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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16 · 05 · 04

잔치마당 시네마당 # 냉정과 열정 사이 – 우리 사이는 지독한 냉정이었는지, 지나친 열정이었는지

Editor 이디야

< 냉정과 열정사이 >, 2003(2016), 나카에 이사무

‘ 우리 사이는 지독한 냉정이었는지,

지나친 열정이었는지. ’

 

 

한 제목에 두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2003년에 개봉해 이미 두터운 팬 층을 가지고 있는 그 유명한 영화가  재개봉을 했다. 아쉽게도 나는 책도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익숙한 영화 OST ‘history’ 때문인지 오래전 만났던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영화의 배경인 피렌체도, 일본도 가보진 못 했지만 쥰세이(남자 주인공)의 모습에서 너를 떠올리고 있었고, 아오이(여자 주인공)를 보면서 그 언젠가 내 모습을 생각하기도 했다.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유화 복원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오래전 헤어진 연인 아오이의 소식을 듣고 밀라노로 향한다. 하지만 아오이에게는 이미 새로운 연인이 생겼고, 그녀는 쥰세이에 대한 마음은 다 잊었다고 얘기한다. 얼마 후, 쥰세이의 담당 복원 작품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본에서 지내면서 쥰세이는 이전에 아오이에 대해 알고 있던 오해의 진실과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편지를 보낸다.

 

복원사라는 직업에 대해 쥰세이는 “죽어가는 것을 살리고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는 직업” 이라고 했다. 복원 작업이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으로 돌아온 쥰세이는, 아오이에게 보내는 편지에 함께했던 추억의 소중함을 적는다. “우린 많은 얘기를 나눴고, 추억이 영원할 줄 알았어. 이젠 다 지나간 과거일 뿐이야…” 긴 편지에는 처음 만났던 레코드 가게에서 있었던 일, 대학 캠퍼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던 장소 등 지난 추억들의 소중함이 적혀 있었다.

이 부분에서 내가 그랬듯, 아마 많은 관객들의 마음 한쪽이 찌릿찌릿했을 것이다. 아무리 부정한다 한들, 우리 관계의 끝이 처참했다 한들 그 시간 속 우리가 나눈 추억들이 소중했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니 말이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오이와 쥰세이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다양한 모습의 ‘사랑’ 들을 담고 있어서 더 특별한 것이다. 아오이의 새로운 연인, 쥰세이가 만나고 있는 메미, 쥰세이에게 복원 과정을 가르쳤던 조반나. 제각각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모두 사랑을 하면서 질투를 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통해 흘러간 사랑에 대해 떠올리며 영화의 여운이 더 길고- 깊게 남게 된다.

 

 

영화가 막을 내리고 흘러나오는 OST를 들으며,  예전 시간들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게 되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만큼 네게도 그때의 시간이 소중하게 남아 있을지, 아니면 나라는 사람이 너에게는 이미 잊혀진 존재가 된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혼자 걷고 싶어서 역에서 집까지 걸었다. 그러는 동안 영화에 대해 곱씹어보게 됐는데, 무심코 지나쳤던 대사들과 장면들, 배우 표정들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이미 흘러간 과거가 된 네 생각으로 인해 엉킨 머릿속이 한 순간에 고요해졌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기적 같은 일이 우리에겐 벌어지지 않더라도, 이 영화를 보고 떠올린 사람이 너라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며 다독임 받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천천히 곱씹어 보게 되고 스며드는 영화. 그러니, 당신이 사랑을 해봤다면 꼭 한 번은 봤으면 좋겠다.

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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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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