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몇 BPM이든,
“신선한 물 한 모금, 하늘을 향한 시선 하나, 어떤 애무(愛撫).”
— 밀란 쿤데라, 『느림』 中
밀란 쿤데라는 아주 작은 순간들을 삶의 쾌락으로 꺼내놓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일도,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결국 그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헌데, 우리는 자꾸만 그 ‘시간’을 줄인다. 조금 더 빨리 걷고, 조금 더 빨리 먹고, 조금 더 빨리 떠난다.
신촌의 ‘BPM’은 유난히 빠르다. 하여, 오늘은 그 발걸음의 속도를 헤아려보기로 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과연 애국가는 애국가다. 우리나라의 계절을 제법 정확히 짚는다. 9월의 가을 하늘은 높디높고 공활하며 구름 한 점 없는 법.
아침과 저녁에는 찬 공기가, 낮에는 뜨거운 햇살이 우리를 탐한다.
아무렴,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9월의 신촌은, 머리 위 펼쳐진 드높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볼 여유조차, 숨을 들이마실 여유조차 좀처럼 허락하지 않으니까.
그런 신촌에서, 누구보다 R&B를 좋아하면서 누구보다 테크노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낮에는 파이를 굽고 밤에는 기타를 잡는 그는, 연희동 BPM PIE & TART의 이주현 사장이다.
마침 가게 휴무일이던 화요일.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중 전화가 걸려온다.
“어디 계세요? 저 지금 길 잃을 것 같아서요! (웃음) 무슨 옷 입으셨어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검정 반팔 입었습니다.”
“아 저기 계시네, 학교 너무 넓은 것 아니에요? 우와, 이건 다 뭐예요?”
“개강 초마다 열리는 동아리박람회 부스들이에요. 이런 게 하도 많아서…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웃음)”
오후 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는 이미 오전 일정을 하나 소화한 뒤라고 한다.
분명 지칠 법도 한 그의 눈은, 캠퍼스를 보며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저는 BPM 파이 앤 타르트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이야기, 좋은 사람들, 유난히 좋은 신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