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26 · 09 · 22

263. 말랑이가 좋아질랑 말랑

Editor 크리

 

그런 날이 있다.

 

오르막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지나치게 파란 날.

갈 곳 없는 나를 하늘이 한심하게 보는 것 같은 날.

1년에 몇 번 없는 선선한 날씨에 학교 가는 것이 억울한 날.

그렇다고 학교를 빠지지도 못하는 나 자신의 소심함이 미워지는 날.

 

말랑이 파는 가게를 찾기 시작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남는 시간에 뭐 하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적당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먹으면 사라지는 음식 대신 내 손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무언가를 사고 싶어서.

내 스스로가 꽤 알찬 휴식을 취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손을 간질이는 말랑한 감촉이 나의 딱딱한 삶도 부드럽게 풀어줄까 싶어서.

 

그냥 그런 이유다. 말랑이에 별다른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1/9
크리
AUTHOR PROFILE
크리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1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