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ORC
작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설리 남자친구가 그랬더랬다. 지금 가장 인기 많은 장르 음악은 힙합인 것 같다고. 맞는 말인 것 같다. 비단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힙합은 점점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뻥 조금 보태서, 스냅백 쓴 사람을 하루에 삼백 명 쯤 본다. 작년엔 공중파에서 켄드릭 라마 이름을 듣더니, 올해는 쇼미더머니가 SNS를 뒤덮는다. 개그콘서트에서는 <힙합의 신>이라는 코너가 인기다. 지난 주 페이스북을 보니 (아마도 사설)모의고사 필적확인란에까지 힙합이 침투했다고 한다. 댓츠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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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말 다했다. |
안타깝게도, 클럽이나 바 문화에 국한한다면 힙합은 예전만 못한, 아니 아예 한물 간 코드인 듯하다. 요즘 클럽에서는 다 일렉 튼다. 힙합은 간간히 들려줄까 말까다. 힙합만 틀어주는 클럽은 이제 홍대에도 몇 없다. 바는 더 하다. 포털 사이트에 힙합 바를 쳐보니, 대충 봐서 광역시 당 하나 쯤 있는 것 같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온니 힙합 뮤직을 표방하는 힙합 바가 이 곳 신촌에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가봤는데 음악이 좋더라, 하는 술집은 간간히 있었지만, 단지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아서 갔던 술집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어차피 만취할건데, 군밤타령이 나오든 비발디의 사계가 나오든 그리 신경 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ORC는 내게 특별하다. 외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그거 하나 때문에 몇 번이나 걸음을 멈췄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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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니 힙합 뮤직! |
입구에 쓰여 있듯, ORC는 힙합을 기반으로 한 공간이다. 문을 열기 전부터 힙합 뮤지션들의 사진과 포스터가 눈을 사로잡는다. 진심으로 뜯어서 집에 가져가고 싶었다. 내부에 들어서면, 힙합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 설명에 의하면, 바 업계 최고의 음향시설을 자랑한다고. 사진 촬영을 위해 들렀을 때는 Travi$ Scott의 Upper Echelon이 흘러나오고, 바 전면과 후면에 설치된 스크린 안에서는 T.I.가 랩을 하는데, 정말이지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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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per Echelon 뮤직비디오에서 랩을 하는 T.I. |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흘러나오는 힙합 음악만이 ORC의 특징인 것은 아니다. ORC 입구의 문구 몇 개를 인용한다.
“단순히 술만 파는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스트릿 문화와 언더그라운드 힙합공연, 음악, 영상 등 예술문화를 공유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신촌의 새로운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힙합 공연 및 파티와 다양한 스트릿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신촌 최고의 힙합 아지트!”
말 그대로, ORC는 힙합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트릿 문화를 사람들과 공유하려 하고 있다. 내부 공간 전면에는 공연을 위한 스테이지와 디제이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힙합 아지트를 지향하는 ORC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자정 이후에는 디제잉을 한다고! 공연을 위한 대관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는 ORC는, 디제잉이나 비보잉, 힙합 공연 등에 어울리는 공연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공연 이외에도, 각종 모임이나 촬영장소, 일일클럽이나 일일호프 등의 목적으로도 대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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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C 보유 장비 |
파티를 위한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다트는 물론이고, 위닝일레븐을 위한 PS4(사장님이 그렇게 고수시란다!)가 설치되어 있다. 비어퐁이라는, 북미권에서 유명한 술자리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딸기딸기딸기딸기도, 바니바니바니바니당근당근도, 아싸홍삼에블바리홍삼도 질렸다면, 새로운 즐길 거리에 도전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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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이 없게 나왔지만 그것은 내가 18시에 갔기 때문이다… |
당연한 얘기지만, ORC는 bar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고 있다. 소주파인 나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소주는 판매하지 않고, 대신 위스키, 데킬라, 보드카, 리큐르 등의 양주 계열과, 맥주, 또 다양한 칵테일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하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안주가 그렇게 맛있다는 여성분들의 평가가 많았다!
신촌은 MP로 대표되는 1세대 힙합이 시작된 곳이지만, 지금의 신촌은 힙합과 거리가 멀다. 이런 지금의 신촌에, 몰락한 힙합의 성지(?)에, 지나가버린 유행인 힙합 바가 생겼다는 사실은, 조금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마침 연세로도 바뀌었겠다, 왠지 모르게 신촌이 부활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현대백화점 옆 창천 어린이공원이 싸이퍼의 성지가 될 지도 모른다! 유플렉스 앞에서 비보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Geek 같은 라이브홀이 몇 개 더 생길지도 모른다! 신촌의 새로운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ORC의 천명이 멋지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ORC가 가볼 만한 공간임은 분명하다. ORC에는 맛있는 술이 있고, 신나는 음악이 있고, 재미있는 놀 거리가 있다. 어떤 술집을 갈까 고민하며 신촌 술집 골목을 몇 바퀴 째 돌고 있다면, 오늘만큼은 정신없이 놀고 싶다면! ORC에 가보시라!
ORC BAR&GHETTO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52-158 지하 1층
시설 : 좌석 90명 / 스탠딩 150명
예악/문의 : 010-9517-9514, 010-9848-8662 / vitovat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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