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말랑이가 좋아질랑 말랑
1/9

그런 날이 있다.
오르막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지나치게 파란 날.
갈 곳 없는 나를 하늘이 한심하게 보는 것 같은 날.
1년에 몇 번 없는 선선한 날씨에 학교 가는 것이 억울한 날.
그렇다고 학교를 빠지지도 못하는 나 자신의 소심함이 미워지는 날.
말랑이 파는 가게를 찾기 시작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남는 시간에 뭐 하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적당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먹으면 사라지는 음식 대신 내 손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무언가를 사고 싶어서.
내 스스로가 꽤 알찬 휴식을 취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손을 간질이는 말랑한 감촉이 나의 딱딱한 삶도 부드럽게 풀어줄까 싶어서.
그냥 그런 이유다. 말랑이에 별다른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1/9
›
COMMENTS


바사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