 것도 1, 2학년 시절의 저였다면 엄청 완벽한 상태에서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지 않았을 건데, 이번에는 그냥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뭐~ 하면서 제 딴에는 나름 즉흥적으로 지원한 거였거든요. 이런 식으로 3학년에 와서야 조금 즐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즉흥적으로 하는 게 참 좋은데요. 목표 달성을 너무 잘하고 있네. 그러면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학관 3층인가에 되게 푹신한 소파가 있어요. 거기 아침에 가면 사람들이 다 자고 있거든요? 저도 거기에서 한 30분 정도 이렇게 자다가 일어났는데, 다리에 모기가 다섯 방이나 물려있는 거예요. 그냥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하고 웃기고 그랬어요.
어머. 너무 간지러웠겠다. 한 번에 다섯 방은 처음 들어봐요(웃음). 그러면 국문과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뭔가요?
문예 창작 수업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교수님께서 실제 희극 연출하시는 저희 국문과 동문이시고, 기사 찾아보니까 백상에서 상도 받으신 너무 대단한 분이시더라고요. 연예인한테 수업받는 기분? 그리고 소설 같은 건 그래도 1, 2학년을 거쳐오면서 짧게라도 써봤는데 이 수업은 희곡을 써야 되거든요. 교수님께서 시나리오 형식이어도 상관없다, 독백이던 사람이 엄청 많이 등장하던 원하는 대로 써라 그러셨는데도 감이 잘 안 잡히더라고요. 도서관 가서 안톤 체호프 단편선 빌려 읽고 하면서 혼자 약간 독학한 게 많아요. 그리고 그분께서 소수자 문학을 많이 하시는 분이거든요. 제가 기록의 역사에서 썼던 그 당사자성에 대한 문제를 이 수업에서 알게 되어서 고민을 하게 된 거였어요. 여러 방면으로 배운 게 제일 많았던 수업입니다.
그러면 가장 재미있었던 수업도 이 수업인가요?
음…
그저 고통의 연속이었나요? 스토리를 봤을 때는 항상 고통스러워했던 것 같긴 한데(웃음).
재미있었던 건 따로 있어요. 어드밴스드 잉글리시라고 필수 교양 수업인데 조금 재미있었어요. 교수님이 영국 악센트를 쓰시는 반 영국인 반 한국인 분이셨는데, 토론을 위해서 하나씩 가져오시는 아티클의 주제가 엄청 흥미로웠어요. 수업 마지막에 영어로 5:5 이렇게 붙여가지고 찬반으로 토론시키시고 그러셨거든요. 반박하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반박하는 토론이 가장 재미있었다니… 확실히 비평가가 체질인가 봐요.
저는 정말 좋았는데 에타에 강의평 보면 별점이 엄청 바닥 치고 계셔가지고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럼 데이는 별점 5점 만점 드렸나요?
전 4점 드릴 것 같아요.
어머. 뭐죠?
성적이 너무 짜요.
별점이 낮은 이유가 있었구나. 그러면 글에 있어서 데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저는 이거 면접 때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가독성이요. 내용이 엄청 좋거나 전달하는 메시지가 엄청 좋다 한들 일단 끊기는 느낌이 드는 문장이나 글은 자꾸 곱씹으면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생각을 계속하게 돼서 저는 안 봐요. 예를 들어 최진영 작가 작품들이 저는 진짜 후루룩 읽힌다고 생각하거든요.
국문과는 역시 다르다. 엄청 단호하네요. 또 데이만의 독서 취향이 있나요?
저는 작가가 얘네 둘은 로맨스다라고 딱 제시하는 작품은 싫어해요. 로맨스는 은은해야 해요. 제가 아까 언급한 소설 귀매에서도 무당 같은 역할의 여주인공이랑 걔를 도와준 남주인공이 있거든요. 그 둘이 사귀지는 않는데 계속 붙어 다니면서 은은한 약간 그런 텐션이 생겨요. 이런 게 제 취향이예요. 아예 그냥 로맨스가 없거나. 또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린 소설도 좋아해요. 이것도 최진영 작가 작품인데 쓰게 될 것이라는 책에서 보고 너무 기억에 남아서 제가 메모도 해놨는데, 나도 행복하지 않고 너도 행복하지 않으니 그냥 우리 서로를 끌어안고 세상을 불평하자라는 말이에요. 이런 글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되게 울림이 있는 문장이었어요. 이런 문장을 찾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 확고한 취향이 있는 거구나. 전공 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요?
뭔가 다른 언어를 전공해 보고 싶기도 해요.
데이는 언어는 마음만 먹으면 마스터 할 것 같아요… 중국어처럼…(데이는 학생 때 중국어 과목에서 6등급이라는 성적을 받고 독기를 품어 다음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다고 한다)
중국어는 경쟁자도 너무 많고 그것보다 더 희귀한 언어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요. 제일 친한 친구가 독일어를 전공하는데 되게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막 술술 읽고 그리고 또 독일어가 흔하게 쓰이는 언어는 아니잖아요. 그게 더 멋져 보이더라고요.

완전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면 쉴 때는 보통 뭘 하면서 쉬시나요?
강아지를 안고 이렇게 복복복 하기?
너무 귀엽다. 강아지와 함께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이름은 뭐예요?
이름은 뿌꾸예요. 아기 때 데려와서 5살이고 5년째 함께하고 있습니다. 뿌꾸를 키우면서 정말 남자 친구한테도 느껴보지 못한 차원의 사랑을 느껴요. 그냥 가족이잖아요. 그리고 내가 귀찮아해도 막 나만 계속 바라봐주고 좋아해 주고 그런 점은 사람한테는 느끼지 못하는 종류의 사랑인 것 같아요. 뿌꾸를 놀아줘야 해서 얼른 집에 들어가는 것도 있어요.
사랑스러운 뿌꾸에게 한마디하자면?
강아지 요괴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뿌꾸가 저보다 늦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데이는 정말 취향이 확고한 사람인 것 같은데요, 영화는 어떤 거 좋아하시나요? 앞서 말한 홍콩영화 말고도 좋아하는 장르가 뭔지 궁금해요.
영화 예전에는 아예 디즈니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가 고등학생 되면서 약간 왕가위영화를 좋아했다가, 또 지금은 약간 일본 영화를 좋아해요. 일본 영화가 여백이 되게 많잖아요. 대사도 별로 없고. 그 여백의 미가 참 좋습니다.
혹시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혼자 집에서 이렇게 돌려볼 때는 왠지 모두가 이거 너무 재밌다 하는 것보다는, 이게 대체 뭐야 하는, 평점 테러당하는 영화가 재밌게 느껴져요.
평점을 찾아보는데 이제 평점이 안 좋은 걸 찾아서 보는 거죠? 그러면 점수가 높은 건 별로 안 보고 싶나요?
네. 그런 높은 점수들은 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아요.
데이의 이런 확고한 취향은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는 건가요? 어떤 사람이 좋은가요? 이성이든 사람 대 사람이든.
무대 인사 끝나고도 계속 영화 다 보고 가는 사람이 좋아요. 무대 인사만 보고 가는 건 본인의 자유긴 하지만 그래도 그럴게 우르르 영화도 안 보고 나가버리면 감독이 너무 슬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뭐 외적인 이상 같은 것도 있나요? 금성무?
그 정도는 바라지 않습니다. 외적인 건… 키 큰 사람이요. 제가 키가 큰 편이다 보니까. 근데 저는 약간 생긴 것보다 그냥 단정한? 깔끔하고 안정형인 사람이 저한텐 남자 친구로써 좋을 것 같아요. 그 어떤 거친 파도로 내가 흔들어도 끄떡없는 사람이요. 제가 불안형이랑 만나면 파국이에요.
파국을 맞이하셨었나요?
네…(민망한 웃음)

그렇군요(웃음). 그러면 요즘에 갑자기 특히 빠져 있는 무언가가 있나요?
요즘 좀 독립 서점이나 잡지 파는 데를 많이 찾아다니고 있어요. 충무로에도 예쁜 곳이 많고, 또 을지로에도 되게 많더라고요. 맞다 제가 21년부터 정기 구독하고 있는 잡지가 있거든요? 프리즘 오브라고. 최근에 서국도에서 그 잡지를 파는 부스가 있었어요. 제가 하나 못 산 게 있어서 사러 간 거였는데, 갑자기 혹시 왜 사시는지 여쭤봐도 되냐? 이렇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제가 정기 구독을 하는데, 하나 못 산게 있어서 오늘 사러 왔다고 하니까 막 엄청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나왔는데 저를 따라 나오시면서, 갑자기 혹시 1호 가지고 계세요? 물어보시는 거예요. 제가 그날 산 게 2호였거든요. 근데 이제 1호는 있었어서 있어요 그랬는데, 그분께서 저희가 너무 감사해서 그냥 이거 드리려고 했는데 이미 갖고 계시면 다음 권 나올 때 DM 주시면 저희가 그냥 보내드리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너무 감동받았어요.
대박. 이런 게 성덕이구나.
그때 또 막 대기를 1시간 반 하고 겨우 들어갔거든요.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막 녹초 상태로 어우 힘들다 이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완전 한 방에 치유됐겠다. 데이의 버킷 리스트 같은 게 있나요? 버킷 리스트 지금 생각나는 한 가지라도
저는 이스탄불을 혼자 가보고 싶어요. 고양이가 길거리에 그렇게 많대요. 제가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또 그 나라도 너무 예쁘다고 하고.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혼자 비즈니스 타고 갈 거예요.
뿌꾸가 들으면 너무 서운하겠다. 고양이라뇨.
근데 제가 워낙 고양이를 좋아해가지고 맨날 뿌꾸한테 야옹 해 봐~ 막 그래요.
견격 모독이 심했네요. 그럼 뿌꾸가 맞춰주나요?
그냥 무시하던데요. 제가 뿌꾸보다 서열이 낮은 것 같아요. 진짜. 제 가방도 막 뒤져요. 그래서 혼내면 저를 이렇게 엄청 야리더라고요.

데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나요?
관용이요. 뭔가 저는 좀 제가 실수한 거에 대해서는 좀 되게 각박하고, 내가 피해받은 건 별 상관이 없어요. 내가 피해를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제 이런 면을 친구한테 말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갑자기 근데 네가 왜 네가 왜 무결해야 돼? 네가 뭔데? 이러는 거예요. 그거를 듣고 약간 이렇게 띵해졌달까? 그래서 그 이후로는 마음가짐을 그래 뭐 실수할 수도 있는거지 생각하려고 해요. 그 친구 말처럼 내가 뭐라고, 내가 뭐 간디도 아니고, 내가 왜 꼭 착하게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저 스스로에게 베푸는 이런 관용도 중요한 것 같고, 요즘 세상에도 관용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이게 인터넷이 발달해 있으니까 한 번 실수한 거 가지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시대가 온 것 같은 거예요. 근데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좀 이해해 줄 필요도 있지 않나… 사람은 다 실수를 하니까요.
멋있다… 아니 거의 간디인데요? 그러면 먼 미래에 사람들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요?
1인분은 하는 사람이요. 사실 폐를 끼치는 이미지이거나 걔 엄청 별로였어 막 이런 것만 아니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아요.

좋다. 진짜 좋다. 꿈이나 인생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생각한 건데, 나중에 돈을 엄청 많이 벌어가지고 막 유기견 유기묘를 다 입양해서 그 아이들과 엄청 넓은 집에서 함께 살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뭐가 있을까요? 뭔가 잘해야 될 것 같아… 잘하고 싶어요. 좋은 거 남기고 싶어요.
나중에 생각나면 보내줘도 돼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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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통통과 마라 짜파게티야 돌아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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