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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16 · 05 · 18

21-2. 이화여자대학교 – 메이데이展 (INTERVIEW)

Editor 누리

비 내리는 조형예술관 B동

비가 내렸던 일요일 오후, 에디터는 인터뷰를 위해 이화여대 조형예술관으로 향했다.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를 보니, 이런 날 누가 굳이 학교에 나오려나 싶었지만. 메이전 앞에서 비는 한낱 날씨에 불과했다.

 

첫 번째 컨텐츠를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메이전을 한번 더 설명하자면, 정식 명칭은 <메이데이展>으로, 5월에 열리는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의 꽃이다. 3학년 학생들이 주축(서양화 전공은 2학년)이 되며, 졸업 전시 다음으로 가장 큰 조형예술대학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월요일에 만나본 영상 디자인 전공 이수아 학생에 이어, 오늘은 미대생이 뽑은 가장 힘든 과 TOP3 중 나머지 두 명을  만나보려 한다. 첫 타자는 도자예술 전공 3학년의 김예진 학생이다. 예진 양은 일요일이었던 인터뷰 날에도 보충 수업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예진 曰

“나에게 메이전은 초등학생 같아. 초등학생들 까불까불거리고 짜증나잖아. 근데. 그렇게 짜증나고 밉고 그런데도. 내 애기니까. 다 챙겨줘야 되고, 그런 느낌이야.”

 

전공 수업 중에서 메이데이 전시하는 과목은, 조형 작업하는 거 하나, 물레 수업, 그리고 캐스팅이라고 제형 작업하는 수업, 이렇게 세 개가 있어. 나는 조형 작업하는 수업이랑 캐스팅 수업을 들어서, 메이전은 총 두 개  준비하는 셈이지.

 

조형예술관 B동, 가마 아저씨가 지키는 가마실의 가마

5월 셋째 주에 가마에서 작품이 다 나와야 돼. 우리가 가마를 두 번 때거든. 조형예술관 지하에 가마실이 있고, 가마실 옆에는 시유실이라고 있어. 유약을 바르는 작업을 ‘시유’라고 하는데, 초벌을 하고 난 다음에 시유를 하고 재벌을 돌리면 되는 거야. 가마가 1200도까지 올라가는데, 1200도에서 1250도 정도의 온도에서 재벌을 때고 나면 작품이 완성 되는 거지.

 

조형예술관 B동, 가마실 옆에 위치한 시유실

우리가 쓰는 흙 중에 학교에서 주는 이화토라고 있는데, 이걸로 조형물 작업을 하면 많이 갈라지고 그래. 작은 거 만들 땐 괜찮은데, 조형물 작업은 크게 하는 거니까. 거기에 맞는 흙을 써야 돼서 찾아서 사고 그러지. 석고 같은 경우엔, 쌀 포대 크기의 석고 한 포대가 보통 이만 원인데, 한 포대로 다 못 만들어. 기본적으로 한 다섯 포대씩은 사는 것 같아. 재료나 재료비나 많이 들어가지.

 

조형예술관 A동, 도예과의 석고 포대로 추정된다. 세 분이 시키신 듯.

그냥 힘들어. 그냥 힘든데, 이젠 거의 마무리라. 그 힘든 시기가 조금 지나갔지. 4월 달부터 저번 주(5월 둘째 주)까지 거의 맨날 야작 했던 것 같아. 새벽까지 학교에서 계속하다가 집에 가서 씻고, 아침에 눈 좀 붙이고 다시 야작하고. 근데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조예대 친구들이 그랬어. (덤덤)

 

밥은… 먹었던 것 같아. 근데 사실 진짜 힘들었는데. 1학년 때도 그때 나름대로 힘들었고. 2학년 때는 진짜 엄청 힘들었고, 3학년 때는 2학년 때에 비해서 진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과제량도 많고 그러네. 그냥…힘든 거지. (덤덤)

 

조형예술관 A동 앞, 덤덤한 여인들.

우리는 중간에 작품을 버릴 수가 없어. 일단 시작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가지고 가야 돼. 사실 조형 작업하면 많이 갈라지고 그러거든. 흙이라는 거 자체가 섬세하게 다듬고 다뤄야 되는데, 우리가 급하니까 막막막 하면 진짜 거짓말 안하고 갈라져. 얘가 진짜 너~무 정직해서. 갈라지더라고… 근데 그걸 다시 만들 시간은 없고… 건조 속도도 맞춰야 되고 그래서… (울지마…)

 

우리가 맨날 말하는 게 뭐냐면. 대학 들어와서 도예 배웠다! 이런 것 보다, 인내를 배웠지. 이제는 작품이 가마 나왔다가 갈라져도, “갈라졌네?” 이러고 끝나고. 막 미쳐버려~돌아버려~ 이런 것도 없어. 처음에는 “아 어떡해 갈라졌어…” 막 이랬는데. 이제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지. 좀 슬픈데 웃겨.

 

조형예술관 B동, 가마실. 학교 안에 이런 곳이!

과끼리 친해질 수 밖에 없어. 우리가 물레실을 2, 3, 4학년이 같이 쓰고. 제형실을 3, 4학년이 같이 써서, 야작 해도 3, 4학년이랑 같이 하니까. 오며 가며 인사하고 서로 도와줘. 웃긴 게, 제형을 하면 흙담을 싸서 거기 안에 석고를 부어서 틀을 만드는 거란 말이야. 근데 그게 제대로 안 메꾸면 잘 터져. 터지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일단 터지면, 학년 상관없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와서 막아줘. “신문지 신문지 신문지!!” 이러고. 터진 애가 “어떡해요…” 이러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괜찮아 내가 막고 있을게 더 부어” 이러고. 끝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작업하고 그러지. (상비군인가)

 

조형예술관 A동, 어디론가 내려가는 길. 저 문 너머로 상부상조하는 훈내가 난다.

우리는 3층 도예관 홀에서 따로 전시를 해. 다른 과들은 메이전이고 졸전이고 주로 복도에서 하는데, 우리 과는 도예관 홀에 모여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개인 조명도 맞춰주고, 전시 느낌이 나는 게 좋아. 그래서 다들 과제전이고 메이전이고 다 욕심 내서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메이전 시작 하루 전엔 정교수님, 수업 담당 교수님들까지 다 오셔서, 애들이랑 다 같이 작품 배치를 할 거야. 이 시기가 제일 행복할 때인 게, 전시하는 기간에는 과제가 없잖아. 대신 수업 시간엔 크리틱을 해. 애들 다 자기 작품 설명하는 시간이어서, 과제가 따로 있거나 그렇진 않거든. 그때 애들이 제일 예쁘게 하고 오더라구.

 

이상 덤덤했던 예진 양의 인터뷰였다. 그녀는 인터뷰가 끝난 후 또다시 작업실로 향했다고… (눈물)

 


마지막으로 만나볼 인터뷰의 주인공은, 섬유예술 전공 3학년 박세은 학생이다. 세은 양 또한 전시 준비를 위해 일요일 날 학교로 나왔다고 하는데, 그녀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세은 曰

“한땀~ 한땀~ 한땀~ 한땀~”

 

보통 메이전 하는 수업을 한 개나 두 개 듣지. 우리 과에서 세 개는 정말 물리적으로 불가능 해.

 

우리끼리 하는 말로는 우리 과가 노동 집약적 과라고. 이 모든 게 다 아름다운 과정인데, 너무 노동 집약적이야. 그래서 야작이 정말 많은 과이기도 해. 그래도 난 즐겁게 다니고 있는 편이야. (흐뭇)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베틀 짜는 거 있잖아. 그거야. 위사를 넣으면서 직물을 짜는 거지. 철컹철컹!”

나는 이번에 “현대타피스트리”라는 수업에서 메이전을 해. 타피는 경사를 틀에 걸어 놓고, 가로 줄을 넣으면서 그림을 만드는 건데, 1미터 정도 되거든. 이게 한 줄씩 넣어서 짜야 되는 거야. X노가다… 나는 어제(5월 14일) 완성 했어!

 

이번에는 6월 1일부터 4일까지 학교 앞에 52번가 갤러리에서 자수 전시를 하는데. 이건 아예 메이전이랑 다른 거야. 내가 2학년 수업을 지금 듣고 있어서, 1, 2학년 과제전인 셈이지. 자수는 진짜 규방공예야. 사이즈는 작은데 한땀~ 한땀~ 한땀~ 한땀~ 모두 손으로 놔야 해.

 

세은 양이 한창 작업 중이었던 자수

나는 이번 전시가 첫 전시란 말이야. 일반고 나오고 해서. 예고 나온 친구들은 예전부터 전시를 많이 했는데, 나는 미술을 하면서 전시를 하는 게 처음이니까,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 물론 다른 사람들한테도 당연한 심리겠지만, 나는 특히나 더 그러고 싶었지.

 

내가 준비하고 있는 자수랑 타피스트라는 시리즈 작업인데, 강아지가 들어가. 그런데 그냥 단순하게 강아지가 주제는 아니야. 내가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들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과 색과 분위기 속에 넣는 거지. 그러면 내가 무서워하는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동화되어서 천연덕스럽게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무서워하는 것들한테 친근감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어.

 

처음 구상할 땐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넣으려고 했어.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질감,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넣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미 그건 이 전시를 보러 올 내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잘 알고 있는 거야. 그래서 그 사람들이 모르는 나의 모습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내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거를 굳이 말하지 않으니까 모를 것 같더라고. 그런데 어차피 그것도 나의 일부분이니까. 좋아하는 것들에 걔네를 넣고, 그 과정에 있어서 나는 걔네한테서 친근감을 얻어보자는 생각이었던 거지.

 

“인터뷰한다고 오늘 화장했다고. 사진도 안 찍겠다고 했지만! 왠지 원래 그 꼬라지로 가기 싫은 거야.”

(단발 머리가 잘 어울렸던 세은 양)

내가 유독 무서워하는 건, 물이랑 강아지 이렇게 두 가지야. 내가 진짜, 싫어하진 않아. 수영이나 강아지나 아무런 트라우마도 없고. 그냥 태어날 때부터 무서웠어. (응?) 나는 약한 존재가 되는 게 너무 무서워. 막 숨을 못 쉬고, 자유롭지 못하고 그런 게 느껴지잖아! 특히 바다. 바다는 안에 들어가면 나보다 너무 거대한 것들이 많아서, 내가 고래를 제일 무서워 해. 이 얘기를 애들한테 했더니 “그래서 고래 만날 거야?” 이러는데. 나는 고래를 생각하면 진짜 무서워.

 

같은 맥락으로, 나는 높은 곳도 싫어 해. 놀이기구도 안 타고, 그 스릴을 모르겠어. 스카이 다이빙? 뭐 로망 없고. 정글짐 꼭대기? 아 싫어! 나는 땅이 좋아. 타피 작품에서 이 강아지들이 하늘에 있는 것도, 다 내가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야.

 

사실 단 한번도 강아지를 만져본 적이 없었어. 근데 친구 중에 강아지를 키우는 애가 있어서, 얘 동영상도 자주 보고, 작업물에도 강아지가 있으니까, 친구들이 “야, 너 작업도 이런 거 하는데, 솔직히 치유 해버려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친구네 집에 날 데려갔어. 용기 내서 친구네 강아지를 딱 안았는데, 느낌이 너무 좋은 거야. 내가 아마도 스스로 그걸 떨쳐내고 싶었던 것도 있고, 작업 하면서 맨날 보다 보니까 친근감이 생긴 것 같아. 이겨내고 있는 단계랄까.

 

“내가 좋아하는 그린 계열 색 속에, 화이트 테리어를 모델로 했어. 햇빛 가득한 녹음. 평화로운 느낌을 좋아해서 만든 작품이야.”

힘들어… 내가 엄살 떠는 거 되게 싫어하는데, 이번에 메이는 힘들었어. 왜냐면 내가 작품을 1x1m로 좀 크게 해가지고. 밤 많이 샜지!

 

야작이 힘들긴 한데, 되게 재미있어. 학교 오는 걸 좋아하는 편인 게, 이게 “공부하는 게 즐거워서 도서관에 맨날 가요~” 이런 게 아니라. 구상을 해 놓으면 어쨌든 즐겁게 할 수 있거든. 음악을 듣거나 얘기하면서 할 수 있는 작업들이니까. 야작은 야식과 수다, 그리고 노래와 함께 하는 거랄까.

 

작업 중인 학생들 위로 보이는 저 종이들은 모두, 배달 음식 전단지라고 한다.

그림으로 그려 놨던 걸 실로 켜켜이 쌓아 올려갈 때 뿌듯함이 있어. 그림에서 보이는 색채랑 아무리 비슷한 실을 골라도, 실로 쌓아지는 색채도 다르고,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분도 많거든. 또 실은 평면 작업을 해도 튀어나올 수 있고, 더 끌어내면 뺄 수도 있고, 잘라서 털처럼 만들 수도 있어. 질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재밌는 점이지.  

 

각자 자기만의 그림으로 타피스트리 작업 중인 학생들

보통 ‘섬유예술’ 하면 사람들이 뭐 하는 데냐고 많이 물어봐. 분명 섬유’예술’이라고 했는데, 공대냐고 묻는 사람도 되~게 많아. (약간 화나) 오래전부터 있었던 과이기도 하고, 전통 규방공예나 인류의 옛 공예가 요즘의 현대적인 디자인이랑 딱 섞인 과 같아. 직기나 타피스트리, 염색 같이 옛날부터 해왔던 걸 현대로 가져와서 작업하는 거지. 어떻게 보면 시대를 아우르는 작업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까지 노동 집약적 작업에 익숙해진 세은 양의 인터뷰였다. 그녀의 오늘 저녁 메뉴는 미스터 보쌈이라고 했다. (보통 사이즈로)

 


사실 <메이데이展> 컨텐츠를 준비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그림은 이거였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끈기! 파이팅 넘치는 과제 작업 현장! 이것들을 영상으로 담아보자! 하지만… 첫 인터뷰 대상이었던 이수아 학생을 계기로, 에디터의 생각은 그저 ‘이상’이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영상이고 뭐고 학생들은 그럴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자신의 의지의 문제가 아닌, 그걸 넘어선 무언가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 됐든, 부딪치고 깨지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당시엔 너무나도 힘들고 지치고, 과연 이게 될까 싶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안되면 안되는 대로 되는 길을 찾아서 해나가다 보면, 원하는 무언가를 실현시키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길고 길었던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고, 드디어 다음 주부터 <메이데이展>이 시작된다. 혼자든 둘이든 셋이든, 신촌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전시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에디터도 다음주에 <메이데이展>을 다녀온 후, 그 마지막 컨텐츠를 발행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메이데이展>

일시: 5.24(TUE) ~ 5.29(SUN)

장소: 이화여대 조형예술관 A, B, C동 / 52번가 / 이화여대 교정

참여하는 과: 동양화/서양화/조소/도자예술  공간/시각/산업/영상  섬유예술/패션디자인

Tip: 이번에는 특히 이화여자대학교 130주년 기념 행사인 <아트페스타>와 함께 개최되어 더 풍성한 아트웍을 선보일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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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옆동네 잔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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