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책방특집2 – 미스터리 유니온
추적추적 비가 내려 유난히 쌀쌀한 일요일,
책방 특집을 맞아 에디터가 찾아간 곳은 ‘미스터리 유니온’.
미스터리 장르의 책만을 모아 놓았다는 특이한 책방이다.

우중충한 하늘에 물웅덩이가 간간히 존재하는 이화여대 뒷골목은 미스터리 책방의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가령 추리소설 속 탐정이 찾아갈 만한 곳이라든가, 무언가 은밀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위치에 미스터리 유니온은 정말로 자그맣게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I am ‘sher’ locked.
미스터리 소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설 셜록.
문 앞에서부터 ‘여기는 미스터리 책방입니다’를 단번에 보여주는 그림이다.

책방 안쪽으로 들어서니, 나무 질감의 벽과 천장, 목재 책장, 목재 의자, 그리고 목재 오디오 플레이어까지. 온통 갈색 나무의 분위기가 책방을 감쌌다. 마치 산장 같기도 한 느낌이 참 추리소설에 걸맞은 분위기다.
낡고 비밀스러운 이 책방의 복도 끝에는 가운데 조용히 앉아 계신 사장님이 작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정적.
조용히 흘러 나오는 음악과 함께 에디터는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라든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와 같은 오싹한 제목들의 책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사장님은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개인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지만, 언제든 말을 걸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이시다.

-미스터리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그냥 좋아하는 장르여서였어요. 동네 서점, 혹은 작은 서점은 그만의 특색이나 개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그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찾아오기도 하고. 그래서 미스터리 책들만 모은 서점을 열게 되었죠.”
사장님의 말은 단연 작은 서점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돋보이는 답변이었다. 작은 서점들이 일반 대형 서점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딘가 ‘차별성’을 둬야 할 터였다. ‘추리소설만 모아 놓은 책방’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미스터리 유니온처럼 말이다.
“ 대형 서점들의 경우에는 베스트 셀러 위주의 책을 놓고 나머지 추리소설들은 서가 구석 혹은 창고 속에 남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 책들도 사람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 책방은 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또, 미처 몰랐던 추리소설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이고 싶어요.”
이를 위해 사장님이 이 공간에 특별히 더 신경 쓴 것은 ‘책장의 구성’이다.
구석구석의 책들도 끄집어내 최대한 많은 책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려는 것이 사장님의 책방 철학. 추리소설들에 관심이 있어 오는 손님들이 ‘이런 책도 있었구나’하고 찾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책들을 분류해 놓는 것이 미스터리 유니온의 특징이다.

나라별로 구분되어 있는 책장
사장님의 큐레이션에 따르면 책방의 한쪽은 일반 서가, 다른 한 쪽은 기획 서가로 구분되어 있다. 일반 서가에는 다양한 소설들을 비치해둘 수 있도록 나라별, 세세하게는 작가별로 책을 두었다. 덕분에 비교적 잘 알려진 서양권 추리 소설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동양권 추리소설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특정 작가를 좋아한다면 그 작가의 다른 소설들 또한 쉽게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책방 다른 한 편에 자리 잡은 미스터리 유니온의 기획서가.
“아무래도 그냥 책이 꽂혀 있는 것과 표지가 보이게 비치되어 있는 것은 느낌 자체가 다르잖아요. 테마별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싶어서 기획 서가를 만들었어요”


‘평면견’, ‘개는 어디에’, 고양이 표지의 ‘felidae’와 같은 동물과 관련한 추리소설들.
미스터리 유니온은 매달 추리소설의 테마를 바꿔 그 테마에 맞는 추리소설들을 표지가 보이도록 비치하고 있다. 이번 달은 ‘애니멀&미스터리’라고. 사실 책방에 들어섰을 때에는 단번에 이 쪽이 기획서가 였다는 사실을 알아채기는 어려웠지만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참 기발하고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분명 추리 소설 속에도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고 독자들의 취향이 다를 테니!
“11월엔 메디컬(의학) 미스터리에요!”

셀렉션 말고도 이 작은 책방에서 또 한 가지 특징을 꼽으라면, 그것은 책들 사이 사이에 존재하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그림들일 것이다.
보고 있자면 어느새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듯한 이 그림들은 ‘신아트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는 신촌의 공간들과 이화여대 주관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콜라보한 것으로, 미스터리 유니온의 경우에는 이 책방과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는 학생과 전시를 진행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작품들은 보름 정도 이루어지는 한시적인 전시이다. 전시 기간은 일주일 남짓 남아있으니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더더욱 미스터리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참고하시라.

신아트촌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작품과 가게들을 전시 공간으로 콜라보 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신촌이라는 장소에 책방을 차리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왕이면 문화적인 곳을 원했어요. 홍대나 신촌 같은. 그래서 알아본 곳들 중에는 입지나, 분위기, 장소 크기가 알맞아서 선택했어요. 오고 나니 기대보다도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근처 골목 골목에 다른 성격의 독립 서점들도 있었고. 대로변도 물론 좋겠지만 골목이 갖는 장점도 있거든요. 이 골목에서 점점 이웃도 생기고 다른 가게들이 들어서는 분위기가 좋아요.”

– 사장님께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보편적인 차원에서 책을 추천할 수도 있고, 취향에 맞춰서 추천을 할 수도 있는데…음, 개인적으로는 『13.67』 이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홍콩/대만 쪽 작가의 책인데, 원래 우리나라에서 동양 보다는 서양 추리 소설이 더 유명했거든요. 근데 이 소설이 아시아권 소설의 풍문을 열었죠. 사회문제도 담고 있고, 완성도도 있고… 독특해요! 수작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서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개인 시간을 보내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장님은 먼저 말을 걸지 않으신다고 한다. 하지만 간간히 책을 추천 받는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게 되면 취향에 맞는 책도 소개 해주신다고 하니, 어떤 책을 도전해볼지 몰라 고민인 사람들은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신촌의 한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책방은 신촌 문화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이렇게 특색 있는 작은 책방들, 혹은 애호가들이 발걸음 할 수 있는 공간들이 골목 골목에 자리 잡으면 하는 바람이다.
약간의 꿀팁으로,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책을 구매하면 구매한 금액의 10퍼센트를 적립해준다. 그렇게 책을 구매하다 보면 어느새 추리 소설 매니아가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누군가의 인생 스토리나 달달한 로맨스 대신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가는 짜릿함이 필요할 때, 미스터리 유니온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어떤 추리 소설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사장님께 말을 걸어보라. 얘기하다 보면 ‘나에게 딱 맞는’ 책을 찾을지도!
미스터리 유니온(독립서점, 추리소설 전문서점)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1
영업시간: 매일 12:00 ~ 20:00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2-6080-7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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