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신촌대학교 – 혁명과 민란의 드라마틱 동아시아사 후기

‘혁명과 민란의 드라마틱 동아시아사’ 청강 후기
필자는 역사의 ‘역’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는 사람이다.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때 국사 내신을 8등급 받아본 적도 있다. 대학교 수업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역사와 관련되어 있으면 패스! 도무지 이놈의 연도, 사람 이름, 사건 등등의 암기는 나와 친해질 생각을 하질 않는다. (물론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흐름이라고 말하겠지만 나 같은 역사 포비아에게는 암기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하하…)
그렇게 필자에게 ‘혁명과 민란의 드라마틱 동아시아사’라는 수업은 이름부터 꺼려졌던 수업이었다. 신촌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강의라며 추천 받았지만 필자는 강의 제목에 ‘사(史)’가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인기 강의가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인기강의라는데 취재는 해야 하지 않겠나! 정말 필자는 1퍼센트의 기대도 하지 않고 강의실로 입장했다. 오히려 거의 울며 겨자 먹기였다.
그리고 오후 7시, 강의실 입장.
그런데 앉아 계신 수강생 분들이 포스가 남다르다. 말끔한 양복의 중장년의 신사 두분. 그 뒤로 입장한 다른 수강생 분들도 필자보다 어려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필자는 동안이 아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 많던 잔치꾼 고니도 함께!

쫄았다. 이거 정말 제목처럼 드라마틱한 수업인가보다.
그리고 처음 마주친 학과장님. 멀끔한 양복에 호탕한 웃음 소리, 강의실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드라마틱함의 개연성을 높여주었다.

영국의 유명 드라마 <셜록>에는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이라는 악당이 나온다. 그리고 그와 배기성 학과장님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그들은 항상 안경을 쓰고 다닌다. 둘째, 그 안경이 사실 프롬프터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기억력과 방대한 지식량을 갖고 있다. 물론 찰스와 배 학과장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나긋나긋 조곤조곤하게 얘기하는 찰스와 달리 배 학과장님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교실을 울린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구성진 노래 한 가락 뽑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고니)
수업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레 노트와 펜을 들었다.
하지만 후기를 쓰는 지금 청강 당시의 메모를 참고하려고 펼쳐보았지만 적혀있는 것은 강의 제목 포함 3줄. 하긴 수업시간에 식목일 노래를 부르면서 설명하는데 어떻게 필기를 할 정신이 있겠는가. 수업을 듣는 데에 빠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강의를 듣는 동안, 노트는 에이포용지의 절반도 채 채우지 못한 채 책상 구석으로 가버렸고, 펜을 잡고 있던 손은 남진의 노래를 부르며 시대상을 설명하는 강사님 덕에 빵 터지는 입을 가리거나, 혹은 박정희에게 납치 구금 당한 김대중의 탈출 이야기를 들으며 빠져버린 턱을 받치고 있었다. (고니)
박정희 vs YS DJ vs 김일성 (문선명 vs 조용기)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강의는 석탄과 설탕경제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어떻게 우리 사회가 변화되어 왔는지 다루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정치적 배경들을 중간 중간 대중 가요와 함께 배워나갔다. 필자는 여기서 굳이 수업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이는 수업 내용을 절대 필자가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글의 분량이 충분하지 않아 옮기지 않는 것이다.)
인기 강의라고 말 할만 했다. 왜냐면 우선 필자가 수업을, 그것도 역사 수업을(!!!) 2시간이나 딴짓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리타분했던 역사 수업들과는 확실히 다른 컨셉이 있었다. 받아 적기 급급하고 지루한 연도와 인물만 나열하던 수업들과 달리 학과장님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노래까지 직접 부르시면서 수업을 진행하시니 분명 유일무이한 수업임에 틀림없다.

역사 수업은 누가 강의하느냐에 따라 아주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왠지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지고 목이 울컥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 몸짓,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일관성 있는 해석은 후자에 해당하는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만들어냈다. (고니)
현재 2월에 배기성 학과장님께서 진행하고 계신 강의는 ‘반려동물의 세계사’이다. 벌써 제목부터 유일무이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드라마틱한 강의들을 계속 될 예정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정치에 혹은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 개설되는 강좌를 신청해서 꼭 들어보길 바란다. 교과서에서 풀지 못했던 갈증을 충분히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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