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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6 · 11 · 03

55. 책방특집 4 – 홍익문고

Editor 은정정

 

테마가 있는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과 독립출판서적을 다루는 책방 이후북스를 거쳐, 다시 돌아온 이번 주의 책방은 실망스럽게도(?) 다양한 책을 파는 평범한 서점이다. 단독 건물의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를 빼곡히 깨끗한 새 책으로 쌓아 둔 이 서점은 무려 1960년부터 신촌에 있었다. 지하철 2호선의 개통이 그로부터 약 20년 뒤이므로,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홍익문고를 세운 게 아니라 홍익문고 앞에 3번 출구가 뚫린 셈. 무엇이 먼저 생겼건간에 엄청나게 뛰어난 접근성을 확보한 홍익문고는, 인지도 또한 높아 가히 신촌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다. 빨간 잠망경과 더불어 신촌하면 떠오르는 장소로 빼놓을 수 없는 홍익문고는 단연 신촌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일 것이다.

 

 

역 바로 앞에 있어 만남의 장소로도 잘 활용된다. 날씨가 나쁘거나 친구가 늑장을 부릴 때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도 활용 가능.

 

홍익문고 앞을 지나다가 분명 한 번쯤은 ‘신촌에 있는데 왜 홍익문고라고 이름을 지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홍익대학교보다는 연세대학교가 물리적으로 더 가까우니 연세문고나 연희문고가 더 자연스러운 작명 발상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신촌의 다른 상점들이 무슨무슨 연세점이라 이름붙은 것과는 달리 홍익문고가 그 이름을 갖게 된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홍익’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홍익문고 1대 사장님은 과연 누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 서점을 차린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서점에 관련된 네 집단, 즉 손님, 거래처, 서점 직원, 그리고 가족이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있듯 어느 가게든 유지되려면 반드시 찾아 주는 손님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책을 발행하는 거래처(출판사) 사람들, 서점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그리고 홍익문고를 세운 1대 사장님의 식구들까지. 어느 한 사람의 입장도 빠뜨리지 않고 살갑게 챙기려 한 1대 사장님의 자세를 홍익이라는 이름이 잘 대변해 준다.

 

 

밖이 훤히 보이는 홍익문고의 큰 창은 또 다른 감상 포인트. 한쪽 면을 통째로 차지하는 창 너머로 신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홍익문고에서는 서점을 찾아 온 사람들이 다른 것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도록 오로지 책만 판매하는데, 여기서 ‘홍익’의 정신이 발휘된다. 서점에서 책만 취급한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 소리라 새삼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는 홍익문고의 특이사항이다. 요새는 서점에서 문구류나 에코백 등 책이 아닌 것들도 같이 비치해 놓고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방문한 어느 서점에서는 커피도 직접 내려서 팔고 있었다. 가격표를 봤더니 커피가 너무 비싸서 빠르게 포기했다. 다행히도 손님들이 홍익문고에서 이런 경험을 겪게 될 일은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홍익문고는 지금까지 동네서점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단골손님들을 관리하고, 독자들의 입장이 되어 어떤 책을 원하는지 알아내서 꾸준히 책장에 반영하는 등 어제보다 더 좋은 서점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 한 번도 책을 파는 곳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깊은 고찰 없이 유행하는 상품들을 이것저것 많이 도입하기보다는, 책을 판다는 서점의 본질에 맞게 책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무려 반백살이 넘은 홍익문고의 장수 비결은 책 자체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 그리고 고고한 태도가 아닐까.

 

 

 

 

 

우리는 왜 책방 특집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기획을 시작한 두 달 전으로 돌아가보아야 한다. ‘곧 가을인데 가을과 관련해 어떤 테마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신입 에디터가 꺼낸 키워드가 바로 ‘책방’이었다. 그때부터 잔치 플레이스 팀원들은 저마다 뇌 공간 어딘가에 약간의 용량을 할애하여 책방이라는 테마를 넣어두었던 것 같다.

그 후 날씨가 유난히 좋던 어느날, cgv아트레온 건너편의 지저분한 건물을 발견했다. 과거 이 건물에는 북오프라는 유명한 중고서점이 있었지만, 2014년에 철수해 현재는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와 옛 간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때 서점이었던 폐허를 보고 나서 우리는 신촌의 다른 책방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독특함을 무기로 손님들의 이목을 끄는 책방, 아주아주 오래된 책방, 존재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책방 등 여러 책방들이 신촌에서 생기거나 운영되거나 사라지고 있었다.

어떤 형태의 책방이든 저마다 찾아가는 이유도, 찾으려는 책도 다양하다. 그러나 누가 찾아가든 책방이라는 공간이 품게 되는 것은 책방 안에 발을 들인 사람들의 진한 애정이다.

 

 


 

홍익문고

주소: 서대문구 연세로 2 (창천동 18-49)

영업시간: 09:00 ~ 21:10

연락처: 02-392-2020

은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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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정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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