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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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5 · 12 · 31

26. 약속장소

Editor 고니

바야흐로 신촌의 하루 유동인구 n만(?)의 시대. 분명 옆 동네 홍대에 비하면 조그마한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람으로 북적이는 신촌의 저녁. 대학도 많고 학생도 많고 미팅도 많고 스터디도 많은 요지경의 신촌에서,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카톡을 하고 전화를 하며 서로의 행방을 추적하는 모습은 꽤 흔한 모습이다. 그래서 모아봤다. 야, 일단 xx로 와! 그 근처에서 만나! 라고 할 때의 xx들, 신촌의 약속 spot에 대하여.

 

1.연대앞(굴다리)

신촌의 척추 역할을 하는 연세로는 연세대학교 앞 정문에서 시작되어 신촌 지하철역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 연대앞 정류장에는 일산, 인천, 부천 등에서 출발한 시외버스를 비롯해 대략 30개 이상의 버스가 정차한다. 그야말로 교통의 허브 교통의 바질 교통의 바질 페스토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대앞 굴다리를 지나는 순간 신촌의 번화가로 입성하게 되므로, 연대앞-굴다리에서 일행이 버스에서 내리기를 기다려 함께 신촌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굴다리가 두 개라는 점. 이를 구분하는 사람들의 통화를 들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야, 연대를 정면으로 봤을 때(혹은 등지고 봤을 때) 왼쪽 / 오른쪽 굴다리 로 와!

2)안쪽에 광고 붙어 있는 굴다리 / 광고 없는 굴다리 로 와!

 

2.독수리약국 vs 대학약국

세브란스가 근처에 위치해 있는 덕에 굴다리를 지나면 약국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때 오랜 옛날부터 약속장소의 라이벌로 자웅을 겨루고 호각을 다투던 부동의 top2 약국이 있으니 그것이 독수리약국과 대학약국이다.

독수리약국은 신촌 몇 번 와봤다 하는 사람들은 흔히 ‘독약’이라고 줄여 부르는 것이 일반적. 독수리약국이 위치한 독수리빌딩의 꼭대기에는 신촌의 명물인 독수리다방이 위치해 있기독수리…아니 위치해 있기도. 약국 앞에 널찍하게 비어있는 터가 있어 일행을 기다리고 만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대학약국은 독수리약국에서 길만 건너면 바로 있는 맞은편에 위치해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비슷한 영역에 네임드 약속장소가 두 개나 있는 것일까? 길을 건넌다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로 “나 지금 대학약국 앞이야”의 자매품으로는 “나 지금 올리브영 앞이야”가 있다.

 

3.나무계단

몇 년 전 신촌 거리를 대대적으로 뒤엎으면서 새롭게 등장한 약속spot. 유플렉스 건너편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넓은 계단으로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는 덕에 일행이 좀 많이 늦을 것 같다 싶을 때 혹은 그냥 서서 기다리기 싫을 때(에디터의 경우) 애용하는 곳이다. 탁 트인 뷰로 프리하고 광장스러운 분위기가 나기 때문인지 외국인 언니오빠들이 앉아서 프리토킹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또한 나무계단 자체가 주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버스킹도 왕왕 이루어지는 편. 하지만 요새는 추워서 아티스트들도 쉬는 것 같다.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한 것이다.

 

4.Time in the time

빨간 거울. 빨간 기둥. 빨간 잠수경. 빨간 잠망경. 빨간 빨대(?). 이 정도면 거의 한화 이글스의 김별명 선수 방뎅이 치는 수준이다. 좌우지간 “빨간”이라는 관형어만 들어가면 얘가 지금 어딜 말하는 건지 대충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신촌의 명소로 자리잡은 곳. 그러나 그의 본명은 이런 선정적인 색이 들어가 있기는 커녕, 무려 <Time in the time>.(…) 소속은 신촌 현대백화점이고, 본적은 비디오 아티스트 육근병 작가이다. 공모를 통해 뽑은 정식 닉네임은 <빨간 잠수경>이지만, 역시 가장 많이 불리는 별명은 “빨간 거울”이 아닐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저녁시간대에 어디냐고 묻는 친구의 전화에 빨간 거울 앞이라고 답한다면 미친 놈아 빨간 거울 앞에 지금 30명 있어라는 친구의 질타를 받아도 싸니 구체적인 인상 착의와 팔 흔들기로 스스로의 위치를 노출시키도록 하자. 리빙 포인트 :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빨간 거울 뒤의 유플렉스 1층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4월과 9-10월에 Time in the time 근처를 본다면 미팅을 위해 삼삼오오 모여있는 남녀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하. 하하하.

 

5.창천공원

소싯적에는 이른바 레즈공원으로 불렸던 창천공원. 정식 명칭은 “창천문화공원”이다. 이 공원의 어느 곳에서 문화를 찾아야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비둘기들의 좋은 휴양지가 되었다. 이 곳을 약속spot으로 잡는 사람들은 주로 현대백화점 뒤쪽에 위치한 식당을 가기 위해, 혹은 창천공원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술집 거리를 가기 위해 미리 만나 함께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시가 열심히 추진 중인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가 비치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에디터가 이거 타봤는데 재밌습니다

 

6.신촌역 3&4번 출구

신촌지하철역에는 총 8개의 출구가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약속 장소로 애용되는 출구는 단연코 3번 출구. 가끔 4번 출구로 잘못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방뎅이를 때려주면 좋은 우정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신촌 cgv를 가기로 약속한 날이라면 4번 출구가 3번 출구보다는 cgv와 모기만큼 가까우니 그 때는 친구의 방뎅이를 소중하게 여겨주자. 3&4번 출구는 연세대 앞과 함께 연세로의 맞은편 시작점을 담당하고 있어, 연세로에서 벌어지는 신촌의 축제를 관람할 때 이 곳을 약속장소로 잡으면 효율적인 동선을 도모할 수 있다. 자매품으로는 “나 지금 신촌역 앞에 있는 맥날이야”가 있다.

 

솔직히 신촌의 약속spot의 지분율은 빨간 xx가 반 이상 먹고 들어가지만, 나 신촌에서 좀 놀아봤다 라고 얘기하려면 상기의 약속spot들을 숙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척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오늘도 신촌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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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곤작 쓰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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