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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6 · 10 · 28

54. 책방특집 3 – 이후북스

Editor 임봉자

이후북스의 이름은 책을 읽은 ‘이후’에는 조금 세상을 다르게 보라는, 책을 읽은 ‘이후’에는 조금 불편해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요즘 ‘책방’이 대세다. 앞서 다룬 추리 소설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이나 여행 서적 책방, 환경 서적 책방 등 컨셉형 책방부터 오늘 소개할 ‘이후북스’와 같은 독립출판 서적 책방까지, 개인 책방들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들어 가기에 앞서, ‘독립출판’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본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독립출판은 작가 개인이 책이 출판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출판 형태를 말한다. 기존 출판 과정이 작가가 본인의 글을 출판사에 기고하여 그 뒤의 과정은 출판사가 진행하는 형태라면, 독립 출판은 작가 본인이 제작, 편집, 디자인, 유통까지 모두 진행하는 출판 형태를 말한다. 판매처로써 독립 출판 책방들은 책방의 주인들이 직접 판매할 책들을 선택하고 그를 판매한다.

이에 덧붙여, 에디터 본인은 ‘서점’과 ‘책방’을 다르게 본다. 서점은 책이라는 상품의 판매자와 소비자의 공간이라면, 책방은 그 책들을 골라온 주인과 그를 같이 나누고자 하는 ‘나’의 장소다.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책이 어떤 내용이고 어디에 있는지 까지 알고 있는 곳을, 에디터는 ‘책방’이라 부르고 싶다. 사전적 의미는 같지만, 단어에 ‘나’의 의미를 새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 공간에 어떤 ‘나’의 의미를 새길지 기대하며, 이후북스 앞에 섰다.


이후북스는 간판이 없다. 그저 들어가면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늑한 조명과 재즈, 그리고 한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펼쳐졌다. 그 안에서 연한 분홍색의 모자를 쓴 책방 주인은 조심스레 책들을 옮기고 있었다.

이후북스는 처음 방문한 이에게도 낯설지 않고 따뜻한 구조였다. 책방이 좋아서 하고 있다는 주인 분의 애정이 느껴져서 였을까. 주인의 사랑을 받은 책들은 그를 골라온 주인과 함께 옹기종기 어울리고 있었다.

어떤 이의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은 저절로 예뻐진다.

열 평 남짓의 책방이지만, 아늑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이 책방은 작은 카페도 운영한다. 또한 책을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는 작은 독서 소모임도 함께 이뤄진다.

‘이후북스’는 ‘after’의 의미를 지닌 ‘이후’와 책방을 뜻하는 ‘북스’가 합쳐진 단어다. 책을 그저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난 이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주인은 책을 읽고 사회적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그를 통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변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비췄다.

‘아픈 책이 좋은 책이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책 제목들.

그 의미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 곳의 책들은 그 ‘이후’를 기억하고자 한다. 이 곳의 가장 주된 책들은 인권, 동물권을 담은, 조금은 아픈 책들이다. 독립 출판물도 개인의 감상을 담은 산문부터 여행기까지 정말 개인의 개성만큼 다양하지만, 굳이 아픈 살을 보여주는 책을 책방에 놓는 것, 이것이 이후북스가 그 ‘이후’를 기억하는 방법일 것이다. 불편한 아픔 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강요하지 않고 부드럽게 건네주는 것이 이후북스라는 공간의 능력이 아닐까.

다소 무거웠던 앞의 이야기와 다르게 이후북스의 상징은 귀여운 ‘고양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라면 이 곳은 더욱 천국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가득 느껴진다.

“왜 하필 고양이인가요?”

“제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요.”

이후북스의 의미를 설명할 때와는 다른, 다소 귀여운 대답이 주인의 입에서 나왔다.  

선반에는 고양이 서적, 아래에는 전반적인 동물권에 대한 서적들이 있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서적을 모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사회적 환경이 조금은 나아지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책방을 잠시 돌아보면서, 주인과 나눈 대화는 마냥 재밌기만 한 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북스의 의미와 그 곳에 의미를 새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책을 고른 이와 소통할 수 있는 서점이 얼마나 될까?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어떻게 얻을 수 있지만, 그 책을 직접 골라온 이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얻기 힘들다. 책방 주인과 비록 짧은 대화일지라도, 어떤 이에게 의미가 있다는 책은 다르게 다가온다.

정보 과잉 시대에서 우리는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어떤 주제, 어떤 어젠다가 주어지는 지가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가 될 것이다. 반드시 이후북스가 아니더라도, 당신에게 더 좋은 주제를 보여줄 수 있는 곳, ‘책방’이 생겼으면 한다.

에디터가 던진 건 ‘플레이스’지만, 당신의 해석은 공간이 아니라 ‘장소’이길.


이후북스

주소 : 마포구 서강로 11길 18.

영업시간 : 12:00~21:00 (매주 화요일 휴무)

인스타 : @now_afterbooks

전화번호 : 010-4448-7991

임봉자
AUTHOR PROFILE
임봉자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 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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